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전문적이고 질 높은 의료소비자의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질적인 의료서비스의 요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주요 진료 과목에 대해 전공의 지원기피현상과 전공의 특별법으로 전공의의 근무시간은 단축되고, 외과 및 내과의 경우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단축됨으로 인해 전반적인 업무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1]. 이러한 전공의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에서는 physician assistant, 전담간호사, 진료지원간호사 등 간호사를 통해 전공의 인력부족을 해결하고 있으며, 주된 업무는 상처봉합 및 관리, 처방업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2]. 또한 국내 전담간호사는 2005년 235명에서 2022년 외과 계열에는 3,526명, 내과계열에 1,521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3].
전담간호사는 모호한 업무체계와 기준 없는 인력수급 체계로 인해 업무는 과부화되고 업무의 어려움이 발생하여도 지지 받지 못하고 의사 업무대행은 전담간호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야기하여 일반간호사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경험할 뿐만 아니라 주변 의료진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4]. 그러나 병원 내 구성원과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해 노력하거나 전문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면서 새로운 역할 수행의 동기를 얻을 수도 있다. 전담간호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개인의 목표 설정은 역할의 모호성과 갈등을 극복하고 역할에 적응하는 매우 의미 있는 과정인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전담 간호사가 높은 수준의 업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고 나아가 전문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은 전담간호사의 지속적인 필요성과 수요를 감안 할 때 매우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전담간호사가 업무현장에서 경험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파악함으로써 전담간호사의 실체를 인식하고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지금까지 국내 전담간호사에 대한 연구는 역할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2], 직무만족도에 관한 연구[5-7], 역할적응과정[8], 운영현황과 역할 실태[9], 직무수행경험[10], 의료인의 인식 [11] 등의 다양한 주제로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역할에 적응하는 경험에 관한 정성적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관련 변인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통해 가설의 일반화를 검증하는 양적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현상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모하는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상학적 접근 방법을 통해,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역할적응과정에서 체험하는 다양한 쟁점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우리나라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을 심층적으로 살펴 수행하고 있는 역할 및 역할적응경험의 의미와 본질을 탐색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전담간호사와 관련된 후 속연구와 좀 더 확장된 간호영역으로 발전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규정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본 연구의 질문은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은 어떠한가?’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하여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종합병원에서 전담간호사로 5년 이상 근무한 간호사로 경험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의도표집하였으며,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에 대한 설명이 포화상태에 이를 때까지 참여자 수를 확대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적합한 연구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전담간호사 근무경력 3년, 4년 그리고 5년 이상 각 1명씩 총 3명에게 인터뷰 진행 및 분석을 시행하였다. 예비조사 결과 개인의 직관적 능력에 근거하여 정확한 상황 분석 후 행동하는 전문가 단계[12]라고 판단되는 5년 이상의 전담간호사 경력이 있는 참여자가 연구하고자 하는 상황을 가장 분명하게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참여자는 서울과 충청도 소재 종합병원 에서 5년 이상 전담간호사 근무경력이 있는 전담간호사 13명으로 연구의 목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여에 동의한 참여자이었다(Table 1).
3.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연구참여자와의 개인 심층면담을 통해 진행하였다. 참여자별 면담 횟수는 1회에서 2회까지 진행되었고, 1회 면담 시간은 약 50분에서 90분 정도 소요되었다. 필요시 추가로 전화면담을 병행하였다. 심층면담은 연구참여자의 편한 시간에 참여자의 사무실 등 조용하고 방해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 실시하였다. 면담시 질문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은 무엇인지요?”, “전담간호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전담간호사는 역할적응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였나요?”, “전담간호사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등의 주요 질문을 통해 진행하였다. 면담하는 동 안 연구자는 비언어적 표현과 간단한 응답을 통하여 연구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며, 참여자가 기억을 회상하면서 울먹거림, 대화를 멈추고 마음 가다듬기, 업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대화를 꺼려하다가 솔직하게 이야기한 후 후련한 표정짓기 등을 관찰하였다. 연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다시 구체적인 질문을 하여 참여자에게 접근함으로써 보다 더 풍부한 자료를 얻고자 하였다. 자료분석 결과가 이론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 될 때까지 연구참여자들을 모집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동의하에 면담 내용을 녹음하였고 녹음 내용은 컴퓨터 파일로 재생하여 연구자와 연구 보조자가 나누어 필사하였다. 필사를 위해 사전에 필사에 대한 지침을 연구 보조자에게 상세히 교육하였다. 연구 보조자에 의해 필사된 자료는 연구자가 다시 녹음 파일을 재생하여 들으며 2차 확인하였다.
