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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2508-2116(Print)
ISSN : 2713-7015(Online)
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for Qualitative Research Vol.10 No.3 pp.189-207
DOI : https://doi.org/10.48000/KAQRKR.2025.10.189

Ensemble Performance Experiences of Visually Impaired Musicians: A Narrative Inquiry

Soo Youn Lee1, Chul Hee Lee2
1Master’s Student, Graduate School of Art & Fusion Design, Kyung Hee University, Postmodern Music Program, Yongin, Korea
2Assistant Professor, Graduate School of Art & Fusion Design, Postmodern Music Program, Kyung Hee University, Yongin, Korea
Corresponding author: Lee, Chul Heehttps://orcid.org/0000-0002-9669-1939 Graduate School of Art & Fusion Design, Postmodern Music Program, Kyung Hee University, 1732 Deogyeong-daero, Giheung-gu, Yongin 17104, Korea. Tel: +82-31-201-2863, Fax: +82-31-204-8127, E-mail: ch@khu.ac.kr
September 21, 2025 ; October 13, 2025 ; October 20, 2025

Abstract

Purpose:

This study examined the ensemble performance experiences of visually impaired musicians using narrative inquiry, focusing on their development of collaborative strategies, formation of musical identities, and construction of social meanings through ensemble activities.


Methods:

Using Clandinin and Connelly's three-dimensional framework of narrative inquiry (temporality, place, and sociality), nine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Three visually impaired musicians, all members of a professional arts ensemble, each participated in three interviews. The interview data were transcribed and analyzed resulting in four analytical units, ten categories, and 23 subcategories.


Results:

The findings showed that visually impaired musicians’ ensemble experiences followed a cyclical narrative structure: constraint ⟶ adjustment ⟶ recognition ⟶ expansion. During the constraint phase, participants encountered structural and psychological barriers, such as self-perception of disability, limited stage accessibility, and challenges with Braille score learning. In the adjustment phase, they redefined ensemble norms using auditory cues, tactile embodiment, and mutual care, developing collaborative strategies. that did not rely on vision. In the recognition phase, participants reaffirmed their identities as musicians through validation from stages, audiences, colleagues, and family. In the expansion phase, they became leaders and mentors, extending their artistic practice to social influence. Collaborative strategies-including reliance on breath sounds, footsteps, verbal cues, and tactile sensing of body curves-showed that ensemble performance is achievable through various sensory channels beyond visual input.


Conclusion:

These results showed that the ensemble performance experiences of visually impaired musicians extend beyond musical activity, serving as a process of identity, reconstruction, social recognition, and engagement in public practice. By linking Small's musicking theory with McRuer's crip theory, this study found that the collaborative methods developed by visually impaired musicians through auditory and tactile senses are not simply compensations for vision, but a redefinition of ensemble music practice that generates new social relationships and meanings. These findings indicated a paradigm shift in viewing disability-related difference as a source of creativity and innovation, rather than as a deficit. The study presented specific policy recommendations for improving accessibility, such as modifying steep staircases in performance venues, expanding waiting rooms, permitting wireless receiver use, and providing waiting areas for guide personnel. Academically, it expanded ensemble research beyond a visual-centric perspective and offered methodological insights for narrative inquiry with disabled populations. Practically, the collaborative strategies identified can inform the design of ensemble education programs for visually impaired learners. Socially, by documenting the experiences of disabled musicians, through narrative, the study contributed to changing perceptions of disability and promoting genuinely inclusive cultural and artistic environments.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연주 활동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이 수연1, 이 철희2
1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석사과정
2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조교수

