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개인의 사적담론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서 정상가족 신화는 해체되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률혼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양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보고 그 이외의 가족은 모두 결핍과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정상가족 신화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1]. 비정상가족이라는 사회적 평가에 의해 주변부에 위치 지워진 가족 유형 중 하나가 미혼모 가족이다[3,4].
과거 미혼 임산부는 보호시설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자녀는 입양 또는 아동 양육시설에 보호 의뢰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자 일반적 과정이었다[1,4]. 2000년대 이후 입양특례법이 개정 되면서 입양, 시설 보호를 지양하고 친모에 의한 양육을 우선시 하는 정책기조의 변화로 사회 서비스 또한 확대되어졌다[1-4]. 이에 다양한 가족 형태의 증가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1,5-9] 등으로 과거에 비해 양육을 결정하는 미혼모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10,11].
이에 정부는 입양에서 자녀 양육지원과 자립으로 전환하면서 시설 서비스도 산전 ‧ 후 보호 지원기관에서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사업기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1,5] 현재 한부모 가족지원법에 의거하여 양육미혼모를 대상으로 미혼모부자 거점기관과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에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5].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부모가족지원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실제 미혼모가족복지시설에 입소 가능한 인원은 증원되지 않았다[13]. 이러한 변화로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12].
기존의 미혼모 자립에 관련된 연구는 주로 미혼모의 자립과 사회적응에 필요한 지원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1,7,9,13], 미혼모 자립 과정과 경험에 관한 연구[1,3,16,17,20,22,23], 자립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17-20,22]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미혼모의 자립과 사회적응에 필요한 지원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는 심리 정서적 지원, 상담 프로그램, 직업훈련, 취업 프로그램 등을 다루고 있다[1,7,9,13]. 미혼모의 자립은 시설 퇴소 이후에 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사적 지원망과 사회적응 방안을 제안하였다[1,10]. 지역사회차원의 지지는 지역사회 적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관계형성에 중요성을 강조한[12]에 따르면 우울과 좌절감[1-15]을 극복하고 경험하면서 정서적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기존 연구들은 미혼모의 심리 정서적 지원과 프로 그램에 관한 연구는 미혼모의 심리적 지원은 지역사회로의 적응에 중요한 개입방법으로 밝혀졌다[16].
둘째, 미혼모의 자립 과정과 경험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질적연구로 이루어졌으며 사회적 지원체계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는 자립에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17-19]. 이와 함께 미혼모의 자립 과정에 자립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지원체계 [18,20]이었으며 그들에게 시설 퇴소 이후의 어려움과 현실적 지원의 부재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21]. Jung등[22] 은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자 1,013명을 대상으로 한부모가 족복지시설 입소 후 변화를 기본생활, 경제생활, 주거생활, 자녀양육, 심리적 상황, 사회적 지지망으로 구분하고 설문조사와 심층면담을 통하여 자립과 안정적인 자녀 양육을 위한 방안으로 시설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한 자립을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일정 기간 생계지원을 하거나 시설 거주기간 연장을 주장하였다[22]. 이들의 연구[22]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을 통해 자립을 준비하고 심리 정서적으로 회복했으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원활한 경제적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참여자들은 일시지원시설과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에서의 자립 준비 경험이 혼용되어 있으며 이는 연구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셋째, 미혼모의 자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회적 요인에서 편견이나 시선에 대한 도움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12] 가족 ‧ 지역사회 요인에서는 원가족과의 관계[3], 실무자 지지[16], 자립 의지[16,20] 등이 자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입소 중인 미혼모 117명을 대상으로 자립의지와 사회적 지지와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사회적 지지 요인 중 자아존중감, 심리적 지지는 자립 의지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18]이는 시설 입소자들의 지속적인 심리 정서적 지원 연계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으나 부족한 실정이며 지역사회거주 미혼모의 경우에는 시설 입소 미혼모에 비해 초기 지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시설 퇴소 이후에는 예산이 배정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18] 지금까지 기술한 바와 같이 국내 연구에서는 미혼모의 자립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하지만 기존 선행 연구에서는 자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12,19-23]과 자립과정을 살펴보았지만[17,22] 자립은 영향요인과 과정뿐만 아니라 미혼모들의 삶에 대한 자립 전략이 중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자립을 이루어나가는 구체적인 전략과 상호작용을 살펴 보고자 한다.