4. 자료분석
본 연구의 자료분석은 Colaizzi [13]가 제시한 현상학적 접근방법을 근거하여 분석하였으며, 자료분석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을 개인 심층면담을 통해 녹음한 후 이를 필사하였고, 참여자의 진술에 대한 전반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필사본을 반복해서 읽었고, 내용을 바로 검토하여 추가적으로 질문이 필요한 경우 다음 면담에서 확인하여 자료수집과 동시에 자료분석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둘째, 개별적인 자료를 재검토하면서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을 나타내는 현상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구, 문장으로부터 의미 있는 진술을 추출하였다. 셋째, 추출한 문장의 진술들을 연구자의 언어로 재진술하여 의미를 구성하고, 그들이 암묵적으로 의미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넷째, 추출된 의미 있는 진술과 재진술로부터 구성된 의미를 다시 한번 검토한 후 의미 있는 진술과 재진술로부터 구성된 공통된 의미를 끌어내었다. 도출된 의미를 유사성 있는 것끼리 분류하여 주제 묶음으로 정리하고,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주제의 의미로 구성하였다. 다섯째, 분석한 내용들을 토대로 포괄적인 기술을 한 후, 연구주제의 근본 구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기술하였다. 여섯째, 연구참여자에게 연구 결과가 그들의 경험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면서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5. 윤리적 고려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K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에 제출 하여 승인(IRB No. KWNUIRB 2014-05-003)을 받은 후 연구를 시행하였다. 연구자는 면담 전 연구의 동기, 목적, 방법, 면담 내용 녹음 등에 관한 사실을 연구참여자에게 충분히 전달하였고, 자발적 참여를 원하는 참여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은 후 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내용은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으며, 개인의 익명성과 비밀을 보장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였다. 면담한 자료는 연구 종료 3년 후 폐기될 것이며 참여자가 원하면 면담을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자료수집 이후에는 자료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파일에 연구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참여자의 개인정보를 삭제하였다. 면담을 마친 후 시간을 내준 연구참여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소정의 교통비를 전달하였다.
6. 연구의 엄밀성
연구결과의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장기간의 관찰과 연구자의 경험, 연구참여자의 진술 및 각종 문서 등 자료의 출처를 다양화한 삼각법 활용, 연구참여자에 의한 연구결과의 검토와 평가, 동료 간의 협의와 비평 등을 이용[14]하여 검토하였다. 지속적인 면담과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 연구참여자와 연구자간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연구참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며, 면담자료 및 질적연구와 관련된 문헌들을 함께 검토하여 연구자의 주관적인 해석을 줄여나가고 자 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왜곡된 해석이나 애매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였다. 삼각법을 활용함으로써 연구참여자에 대한 각종자료들을 수집하여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 가지 방법만으로 분석하여 야기될 수 있는 연구자료 해석의 결점과 판단들을 보완하고자 하였다. 더불어 전문가와 동료의 조언을 연구 과정에 포함하여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의 일반화와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질적연구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교수, 간호학박사 등) 에게 필사한 자료를 보여주며 해석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연구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더불어 연구결과의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연구참여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공감 정도를 확인하였다.
7.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의 저자들은 충분한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이 중 일부는 전담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전담간호사의 역할 적응 경험을 이해하는데 민감성을 높일 수 있었다. 연구자의 일부는 박사 학위 과정에서 질적연구 과목을 이수하였고, 연구자들은 대한질적연구학회 평생회원으로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며 질적연구 능력을 향상시켰고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한 질적연구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 경험이 있다.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3 회에 걸쳐 질적연구 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학회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한 교수들의 검토와 자문에 따라 수정 ․ 보완을 진행 하였다.
