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간호사는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 중 가장 많은 인력을 차지[1]하고 있으며, 의료 소비자인 환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으므로, 병원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2]. 우수한 간호 인력을 유지, 보유 및 관리를 위하여 간호관리자의 리더십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3], 간호단위 최일선 간호 관리자인 책임간호사의 업무도 확대되고 중요해졌다[4].
2023년 미국간호사협회(American Nurses Association) 에서 책임간호사는 수간호사와 책임의 범위는 다르지만 동일하게 중요하고, 팀간호사와 함께 일하면서 동료 간호사를 지원하고 감독하며, 부서에서 이뤄지는 모든 간호가 원활하고 효율 적으로 실행되도록 모니터하고, 동료간호사의 업무에 필요한 지침과 지원을 제공하여 최상의 환자 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기술되어 있다[5]. 우리나라에서는 책임간호사를 일 간호단위의 책임자 또는 수간호사를 보좌하는 간호사로 정의해 왔다[6].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책임간호사의 업무는 점차 복잡해지고 확대되고 있다[7]. 2024년 병원간호사회 간호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병원의 78.4%에서 책임간호사의 직위가 있었다[8].
우리나라의 병원 조직은 관료 조직의 특성을 반영하여 수직적 구조로 운영되어 왔으나 1990년대부터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응하고자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팀제 운영 방식, 순환보직제도, 보직자의 직급과 직책의 분리 운영, 임기제도의 도입, 무보직 승급 등이 시행되고 있다[1]. 그 중 순환보직제는 직원의 능력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직무설계의 기법으로, 직원이 기존에 있던 자리에서 다른 기술과 책무가 따르는 다른 자리와 업무로 직무를 바꾸는 수평적인 이동을 말한다[9]. 순환보직 제도의 목적은 조직구성원에게 새로운 기술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기개발을 통한 근무 의욕을 고취시키고,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다[10]. 한 직위에서 장기간 근무하게 되면 침체되고 생산적이지 못할 수 있으므로 순환보직을 통하여 반복적인 업무로 인한 익숙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너리즘을 방지 할 수 있다[11]. 그러나 순환보직이 이뤄지는 공무원에 대한 연구에서 순환보직의 단점으로 부적응, 업무량이나 기술의 변동이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12]. 변화의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 책임간호사 역시 일정 임기를 적용하는 임명직 순환보직제 형태로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책임간호사는 일반 간호사 내에서 일정 기준 조건을 충족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순환하며 임명하고 있다. 현재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의 임기 및 연임과 배치전환 여부는 병원 또는 부서별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며, 이를 근거할 문헌도 찾기 어렵다.
책임간호사는 간호단위에서 지정된 근무 시간에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고, 오류를 수정하고, 임상 현장의 간호사를 지원하면서 이들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바로잡아준다[13]. 또한 고위험 투약 또는 간호 행위의 이중 확인, 의료기기의 임상 알람 점검, 감염관리를 위한 환경 관리, 준비된 치료 환경 및 진료 재료의 적절성 점검과 같은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담당간호사가 놓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바로 잡는 역할을 함으로써 환자안전활동에 시스템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환자의 불만 사항이나 직원 간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 대한 중재자 역할을 하고, 간호사 개인의 역량과 인력 상황에 따라 담당 환자를 조정하는 인력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며, 병원 내 다양한 직군과 여러 행정 부서 간의 사소통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실무 단위의 질 향상 활동을 직접 계획하고 수행하거나, 기타 회의체에 참여하여 간호 실무의 현황을 대변하여 발표하기도 한다[14]. 병원 간호조직에서는 책임간호사에게 우수한 임상 역량 뿐 아니라 조직구성원을 격려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간호리더십을 갖추기를 바란다[15]. 실제로 책임간호사는 자신의 부서에서 간호사의 직무만족을 높이고 우수한 인력이 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조직풍토를 조성하여 건강한 직업환경을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16].
책임간호사는 국내 외 또는 병원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급성기 병원에서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잘 확립되어 있는 전통적인 제도이다. 하지만 책임간호사의 역할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역할은 무엇인지, 효율성은 어떠한지, 간호 관리자 또는 경영진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연구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17]. 국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책임간호사에게 필요한 역량, 역할과 책임의 범위, 책임간호사를 수행하기 위한 지원이나 간호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나 환자안전이나 이들이 임상결과나 간호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 특히 순환보직으로 임명되는 책임간호사는 충분한 직무 설명이나 공식화된 역량 없이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준비되지 않은 책임간호사는 스트레스 상황과 실패 경험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16]. 1인이 책임간호사를 장기간 근속하는 경우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책임간호사 업무에 대한 적응이 이뤄지면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일정 기간 동안만 순환보직을 하는 책임간호사는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 대한 적응이나 역할에 대한 경험이 다를 수 있다. 국외에서는 책임간호사의 역할 기대, 리더십 행동에 따른 환자 결과, 환자 안전에 대한 여러 선행연구가 진행되었으나, 국내에서는 책임간호사에 대한 연구 자체도 부족하고 특히 순환보직을 하는 책임간호사의 연구는 거의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순환보직을 하는 책임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현상을 규명할 필요가 우선된다.
부서에서 중요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책임간호사가 어떤 방법으로 업무에 적응하고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심도깊게 연구해본다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최전선 리더인 책임간호사의 관점으로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을 이해하고, 추후 책임간호사의 역할을 준비하는 후배간호사에게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간호사의 리더십을 함양하고 높은 수준의 간호를 제공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간호단위에서 제공되는 간호수준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본 연구는 순환보직제가 운영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책임간호사 역할 경험이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통한 현상학적 질적연구를 시행하여 현상을 밝히고, 이를 통하여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을 심도 있고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을 이용하여 상급 종합병원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그 경험의 본질과 구조를 이해하고자 함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상급종합병원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에 대해 심도 있게 이해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개인 심층 면담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Colaizzi [18]의 현상학적 방법으로 분석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자의 준비
연구자는 일 상급종합병원에서 일반 병동,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행정업무, 응급실 파견 경험 등 15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가진 간호사이며, 코칭 교육 과정을 이수한 후 30시간 이상의 면담 관련 실습을 수행하면서 경청, 질문 훈련을 쌓았다. 현재 외과계 병동 책임간호사로 근무 중이며, 다양한 부서의 책임간호사와 일하며 이들의 역할을 관찰하였다.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질적연구방법론에 대한 강의를 수강하였고, 다수의 질적연구 논문을 읽고 고찰하면서 현상학적 방법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질적연구에 대한 시야를 넓혀 왔다. 또한, 대한질적 연구학회의 질적연구 워크샵과 학술대회를 참여하면서 질적 연구의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였다. 본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질적연구에 대해 경험이 풍부한 교수에게 면담과 자문을 받으며 연구를 진행하였다.
3. 연구참여자
본 연구의 대상자는 상급종합병원에 재직 중인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 역할 경험을 가진 간호사이다. 참여자는 선정기준에 적합하고 연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자를 기준으로 선정하 였으며, 연구참여자의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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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간호사를 순환보직제로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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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의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 역할을 수행한 자 제외기준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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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간호사 역할 종료 후 5년이 경과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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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간호사 역할 경험이 1년 미만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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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간호사로 업무를 한 후 수간호사 이상 직책의 보직을 수행 중인 간호 관리자
책임간호사로 임명되고 1년 이상인 자로 정한 것은 이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초심자라서 느끼는 어려움과 구분하고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좀 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기술하는데 용이하리라고 생각하였다[19]. 또한 순환보직을 하는 책임간호사의 업무 경험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수간호사로 승진한 경우는 제외하였다.