질적연구방법 중 Yin [24]의 사례연구방법은 특정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맥락 내에서 복합적인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단순한 원인-결과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례를 통해 어떤 과정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본 연구는 Yin [24]의 질적 사례연구방법을 적용하여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을 퇴소하고 현재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미혼모의 자립 경험을 탐색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는 출산 전 ‧ 후 시기에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입소 하였으며, 퇴소 후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미혼모의 자립 경험을 탐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에 본 연구의 질문은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에서 퇴소한 미혼모의 자립 경험은 어떠한가?” 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출산 전 ‧ 후 시기에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서 입소하였으며 현재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미혼모 6명의 자립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탐색하기 위해 일대일심층면담을 수행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Yin [24]의 사례연구방법을 활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자의 준비
연구자는 대학원 과정에서 질적연구방법론을 수강하였으며 미혼모부자 가족을 대상으로 다수의 질적연구를 수행하였으며 학회지에 게재하였다. 그리고 학술대회, 세미나에 참석하여 질적연구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뿐만 아니라 연구자는 본 연구 게시부터 연구 종료까지 질적연구 수행경험이 풍부한 박사급 연구자 2명과 미혼모의 출산부터 양육, 자립 지원 경험을 가진 사회복지사 1명, 미혼모 ‧ 부자 거점 기관에 종사하는 통합사례관리자 2명에게 자문을 요청했으며 수정‧보완 과정을 반복하여 연구 능력을 향상시켜 왔다.
3. 연구참여자 모집과 선정
연구자는 본 연구의 참여자인 ‘미혼모’처럼 대상이 특수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경우 임상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연구참 여자를 의뢰하는 세평적 사례선택방법(Reputational Case Selection)을 활용하였다[22]. 미혼모지원 단체 활동가, 미혼모부자 거점기관 통합사례관리자에게 연구목적, 연구 과정 등 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연구참여자 모집 공고문 게시를 요청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참여자 선정기준에 해당하며 연구자에게 자발적으로 연구참여 의사를 전달한 미혼모는 4명 이었다. 동시에 Patton [25]이 제안한 눈덩이 표집방법(snow sampling)을 활용하여 미혼모 4명으로부터 3명의 미혼모를 소개받았다.
연구참여자 선정기준은 연구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유용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므로 기준 표집(criterion sampling)방법으로 정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부모가족지원법(제4조) 라항 규정에 해당되는 경우, 둘째, 미혼여성으로서 한부모가족복지시설(2차 시설)에 입소했으며 퇴소 후 현재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셋째, 현재까지 자립경험에 대한 구술(story telling)이 가능한 경우이다.
본 연구참여자 선정에 제한되는 기준은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중에 일시지원복지시설에서 거주한 경우에는 자녀 양육과 자립 경험을 구술할 수 없으므로 연구참여자 기준에서 제외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 모집과 선정기간은 2022년 10월 31일부터 2023년 3월 25일까지였으며 연구참여 의사를 철회한 1명을 제외한 6명의 미혼모들이 최종 연구에 참여하였다. 연구참여자의 기본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와 비밀보장을 위해 단순화하였으며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Table 1).
4.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 후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미혼모들과의 일대일심층면담으로 수집되었다. 자료수집기간은 2022년 12월 5일부터 2023년 8월 30일까지였다. 연구자는 연구 수행 전 연구참여 의사를 전달한 미혼모를 개별적으로 만났으며 연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였다. 먼저, 일대일심층면담 시 구술되는 내용은 한부모가족복 지시설 입소 전부터 퇴소 이후 경험은 모두 녹음되며 24시간 내에 문서본으로 전사된다는 사항을 고지하였다. 연구참여 동의서에 자필 서명을 획득한 다음 일대일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일대일 심층면담은 연구참여자 1인당 최소 3회에서 최대 4회, 평균 90분이 소요되었으며, 장소는 연구참여자의 거주지 또는 거주지 주변 카페에서 진행하였다.
5. 윤리적 고려
연구자는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해당 연구의 심사를 의뢰했고 수정‧보완 과정에 따라 2022년 3월 22일(P01-2022-039-001) 최종 승인을 받은 다음, 연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윤리적 문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고려하여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 주제, 연구목적, 연구 과정 등이 작성된 연구참여 동의서에 내용을 설명한 후에 자필 서명 동의서에 자필 서명을 받았다. 연구참여를 중단할 경우 언제든지 중단 가능함을 밝혔다. 모든 연구결과는 비밀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며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가명 또는 부호화 처리하였다.
6. 자료분석
자료분석은 연구 디자인 중 Yin [24]의 분석틀을 활용하여 설명전략으로 분석하였다. 자료분석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자는 연구참여자 6명의 음성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연구참여자 1인당 5회씩 문서화된 면담 자료를 정독한 다음, 연구참여자 6명의 사례 내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한부모가족복지시설 경험부터 퇴소 후 지역사회 거주와 적응, 자립 경험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연구자가 일대일 심층면담 당시 놓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연구참여자에게 연락하여 추가 질문을 하여 보완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 이후 자립경험과 관련된 구술에서 ‘거주환경에 관한 경험’, ‘자립의 계기’, ‘자립 전략’, ‘자립지지 요인’, ‘자립저해 요인’에 대한 내용을 분절한 다음 각각의 주제를 명명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개별 사례에서 도출된 사례들을 사례 간 분석을 수행하여 유사성과 공통성 차원에서 정리하였고 해당 범주별로 공통 주제를 도출하여 기술하였다.
7. 연구의 엄격성 제고전략
본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평가기준에 따라 엄격성을 제고하였다.