연 구 결 과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34개의 의미로 정리하였다. 34개의 의미 중 유사한 것들을 묶어 11개 의 주제 묶음을 구성하고, 4개의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주제를 도출하였다(Table 2). 도출된 일반적인 주체는 ‘갈등의 평행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정체성의 혼란’, ‘스스로 깨우쳐 가는 나의 길’이었다.
주제 1. 갈등의 평행선
전담간호사가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면서 겪는 역할의 모호함으로 빚어지는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비롯된 정서적 충격과 혼란을 담고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주변 의료진이나 병원 조직 체계에서 겪는 갈등으로 인하여 당황하고 정서적 혼란을 경험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갈등의 평행선은 인적 ․ 공동체적 관계에서 겪는 갈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의 정서가 드러나 있다. 전담간호사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회피기전을 사용하거나, 개선을 위해 소극적 대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좌충우돌하기
전담간호사의 갈등 양상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업무 초기에 많이 발생하며,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좌충우돌의 시기다. 일반간호사는 전담간호사에게 업무 지시나 지적받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수직적인 구조로 오해하게 된다. 전담간호사 적응 초기에는 업무를 배우는 과정으로 갈등의 여지가 없지만, 업무에 적응한 이후에는 자주 바뀌는 전공의, 인턴보다 능숙하게 일 처리를 하므로 교수는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전공의와 교수 사이에서 전담간호사는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갈등은 더욱 고착되고, 갈등에서 비롯된 체념적인 심리 상태는 갈등 해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간호사들하고 문제가 많아요. 의도치 않게 또는 은연중에 약간 명령하는 명령을 내리는 그런 입장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한 번씩 있거든요. 저보다 연차가 많은 선생님에 게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러면 조금 싹수도 없다느니 뭐 그런 경우가 있었죠.(참여자 5)
10년이면 인턴 120명이 거쳐 가는 거예요. 매달 바뀌는 선생님들한테 얼굴 붉히면서 싸우기는 싫어요. 웬만하면 안 싸워요. 싸워봐야 저만 스트레스받는 거죠. 어차피 떠 날 사람이니까 그쪽도 그쪽 나름대로 힘든 게 있을 텐데 스트레스 주거나 괴롭히고 싶지 않아요. 서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물론 구분은 하죠. 근데 웬만하면 하려고 해요. (참여자 9)
2) 갈등을 잠재우는 방법 찾기
전담간호사는 경력이 늘어나고 역할에 적응하면서 넓은 시야를 갖게 되면서 원만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한다. 일반간호사와 업무가 다름을 확신하고, 일반간호사의 근무 환경이 수월하지 않음을 알기에 동료로서 실수를 감싸주고 싶은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갖기도 한다. 과다한 업무와 신체적 ․ 정신적 부담이 되는 근무 상황에 대해 의사와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를 보여준 후 도움을 요청한다.
제가 편해진 게 한 2, 3년 된 것 같은데. 그전까지는 저도 많이 공격적이지 않았나…. 그 당시에는 간호사들과도 아주 힘들었어요. 일이 능숙해지면서 그런 것도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스스로 쌈닭 기질이 좀 있었는데…. 병동 간호사들한테도 문제가 생기면, 왜 그렇게 했어!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라고 했던 부분들을 아 그래? 이건 이렇게 처리하면 될 것 같아. 이건 네가 처리해야 될 것 같아.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죠.(참여자 7)
전공의들도 자기네 담당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는 거예요. 하루 종일 점심을 바꿔줄 생각을 안 해요. 그래서 그런 걸 많이 어필하죠. 아무리 그래도 밥은 먹여 가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제는 스텝 선생님이 밥 바꿔줄 사람을 보내주죠. 원래 점심시간 한 시간은 먹고 들어가야 하는 데 눈치로 볼 때 그게 안 되고…. 그러면 이제 하루 종일 서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데 저는 계속 수술을 들어가는 거고, 이 사람들은 담당 구분해서 띄엄띄엄 들어오는 거죠. 그러면 저만 혼자 힘든 거예요. 당신네들은 담당이라서 상관이 없는데 나는 담당이 없다, 그 얘기를 자꾸 하죠. 얘기를 안 하면 모르더라고요.(참여 자 12)
3) 마지못해 받아들이기
전담간호사는 진료과 소속인 경우가 많으므로 전공의의 업무를 하길 바라는 교수의 기대를 거부하면 관계가 멀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는 전담간호사가 진료과의 일원으로 남기 위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병원에서는 업무 인원이 감소한 부분을 채워주지 않고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몫을 수행하도록 요구한다. 전담간호사들은 많은 업무량에 비해 처우와 승진에 부당함이 있지만 해결할 힘도 방안도 없으므로 개선에 대해 단념한다.