초록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현대 사회에서 장애 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2024)의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 중 현재 활동하는 문화예술 분야는 미술(34.8%)이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음악(양악 ‧ 클래식, 26.9%)과 문학(13.2%)이 뒤를이었다. 이중 시각장애 예술인만을 기준으로 보면 음악(양악 ‧ 클래식)이 33.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다음으로 대중음악(27.7%)이 뒤를 이어 시각장애 예술인 다수가 음악 분야를 중심으로 예술 활동을 전개하 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시각장애 음악인 중에서는 연주자로 활동하는 비율이 26.9%로 가장 높게 나타나 음악이 시각장애 인의 예술적 실천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음악이 이들에게 전문적 예술 활동이자 정체성 형성의 주요 통로로 기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1]. 그러나 장애 예술인을 ‘예술가’로서 온전히 이해하려는 학문적 ‧ 사회적 노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는 장애 음악인에 대한 기존 연구가 주로 ‘의료 모델’과 ‘재활 패러다임’ 안에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의료 모델은 장애를 개인의 신체적 결함으로 보고 치료와 재활을 강조하는 접근인 반면 사회 모델은 장애를 사회적 장벽으로 이해한다[2]. 음악 분야 연구에서는 여전히 의료 모델이 지배적이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정책과 담론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성’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장애 예술인이 실제로 어떻게 예술 활동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구성하며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미흡하다. 구체적으로 Lee [3]는 후기성인장애인 14 명을 대상으로 그룹음악치료를 통한 여가활동이 우울 감소와 사회적 지지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하였으며 커뮤니티 음악치료 관점에서 프로그램의 치료적 효과를 확인하였다. Shin [4] 은 성인 발달장애인 5명의 여가 음악활동 경험을 현상학적으로 탐구하여 음악 활동이 스트레스 해소, 자신감 향상, 타인과의 소통 개선에 기여함을 밝혔다. Yang과 Park [5]은 중도시각 장애인 61명을 대상으로 음악 활용 실태를 설문조사하여 음악이 주로 기분전환, 즐거움, 편안함 등의 심리적 기능을 하며 이런 음악 활용을 파악함으로써 대상의 요구와 필요에 맞는 효과적인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계획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 하였다. Hwang [6]은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동기강화 재활음악치료를 실시하여 자기효능감 향상 효과를 실험집단과 통제 집단 비교를 통해 입증하였다. Han [7]은 성인장애인 70명을 대상으로 야학 음악 프로그램의 참여 실태와 운영 요구를 조사하였으며 교육 프로그램의 만족도와 개선 방안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 시각장애 음악 연구 동향에서도 확인된다. Park 등[8]은 1998~2017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된 시각 장애인 대상 음악 연구 62편을 분석한 결과 국내 연구는 실태조사와 인식조사 등 기술적 연구에 편중되었으며 음악의 치료적 ‧ 교육적 ‧ 여가적 효과에 중점을 둔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고 보고하였다. Kim과 Hong [9]의 최근 동향 분석(2014~2023, 50편)에서 역시 음악교육(40%)과 음악중재(32%)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연주 경험 연구는 14%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치료 ‧ 재활 중심 접근은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음악 활동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목적’이 아닌 다른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 으로 위치시킴으로써 음악의 근원적, 심미적 가치를 간과한다. 또한 장애 음악인을 음악을 창조하고 해석하는 ‘예술의 주체’ 가 아니라 ‘개선되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그들의 예술가 정체성과 창의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나아가 장애 음악인의 음악 활동을 ‘정상성’을 향한 회복 과정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장애인의 다양한 음악적 경험과 고유한 예술 세계가 제한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반면 본 연구가 취하는 예술적 ‧ 정체성적 관점은 장애 음악인을 결핍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고유한 방식으로 음악을 경험하고 창조하는 예술가로 인식한다. 시각장애 음악인의 비시각적 협력 전략은 ‘시각의 부재’가 아니라 ‘다른 감각의 고도화’ 로 이해되며 그들의 앙상블 경험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여는 창의적 실천으로 조명된다. 이러한 관점 전환은 음악하기, 협력하기, 예술가 되기에 대한 근본적 가정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각장애 음악인 중 26.9%가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타인과 협력하여 음악을 만들어가는 ‘앙상블 연주 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앙상블 연주에 대한 연구는 일부 존재하나 시각장애 음악인의 협력적 음악 만들기 경험을 다룬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Park [10]은 민속방 법론을 활용하여 앙상블 연주를 연주자 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구체화되는 협력적 창조 과정으로 재해석하였으며 연주자들이 상황인지와 추론을 통해 공동의 음악적 이해를 조율해가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는 비장애인 앙상블을 대상으로 하여 시각장애 음악인이 시각적 정보의 부재 속에서 어떠한 독특한 협력 전략을 개발하고 실천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하였다.

    시각장애 음악인을 다룬 연구로 Lee [11]는 시각장애인 중 창단원 5명을 대상으로 음악하기 경험을 질적으로 탐구하여 자율성, 안녕감, 사회적 연결의 의미를 도출하였으나 개별 참여자의 심리적 경험에 초점을 맞춰 앙상블이라는 협력적 창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소통 방식과 상호작용 패턴을 심 층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본 연구가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연주’ 경험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연구자의 구체적인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연구자는 20년 이상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하며 무대에서 만난 장애 음악인들이 동등한 열정과 전문성을 지녔음에도 ‘장애인 연주자’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채 동등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목도하였다. 이는 시각장애를 가진 음악인도 비장애 음악인과 동등한 ‘전문 음악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그 인정은 어떤 조건과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으며, 이 질문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다.