첫째, 전이가능성(transferability)을 높이기 위하여 미혼모들의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 후 자립 경험이 다양하게 제시되도록 하였으며, 맥락에 대한 적합성을 확인하였다.
둘째, Lincoln, Lynham과 Guba [26]의 제안에 따라 미혼모 당사자 2명과 미혼모부자거점기관 사례관리자 2명으로 동료 지지집단을 구성하여 분석결과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러한 내용은 연구참여자들에게 동의를 구했으며, 이를 통해 연구의 신빙성(credibility)을 확보하였다.
셋째, 연구자는 연구참여자 6명의 일대일심층면담을 종료한 후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후, 연구참여자들에게 최소 2회, 최대 3회씩 연구결과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다음은 연구참여자의 구술(story telling)과 연구자의 분석결과가 일치하는지 교차검증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감사가능성(dependability)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연구자는 확인가능성(confirmability)을 높이기 위하여 연구자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는 괄호치기(bracketing)를 하였다. 연구결과에 해석과 자료분석 과정에서 발생되는 오류를 최소하기 위해 미혼모부자거점기관 통합사례관리자 2명과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박사급 교수 1명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연 구 결 과
자료분석 결과 연구참여자 6명의 개별사례에서 613개의 분석 주제를 도출하였으며, 중복되거나 연구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을 삭제한 다음, 45개의 주제로 축약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자립 경험의 공통성, 유사성으로 분류하였으며 11개의 범주와 5개의 분석단위를 구성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Table 2).
1. 한부모가족복지시설 거주 경험
범주 1. 마지막으로 기댈 곳
시설은 연구참여자들에게 한시적으로 거주하다가 퇴소해야 하는 공간을 넘어선 최후의 의지처였다. 때로는 출산 전 ‧ 후 시기에 근처 입소 시설을 찾지 못하거나 시설 입소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양육보다는 입양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노력을 했던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시설 입소 대기 기간 동안 긴급생계지원을 연계해주며 자녀와의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유일한 기관이었다.
저도 미혼모라고 그랬는데 근처에 시설이 없어서(중략) TO가 없다고 하길레 거의 매일 전화했어요. **(지역명)에 있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명)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연구참여자 4)
배는 불러오는데 남자(자녀 친생부)는 연락 안 된지 오래되었고 부모님하고는 남처럼 살았거든요. 아는 사람 집에서 신세 짓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중략) 밥은 교회 식당가서 어떻게든 해결은 했는데 추운데 잘 곳이 없어서요. 예배당에서 쪽잠도 자봤어요.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니까 일할 때도 마땅치 않고 (중략) 돈이 없어서 콜렉트 콜 (수신자 부담)로 전화해서 시설 입소된다고 하면 무조건, 아무데나라도 가겠다는 심정으로 전화해서 간 곳이 ### (한부모가족복지시설명)이에요. (중략) 거기에서 일하는 선생님(사회복지사)이 긴급생계지원 연계도 해주고 아기 낳고 비용도 마련해줬으니까 저한테 그 분은 은인이죠. (연구참여자 1)
범주 2. 공동생활에 적응하며 자립 준비
참여자들은 원가족, 자녀 친생부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시설 입소를 결정했다. 낯선 환경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미혼모들은 연령, 학력, 생활 습관, 가치관 등의 다양함으로 인해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동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참여자들은(1, 5) “불편한” 상태에서 때로는 시 설 퇴소를 고민할 때도 있었다. 당시 시설 종사자들은 참여자들과 동일한 경험을 가진 양육미혼모들이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타 사회복지사보다 시설 입소자들 간에 갈등 관계를 중재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현실적인 상황과 시설에서의 조기 적응을 돕는데 영향을 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 었다.
그 때 시설에 있었던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명인가 근무했는데 제가 생활했던 시설에서 생활했던 양육미혼모래요. (중략)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분이였는데 제가 시설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싸우고 그러니까 따로 불러서 상담해주고 (중략) 저희들 눈빛만 봐도 안다는 그런 말 있잖아요. 저는 그 날 이후로 빨리 적응하자 하면서 자립 준비 했던 것 같아요.(연구참여자 5)
2. 자립의 계기
범주 1. 자기 삶을 위한 선택
연구참여자들은 자기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을 했다. 지역사회 내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을 근거는 없을뿐더러 적성에 맞지 않아도 자녀와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이는 자신의 적성이나 미혼모가 되기 전에 근무 조건, 환경 등과 같은 직업 능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불만(참여자 2, 3, 5)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자 4의 표현처럼 “싫어도 좋은 척”하며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일이라면 국민취업제도에 참여하여 구직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거나(참여자 3), 일을 찾는 것이 급선무(참여자 1)라는 각오를 다지며 직업훈련에 참여했다고 한다. 참여자들의 자기 삶을 위한 선택은 경제적 상황이 곧 자립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부족한 시설 지원금이지만 자녀와 함께 할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내가 미혼모가 될 줄 몰랐지만 하긴 누구든 미혼모가 되고 싶었겠어요. 대학교 졸업장? 나름 괜찮다는 직장에 근무한 것도 일을 못하게 되면 눈을 낮춰서 다른 일이라도 해보자 하고 이력서도 내보고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중략) 조건이 좋으면 아이는 뒷전이 되고 최종 면접까지 갔을 때 내 입으로 미혼모라고 밝혔거든요. **(직장명)은 전에 일했던 데처럼 동종업계였고 경력자 뽑는다고 하더니만 불합격시키던데요. 애초에 받아주지도 않았으면 불만이라도 없었을 건데. (중략) 이유는 말 안 해도 아는 것이구요. (중략) 그래서 적성이니 뭐니 따지지 않고 나라에서 하는 국민취업제도 있거든요. 거기에 ***(직업 훈련 과정)하고 자격증 따고 다른 업종에 이력서 내고 그랬어요(연구참여자 5).