슈처를 배워본 적도 없고, 처음에 안 된다고 했더니 몇 번 가르쳐주더라고요. 가르쳐줬지 이제 해. 간호사는 그런 걸 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교수님이 어차피 전공의 업무를 하라고 온 사람인데 이거는 해야 한다고 하셔서…. 못한다고 얘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거예요. 왜냐면 교수님이 안 해 주면 쟤 필요 없어, 이 업무까지 할 수 있는 전담간호사로 바꿔 달라고 해버리면 손해잖아요.(참여자 6)
주제 2.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전담간호사들이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담고 있다. 전담간호사의 자리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불투명한 미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서 이동이나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지만, 의지할 곳 없는 아득함을 느낀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르는 걱정과 나이가 들면 사직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 때문에 힘듦을 느낀다.
1) 진로에 대해 갈팡질팡하기
전담간호사는 예전 근무지인 병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도 있지만 이직 후 다시 적응하는 것이 두려워서 병동 지원을 하지 못하면서 계속 고민을 하게 된다. 전담간호사로 근무하면 3교대 없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서 힘들어도 버티고 있지만, 결혼, 임신, 육아휴직 후 다시 전담간호사로 복직하는 것은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변화를 갖는 것이 좋을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리 이동의 시기가 너무 늦으면 적응이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의 시간만 늘어나게 된다.
두 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가 해요. 여기 있으면 환자들도 좋으니까 내가 이 정도만 해 주면 되겠다는 생각도 있고, 병동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경력 다 무시하고 신규로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다른 병원 PA로 도 가보고 싶고. 딱 정나미 떨어지려고 할 때 병동 갈까? 다른 병원으로 갈까? 이런 생각도 많은데, 못 움직이겠다는 게 이게 맞는 거 같아요. 나이 들면 경력이 있어서 재취업은 쉽지 않을 거 같아요.(참여자 13)
2)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
전담간호사의 업무능력이 인정받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수의 감소에 따라 제일 먼저 인원 감축의 대상이 되는 모순에 처한다. 전담간호사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도 떨어지고 손도 떨리게 되면 업무역량이 떨어지게 되어 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나이 든 전담간호사와 젊은 전공의의 조합은 조화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고 스스로 한계를 보이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지만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전담간호사의 짧은 직업 수명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제가 나이가 들고 레지던트들은 점점 어려지겠죠. 그래서 한계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나이가 더 들면 조금 뒤처지지 않을까요? 아니면 레지던트들도 제가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느 때쯤에 그만두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잘한다고 그럴까…. 얼마만큼 나이가 들었을 때 못한다고 생각이 들까…. 수술방 간호사 같은 경우는 나이가 들어도 그냥 하잖아요. 나이가 들었는데 옆에서 회진을 돌면 그것도 좀 이상하고.(참여자 11)
3) 막막한 미래 준비하기
불안정한 미래가 두려워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공부 하며 준비하거나, 일반간호사로 이직할 생각을 하고 있다. 경력간호사로 이직은 쉽지 않겠지만 전담간호사라는 자리 자체가 평생 자리라는 확신을 주지 못함을 알 수 있다.