    앙상블 연주가 단독 연주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음악 만들기의 본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Small [12]은 음악을 명사(music)가 아닌 동사(musicking)로 이해할 것을 제안하며, 음악의 의미가 작품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행위가 일어나는 구체적 맥락과 참여자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앙상블 연주는 개별 연주자 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음악적 실천이며, 연주자들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호흡을 맞추며 음악적 대화를 나누는 상호의존적 활동을 수행한다. Davidson과 Good [13]은 현악 4중주단 연구를 통해 앙상블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공동 구성되는 상호작용적 실천으로 규정하며, 연주자들이 청각적 ‧ 시각적 ‧ 촉각적 신호를 교환하며 ‘사회적 조율(social co-ordination)’을 이루어간다고 기술하였다. Sawyer [14]는 앙상블 연주를 ‘집단적 즉흥(group improvisation)’의 양식으로 이해하며, 음악적 산출물이 개인의 내적 구상이 아니라 연주자들 간의 지속적인 상호 주의와 반응 속에서 생성되는 ‘협력적 창발(collaborative emergence)’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시각장애 음악인에게 특히 중요하다. Clarke [15]와 Leman [16]은 음악 경험이 다중 감각적이고 체현된 (embodied) 과정임을 강조하며, 연주자들이 소리뿐 아니라 신체적 움직임, 호흡, 악기의 진동, 공간적 에너지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공유하고 조율한다고 설명하였다. 시각장애 음악인은 일반적인 앙상블에서 활용되는 지휘자의 손짓, 동료 연주자의 신체 움직임, 악보의 시각적 단서를 사용할 수 없기에, 청각적 단서, 촉각적 감각, 언어적 신호를 통해 협력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앙상블 경험은 음악가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17]. 정체성은 고립된 개인 안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협상되고 재구성되는 관계적 과정이다[18]. 앙상블에서 연주자는 ‘나의 음악’을 만드는 동시에 ‘우리의 음악’을 만들어가며 이 과정에서 자신을 ‘함께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로 인식하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결핍 담론이 지배적인 맥락에서 앙상블은 시각장애 음악인이 ‘부족한 존재’가 아닌 ‘예술적 기여를 하는 동료 음악가’로서 인정받는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 된다. 하지만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다룬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내 시각장애 음악 연구 동향 분석에서는 양적연구와 실태 조사에 편중되어 있으며 다양한 연구방법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된 바 있다[8,9]. 학문적 관점에서 이러한 연구 경향은 단순히 ‘다루지 않은 주제’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학(disability studies) 분야에서는 장애 경험을 의료 모델이 아닌 사회 모델과 문화 모델로 이해하려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나[2] 앞서 연구동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음악 분야에서는 여전히 기능주의적 관점이 지배적이다.

    음악교육학과 음악학 분야에서도 ‘포용적 음악교육(inclusive music education)’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으나 Mommo 등[19]의 체계적 문헌고찰(2010-2023)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구는 교수법 개선, 교사 협업, 제도적 지원 전략 등 교육적 실천 방법에 집중되어 있으며 학습자의 주체적 경험을 탐색한 질적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 연구자들은 포용적 음악교육이 여전히 물리적 ‘통합(integration)’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진정한 포용을 위해서는 학생의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즉 장애 음악인의 ‘살아진 경험(lived experience)’을 당사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부족한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에 대한 학문적 탐구는 여러 측면에서 공백을 보인다. 기존 연구는 주로 음악의 치료적 ‧ 교육적 효과에 집중되어 있으며 장애 음악인을 예술의 주체로 인식하는 연구는 제한적이다. 앙상블 연주에 대한 연구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이루어졌거나 시각장애 음악인을 다룬 경우에도 개인의 심리적 경험에 초점을 맞춰 협력적 음악 만들기의 구체적 과정을 다루지 못했다.

    또한 연구방법론적으로도 양적연구와 실태조사에 편중되어 시각장애 음악인의 생생한 목소리와 스스로 구성해가는 삶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탐구하지 못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시각장애 음악인이 앙상블 활동을 통해 어떤 구체적인 협력 전략을 개발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음악을 만들 어가며, 이러한 경험이 그들의 음악가적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관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내러티브 탐구를 통해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본 연구가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 경험은 본질적으로 시간적 과정 속에서 구성되며, 내러티브 탐구는 Clandinin과 Connelly 가 제시한 3차원적 내러티브 탐구공간-시간성(temporality), 장소(place), 사회성(sociality), -을 통해 이러한 복합적 경험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20].

    둘째, 내러티브 탐구는 연구참여자의 주체성(agency)을 회 복하는 연구방법이다[21]. 참여자는 자신의 경험을 ‘의미있는 이야기’로 구성하는 ‘이야기꾼(storyteller)’이 되며 연구자는 그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재구성하는 ‘동반자’가 된다[22]. 기존의 설문조사나 실험연구는 연구자가 미리 설정한 변수와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시각장애 음악인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의미화하는 것들을 포착하지 못한다.