**(한부모가족복지 시설명)에 생활지도사가 혹시 모르잖아요 하면서 지원해보라고 했는데 합격시켜줬어요. 돈은 얼마 안 되지만 싫어도 좋은 척 하면서 돈 되는 일을 찾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일을 안 하면 아이 밑에 들어가는 목돈은 어떻게 마련하겠나 싶어서 2년 넘게 다녔어요.(연구참여자 4)
범주 2. 자녀의 양육 환경을 고려한 결단
시설은 단순히 출산 이후에 자녀 양육과 기본생활만 보장되는 곳이 아니라 사회기술 훈련, 자립에 필요한 구직활동이 가능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들은 해당 시설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국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부 참여자는 사회 복지기관에서 운영하는 근로사업에 참여하며 퇴소 준비를 시작했다.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성장하는 자녀에게 보다 나은 양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공동생활가정 거주 기간을 연장하거나(참여자 2, 3) 다른 지역의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거주하면서(참여자 4, 6) 이를 선용하여 주거비용을 마련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그들에게 단독 양육은 외로운 싸움이었으나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배양했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처절했던 혼자만의 싸움”(참여자 5)을 하며 시설 퇴소 후에는 선택의 기로에서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죽어라 일했어요. 담당자한테 언제까지 시설에 있고 싶다고 해도 기간 연장이 3년이면 끝이니까요. 아이는 크는데 시설에서 계속 살 수도 없었고요. (중략) 낮에는 시설에 있는 엄마들하고 **(국가 자격증)도 따고 틈나는 데로 코로나 19때는 앱으로 배달 알바도 나갔어요. (중략) 저희 아이 때문이라도 나는 돈 벌어야 하는거고 (중략) 어린이집에 연장 보육 신청해서 일, 집, 일, 집 그렇게 살았어요. 그냥 돈 되는 일이라고 하면 나쁜 짓 빼고는 다했다고 보시면 되요.(연구참여자 2)
처음에는 출산하고 양육 지원이 되는 시설에 살다가 집을 구하지 못해서 공동생활가정에 가서 (주거) 비용이라도 마련해야겠다싶어서 기간 연장을 했어요. (중략) 저도 그랬지만 거기 살았던 엄마들은 하나같이 하루 빨리 집을 구해서 나가고 싶어 했어요. (중략) 그 이유가 아이가 크면 학군이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LH 아파트라도 감지덕지다, 시설에 살 수밖에 없던 것도 다 돈 때문이다 하면서 (중략) 무조건 돈을 모았어요.(연구참여자 3)
3. 자립 전략
범주 1. 인적자본 강화
연구참여자들은 시설 퇴소 이후 현재까지 구직활동, 이직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녀와 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경제적 자립은 근로조건과 연계되고 다른 직업군보다 상대적으로 자녀 양육과 근무 시간이 유연한 직종으로 이직을 원하거나 일부 참여자는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참여자 2와 5는 공동생활가정에 거주 하면서 기간 연장을 했고 학사취득을 하며 “적어도 평균 학력” 은 만들어야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당시 절박했던 순간을 상기하며 시설 생활을 참고 견뎠다고 했다.
적어도 평균 학력은 만들자 싶어서 시작한 공부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야 어디 이력서라도 내지(중략) 아이 키우면서 검정고시 공부도 하고 한 때는 남들이 말하는 스카이 대학을 가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한부모 전형으로 입학해서 대학교도 다녀보고 졸업장도 받았어요.(연구참여자 2)
시설에서 계속 살 수는 없으니까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전공하고 유사한 ***(공무원 직렬) 시험을 쳐 보자고 해서 *번 응시했어요. (중략) 시설 들어오기 전에 일해보기도 했고 일마치고 와서 아이 재워놓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어요.(연구참여자 5)
범주 2. 자립 자금 확보를 위한 자기 절제
자녀 출산 전 ‧ 후 시기에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지지처(참여자 1), 보금자리(참여자 5)였지만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 이후의 경험은 자기 절제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청소년 미혼모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는 시설 입소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돈이 생길 때마다 저축을 한다고 구술했다. 참여자들은 시설에 입소해서 시설 지원 금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참여자 2)이기보다는 경제적 자립을 통해 주체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발판 마련이 중 요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마다 자립지원금은 차이가 있으며 부족한 자립지원금과 퇴소 전까지 모았던 금액으로 지역사회 거주를 꿈꿨으나 “차가운 현실” 앞에서 주저앉을 때도 있었다. 참여자들은 좁은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주거비를 충당했고 불필요한 정보나 소비는 모두 차단한 상태에서 자녀 양육과 직업 활동을 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다. 퇴소 후, 현재까지 동일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참여자 2와 4는 추가수당을 받기 위해 주말과 당직 근무를 자처하거나 “제대로 된 자립”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목표 금액에 도달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또 다른 연구참여자들은 투잡에서 많게는 요일별, 시간대별로 나누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에게 투잡(참여자 1, 2, 5), 시간제 아르바이트(참여자 3, 4, 6)의 의미는 타인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지 없는 자녀 양육을 해야만 했고 직업 활동을 병행하는 동시에 홀로 설 수 있는 힘이 되는 기반이 되었다.