본 연구는 수도권 소재 3개 상급종합병원에 재직 중인 간호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다 기관 연구이며, 연구참여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본인의 책임간호사 경험에 대하여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참여자 모집을 위하여 연구자 소속 기관의 직원 게시판에 모집 공고를 게시하였으며, 연구자 소속 기관 외의 기관에서는 해당 기관의 간호부를 통해 연구대상자 모집 내용을 공유하였다. 이후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에 대하여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로 편의표집 하였으며, 면담 종료 후 참여자 또는 지인을 통하여 기준에 부합하는 대상자를 소개받는 눈덩이식 표집을 진행하였다. 부서에 따라 책임간호사의 간호 실무 외의 경험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반 병동, 중환자실, 외래, 수술실 및 특수부서 간호사를 골고루 면담하였다. 질적연구에서는 표본의 크기에 관한 정해진 규정은 없으며, 새로 수집되는 자료가 탐구하고자 하는 현상에 대해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이론적 포화’가 기준이 된다[20]. 자료가 포화 될 때까지 총 11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개별적인 심층 면담을 시행하였고, 연구 내용의 엄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가 종료되기 전까지 연구참여자에게는 면담 내용을 서로 공유하지 않도록 당부하였다.
4. 자료수집
본 연구는 상급종합병원에 재직 중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 역할 경험을 가진 간호사를 대상으로 2024년 7월 8일부터 8월 30일까지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참여 의사를 밝힌 참여자에게 사전에 연락하여 면담할 장소와 시간을 정하였으며, 면담은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는 분리된 단독 공간인 대학원 강의실 또는 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면담 전 참여자에게 연구자, 연구 목적, 면담 진행 과정, 예상 소요시간 등 연구에 관한 소개를 하고,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설문지를 배부하여 작성하도록 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입사 시기와 주요 경력 등 일반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여 책임간호사 역할 경험에 대한 내용을 반구조화된 질문의 순서로 진행하였으며, 면담 횟수는 최소 1회 이상, 각 면담 시간은 40~60분이었다. 모든 인터뷰 내용은 참여자의 동의 후 휴대폰 녹음 앱(클로버)으로 녹음하였다. 면담 종료 후에는 녹음 내용을 문자로 변환하였고, 반복 청취를 통해 문자 변환된 내용이 참여자의 언어를 그대로 반영하였는 지 확인하였다. 아울러 면담 시 참여자의 표정, 특정 동작, 어조 등의 비언어적인 반응 등을 추가 메모하여 완성하였다. 완성된 면담 내용을 숙독한 후 다음 면담에서 더 필요한 면담 내용을 추가 질문하여 면담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연구자는 연구자의 선입견으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참여자의 순수한 경험을 포착하기 위해 모든 자료수집의 과정에서 평온하게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였다. 면담 질문은 반구조화된 개방적 질문을 시행하였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작에 앞서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책임간호사로서의 역할 경험은 어떠한가요?”와 같은 도입 질문으로 시작하여 “책임간호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를 주 질문으로 “책임간호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와 “책임간호사를 하기 전에 어떤 준비나 노력을 하셨나요?”, “팬데믹과 병원 주변 사회적 상황 변화로 인해 기존 책임간호사 역할과 달라진 것은 무엇입니까?”를 추가로 사용하고, “책 임간호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람 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책임간호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부정적인 경험이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나요?”, “책임간호사 역할 수행을 위하여 병원의 어떠한 지원이 있었나요? 지원을 받았을 때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성공적인 책임간호사 역할 수행을 위하여 어떤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와 “책임간호사 역할을 수행한 후 얻은 좋은 점은 무엇이었나요?”를 보조 질문으로 사용하였다. 마무리 질문으로 “이야기하지 못 한 것이나 더 보충할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를 사용하였다.
5.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자 소속 병원의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승인(2024-0555)을 받은 후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인터뷰를 시행하기 전에 모든 참여자에게 개별적으로 연구주제와 목적, 방법과 소요시간, 인터뷰 내용의 녹음 및 필사에 대해 설명 후 서면 동의를 받았다. 수집된 자료는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연구목적으로 사용될 때는 익명성 보장을 설명하였다. 또한 서면 동의서 작성 전,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참여를 존중하고 언제든 참여 철회가 가능하며 원하는 경우 이전에 제공한 모든 정보는 영구적으로 파기 가능함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참여자의 익명성과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자료수집과 필사 과정에서 참여자의 개인정보는 코드화하였으며, 동의서는 자필로 작성한 후 사본 1부를 참여자에게 제공하여 연구자와 참여자가 각각 1부씩 보관하였다. 연구와 관련된 정보는 연구자만 접근 가능하도록 잠금장치가 있는 컴퓨터와 연구자가 지정한 별도의 장소에 잠금장치를 하여 보관하였다. 수집된 모든 자료는 연구 종료 후 3년간 보관 후 폐기할 것이다.
6. 자료분석
본 연구는 Collazi [18]가 제시한 현상학적 연구방법에 따라 분석하였다. 녹음 후 필사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각 참여자의 경험에 대한 전체적인 의미를 추출하였다. 필사본에서 참여자 경험의 본질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진술이나 반복되는 진술을 중심으로 주요 진술을 도출하였다. 의미 있는 진술을 일반적인 형태로 재진술하고, 이러한 진술에서 숨겨진 의미를 더 추상적으로 진술하여 참여자의 경험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추출하였다. 이를 다시 묶어 주제모음으로 구성한 후, 주제모음별로 범주를 정리하였다. 마지막으로 주제들 간의 연결성과 관련성을 바탕으로 좀 더 함축성 있는 추상적 언어로 책임간호사 역할 경험을 구성하였다.
7. 연구의 엄격성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 [21]의 신뢰성, 적용가능성, 일관성과 중립성의 질적연구 평가 기준을 적용하여 연구의 엄밀성을 확보하였다. 신뢰성(credibility)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료의 불완전성과 부정확성을 최소화하였다. 면담 전에 참여자와 신뢰를 형성하고, 편안한 환경을 위해 면담 장소와 시간을 참여자와 함께 선정하였다. Colaizzi [18]의 자료분석방법에 따라 7단계에 걸쳐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결과가 참여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와 일치하는지 연구참여자에게 재확인하고, 질적연구전문가의 피드백을 통해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도록 하였다. 또한 적용가능성(applicability)을 높이기 위하여 책임 간호사의 역할 경험에 대해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심층 면담을 시행하여 자료가 포화될 때까지 자료를 수집하였다. 참여자 한 사람을 면담한 후 내용을 바로 필사하고, 다음 참여자를 면담할 때에는 공통적인 경험을 찾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적용가능성을 높이도록 하였다. 감사가능성(auditability) 을 검증하고, 중립성 확보를 위하여 연구자의 편견을 배제하고 괄호치기(bracketing)를 하여 참여자의 역할 경험을 이해 하는데 장애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에 대해 질적연구 전문가 교수 2인로부터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았다.