    셋째, 앙상블 경험은 본질적으로 ‘관계적’이며 ‘맥락적’인 현상이므로 내러티브 탐구의 관계적 존재론(relational ontology)은 참여자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다른 연주자들과의 상호작용, 공연 공간의 특성,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생성되는 경험의 의미를 포착하는 데 적합하다[23,24]. 따라서 내러티브 탐구는 시각장애 음악인이 스스로 의미화하는 방식 그대로를 존중하며 연구자의 선입견이나 기존 이론의 틀에 경험을 끼워 맞추지 않는 열린 탐구를 가능하게 한다.

    2. 연구 퍼즐

    내러티브 탐구에서는 전통적인 연구문제 대신 ‘연구 퍼즐(puzzle)’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연구 퍼즐은 고정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와 연구자가 함께 경험을 재구성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해가는 탐구의 여정을 의미한다[25]. 연구 퍼즐은 연구자가 ‘무엇(what)을 밝혀낼 것인가’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어떻게(how) 이 경험을 해석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중점을 둔다[20].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 퍼즐을 설정하였다. 연구 퍼즐 1. 시각장애 음악인들은 어떤 계기와 과정을 통해 앙상블 연주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가? 그들의 앙상블 참여 동기와 초기 경험은 어떠한가? 연구 퍼즐 2. 앙상블 연주 활동은 참여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며, 이러한 경험은 시간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가? 참여자들의 음악적 성장과 개인적 변화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연구 퍼즐 3. 앙상블 활동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간(연습실, 무대, 지역사회 공연장 등)은 참여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이들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 퍼즐 4. 앙상블 활동을 통한 동료 연주자, 가족, 관객과의 사회적 관계는 참여자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며, 이것이 그들의 음악가적 정체성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연구 퍼즐 5.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이 그들의 전체적인 삶의 내러티브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이러한 경험이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계획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러한 연구 퍼즐들은 연구 진행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이야기에 따라 새롭게 발견되거나 조정될 수 있으며 이는 내러티브 탐구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특성을 반영한다[25]. 본 연구는 이러한 퍼즐을 통해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시간성 ‧ 장소성 ‧ 사회성의 차원에서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음악적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연주 활동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내러티브 탐구를 연구설계로 채택하였다. 내러티브 탐구는 개인이 살아낸 경험을 이야기(story)의 형식으로 이해하고, 그 경험이 시간성, 장소성, 사회성의 맥락 속에서 어떠한 의미로 구성되는지를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24]. 이 방법론은 질적연구에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그들의 목소리로 드러내고 단순한 사건 기록이 아니라 삶 전체의 서사적 맥락으로 연결해 해석하는 데 적합하다.

    내러티브 탐구의 분석틀로서 Clandinin과 Connelly [20] 의 3차원 탐구 틀을 활용하였다. 이 틀은 경험을 시간성(과거- 현재-미래의 연속성), 장소성(연습실 ‧ 무대 ‧ 지역사회 등), 사회성(동료 ‧ 지휘자 ‧ 가족 ‧ 관객과의 관계 등)의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러한 다차원적 관점은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단순히 ‘치료 효과’로 환원하지 않고, 예술적 ‧ 사회적 실천으로 조명하는 데 타당하다.

    2. 연구참여자 모집과 선정

    본 연구는 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연주 활동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내러티브 연구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참여자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음악을 전공한 성인(만 20세 이상) 시각장애인으로서 전문 음악 활동 및 앙상블 연주 활동에 5년 이상 참여한 경험이 있는 자. 둘째, 자신의 음악 활동 경험을 심층 면담을 통해 성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적 ‧ 인지적 능력을 갖춘 자. 셋째, 본 연구의 목적과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연구참여에 동의한 자.

    참여자 모집은 목적표집(purposive sampling)을 통해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연구 개시 이전에 H예술단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연구의 취지와 절차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였다. 이후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은 후, 승인된 참여자 모집공고문을 H예술단 내부 단원 공지망을 통해 배포하여 시각장애 음악인을 공개 모집하였다.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지원자 중에서 연구목적과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인원을 선정하였다.