시설에 살았던 엄마들은 자립지원금을 주거든요. 그냥 주는 건 아니고요. 그것 가지고는 나가서 못 살구요. (중략) 저는 자립지원금하고 *백 정도 보태니까 #백에서 #백 되는데 대출 조금 받고 웬만하면 사람 안 만나고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 빼고 생활비 최소한으로 하고 나머지는 저금 하고 돈 되는 정보 말고는 다 차단했어요.(연구참여자 6)
일자리가 곧 돈이잖아요. 물론 시설이 저와 저희 아이한테 보금자리였죠. **(연구참여자 5의 자녀 이름) 그래도 이왕 시설에서 나온 건데 다시는 시설에 입소하지 말자, 어린 엄마들도 저렇게 살고 있는데 나는 잘 살지는 못해도 숨이 붙어있는 만큼은 제대로 살아보자 하면서 투잡 하러 나가고 푼돈이라고 해도 돈이니까 뭐든 했어요.(연구참여자 5)
4. 자립지지 요인
범주 1. 동질 집단 내 지지체계 구축
참여자들은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시설 거주 경험을 밝히거나 미혼모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구술했다. 특히 미혼모 당사자 중심의 자조모임은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지역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구심점이 되고 있었다. 참여자(2, 5, 6)들은 단체 활동에 참여하면서 미혼모가족의 권리를 주장했으며 미혼모 자녀 역시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시설거주 기간에는 멘티였고 시설 퇴소 이후에는 멘토가 되었고 SNS, 인터넷 카페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에게 미혼모 인터넷 카페와 오프라인 단체는 정보와 자원 공유할 수 있는 은신처였다. 혼자, 단독 양육이라는 고립감을 떨칠 수 있었고 전국에 있는 미혼모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문제처럼 호혜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살아갈 방법은 물론 미혼모 또한 자녀 친생부의 부재를 극복하고 서로 의지하며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제가 살았던 시설에는 멘토, 멘티 프로그램이 있어서 시설에 있을 때부터 언니, 동생으로 지냈던 엄마들인데 그 때는 제가 멘티였거든요. 이제는 멘토에요. 시설에서는 잘 때 빼고는 생활 패턴이 비슷하니까 모르는 건 도와 주고 싸우기도 하고 또 화해하면서 정이 들었어요. (중략) 시설에 나오고 나서도 미혼모끼리는 통하는 게 있으니까 조언도 해주고 일자리도 알아봐주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중략) 두 달에 한번 정도는 시설 근처에 갈 일 있으면 밥도 같이 먹고 저희 아이하고 **(연구참여자 4의 멘티 이름) 아이는 아직 어려서 잠시라도 데리고 나올 수 있는 날이 있으면 같이 놀다가기도 하고 그래요.(연구참여자 4)
시설 입소 전부터 ####(온라인 카페명)에 가입해서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어요. (중략) 거기에는 별의별 정보가 다 있거든요. 티비에서나 봤던 것이었는데 자녀 친부에게 인지청구 소송해서 자녀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단체온라인에서 알게 된 회원들하고 시위하러 나가서는 저 같은 미혼모, 미혼모 자녀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기죽지 말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러면서 정책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미혼모자 가족 정책 제안도 해보고 그랬어요.(연구참여자 6)
범주 2. 정책 및 사회서비스 지원
시설 퇴소 후에도 참여자들은 정책과 사회서비스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시설을 퇴소하기 전부터 모았던 자립정착지원금을 통해 창업을 시도하였고 때로는 취업성공패 키지를 신청하여 구직활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했던 시설 생활이 고될 때도 있었지만 정부기관 시범사업 참여가 시발점이 되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과 자녀에게 주어진 현실이 “매번 시행착오만 있는 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권역별 미혼모부자 거점기관에 방문하여 심리 상담을 받았고 지역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시설에 나와서 일은 계속했는데 돈이 안 모였어요. (중략) 나가야할 돈은 빨리 없어지는데 돈이 안 모이니까 버거워서 시설 담당자 선생님에게 취업성공패키지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하니까 금방 연결이 되었어요. 돈을 모으려면 구직활동을 계속해서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뿐 이에요.(연구참여자 2)
산후우울증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병원비 아끼려고 참았던 게 폭발했었나 봐요. (시설)퇴소하고 나서부터 아이한테 짜증을 많이 내게 되고 출근해서도 집에 와서도 기분이 쳐져서 안 되겠다싶어서 미혼모부자 거점기관에 전화하니까 심리 상담센터로 연계해줬어요. 갑자기 생활패턴이 바뀌고 혼자서 일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면 생길 수 있는 경증 우울감이라고 병원 상담이랑 약도 한동안 먹고 아이하고 심리 상담센터 가서 상담도 받고 그러다보니까 요즘은 그런 우울감이 거의 없어요.(연구참여자 1)
범주 3. 자녀와 함께 계획하는 미래
연구참여자들은 미혼모라는 낙인과 편견, 단독 양육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 취업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는 전공, 근무조건을 따지지 않고 중소 기업에 취직했고 자녀와 함께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자립 초기에는 부족한 주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근린시설에서 떨어져있거나 시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거주환경에서 생활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서방 복은 없어도 자식 복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텨내며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에게 자립은 일시적인 마음가짐이 아니라 함구적인 생애전략으로 삼고 있었다.