연 구 결 과
1.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본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여자 11명(100%), 평균 연령은 40.8세로 최소 34세에서 최대 44세였다. 근무 부서는 일반 병동 6명(54.5%), 중환자실 2명(18.2%), 수술장 1명(9.1%), 외래 1명(9.1%), 특수부서 1명(9.1%)이었고, 직위는 과장 9명 (81.8%), 대리 2명(18.2%)이었다. 총 근무 기간은 평균 16.9년, 현 부서 경력은 평균 8.2년, 현재 직책은 책임간호사 8명(72.7%), 일반 간호사 3명(27.3%)이었다. 책임간호사 첫 임명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12.7년이었으며, 책임간호사 경험은 평균 3.2년, 평균 1.6회의 임명 경험이 있었다.(Table 1)
2. 상급종합병원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
본 연구는 상급종합병원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현상학적 연구 분석방법에 따라 분석하였다. 35개의 주제(theme)를 바탕으로 형성된 의미가 동일한 것끼리 그룹화를 진행하여 14개의 주제 모음(theme cluster)을 구성하였다. 또한 이 주제를 통합 분석하여 총 5개의 범주(category)를 도출하였다. 5개의 범주는 ‘책임간호사로서 첫걸음을 내딛음’, ‘책임간호사의 무게를 견디기’, ‘나만의 책임간호사 역할을 만들어 냄’, ‘순환보직을 마치고 돌아가는 복잡한 마음’, ‘다음 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이뤄냄’이다.(Table 2)
범주 1. 책임간호사로서 첫 걸음을 내딛음
본 범주는 참여자가 책임간호사라는 미지의 영역에 첫발을 내딛으며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선택받은 책임간호사, 하고도 싶었던 책임간호사’, ‘내가 충분히 준비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듦’의 2개의 주제모음으로 구성되었다.
주제모음 1. 선택받은 책임간호사, 하고도 싶었던 책임간호사
참여자는 책임간호사로의 임명을 병원으로부터 인정받았 다고 느끼며 자부심을 느꼈으며, 열심히 일한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얻게 된 경력의 다음 단계로 받아들였다. 일부 참여자는 안정적인 근무 형태(밤번 근무가 없고 주말에 쉴 수 있는) 혜택을 고려해 책임간호사가 되고 싶어 했으며, 순환보직의 특성상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다른 간호사를 대표해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참여자는 책임간호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병원의 신뢰, 개인적 성취, 실질적 동기와 책임감 등을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주제 1. 병원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책임간호사가 됨
책임간호사는 일반간호사 중에서 업무를 잘 해내고, 조직에 헌신하는 사람들 중에서 선정해왔던 관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책임간호사로 임명된 것은 자신이 해왔던 경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임간호사는) 그 곳(부서)에서 이루어지는 (간호의) 지식이나 기술이 되게 뛰어난 사람들인 거고, 누가 오더라도 같이 그 업무를 잘 해내야 하는 사람인 거고, 그 간호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다 채울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예요.(참여자 2)
책임간호사라고 하는 건 병원에서 인정해 주는 거잖아요.(참여자 5)
주제 2.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차례가 됨
책임간호사의 선정 조건은 CN 3 (Clinical Nurse 3, 경력개발시스템의 단계)이다. 부서에서 CN3는 책임간호사의 추천대상자가 된다. 부서에서 CN3 간호사는 간호업무 뿐 아니라 질 향상활동의 리더로서 일하고, 간호부에서 진행하는 정책 프로젝트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책임간호사의 임명요건을 채운다면 2년의 임기로 교체되므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책임간호사는 2년마다 순환하는데 병동에 있는 CN3는 모두 이미 책임간호사를 했었고, 그럼 이번에 CN3 승단하는 사람이 책임간호사라고 모두 예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CN3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음 달부터 책임 간호사야” 라고 들었을 때, “네”(라고 했지요).(참여자 6)
(책임간호사 임명 전) 혼자서도 공부를 되게 많이 했어요. 젊은 간호사들하고도 어떻게든 얘기도 해보고 친해지려고 좀 노력도 했던 것 같고요.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되면 ‘No’라고 해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참여자 8)
주제 3. 사람이 없어서 책임간호사를 또 맡게 됨
3교대가 이뤄지는 병동에서는 경력자들은 상근부서(외래, 관리부서 등)로 이동한 간호사들이 많아서 선배간호사가 적을 때가 많았으며, 그 중에서 실제로 책임간호사 임명 요건을 갖춘 대상자가 없을 때는 책임간호사를 이미 했던 간호사 중에 다시 책임간호사로 다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두 번째는 (한숨을 쉬면서) (수간호사님이) “맡을 사람이 당장 아무도 없고 선생님 밖에 할 사람이 없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래도 저는 못 하겠습니다’ 라고 완강하게 얘기할 수가 없어서 “알겠습니다” 했어요.(참여자 1)
주제 4. 부담스러운 야간 근무에서 제외됨
책임간호사로 근무하게 되면 야간근무(나이트 근무)를 면제받고, 교대 근무를 안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녀 양육하는 간호사들은 야간근무를 면제받고, 상근 근무를 위하여 책임간호사가 되길 기대하였다.
나이트를 안 하는 것만 해도 저는 굉장히 큰 메리트라고 생각했어요, 책임간호사를 하면 아이들하고 주말에도 (함께) 쉴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나이트 하면 되지’ 이 랬었는데, 아기 낳고 나니까 어느 순간 힘들어져서 ‘내가 이걸 꼭 해야 되겠다’ 이것도 (책임간호사를 하게 된) 동기가 되었어요.(참여자 8)
주제모음 2. 충분히 준비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듦
참여자들은 처음 맡는 책임간호사 역할의 구체적 업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혼란을 느꼈다. 그러나 책임간호사의 역할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전임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배우고,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새롭게 맡은 업무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막연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주제 1.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하고 싶음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책임간호사와 같이 일했던 참여자들은 책임간호사의 업무를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어떤 업무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받은 후 책임간호사의 업무를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일반 간호사랑 다르게 오히려 일을 찾아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렇다고 책임간호사 자리에 있는 (모든) 선생님이 안 움직이거나 일을 회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참여자 8)
2년 동안 ‘내가 뭔가 좀 하고 싶다’ 라는 그런 사명감 굉장히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무슨 일이든) 더 열심히 했죠.(참여자 5)
주제 2.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생기는 기대와 두려움
전임자에게 책임간호사 업무를 인수인계 받으면서 잘 해내고 싶었고, 상근 근무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그러나 업무 자체가 많고, 눈에 보이지 않게 간호사를 지원하면서 간호업무, 질 향상 활동, 환자안전 활동을 이끌어야 되는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두렵기도 하였다.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인수인계를 받는다기 보다는 갑자기 인계를 받다 보니,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드러나지 않게 꾸준히 챙겨야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라는) 생각 먼저 들었어요. 행정적인 건 순서라던지 방식을 모르면 할 수 없으니까요. 기대도되었지만,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했죠.(참여자 6)
범주 2. 책임간호사의 무게를 견디기
본 범주에서는 책임간호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어려움과 그 어려움의 무게를 묵묵히 감당하고 견뎌내는 인내의 여정을 담고 있다. ‘부서의 모든 사람과 일에 관여하는 간호사가 됨’, ‘직접간호와 병행하게 된 행정업무’, ‘일은 늘어났는데 월급은 제자리’, ‘새로운 교육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 받음’, ‘많은 업무량과 책임감에 지친 나를 케어하기’ 의 5개의 주제모음으로 구성되었다.