    H예술단은 2004년 창단된 시각장애인 전문 예술단체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정단원들이 국내외에서 연간 100회 이상의 전문 연주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26]. 최종적으로 본 연구에는 시각장애 음악인 3명이 참여하였다. 내러티브 탐구는 개인의 삶의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질적연구 접근으로 한 두 명의 참여자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27]. 이렇게 소수의 인원을 참여자로 두는 이유는 연구의 초점이 개개인의 경험을 구체적 서사로 재구성하고 그 안에서 시간적 ‧ 공간적 맥락과 관계적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석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내러티브 이론가와 연구자들은 이러한 탐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참여자 수를 약 2명에서 5명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한다[25]. 본 연구는 참여자 간의 경험을 비교 ‧ 대조하여 공통적 구조와 개별적 차이를 함께 조명하기 위해 세 명을 선정하였다. 세 명은 모두 동일한 예술단 소속의 시각장애 전문 음악인으로서 유사한 음악적 환경 속에서 각기 다른 삶의 궤적과 앙상블 경험을 지니고 있어 내러티브 탐구의 심층성과 비교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적정 규모로 판단하였다. 이들은 모두 중증 시각장애인으로(1급~3급) 각기 다른 시기에 시각을 잃었으며 그 시점과 음악적 경로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문 연주자로 성장하였다. 참여자 A는 50대로 생후 100일 무렵 시력을 상실한 선천적 전맹 이다. 국내 음악대학과 대학원에서 재즈 피아노, 작곡, 음악 교육을 전공하였으며 30년 이상 앙상블 연주 활동을 이어온 연주자이다. 현재 H예술단의 수석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D 밴드의 리더이자 편곡자로서 연주와 음악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참여자 B는 40대 중반의 중도 시각장애인으로 실명 이전에는 음악과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만 30세에 시력을 잃은 뒤 생계와 자립을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음악을 선택하였으며 H맹학교 음악전공과에 입학해 성악(테너)을 전공하였다. 이후 H예술단 소속 솔리스트로 정기공연과 협연 무대에 서며 16년간 앙상블 활동을 이어온 그는 현재 D밴드와 K앙상블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참여자 C는 30대 초반의 트럼펫주자로 음악대학 재학 중이던 만 27세에 질병으로 시력을 상실하였다. 이후 H맹 학교 음악전공과에 재입학하여 연주자로서의 기반을 다졌으며 H브라스앙상블과 H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앙상블 연주자로 살아온 그는 실명 후의 절망과 방황을 극복하고 금관악기 연주자로서 무대에 복귀하여 현재까지 20년간 앙상블 연주를 이어오고 있다(Table 1).

    3. 연구도구

    본 연구에서 자료수집에 사용된 주요 도구는 반구조화 심층 면담(semi-structured in-depth interview) 질문지와 연구자 의 현장노트(field notes)이다. 면담 질문지는 연구목적과 연구 퍼즐을 토대로 설계되었으며 참여자의 음악 활동 배경, 앙상블 참여 동기와 초기 경험, 연주 과정에서의 변화, 장소적 맥락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정체성 형성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구체적으로 연구자는 “무대에서 청중의 반응을 어떻게 감지하고 그것이 연주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실명 이전과 이후의 음악 활동 경험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나 갈등 상황을 앙상블 안에서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와 같은 개방형 질문을 중심으로 참여자 고유의 경험을 유도하였다. 면담 질문의 설계는 연구자의 임의적 판단이 아니라 Clandinin과 Connelly가 제시한 3차원 내러티브 탐구 틀(시간성 ‧ 장소성 ‧ 사회성)과 앞 서I장 3절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연구 퍼즐을 근거로 이루어졌 다[22]. 본 연구의 면담 질문은 이 다섯 가지 연구 퍼즐을 현장 탐구 수준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연구 퍼즐 ①과 ②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음악 참여의 계기와 경험의 변화에 초점을 둔 것으로 시간성의 차원에서 그들의 삶의 흐름과 경험의 전환을 탐색하였다. 이에 따라 1차면담에서는 참여자의 음악 활동 배경, 앙상블 참여 동기와 초기 경험, 그리고 연주 과정에서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질문이 구성되었다. 연구 퍼즐 ③은 공간적 맥락과 장소의 의미에 관한 탐구로 2차면담에서는 연습실, 무대, 지역사회 공연장 등 다양한 물리적 ‧ 정서적 공간이 참여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며 음악적 정체성과 감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탐색하였다. 연구 퍼즐 ④와 ⑤는 사회적 관계와 정체성의 형성, 그리고 삶의 내러티브 통합에 대한 질문으로 3차면담에서는 동료 연주자, 가족, 관객과의 관계 경험을 중심으로 사회적 역할 ‧ 리더십 ‧ 관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나아가 예술가로서의 자기 인식과 미래의 비전을 성찰하도록 구성하였다. 이와 같은 면담 설계는 3차원 내러티브 탐구 틀의 세 차원을 근거로 하며 각 면담 회차는 특정 차원에 중심을 두되 세 차원이 유기적으로 교차하도록 구성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면담 구조는 연구 퍼즐과 탐구 틀이 일관된 체계 속에서 참여자의 경험을 다층적으로 탐색하고 서사적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면담은 탐구 범주별 핵심 질문과 추적 질문(probing questions)으로 이루어졌으며 사전에 고정된 동일 문항을 제시하지 않고 각 참여자의 서사 전개에 따라 질문의 순서 ‧ 표현 ‧ 깊이를 유동적으로 조정하였다. 즉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제시하기보다는 개별 경험의 맥락과 정서적 흐름에 맞추어 대화적으로 탐색하였다. 이러한 구조는 내러티브 탐구가 지향하는 ‘이야기 속에서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관계적 탐구(relational inquiry)’의 원리에 부합하며 연구자가 참여자의 서사적 시간과 장소, 사회적 관계 안에서 경험의 의미를 함께 구성하도록 하였다[20]. 또한 연구자는 면담 과정에서 드러난 발화뿐 아니라 표정, 몸짓, 침묵, 공간의 분위기와 같은 비언어적 맥락을 현장노트에 기록하고, 이를 분석 과정에서 함께 반영함으로써 참여자의 경험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면담 질문의 구체적 구성은 본문의 서술에 따라 제시하였으며 참여자별 질문지는 서사적 구조와 탐구 범주에 따라 상이하게 운용되었다. 따라서 부록에는 연구참여자 A의 면담 질문지를 대표 예시로 요약하여 제시하였다(부록 A).