시설 나오고 나서 처음 살았던 원룸은 변두리에 있었고 미닫이문에 화장실하고 주방이 붙어있는 그런데서 아이랑 살았어요. (중략) 어린이집 차량이 올라오기 힘들다고 해서 새벽밥 먹고 출근길에 데려다 주고 그랬어요. (중략) 이직하고 나서는 어린이집 근처에 투룸으로 이사 가니까 환경자체가 다르던데요. 제 힘 닿는데 까지 뒷바라지 해 주고 싶어요. (중략) 저한테 이번 생에는 서방 복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자식 복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버텨야죠.(연구참여자 4)
연구참여자들에게 있어서 자녀는 “아픈 손가락”인 동시에 “희망”이었다. 시설 퇴소 이후에도 참여자들은 자녀를 지켜야 하는 강한 사람이 되어야했다. 연구참여자 3과 6은 여자에서 어머니가 되었다는 부담감은 여전히 있다고 구술했다. 이들에게 청춘은 사라진 듯 했지만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했고 “엄마라는 사람을 새로운 직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는 상처나 위축감을 주지 않기 위하여 감내하고 있었다.
저희 아이는 죄가 없으니까요. 죄라면 내가 낳고 키운 죄 뿐이고 그래서 참고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중략) 괜찮은 부모 만나서 좋은 집에서 살고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했는데 저의 청춘을 갈아 넣고 피와 눈물로 키우더라도 잘 키우고 싶은 마음뿐이에요.(연구참여자 4)
5. 자립저해 요인
범주 1. 외면과 단절
일부 참여자들은 시설 퇴소 후에 원가족을 수차례 찾아갔으나 대면할 수는 없었다. 참여자 6은 시설 퇴소 전에 원가족과 연락이 닿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서 퇴소를 결정했고 주거비용 일부를 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으나, 그들에게 의사만을 표현한 것이었다. 참여자들에게 원가족이라는 존재는 시설 퇴소 이후에도 그들의 편이 되어주거나 부족한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자립을 돕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시설 퇴소 후에 찾아간 원가족이 거주하는 집 앞에서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고(연구참여자 1, 3, 5) 그들의 자녀를 “입양이 가능한 기관으로 보내라는 소리”를 듣고 시설 입소 전과 변함 없는 태도에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하였다(참여자 3, 5). 참여자 (1, 4)는 원가족이 자신에게 이사 소식을 알리지 않고 거주지를 옮겼고 더 이상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녀 출산 이후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의 시간이 지났어도 부모에게는 집안의 수치(참여자 2), 자신의 자녀가 아들이라는 이유를 들며 자녀 친생부에게 보내라는 종용은 “그림 자”(참여자 1)처럼 따라다녔다. 참여자 3은 그의 자녀까지 존재를 부정당했고 경조사는 물론 명절 모임조차 참여할 수 없는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원가족과의 관계가 자신의 자녀를 통해 용서와 화해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적이 있었으나 시설 퇴소 후에도 달라질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시설 퇴소 하고 나서 지인들에게 부탁하고 친척이며 동네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부모님 댁에 저희 아들 데리고 찾아 갔는데 첫 마디가 뭔 줄 아세요? (중략) 제가 사갔던 과일세트를 던지면서 저를 밀치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저희 아들을 **(연구참여자 3의 자녀 친생부 이름)한테 당장 보내라고 했어요.(연구참여자 1)
범주 2. 탈수급과 수급자 사이에 딜레마
연구참여자들은 매년 정부에서 정한 “소득 분위에서 머물러야 하는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구술처럼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되 자립을 시도했지만 현실의 장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지역마다 차이나는 자립정착지원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보다는 자신과 자녀가 함께할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데 매진하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시설 퇴소한 것을 후회하며 주거 지원 대상자에서 탈락되는 경험을 반복했고 참여자 6은 당시 거주했던 지역에 설립 예정이었던 3차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시설 퇴소 전 ‧ 후 시기에 공동생활가정형 임대주택에 입주를 희망하고 있었다. 당시 참여자들은(4, 5, 6) 공공임대주택 우선 배정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참여자 4), 지원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과 참여자의 근무지까지의 거리는 멀었고 다시 구직활동을 해서 근무가 가능한 직장을 찾기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할 자신이 없기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참여자 5, 6). 이에 대해 참여자 3은 안정적인 기반이 갖춰질 때까지는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성장하는 자녀의 양육 환경을 고려한다면, 주변 근린생활시설이 마련되어있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거주하고 싶은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시설에서 퇴소했지만 단기간 내에 탈수급을 하려는 노력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비록 참여자들은 시설에서 퇴소 했지만 제대로 된 자립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지역사회 거주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딜레마”로 느끼고 있었다.