주제모음 1. 부서의 모든 사람과 일에 관여하는 간호사가 됨
참여자는 책임간호사로서 부서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자신에게 의지하는 부서원들에게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 이름 그대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 같았으며, 누구도 직접 지시하지 않았지만, 부서의 모든 일을 부서원 모두가 당연히 책임간호사의 일로 여긴다고 느꼈다. 모든 일에 관여하다 보니 어렵고 회피하고 싶은 일이 생겼지만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해결할까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으며, 잘 해내야 할 중요한 업무들은 점점 늘어갔다. 실무부터 갈등 해결까지 다양한 임무를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주제 1.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나만 바라봄
병동에서는 간호업무뿐 아니라 의사, 검사, 물류 부서 등과의 많은 업무에서 문제가 생겼다. 실제 담당간호사들은 대부분이 후배간호사이고, 이런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선배인 참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내가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무슨일이 생기거나 도움을 요청받을 때마다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사실 MZ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부터 올드 선생님들까지 모든 동료 간호사들이 다들 당연히 책임간호사 업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업무적인 게 책임간호사한테 몰리게 되고, 또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당연히 책임간호사 업무로 여기고, (결국) 책임간호사가 주도적으로 하게 되는 거죠.(참여자 6)
(이름이) 책임간호사니까 정말 (제) 마음이 너무 책임을 져야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한번은 제가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병동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알람을 본거죠. (표정을 크게 지으며) 중간에 병동에 갔어요. 이거 처리를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참여자 3)
주제 2. 나도 두려운 민원이지만 제일 먼저 나서야 함
병동에서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제기하는 민원이 다수 발생 하였다. 그 중에는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고성과 폭력을 사용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있었다. 실제로 참여자 자신도 긴장되고, 무서운 것은 사실이지만 책임 간호사라는 자리는 어쩔 수 없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 감을 느꼈으며, 후배간호사를 보호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먼저 나서서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
민원이 생겼다든지 그러면 제가 가서 해결하려고 하고, (내가) 간호사들은 좀 나가 있으라고 했어요. 제가 앞에 나서서 간호사들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민원인 앞에) 나섰어요.(참여자 8)
민원이 왔을 때도 상황을 좀 넓게 볼 수 있으니까, 이 사람이 왜 기다려야 되는지 검사 순서가 왜 밀리는지 이런 상황 설명을 조금 더 잘 해줄 수 있기도 하고, 누가 봐도 오래되고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서서 해결하려고)…(참여자 11)
주제 3. 잘 해내고 싶은 일들이 점점 많아짐
4년마다 평가받아야 하는 병원인증평가는 부서에서 중요한 일이었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들의 병원서비스를 평가하게 되는 고객경험평가, 질향상 활동, 감염관리 활동 등 많은 부서 내의 활동을 책임지고 진행해야 되는 자리가 책임간호사였다. 물론 수간호사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후배간호사와 함께 직접적으로 실행해야 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인증은 책임간호사면 피해갈 수 없는 거잖아요. 누가 얘기 안 하지만 ‘나는 당연히 인증의 멤버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리더 간호사들과) 역할 나눠가지고 공부하고 정말 책임과 열정을 다한 것 같아요(참여자 5)
코로나로 격리를 하는데 에크모에 연결할 수액을 중략… 그때 에크모 카트를 만들어서 한 번에 다 어시스트 할 수 있게 하고 교육 동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때 환자들도 바로바로 리커버리(회복) 되고 하는 변화를 보고 너무 뿌듯해서 새벽 두 세시까지 일하고 그랬거든요. 그전에는 뭘 이렇게 의견을 내도,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했는데 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점점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졌어요.(참여자 7)
주제모음 2. 직접 간호와 병행하게 된 행정 업무
참여자는 책임간호사로서 직접 간호와 행정 업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마치 ‘양손에 떡’처럼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두 가지 임무가 주어지면서 양쪽을 균형 있게 해내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을 느꼈다. 직접 간호는 시급했지만, 행정 업무 역시 부서 운영과 환자 안전, 질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였다. 그러나 근무 시간 중에는 긴급성이 높은 직접 간호를 우선할 수밖에 없어, 정해진 근무 시간 내에 행정 업무를 마무리하기 어려웠다. 결국 집중하고 숙고해야 하는 일부 업무는 근무 시간 이후로 미뤄지곤 하였다.
주제 1. 더 급한 직접간호로 행정업무를 뒤로 미뤄짐
책임간호사가 해야 할 행정업무는 미룰 수 없는 것이 많았다. 근무 중에는 환자나 보호자의 응대, 입원 환자 간호, 중환이나 응급 환자 지원은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업무였다. 또한 미숙한 신입간호사의 업무 지원 등은 행정업무보다는 더 급한 업무여서 우선 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날 해야 할 행정업무는 근무시간이 끝난 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그런데 저도 그거(행정 업무)를 그(근무) 시간 내에 하고 싶은데 그러면 집중이 진짜 안 되고 오히려 (환자나 보호자) 응대 때문에 끊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시작하지 않는 것만도 못 한 거예요. 이것도 못하겠고, 저것도 못하겠고 그래서 이렇게 할 바에야 그냥 남아서 하자(참여자 3)
주제 2. 환자안전과 질 개선을 위해 할애해야 하는 시간에 부족함을 느낌
참여자들은 부서에서 가장 중요한 환자안전과 질 개선 활동을 주도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환자안전사례가 발생하면 대안을 논의해야 하고, 대안을 보고서에 기재해야 하므로 결정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환자안전 사례에 대해 현장에서 문제가 나오고 현장에서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아는데, 우리 업무가 한정된 시간 안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없다 보니, 근무시간 후 시간외 근무로 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죠.(참여자 1)
주제모음 3. 일은 늘어났는데 월급은 제자리
참여자들은 팀원 간호사를 돕는 임무를 책임간호사의 주요 역할로 인식했으며, 자신의 업무를 뒤로 미루더라도 동료의 업무를 지원하였다. 책임간호사 직책 특성상 나이트 근무와 교대 근무에서 제외되어 급여가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간외근 무수당을 신청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자신도 보직자라는 생각에 이를 요청하는 하는데 망설였다. 책임간호사가 시간외근무를 신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었다. 또한 부서원들을 개인적으로 돌보고 챙겨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그로 인한 금전적 지출도 증가하였다.
주제 1. 시간외근무수당 신청을 하기에는 애매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늘어남
참여자들은 행정업무, 질 향상활동, 환자안전과 관련된 서류 작성 등은 근무시간에 할 수 없을 때가 많았으며, 후배나 신입간호사를 지원하는 것은 이들이 근무시간이 끝나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업무로는 시간외근무수당을 신청하는데 주저하게 되었다.