40대, 50대가 돼서도 일하는 것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비슷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조금 더 안정적인 직장 쪽으로 간호사로서의 이직 생각을 하고 있죠. 큰 병원에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병원으로 옮길 수 있으면 옮기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참여자 5)
맨날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업무와 거기에 따르는 보상도 없으니까, 차라리 나는 준비를 해서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석사 공부를 했었던 거고….(참여자 6)
주제 3. 정체성의 혼란
전담간호사는 모호한 업무 경계로 인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업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을 경험하고, 어느 선까지 업무를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역할적응과정에서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적응했지만,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모를 혼란을 경험 하며 역량의 부족을 느끼고 자존감도 떨어진다. 간호사이지만 대부분 진료과 소속으로 소속감과 직책의 모호함으로 인해 힘들어한다.
1) 혼재된 역할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기
전담간호사의 업무 특성으로 인해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혼동되는 시기를 겪게 된다. 업무에 적응할수록 모호한 직책에 회의를 느끼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재직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업무를 진행하기에 전담간호사의 서명이 아닌 의사의 서명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해서는 안 되는 역할이기에 혼란스럽고 암울한 현실을 타파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지던트들이 저희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 건 네 일이니까 네가 해” 이렇게 된 것에요. 예전에는 도와 줘서 고마워 이렇게 이야기했었는데…. 환자조직검사 정리하고 수술 도움이 저희 일이거든요. 요즘은 연구자료를 모은다던가, 영상을 관리한다던가, 검체 관리 이렇게 일이 늘었어요. 이것 좀 해 줄래? 이러면 그것이 내 일이 되는 거죠. 점점 일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외과 선생님과 충돌해서 일이 일어나면 되게 작은 일로 사이가 소원 해지는 거예요. 그게 되게 힘든 것 같아요….(참여자 2)
사인이 들어가는 업무는 하나도 없어요. 동의서도 교수님 아이디로 작성해야 하는 거고, 처방도 교수님 아이디로 들어가야 하는 거고. 입 ․ 퇴원 기록지도 교수님 아이디로 들어가야 하는 거고…. 저희 서명이 들어가는 건 전혀 없어요. 서류상으로는 한 일이 없죠. 전담간호사들은 주사 놓는 거, 입원 환자 관리밖에 없어서 이렇게 되는 거죠. 다 숨기는 거죠.(참여자 8)
2) 오해하는 인식 때문에 부담감 느끼기
전담간호사가 업무에 적응하면서 자신이 간호사인 것을 환 자와 보호자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명찰에 전담간호사라고 되어 있어 당연히 간호사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을 간호사라고 소개하고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간혹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 회의감도 들지만, 대부분은 환자와 신뢰 관계 형성에 있어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함을 깨닫게 된다. 전담간호사들은 환자의 빠른 쾌유를 돕기 위하여 더 노력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는 긍정적 대응을 하며 환자의 오해를 해소 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대응한다.
간호사복을 입고 가기는 하는데 의사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저는 부담스럽고, 보호자가 착각하면 소아과 전담간호사 누구누구라고 먼저 얘기를 하고요. 안 그러신다고 하더라도 먼저 가서 전담 간호사라고 얘기를 하죠.(참여자 8)
주제 4. 스스로 깨쳐 가는 나의 길
전담간호사들이 전문직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과 시도를 담고 있다. 전담간호사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애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당함에 대응한다. 고유의 업무영역을 찾아내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자기 발전을 도모한다.
1) 전담간호사 역할 자리매김하기
병원 상황에 따른 업무를 주게 되는데, 전담간호사는 교육 프로그램도 없이 전임자나 의사에게 단기간 교육 후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직접 부딪치며 일을 배운다. 영역이 불확실한 많은 업무들은 전담간호사의 몫이기에 끌어안고 적응할 수밖에 없다. 업무량이 많아 여가 시간 없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책임감과 열정으로 악착같이 버틴다.