제가 있었던 ##(지역명)에는 *백만 원이었는데 ##(지역명)은 #백만 원을 시설 퇴소할 때 준다고 했어요. 그래서 왜 그렇게 되는 건지, 같은 미혼모인데 지역마다 지원금이 다른 이유가 뭔지 (중략) 악착같이 모으지 않으면 그 돈이 자립지원금이나 자립지원저축제도만 해서는 쉽게 모을 수가 없어요. 저도 퇴소 기간 연장이 안 되어서 다른 지역 시설에 입소자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어요. (중략) 결국 몇 백만 원 차이 때문에 다른 지역 시설에 입소하는 것도 억지 부리는 것 같아서 (중략) 결국은 돈, 돈이 발목을 잡는 거니까 저울질 그만해야지 하면서 내가 일해서 벌어야지 시간낭비구나 하면서 짐을 쌌어요.(연구참여자 4)
저랑 아이는 주택지원 우선 대상자여서 당연히 공공 임대주택에 가야지 했는데 직장하고 거리도 멀고 구직활동을 해서 어렵게 입사한 직장을 퇴사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니까 엄두가 안 났어요. 저희 **가 다닐만한 어린이집, 학교도 생각하려면 지금 사는 집이 낫겠다 싶어서 포기했어요. 집을 선택하면 직장을 잃게 되는 게 타격이 크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탈수급해보려고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에요.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지금보다 노력을 더 해야겠죠.(연구참여자 3)
논 의
본 연구는 미혼모들의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 이후 자립 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분석한 질적 사례연구이다. 미혼모의 자립은 ‘한부모가족복지시설 거주 경험’, ‘자립의 계기’, ‘자립 전략’, ‘자립지지 요인’, ‘자립 저해 요인’으로 분류하여 분석결과 11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연구자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 분석단위인 ‘한부모가족복지시설 거주 경험’에서는 연구참여자들은 출산 전 ‧ 후 시기에 시설에 입소했지만 그들에게 시설은 유일한 공간이자, 보금자리인 동시에 일시적이 었지만 정착지가 되었다. 일부 참여자는 시설 입소 정원이 한정적 상황[13]에서 시설 입소 대기 기간 동안 긴급생계지원을 받았고 이후 시설 입소를 하며 자녀 양육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자립의 모판이 되었다. 일부 참여자들은 원가족, 자녀 친생부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을 하지 못했다. 때로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불편함을 견디지 못했고 시설 퇴소를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일한 경험을 가진 사회복지사의 지지와 공감을 통해 시설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자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에 출산, 양육, 자립 지원이 가능한 one-stop 시설 확충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미혼모 자립에는 정서적 지지가 중요한 지지체계[14]이며 맞춤형 사회복지적 차원의 정책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분석단위 ‘자립의 계기’에서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를 준비하고 자립하기 위한 과정으로 자기 삶을 위한 선택과 자립의 원동력이 드러났다. 때로는 미혼모가 되기 전에 수입과 근무 조건과 비교하거나 지역사회 내 한부모가족복지 시설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비난 받을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실 앞에서 좌절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설 지원금으로 자녀와 함께 할 미래를 계획했고 시설 거주 기간을 연장하며 국민취업제도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설 퇴소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력개발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거주 미혼모 자립 지원 서비스와는 차별성을 가진 형태로 제공되어야 것이다. 현재 미혼모들의 경력개발시스템은 권역 별 미혼모부자 거점기관과 일부 가족센터에서 시도되고 있으 나 부족한 실정이다[16,17]. 이러한 점을 개선하여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한부모가족복지시설과의 통합사례관리시스템을 제공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세 번째 분석단위는 ‘자립전략’으로 미혼모자 가족은 지역 사회에서 거주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성하고 있었다.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시설 입소 기간 동안 시간대비 효율을 고려한 공무원 시험, 이직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으로 인적 자본은 강화하였다. 이는 미혼모의 성공적 자립과 지역사회 거주에 중요한 요인으로 경제적인 상황의 중요성을 상기하며 시설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재기하기 위한 자기절제를 했고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목표금액을 모으기 위한 생활을 하며 자립에 도움이 되는 정보 이외에는 차단하며 자녀 양육과 직업생활을 병행하고 있 다. 본 연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 이 후 여성 가장으로서 자립을 준비하는 것은 시설 거주 기간을 연 장하거나 타 지역에 시설 입소를 고려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은 미혼모의 자립의지가 개인적 요인이외에도[1,4,16] 국가 차원의 사회적 지원과 자립지원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5,7,10]. 반면, 기존 선행연구들과는 상이하게 본 연구에서는 도출된 자립 자금 확보를 위해 시설 입소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따라서 시설 퇴소 이후에도 자립 자금 확보를 위한 직업생활과 자녀 양육, 자립 촉진 방안이 요구된다.