    4.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7월 10일부터 1차면담을 시작으로 참여자 검증을 마친 8월 30일까지 진행되었다. 연구자는 승인 이전에 연구 현장인 H예술단과 연구참여에 대한 협의와 연구 취지 설명, 기관의 연구 수행 허락을 받았으며 모든 면담과 자료 수집은 모두 승인 이후 정식 절차에 따라 수행되었다.

    연구참여자 3명 각각과 3회에 걸쳐 면담을 진행하여 총 9회의 심층면담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회당 약 90~120분이 소요되었다. 면담은 참여자가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이동에 불편이 없는 공간을 고려하여 H예술단 내 연습실에서 이루어졌다. 이 공간은 참여자들에게 익숙하고 안전하며 자신의 내러티브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 포화(saturation)는 반복적 면담과 자료수집 을 통해 새로운 정보나 주제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시점에 도달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각 참여자별 3회에 걸친 심층면담을 통해 충분한 현장 텍스트(전사본 및 녹음 자료)가 축적되었 으며 3차면담 단계에서 새로운 이야기나 의미 범주가 추가적으로 도출되지 않아 자료가 포화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면담 자료는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모두 녹음하였으며 녹음 파일을 전사하여 텍스트화한 뒤 반복적으로 읽으며 의미 단위를 분절하였다. 이후 유사한 의미를 지닌 단위를 묶어 개념화하고 범주화하여 주요 주제와 패턴을 도출하였다. 이러한 분석 절차는 각 면담 회차 사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면담의 심화와 분석의 반복을 통해 해석의 깊이를 확보하였다.

    연구자는 내러티브 탐구의 핵심 원칙인 공동구성(co-construction)의 태도를 유지하였다[28]. 면담 과정에서 참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적 질문과 확인을 통해 의미를 명료화하였으며 면담 종료 후 전사 요약본을 공유하여 참여자가 해석에 동의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참여자 검토(member checking) 절차를 통해 참여자와 연구자가 함께 경험의 의미를 구성해 나갔다. 또한 연구자는 해석 과정 전반에서 자신의 위치성과 해석적 개입을 지속적으로 성찰하였다. 이를 위해 면담 직후마다 연구일지와 성찰 메모(reflective memo) 를 작성하여 면담 과정에서의 감정 반응 ‧ 언어 선택 ‧ 질문 의도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였다. 연구자는 참여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해석적 관점을 점검하며 참여자의 진술이 연구자의 경험이나 가치관에 의해 과도하게 해석되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면담 종료 후에는 매 회차 별로 전사본 요약을 준비하여 참여자 검토를 실시하였다. 전사 요약본은 다음 차 면담 시 연구자가 직접 출력물로 지참하여 참여자와 함께 검토하였으며 주요 내용의 정확성과 의미 해석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였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가 추가적으로 보완하거나 수정하고자 하는 내용은 면담 이후 개별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고받았다. 특히 시각장애인 참여자의 특성상 이메일을 통한 파일 열람이 어려웠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텍스트(.txt) 파일과 PDF 파일 형태로 전사 요약본을 전달받고 검토하기를 요청 하였다. 이에 연구자는 각 회차별 요약본을 파일 형태로 전송하 였고 참여자들은 휴대전화의 음성 읽기 기능을 활용해 내용을 청취 ‧ 확인하였다. 이후 참여자의 문자 또는 구두 피드백을 반영하여 전사본을 수정 ․ 보완함으로써 자료의 신뢰성과 해석의 타당성을 높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자는 관계적 윤리(relational ethics)와 반성적 태도(reflexivity)를 실천적으로 유지하며 참여자의 이야기를 존중하는 동시에 연구자의 해석이 그 의미를 왜곡하지 않도록 조율하였다.