전 담당이 병가로 들어가 버려서 인계를 못 받은 상태로 레지던트랑 같이했죠. 터지면 해결하고 하면서 적응한 거지 뭐 누가 가르쳐주거나 한 거는 아니에요. 규칙이 없으니까 이 일도 내 일인 줄 알고 직접 다 했던 거죠. 병태생리 보고, 앞으로 이 환자 치료까지 다 알아야 하니까…. 진짜 맨땅에 헤딩한 거죠. 6개월은 계속 책만 봤던 거 같아요. 계속 욕먹고 그랬어요.(참여자 11)
2) 역할 수용으로 자신감 향상하기
전담간호사는 업무처리 방식이나 환자 간호에 대한 접근 방식과 사고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다양한 부서를 다니면서 여러 직종과 관계를 맺으면서 일을 하므로 상호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새로운 업무처리 방법을 통해 자신감도 얻고 시야도 넓어진다.
옮기고 나서 봤더니 아, 내가 병동에 있을 때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병동, 검사실밖에 몰랐어요. 병원이 병동만 있는 건 줄 알았어요. 나와서 보니까 진짜 병동은 일부에 불과하구나 이게 보이 더라고요. 여러 사람이랑 관계 맺고 연락해서 일 처리하는 게 조금 어렵기는 했는데, 그래도 해보니까 큰 세상이 있으니까….(참여자 10)
3) 인정받아 영향력 확대하기
전담간호사로서 3년 정도의 경력이 쌓이면 주변 의료진과 환자에게 업무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본인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 자기 발전의 결심을 하게 한다. 전담간호사의 향상된 업무역량은 일반간호사에게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일반간호사는 전담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서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과장님들한테서 나온 말들이 무게감 있잖아요. 그래서 회진 돌 때 잘한다고 이렇게 해 주시고, 수술방에서 날 찾을 때, 혼내면서도 날 쓰실 때…. 나중에 듣고 보면 네 말이 다 맞아 이렇게 해 줄 때,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의사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쟤한테 물어봐 이런 얘기가 나오기까지 한 3년 걸린 거 같아요.(참여자 13)
뭉뚱그려서 진료업무를 보조한다, 도와준다. 다 묶은 거예요. 진료 보조에 그게 다 들어가니까. 우리가 빛날 건 교육밖에 없다, 교육하자, 그래서 우리가 교육 자료집을 엄청나게 만들었어요. 교육자료 만들어서 배포하고 교육 하고. 병동 집담회 때 교육자로 가서 교육해 주면 만족도가 높아요. 실무에 도움이 되는 팁을 주는 집담회가 이루어지다 보니까 굉장히 좋아요. 그래서 우리가 살아남으려 면 이거다. 이거 열심히 하자.(참여자 6)
논 의
본 연구는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의 본질을 현상학적 연구를 통하여 밝히고자 하였고, 그 결과 ‘갈등의 평행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정체성의 혼란’, ‘스스로 깨쳐 가는 나의 길’로 4가지의 범주가 나타났다.
본 연구의 첫 번째 범주는 ‘갈등의 평행선’으로 나타났다. 전담간호사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면서 주변 의료진들과 해소 되지 않은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는 인간관계의 오해와 불명확 하고 과도한 업무영역 때문으로 보인다. 갈등은 역할의 모호성, 예상 밖의 업무량,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체계 등이 요인이 다. 갈등을 해결하고자 의사소통, 지식 추구, 적극적 대처, 소극적 대처를 제안하였는데, 기존의 이러한 주제를 다룬 선행연구에서와 같이 역할을 분명하게 하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하는 두 갈래의 결과로 나타났다[8, 15]. 이러한 상황은 참여자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분노, 슬픔,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고 역할 적응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부족으로 의료기관 운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담간호사는 업무가 유동적으로 변화하기에 각자 처지에 따라 갈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고, 주변 의료진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전담간호사를 인정하지 않고 마찰로 인해 갈등이 빚어진다는 선행연구[2,9,10,16]들을 이와 관련한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담간호사의 역할 갈등에 관한 심층적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므로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역할에 잘 적응하기 위한 기초연구로 역할 갈등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 연구가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갈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대하여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중재 프로그램의 제공이 이루어져야 할 것 이다.