네 번째 분석단위 ‘자립지지요인’은 미혼모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조모임, 단체 활동, SNS는 시설 퇴소 이후에도 관계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미혼모자가족의 권리를 주장 하였다. 시설 퇴소 후에도 자조모임을 유지했고 정보 공유, 자원 동원, 심리적 연대 등의 기능을 하고 그들의 낮아진 자존감을 권리 의식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었다[3,6,27]. 미혼모들의 접근에 있어서 복지적 관점은 물론 연대에도 지원이 필요하 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사회적 편견의 개선, 사회적 위축 등과 같은 심리 정서적 문제를 미혼모부자 거점기관, 심리상담 센터, 의료기관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다. 미혼모를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미혼모 당사자 조직에서의 인정과 주체적 삶을 계획하여 미혼모들의 행위자성과 임파워먼트의 시발점이 되고 있었다.
다섯 번째 분석단위 ‘자립저해요인’은 연구참여자들의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자녀를 통해 용서와 화해를 기대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원가족은 외면과 단절하는 동시에 존재를 부정 당했다. 미혼모와 원가족과의 관계는 일부 연구를 제외하고 [1,4] 지지를 받지 못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 미혼모부 자거점기관, 가족센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에서 원스톱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나[4] 심리상담, 관계 개선 프로그램은 부 족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미혼모부자거점기 관, 가족센터의 전문 상담가를 배치하고 지역사회 심리상담기 관과 협력적 관계를 통해 미혼모자가족에게 개입하는 방안이 급선무일 것이다. 미혼모의 자립은 심리적 자립에서 경제적 자립으로 완성되고 있음을 기존 선행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보고 되고 있다[1,5,16]. 이처럼 본 연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미혼 모들은 시설에서 자립을 위한 준비를 했지만 시설 퇴소 이후에도 지속적인 과정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단기간의 자립의지가 자립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 없으나,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퇴소 후 미혼모를 대상으로 자립의지 프로그램 구성과 직업 능력 강화, 창업 능력 프로그램이 수반되어야할 것이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퇴소 후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미혼모들의 자립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탐구하기 위한 질적 사례연구이다. 연구결과는 5개의 분석단위, 11 개의 범주, 45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11개의 범주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 ‘공동생활에 적응하며 자립준비’, ‘자기 삶을 위한 선택’, ‘자녀의 양육 환경을 고려한 결단’, 인적자본 강화’, ‘자립 자금 확보를 위한 자기절제’, ‘동질 집단 내 지지체계 구축’,‘정책 및 사회서비스 지원’, ‘자녀와 함께 계 획하는 미래’, ‘외면과 단절’, ‘탈수급과 수급자 사이에 딜레마’ 로 도출되었다.
본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연구에서는 2가지 연구로 수행할 것을 제언한다.
첫째, 본 연구는 출산 전 ․ 후 시기에 전국 한부모가족복지시 설에서 거주했으나 현재는 자립 생활을 하고 있는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이나 연구참여자 선정에 어려움으로 인해 퇴소 이후 초기 자립 경험에 대한 경험을 밝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후속 연구에서는 미혼모의 시설 거주 기간과 퇴소 이후 지역사회 거주기간을 고려하여 자립 준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시설 퇴소한 미혼모를 대상으로 자립 준비도, 자립 의지 등을 측정하여 검증할 것을 제언한다. 또한 추후 연구에서는 24세 미만 청소년 미혼모를 포함하여 연령별 차이를 통해 인구 사회학적 변수에 따른 연구를 설계하여 미혼모의 자립 경험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본 연구는 질적 사례연구로 설명체계를 구축했지만 자립은 전형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혼모의 한부모가족복 지시설 퇴소 이후 자립경험은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그의 자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요인이었으며 이는 개인의 자립의 계기인 동시에 자립 전략을 계획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미혼모의 자립 경험을 바탕으로 자립을 준비하는 미혼모들의 복합적인 욕구를 파악하여 사회복지정책과 사회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지역사회거주 미혼모의 자립과 미혼모자가족의 동반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미혼모 자립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적 관계에 관련된 자녀 친생부, 직업 활동, 발전 계획이 포함된 동태적 관점의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