    5.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윤리와 참여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설계 ․ 진행되었다. 연구자는 연구 개시 이전에 K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심의를 거쳐 2025년 6월 25일에 승인받았다(KHGIRB-25-313 NA). 연구 전 과정은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연구윤리 확보 지침 (교육부 ‧ 한국연구재단, 2021), 그리고 K대학교 연구윤리 규정을 준수하였다. 연구참여자에게는 연구목적, 절차, 면담내용, 예상되는 이점과 위험, 개인정보 보호 방안, 철회권 등 권리 사항을 구두와 서면으로 충분히 설명하였다. 모든 참여자는 연구참여 여부를 자발적으로 결정하였으며, 연구 중 언제든 철회할 수 있음을 명확히 안내받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하였다. 연구 설명문은 점자와 음성 자료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어 참여자의 이해를 도왔으며, 모든 서명과 서면 동의서를 확보하였다. 면담 자료는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한 뒤 전사 과정에서 개인 식별 정보를 삭제 ․ 익명 처리하였다. 개인정보와 자료는 연구자의 암호화 저장 장치에 안전하게 보관되었으며, 연구 종료 후 3년간 보관한 뒤 영구 폐기될 예정이다.

    6. 자료분석

    본 연구의 자료분석은 Clandinin과 Connelly가 제시한 3차원 내러티브 탐구 틀(시간성, 장소성, 사회성)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 내러티브 탐구에서 참여자의 경험 이야기를 서술하는 일은 연구의 핵심적 출발점이자 이후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 텍스트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Clandinin과 Connelly는 분석에 앞서 참여자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내러티브 탐구의 방법론적 정직성과 연구 윤리에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의 개별 내러티브를 충실히 서술하여,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이 어떠한 삶의 맥락 속에서 전개되고 의미화 되는지를 탐색하였다. 이러한 서술은 이후 연구자의 해석을 통해 분석적으로 재구성되는 두 번째 텍스트의 기반이 된다.

    연구자는 내러티브 정리 과정에서 전사본과 현장노트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의미 단위를 탐색하고 맥락적으로 조직하였다. 특정 사건, 전환점, 감정, 깨달음 등은 코드화하여 자료의 패턴을 구조화하였으며 이를 통해 도출된 핵심 단어와 문장은 범주화 작업을 거쳐 주제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질적 코딩(qualitative coding)의 절차에 해당하며 자료를 개념적으로 조직하여 해석적 텍스트를 생산하는 기초가 되었다. 구체적인 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사본과 현장노트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의미 단위를 탐색하였다. 특정 사건, 전환점, 감정, 깨달음 등을 코드화 하여 자료의 패턴을 구조화하였으며, 이를 통해 도출된 핵심 단어와 문장은 범주화 작업을 거쳐 주제를 형성하였다. 둘째, Clandinin과 Connelly의 3차원 내러티브 탐구 틀(시간성, 장소성, 사회성)에 기초하여 참여자들의 경험을 해석하였다. 시간성 차원에서는 경험의 과거-현재-미래 흐름을 추적하였고, 장소성 차원에서는 무대 ․ 연습실 ․ 공연장 등 물리적 ․ 사회적 공간의 의미를 탐색하였으며 사회성 차원에서는 동료 ․ 가족 ․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이 어떻게 구성되는 지를 분석하였다. 이러한 다차원적 해석을 통해 최종적으로 제약-조정-승인-확장이라는 4개의 분석단위, 10개의 범주, 23개의 하위범주를 도출하였다(Table 2). 셋째, 도출된 범주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제약-조정-승인-확장의 순환적 구조로 재구성하여 서술적 분석을 수행하였다. 넷째, 세 참여자의 경험을 교차 비교하여 공통 주제를 도출하였다. 참여자들은 각기 다른 실명 시기와 음악적 배경을 지녔으나 앙상블 경험의 핵심 국면에서 일관된 패턴을 보였으며 이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이 개인적 차이를 넘어 구조적 ․ 관계적 차원에서 공유되는 특성을 지님을 시사한다.