(근무 끝나고) 남아 가지고 문서 작업을 한다든지, 어떤 일을 계획을 하고 있다든지, 이런 일들은 (시간외 신청을) 올리지 않아요. 그냥 남아서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죠.(참여자 6)
책임간호사를 하고 나서는 한 번도 시간외 (근무수당)를 써본 적이 없어요. (일을) 시켜서 했으면 부당하다 생각을 했을 텐데 시켜서 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자발적으로 한 거라서요.(참여자 7)
주제 2. 야간 근무를 안 하니 줄어든 월급
책임간호사로 야간근무를 면제받으면 당연히 야간근무수 당을 받을 수 없었다. 일반간호사로서 받았던 야간근무수당이 빠지니 월급은 당연히 줄 수 밖에 없었고, 하지만 하는 일은 늘어났으니 불만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나이트를 안하니까 너무 좋은데 월급은 줄어요. 돈은 없어요. 수당이 다 빠지니까요. 그런데 업무는 다 못 해가지고 늦게 가고 있어요.(참여자 6)
주제 3. 부서원들을 챙기다 보니 늘어난 지출로 부담스러움
부서원을 지원하다 보면 실제로 참여자들이 직접 돈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 업무이므로 비용을 병원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고 싶으나 이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금전적인 지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제가 후배들 달래주고 밥 먹었는데 당연히 내가 사지, 그 후 커피 먹는데 내가 사지, 그러면 (일반 회사 다니는) 남편은 왜 법인카드를 안 쓰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거에요. 그런데 (책임간호사는) 후배들 챙기는 역할은 있지만, (책임간호사가 소지한) 법인카드는 없잖아요.(참여자 3)
주제모음 4. 새로운 교육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받음
참여자는 행정과 관리 업무를 직접 수행할 기회를 얻었고, 그 과정에서 수간호사에게 지지를 받고 배우게 되었다. 또한 병원에서 책임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특히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에 직접 대면 해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관계와 소통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주제 1. 행정과 관리 업무 기회가 주어짐
책임간호사 업무는 일반간호사로 일할 때는 하지 못했던 행정과 관리업무를 하게 되었고, 처음 배우는 업무였으며, 새로 웠다. 일반간호사 때는 무심하게 책임간호사의 업무를 바라보았고, 이제는 그 무심했던 일을 해내야 했다.
인력 조정 업무를 많이 하게 되고요. 의약품 관리라든지, 시설 고장 같은 것도 관리하고, 업무 범위 조율(회의) 하는 것도 들어가게 되고, 물품관리 환경관리 이런 것들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참여자 4)
일부러 수간호사님이 (다른 부서와) 회의할 때 데리고 가세요. (회의 하는걸) 보면 지금 그냥 관찰자로 있는데도 되게 큰 경험 같아요. 의료기기 청구도 되게 복잡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도 (수간호사님이) 일부러 시켜 보시고…(참여자 4)
주제 2. 수간호사에게 지지받으며 성장하는 것을 느낌
참여자들은 수간호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서로의 합을 맞추면서 업무를 해나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 간호사의 지지와 인정을 받으면서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처럼 참여자들이 자신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수간호사님이 항상 절 지지해 주셨어요. 항상 뭘 해도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그러니까 더 신나서 막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참여자 5)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수선생님이 워낙에 서포트(지원)를 잘 해주시는 분이었고, 잘 다독여 주시는 분이어서 너무 좋은 거예요.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다 오케이 해 주셔서 같이 으쌰으쌰 해서 변화되는 걸 보면 정말 뿌듯했던 것 같아요.(참여자 7)
주제 3. 리더십, 코칭, 조직문화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 받음
참여자들은 책임간호사로 임명되면서 일반간호사 때는 받지 못했던 조직관련한 교육을 받게 되었다. 일부 수간호사에게 개별적인 코칭을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교육과 코칭들은 책임 간호사로서 성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저는 (병원에서 해준) 리더십 교육이 좋더라고요. 옛날 선생님들 보면 차지(책임간호사) 선생님이 너무 무서우면 거기(병동이) 되게 경직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교육 해주면서 좀 본인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기회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참여자 7)
(간호사님이) 개별적으로 (코칭) 해주시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그게 (지속해서) 쭉 (코칭의 결과) 이어가는 걸 보고 배웠어요.(참여자 7)
주제 4. 갈등, 문제 상황을 직접 해결하며 관계와 소통의 기술을 배워감
참여자들은 부서에서 발생하는 동료, 환자나 보호자, 의사, 타부서 직원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문제를 마주하게 되고, 이를 직접 해결해야 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갈등과 문제 해결에는 당사자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을 하면서 점점 자신의 이 부분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이럴 때 이런 식의 반응은 하지 말아야지 그런 거 있잖아요. 상처 주는 말 너무 ‘원칙적으로 그게 맞긴 한데 꼭 굳이 그렇게 얘기해야 해야 될까?’ 그런 부분들인 거죠. 의사소통 방법, 부서원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 등 그런(갈등을 해결하는) 경험이 쌓여요(참여자 2)
주제모음 5. 많은 업무와 책임감에 지친 나를 케어하기
참여자는 늘어나는 업무와 책임감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히 드러내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힘들었을 때 동료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면서 위로를 받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하였다.
주제 1. 나도 힘든데 힘들다고 할 수가 없음
직접 간호활동을 지원하고, 부서 내의 환자 안전이나 질향상 활동의 리더가 돼서 후배간호사를 이끌어야 하고, 팀 내의 활동을 해내야 하는 등 많은 업무를 하다보니 점점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를 밖으로 드러낼 수도 없었고,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선배들은 그보다 더 한 것을 다 견디면서 했는데’ 라는 눈초리, (힘들다고 하고 싶어도) 책임간호사라서 ‘왜 몰라? 상황 몰라? 왜 이런 말을 해?’라는 눈치를 보게 되는 거예요.(참여자 3)
주제 2. 칭찬과 인정을 통해 위로받음
참여자들은 과도한 업무에 지치게 되었으나 동료나 후배간 호사들이 도와주기도 하며, 위로의 말을 전해주었다. 실제 칭찬과 인정을 받으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고, 더 힘을 내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저를 믿고 도와주는 간호사들이 있고, 제가 믿을만한 간호사들이 있어요. 제가 다른데 가야지 이러면, '선생님 어디 가시냐고, 선생님은 가실 수 없다' 라고 얘기를 하고 붙잡아요. 저는 이게 진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여기(병동)에서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고 힘을 얻어요.(참여자 5)
주제 3. 나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게 됨
힘든 업무를 참고 그대로 하다 보면 마음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스로 마음을 다 잡기 위하여 책을 읽기도 하고,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하기도 하였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다시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내가 힘들면 일이 다 안 되는 거예요. 모든 게 좀 짜증스럽고 힘드니까 마음을 좀 다독이기 위해서, 아침마다 책들을 조금 읽었어요.(참여자 10)
마음을 비우는 트레이닝을 엄청나게 했어요. 텐션은 적절히 유지하면서, 스스로 버리는 과정들을 잘 해야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고 다시 ‘난 이거 해결할 수 있어’하고 나서서 해 볼 수 있어요.(참여자 1)
범주 3. 나만의 책임간호사 역할을 만들어 냄
본 범주는 참여자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책임간호사 역할을 찾아가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부서에서 제일가는 간호 전문가’, ‘부서원들 간 소통을 돕고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 ‘부서를 책임지는 리더가 됨’의 3 주제모음으로 구성되었다.