두 번째 범주인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는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는 갈등으로 인해 갖게 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역할에 어느 정도 적응한 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게 되는데, 걱정과 불안은 이직을 준비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Seong과 Yeom [10]의 연구에 따르면 전담간호사는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직책이며, 발전 가능성이 없는 현실로 인 하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보장되지 않은 자리, 나이, 체력의 한계가 주된 요인으로 연구참여자 모두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와 달 리 전담간호사의 이직 의도 영향 요인에 관한 연구[5]에서는 월 평균 근무 일수, 휴가 사용 가능 여부, 당직 근무 여부, 외부 교육 참석 횟수가 이직의 도와 관련된 영향력 있는 변수로 나타났다. 전문 인력의 이직률이 증가하면 의료기관은 인적 ․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전담간호사를 계속해서 고용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담간호사에 대한 지위 및 역할을 규정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여 전담간호사들에서 적용함으로써 전담간호사가 계속 일하고 싶은 의욕을 고취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범주는 ‘정체성 혼란’이다. 역할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전담간호사가 겪는 혼란을 보여주는데, 의사 보조 업무로 인해 모호한 위치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간호부에 속하지 못하고 소속된 부서가 없으므로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하여 혼란스러워하였고, 또한 전담간호사 존 재 여부에 대한 조직 내 인식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였다. Kim 등[2]의 연구에서도 전담간호사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은 정체성으로 나타났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역할 정립이 필요한데, 본 연구참여자들은 공통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 역할 정립에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였다. 전담간호사의 역할 정립을 위해서는 법적 보호장치 마련이 가장 필요하다는 선행연구[9]와 같은 맥락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미국의 경우 전담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Accreditation Review Commission on Education for the Physician Assistant (ARC-PA)의 인증을 받은 기관에서 2년 과정의 교육을 받고 석사 학위를 취득하여 국가인증 시험을 통과하여 면허를 취득한 후 업무를 수행하게 되므로 업무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17]. 이에 우리나라 에서도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담간호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담간호사의 업무 규정 및 역할 등을 명확히 하여 전담간호사를 제도권 내로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네 번째 범주인 ‘스스로 깨쳐 가는 나의 길’에서는 전담간호사라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면서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경험을 보여준다. 전담간호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업무를 익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도하고 불확실한 업무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하기도 하고, 이러한 업무들을 초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지만,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고된 업무환경을 받아들이게 된다. 전담간호사의 80% 이상이 초과근무를 하고 있고[9], 일반간호사보다 하루 근무 시간이 1.5시간 길고 진료과마다 업무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보고된다[11]. 본 연구결과에서 전담간호사가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역할을 선정하면서 중재자 역할과 교육을 가장 중요한 업무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담간호사의 업무 중요도에 대한 조사에서 상처 관리 영역의 중요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연구결과와 차이가 있었다. 전담간호사 65% 이상이 타 의료진과 의 협력과 조정,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연구결과[9]와 일치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일반간호사에게 전담간호사의 업무 경험을 교육한다는 점에서 다른 부분이 있었다.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에 관한 연구[8]에서 전담 간호사는 적응 초기에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였고, 업무를 능숙하게 하려고 교육 프로그램과 책자 등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본 연구참여자들도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신이 병원에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을 높여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전담 간호사를 지지하는 방안으로 의료기관은 표준화된 업무 지침을 설정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 관련 연구가 부족 한 현재 상황에서 본 연구는 전담간호사의 역할이 갖는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기초 자료로써 의의가 있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에서 전담간호사의 역할적응경험은 갈등의 평행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정체성의 혼란 및 스스로 깨쳐 가는 나의 길의 4가지 주제로 도출되었다. 전담간호사의 역할과 그 역할에 적응해 가는 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고찰과 이해는 하나의 직업에 개인이 적응하려는 노력과 그 주변의 맥락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하여 전담간호사가 자신의 역할에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과 제도가 절실히 요구됨을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추후 전담간호사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며, 전담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 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범주를 포괄하는 전담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연구를 수행해 볼 것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