주제모음 1. 부서에서 제일가는 간호 전문가
참여자는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부서 내 최고 수준의 간호 전문가로서 직접 간호와 프로세스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부서원들이 놓친 부분을 보완하며, 부서의 모든 업무에서 기준이 되는 간호 전문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주제 1. 부서원들의 빈틈을 메꾸어 가는 만능 일꾼이 됨
동료 간호사, 후배나 신규간호사와 일하다 보면 언제나 간호의 빈틈이 생기게 되고, 책임간호사의 위치에서는 그 빈틈이 잘 보였다. 모든 일에 책임을 느끼는 참여자들은 상황을 직접 메우기도 하고,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내면서 부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전문가가 되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환자를 진짜 풀(full, 모두)로 파악해서 (중간에) 메꿔야 될 것 같고 그래야지 환자가 안전하고 문제가 안 생길 것 같고, 언제든지 어떤 상황에든 끼어 들어서 제가 수습해야 된다는 생각이 계속 있는 것 같아요.(참여자 8)
누구 하나가 빠지거나 누가 개인적인 업무로 인해서 (일을) 못 할 때도 제가 그 역할을 다 대체해 줄 수 있으니까, 제가 조율을 해서 함께할 수 있는 것 같아요.(참여자 11)
주제 2. 부서의 모든 업무에서 기준이 되어 감
부서에서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절차도 있고, 부서원의 생각을 하나로 모아서 전달할 일들이 많았다. 그런 일들에 대해서 프로세스를 결정하고, 의견을 취합하여 간호부로 보내야 하는 일에는 책임간호사가 결정하거나, 취합하여 하나의 의견으로 전달할 때 나의 결정이 기준이 될 때가 많았으며, 부서의 구성원들은 이들을 잘 따라주었다.
우리 부서의 프로세스나 우리(의) 복지 이런 것 관련해서 누군가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구성원들도 (나의) 결정을 인정해주고, 동의하고 같이 따라주고요.(참여자 9)
주제모음 2. 부서원들 간 소통을 돕고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의미있고 중요한 일
참여자들은 부서원들에게 자신이 친밀하고 접근하기 쉬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로 인해 부서원들이 서로 말하기 어려운 일들을 자신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했으며, 서로가 불편한 당사자 간을 연결하면서 부서 내 소통을 돕고 갈등을 조율하는 것이 책임간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느꼈다.
주제 1. 서로 말하기 어려운 일은 나를 통해 전달됨
부서에서는 여러 명의 간호사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표현하고, 수간호사의 결정을 부서의 간호사에게 전달할 때도 많았다. 쉬운 일들이 아닌 경우가 많았으며, 이럴 때는 내가 양쪽의 의견의 전달 통로가 되었다.
수간호사님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것들을 좀 순화시켜서 수간호사한테 (전달하고) 대변자 역할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중략). 사실 수간호사님이 저를 통해서 이런 것들을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의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었죠.(참여자 5)
간호사들은 서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조무사님들은 오히려 나이가 있으시니까 젊은 간호사들한테 얘기하기 어려워서 오히려 저한테 이야기를 하시면 제가 중간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요(참여자 8)
주제 2. 모두의 연결고리가 되어 부서의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
참여자들은 부서내의 수간호사, 일반간호사, 조무원들과의 관계에서 윤활제 역할을 하면서 부서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서로의 입장을 양쪽에게 이해시키고, 꼭 지켜야 하는 환자안전의 원칙이 있다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설득을 하기도 하였다.
후배들이랑 어떤 연결고리가 제대로 형성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엄마, 그리고 수간호사님은 아빠 이렇게 비유를 하더라고요.(참여자 3)
예전과 달리 지금은 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양쪽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해결해주고, 불편하면 편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해 주고, 그런데 이 원칙은 불편하더라도 꼭 지켜야 하는게 있으면 그건 또 잘 (이해시켜서) 끌고 가고.(참여자 7)
주제모음 3. 부서를 책임지는 리더가 됨
참여자는 책임간호사로서 부서의 리더 역할을 맡게 되면서, 부서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큰 책임감을 느꼈다. 참여자들은 부서 간호사를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인식하였다. 또한, 주어진 문제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리더로서 솔선 수범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주제 1. 간호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육성하기 위해 노력함
참여자들은 책임간호사의 역할에서 일반간호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일반간호사마다 어떤 방법으로 성장하게 할까를 고민하면서 간호사들에게 성장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고, 간호사 개개인에게 리더 트레이닝이나, 부서 활동 참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정말 그들(동료 간호사)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린 좀 더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동기부여를 많이 시켜 주려고 했었던 것 같고…(참여자 3)
주제 2. 어려운 문제가 주어져도 리더로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됨
책임간호사는 일상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도 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게 되었다. 간호부의 정책이나 수간호사의 지시가 가끔은 일반간호사가 실행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현장에서 실행이 될 수 있도록 양쪽의 입장을 고려하고, 일반간호사의 입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해낼 수 있게 의견을 제시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면서 일을 완수하려고 노력 하였다.
병원의 매니져분(수간호사나 팀장)은 원칙이라서 준수해야 한다고 하실 때, 맞는 말이지만 실제 간호사님들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중략) 그래도 우리가 가야는 방향이 이거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며 해결해 가죠. 그런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참여자 10)
업무를 하는 순간의 일뿐만 아니라, 업무 이후에 일도 책임을 가지고 수간호사님에게 보고도 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해보고, 하던 업무가 아니더라도 환자안전 관련된 일이라든지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든지 이런 거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해결하게 돼요.(참여자 9)
범주 4. 순환보직을 마치고 돌아가는 복잡한 마음
본 범주는 참여자가 보직연한인 2년, 또는 3년의 책임간호사의 임기를 마치고 원래 일반 간호사의 자리로 돌아갈 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다. ‘책임감에서 벗어난 해방감’, ‘다 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아쉬운 마음’의 두 가지 주제모음으로 구성되었다.
주제모음 1. 책임감에서 벗어난 해방감
참여자는 순환보직인 책임간호사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책임감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꼈다. 그후 마음도 편해지고 그동안 몰입했던 업무에서 벗어나서 가정에 충실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발자취를 이어갈 후임자를 응원하며 본인의 의무를 내려놓았다.
주제 1. 일반간호사로 돌아와 찾게 된 일과 삶의 균형
책임간호사 임기를 마치고 나니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나니 후련한 마음이 들었고, 일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무너졌던 자신의 워라밸을 지킬 수 있었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 일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를 돌보는 일반간호사의 업무도 그동안 하지 못해서 고대했던 부분이었다.
순환보직을 잘 마치고 나서 정말 속이 편했어요. 끝나고 나니 일이 진짜 많이 줄어들어서 이제 워라밸이 (지켜 지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어요.(참여자 1)
저는 애들도 있고 가정도 있는데 책임간호사가 되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가 좀 힘들 때가 있었어요. 액 팅(직접 간호)을 좀 하고 싶기도 해요.(참여자 4)
주제 2. 후임자에게 보내는 나의 응원
참여자들은 전임자가 되었다. 자신이 책임간호사를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후임자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처 럼 책임간호사로서 잘 해내기를 기대하면서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간호사들이 (새로운) 책임간호사 눈치도 보면서, 내 눈치도 보는 것 같았어요. 자리의 어려움을 알다 보니 내 후 임자가 오면 적어도 그 사람이 하는 방향에서 큰 도움을 안 돼도 응원해 주고 딴지를 걸지 말아야지 했었어요. CN (책임간호사)을 하고 내려온 사람들이 (후임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거든요.(참여자 6)
주제모음 2.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아쉬운 마음
참여자는 책임간호사로서 성장한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데에서 오는 허무함과,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주제 1. 많이 배우고 성장하였으나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허무함
참여자들은 책임간호사로 그동안 자신이 많이 성장했는데 보직이 일반간호사로 바뀌자 서운하고 아쉬었으며, 그 마음은 병원이 자신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확대되기도 하였다.
2년(이나) 3년제 책임간호사(를) 하고 (일반 간호사로) 바뀌면서, 사실 존중을 받는다, 인정해 준다는 느낌보다 는 하나의 소모품 같이 느껴지는 것도 있어요.(참여자 6)
주제 2.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책임간호사로서 자신이 추진했던 업무가 보직이 끝나면서 완료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그동안 진행한 업무가 자신이 책임간호사가 아니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 같은 안타까움이 생겼다.
제가 이렇게 변화를 했는데, 이게 (자신의 성장한 모습이) 지속이 안 되고, 결국 저는 (임기가 마치면) 그만둘 사 람이니까 이게 지속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아쉬움이 있어요.(참여자 7)
범주 5. 다음 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이뤄 냄
본 범주는 참여자가 책임간호사로서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멀리 뛰기 위해 한발 물러서는 마음으로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간호 전문가이자 리더라는 양 날개를 부착함’, ‘새롭게 성장할 나의 미래를 꿈꾸어 봄’의 두 가지 주제모음으로 구성되었다.
주제모음 1. 간호 전문가이자 리더라는 양 날개를 부착함
참여자는 간호 전문가이자 리더로서의 경험을 통해 환자 간호와 병원 행정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넓은 시각을 갖추게 되었으며, 개인적으로 성장했고, 병동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주제 1. 환자 간호와 병원 행정에 대한 시야가 함께 넓어짐
참여자들은 일반간호사로 다시 돌아와서 간호업무를 하다 보니 책임간호사의 경험을 통해 이전에 일반간호사일 때보다 휠씬 폭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고, 이런 부분에서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업무에 대한 부분들도 많이 배우게 되고, 행정처리 관련된 업무들도 많이 배우게 되고, 또 사람들에 대한 관계도 많이 성장을 시키게 되고, 의사소통 기술도 많이 키우게 되고, 그러다가 팀으로 돌아가서 환자를 보게 되었을 때, 조금 더 다른 시각을 가지고 환자를 보게 되었죠.(참여자 1)
예전엔 내 앞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보고 프로세스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고민하고, 좀 더 책임감이나 주인 의식 이런 게 생긴 것 같아요.(참여자 9)
주제 2. 나의 부서 영향력이 커지게 됨
참여자들은 일반간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동료나 후배들이 매일 발생하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다. 책임간호사로서 업무를 하면서 키워온 실력이 부서 간호사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느낌과 함께 부서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서에서 인정과 지지를 얻게 된 것 같아요. 저희 부서에서 모든 걸 저한테 물어보기는 해요. 뭐든지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참여자 4)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보통 내 기준에 맞게 했었는데,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부서 전체에 좀 영향을 끼칠 걸 생각해서 행동하게 돼요.(참여자 2)
주제모음 2. 새롭게 성장할 나의 미래를 꿈꾸어 봄
참여자는 임기를 마친 후 새로운 단계로 성장할 준비가 된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면서, 간호와 간호사 전반에 관해 자신의 역할을 그려보고, 향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미래의 자신의 역할을 향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
주제 1. 성장의 기회를 통해 개인의 그릇이 커짐
책임간호사를 하면서 전체적인 시각에서 간호사, 의사, 타 부서와 함께 소통하면서 일했던 경험은 나무만 바라보았던 자신이 숲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느껴졌다. 자신의 역량이나 시각이 커지고, 전문직 간호사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책임간호사를 하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게 되고, 수간호사님과 소통하거나 다른 의료진들과 소통하면서 (중략) 전체적 업무의 흐름이라든지 이런게 보인다고 해야 될까요?(참여자 6)
예전엔 ‘우리 병동만 잘하면 되지’ 하고 다른 병동은 별로 신경 안 쓰고 우리랑 관계없는 사람들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일하는 내 동료가 모두 다 동료라는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다 같이 돕고 서로서로 해야 한다 이런 마음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참여자 10)
주제 2. 언젠가는 이루어 질 것 같은 나의 미래 모습을 그려 봄
책임간호사로서 부서를 책임졌던 경험, 수간호사와 긴밀하게 소통했던 경험, 부서를 대표하여 위원회 활동을 했던 일들은 미래의 간호리더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으며, 미래의 자신을 리더로서 시물레이션 해보았다.
내가 나중에 어떤 리더가 될 때는 어떤 모습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오케스트라로 치면 지휘자 같은 역할이어야 할 것 같아요. 리더는 쉬운 게 아닌 것 같지만, 분명히 어느 정도는 알아가는 것 같은 것 같으니까 그걸 잘 (적용)하면 정말 좋은 리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봐요.(참여자 5)
어쨌든 (임기 종료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경험하고 나면, 그 이후에 또 어떻게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어떤 걸 제가 더 노력하고 공부해야 할 지 이런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참여자 9)
논 의
본 연구는 상급종합병원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그 경험의 본질과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현상학적 연구이다. 본 연구결과, 상급종합병원 순환 보직제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은 ‘책임간호사로서 첫 걸음을 내딛음’, ‘책임간호사의 무게를 견디기’, ‘나만의 책임간호사 역할을 만들어 냄’, ‘순환보직을 마치고 돌아가는 복잡한 마음’, ‘다음 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이뤄냄’의 5개 범주로 나타났다.
첫 번째 범주인 ‘책임간호사로서 첫 걸음을 내딛음’에서는 책임간호사를 임명할 때 참여자들이 당면하게 된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책임간호사의 보직을 받았을 때는 자신의 노력을 병원에서 인정받았다고 느끼며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업무를 더 몰입해서 하게 되었다. 처음 역할을 맡게 된 대부분의 참여자가 임명 시점에 책임간호사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표현하였다. 이는 보직이 승진처럼 인정 받았음을 의미하며[22], 일반간호사에서 책임간호사로의 역할 변화의 과정은 잘 해내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동반되었다. 능숙한 역할인 일반간호사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책임간호사라는 역할에 대해서 모호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역할 모호성, 역할 부담은 개인이 경험하는 역할 스트레스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므로[23], 책임간호사 임명 초기에 변화된 역할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 및 불편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발생할 수 있는 감정임을 알 수 있었다. 병원이나 간호부 차원에서는 대상자의 불편함과 노력을 인정하고 지지하며, 열망과 동기를 스스로 발견하고 강화함으로써, 임명 초기 직무 변화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직무 순환 가운데에서도 직무 만족도와 재직의도를 높이고 조직에 대한 헌신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24,25].
두 번째 범주인 ‘책임간호사의 무게를 견디기’에는 참여자들이 책임간호사 역할을 수행하며 겪는 어려움과 고난들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선행된 연구에서 책임간호사는 적절한 환자 배정 및 인력 확보, 자원의 배분과 같은 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효과적인 팀워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있으며, 팀원 간호사들이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치료를 직접 제공하며 팀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하였다[26,27]. 이는 본 연구에서 책임간호사로 임명 을 받은 뒤 직접간호와 행정업무를 병행하게 된 참여자가 부서의 모든 사람과 일에 관여하게 된 현상으로 나타난다. 참여자들은 이 과정에서 늘어난 업무량이 부담이 된다고 하였으나 부담을 느끼는 업무가 서로 동일하지는 않았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책임간호사 역할에 대해 각기 다른 정의와 업무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수간호사와 팀원들 역시 책임간호사에게 서로 다른 역할 기대를 요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국내 병원마다 적합한 책임간호사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역할의 모호성을 줄여 책임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Admi와 Moshe [28]는 책임간호사가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권한과 책임간의 갈등, 환자-간호사 간의 상호작용, 자원부족, 관리적 의사결정, 역할 갈등, 과부하’의 6가지 스트레스 수준이 유의하게 높아진다고 하였다. 책임간호사의 국내 연구결과는 거의 없어서 이를 책임간호사와 비슷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국내 종합병원 수간호사와 비교해 볼 때 수간호사는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심리ㆍ정서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나 체면, 다른 사람의 기대, 자신에게 부과된 책임감 때문에 본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거짓 평온을 가장하고 있다고 함과 같이[29], 본 연구에서도 참여자들이 늘어난 책임감과 일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직무 스트레스를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절되지 않는 과도한 직무 스트레스는 신체증상, 인지 및 정서적 증상[30]으로 이어질 수 있고, 책임간호사의 업무 특성상 환자와 동료 직원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간호사의 직무 적응 및 스트레스 대처를 위한 병원의 지지체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본 연구에서는 수간호사와 전임 책임간호사가 그 기능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책임간호사로서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임상 전문가로서의 능력 외에도 비판적 사고, 조직 관리, 대인 관계 능력이라는 역량이 요구[31]되기 때문에 책임간호사 임명에 앞서 해당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제공하여 성공적으로 직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행정 및 관리 업무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리더십, 코칭, 조직문화 관련 교육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범주인 ‘나만의 책임간호사 역할을 만들어 냄’에서는 팀을 이끌기 위한 참여자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전보다 책임간호사의 역할과 책임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확대되고 있으며, 이들의 리더십 행동은 환자와 직원의 안전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32]. 이러한 상황에서 책임간호사는 간호 전문가이자 리더로서 업무의 빈틈을 메우고, 팀원 간의 소통을 돕고,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업무를 도전으로 여기고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볼 수 있다. 참여자들은 이 시기에 자신의 자기효능감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책임간호사가 새로운 관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뿐 아니라 인정과 칭찬과 같은 긍정적 피드백이 이뤄지는 조직문화가 절실하다.
네 번째 범주인 ‘순환보직을 마치고 돌아가는 복잡한 마음’ 은 책임간호사 임기 종료 후 직무에 재적응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복잡한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2년 내외의 짧은 기간에 일반 간호사에서 책임간호사로, 또 책임간호사에서 일반 간호사로의 직무 순환을 경험하였다. 직무 순환의 긍정적인 기능으로는 반복된 업무의 지루함 감소, 업무 스트레스 완화, 혁신 증대, 생산성 향상, 이직률 감소 등이 있다[33-35]. 그러나 짧은 직무 순환은 직원에게 반드시 긍정적 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며[10], Ortefa [36]는 직무 순환 횟수가 많을수록 직원의 재직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직무 순환과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는 제도 자체의 한계보 다는 경험이 풍부한 직원이 새로운 유형의 업무를 배우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중요하다[37]. 이에 책임간호사 임기 종료 후 직무 재적응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이후 직무 만족과 직무 헌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38]. 따라서 책임간호사 역할 경험이 간호사의 경력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임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개인의 경력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환자간호, 응대, 환자안전에 대한 노하우가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신의 역량을 실현하고 사용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섯 번째 범주인 ‘다음 단계로 도약할 준비를 이뤄냄’은 책임간호사 역할 경험에 대한 의미를 잘 보여준다. 참여자 모두가 꼭 한번은 해 봐야 하는 경험이고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역할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책임간호사 역할 이후 전문가이자 리더로서 성장한 참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임상간호사로서 자신의 진료과인 특정 전문 분야 외에는 잘 알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간호사를 역임하면서 환자안전, 문제해결,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관리자의 역할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상사인 수간호사와 팀원인 일반간호사 사이에서 소통의 채널로 작용하면서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책임간호사의 순환보직 과정을 통하여 전문가의 함정을 극복하고 더 넓어진 시야로 병원 환경 전체를 바라 볼 수 있는 간호리더십을 갖추게 된다[15]. 즉 책임간호사의 순환보직은 간호계의 리더를 양성하고 훈련하는 의미 있는 경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국내 책임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처음으로 시도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책임간호사는 공식적인 직위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 전통적인 직책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책임간호사의 역할과 운영 방식은 병원 마다 상이하며, 일반 간호사와 수간호사 승진 사이의 중간 단계로 한 명이 지속적으로 해당 책임간호사 업무를 수행하거나 일정 자격을 갖춘 일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순환 보직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본 연구는 간호사의 리더십 개발을 위하여 일정 기간 동안 순환보직으로 운영되는 상급종합병원의 책임간호사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은 새로운 역할을 시작하고 수행하며 리더로서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임간호사는 단순히 행정적 ‧ 관리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부서의 핵심 리더로서 업무와 구성원 간 조율, 구성원의 육성, 문제 해결, 소통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역할 수행 과정에서 나타난 도전과 성취는 개인의 전문성 향상뿐 아니라 조직의 운영 효율성과 협력적 조직문화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참여자들 모두가 이 역할이 도전적이고 힘든 과정이지만 반드시 한번은 경험해 봐야 하는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특히 책임간호사의 역할이 단순히 간호단위 내 직접 간호 업무 지원을 넘어 환자 안전, 성과 창출, 조직문화 구축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점이 본 연구의 중요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 직위에서 장기간 근무할 때 생기는 매너리즘을 줄이고, 여러 명의 간호사에게 책임간호사라는 관리자의 리더십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간호조직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간호사로 다시 돌아갈 때 느껴지는 감정적인 상처를 줄이고 책임간호사의 직무의 연결성을 위해서 인수인계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일반간호사로 돌아간 책임간호사에게는 간호부의 정책 task force (TF)팀이나 위원회 활동에 참석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개발된 능력이 조직 내에서 활용되고, 책임간호사를 역임했던 사람으로 이에 합당한 역할을 부여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새롭게 책임간호사가 될 수 있는 경력간호사들을 미리 간호부 차세대 리더 그룹으로 선정하여 행정업무,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여 책임간호사 역할을 준비할 수 있는 간호부의 리더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 제도가 운영되는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기존 순환보직제가 아닌 병원의 책임간호사의 경험과는 다를 수 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책임간호사의 환경과 운영 방법의 특성이 다른 병원의 책임간호사 경험과는 다를 수 있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상급종합병원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의 역할 경험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파악하고, 어떤 현상이 있었는지를 탐구하기 위한 현상학적 연구이다.
순환보직으로 책임간호사로 임명되어 부서를 책임지는 중간관리자로서 고군분투하면서 처음해보는 역할의 부담을 견디어 내면서 부서의 정책과 환자안전활동을 이끌고, 부서원의 연결고리가 되어 갈등을 해결하고 부서원의 뜻을 모으는 책임 간호사의 역할은 간호리더로서 성장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성공적인 보직기한을 마친 후 일반간호사로의 복귀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점점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동기를 부여받아 노력하는 현상을 밝혀서 간호리더십의 개발과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임간호사는 간호리더십의 파이프라인이므로 최전선 관리자로서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책임간호사를 역임했던 간호사에게 정책위원회 등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간호리더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순환보직제 책임간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경험이므로, 다양한 형태의 병원에서의 연구를 제언한다.
둘째, 본 연구는 수간호사 이상 직책의 보직자를 제외한 제한적인 경험이므로, 경험의 확장을 위하여 수간호사 이상 직책 보직자의 책임간호사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를 제언한다.
셋째, 책임간호사의 업무를 지속 발전시키기 위하여, 책임 간호사 제도 및 업무에 대한 양적연구를 제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