    7. 연구의 엄격성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 [29]가 제시한 질적연구의 신뢰도 기준을 적용하여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첫 째, 신빙성(credibility)을 확보하기 위하여 참여자 1인당 3회의 심층면담(회당 90~120분)을 실시하고 면담 직후 필드노트를 작성하여 비언어적 표현과 현장의 맥락을 기록하였다. 전사본은 반복적으로 검토하였으며 연구자가 해석한 내용을 참여자에게 문자로 공유하여 본인의 경험이 왜곡 없이 반영되었는지 확인받는 참여자 검토 절차를 거쳤다. 둘째, 전이가능성 (transferability)을 높이기 위해 참여자의 음악 활동 배경, 앙상블 맥락, 활동 장소와 시기, 관계 형성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결과가 유사한 상황의 다른 현장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맥락적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였다. 셋째, 의존성(dependability)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설계, 자료 수집, 분석, 해석의 전 과정을 연구일지와 분석 메모에 체계적으로 기록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정기적으로 질적연구가 풍부한 박사급 교수와 협의하여 해석의 일관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점검하였다. 넷째, 확인가능성(confirmability)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자의 발화를 직접 인용하여 해석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였고, 연구자의 선이해와 성찰 과정을 메모로 남겨 연구자의 해석이 주관적 편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내러티브 탐구 방법론에 따라 엄밀하게 수행하였으며, 연구결과의 학문적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8. 연구자 준비

    본 연구자는 20년 이상 앙상블 연주 활동에 참여하며 음악 현장의 상호작용과 협업의 과정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실무적 경험은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탐구하는 데 토대가 되었다. 또한 내러티브 탐구 및 질적연구 관련 주요 문헌과 선행연구를 집중적으로 탐독하여 연구설계, 면담, 분석 과정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였다. 아울러 질적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윤리와 참여자 보호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K대학교 대학원 연구윤리 프로그램(‘연구윤리(한국어)’, 12주 ․ 12시간, 2025-1학기)을 이수하였으며 연구 수행 전 IRB의 승인을 받고 모든 자료수집과 분석을 윤리 규정에 따라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연구의 전 과정에서 자신의 위치성과 해석적 개입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며 연구일지와 메모를 기록하였다.

    연 구 결 과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연주 활동 경험을 내러티브 탐구 방법으로 분석하여, 총 4개의 분석단위, 10개의 범주, 23개의 하위범주를 도출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각 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은 단순한 연주 활동을 넘어, 삶의 맥락 속에서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서사적 구조를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는 ‘제약-조정-승인-확장’ 이라는 순환적 의미 구조로 집약되었으며 도출된 결과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Table 2).

    1. 제약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은 실명 이후 가장 먼저 마주한 구조적 ․ 심리적 한계 속에서 출발하였다. 이들의 경험은 ‘내적 한계 인식-무대 접근성-학습 도구의 난점’이라는 세 축이 맞물리며 압박으로 작용했다. 먼저, 실명 직후 ‘앙상블은 불가능 할 것’이라는 자기 한계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합주에서 의 작은 오류가 팀 전체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부담과 연결되어, ‘같이 맞춘다’는 앙상블의 규범을 체화하기 이전까지 오랜 기간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어 공연장 규정과 물리적 동선(가사 프롬프터 ․ 수신기 제한, 가파른 계단, 엘리베이터 부족 등)은 음악적 난이도와 무관하게 ‘접근성의 장벽’을 형성했다. 마지막으로 점자악보는 복잡성과 난이도로 인해 ‘암보’ 중심 체제로 귀결되었고, 이는 개인에게 기억 부담과 합주 지연의 책임감을 부과하였다.

    1) 장애에 대한 자기 인식의 제약

    실명 이후 다수의 참여자는 ‘나 혼자 연주는 가능해도, 팀과의 합주는 불가능하다’는 자기 서사를 먼저 형성했다. 지휘자와의 아이컨택이나 손짓 등 시각적 단서가 중심이 되는 오케스트라, 앙상블 연주에서 이 한계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내 실수가 곧 모두의 실수’라는 압박은 합주 상황에서 위축과 회피로 이어졌으며, 이는 앙상블 경험의 시작점에 놓인 가장 큰 제약이었다. 음악가로서의 자존감은 이러한 자기 인식과 불안으로 끊임없이 흔들렸으며, 가족 관계 역시 장애를 ‘장애인으로만 인식하는 시선’으로 환원시키며 또 다른 제약으로 작용했다.

    내가 어디 다리 밑에 가서 혼자 하는 악기를 불어도 앙상블은 절대 못 할 줄 알았어요. 아니 눈이 안 보이는데 그런 사람들끼리 어떻게 합을 맞추겠어요. 합주에 들어가면 괜히 방해가 될까봐 주눅이 들었어요.(연구참여자 C)

    처음에 합주 시작할 때는 솔직히 나는 시각장애인인데 앙상블을 해도 되는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틀리면 다 틀릴까봐 겁났죠.(연구참여자 A)

    지휘자가 팔을 어떻게 드는지 보이지가 않으니 박자 맞추기가 힘들었고, 항상 소리만 듣고 맞춰야 해서 걱정됐어요.(연구참여자 B)

    저희가 인식개선 연주를 많이 다녀요. 거기에서 ‘장애는 뭐를 못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뭘 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찾는거다.’ 이런 말을 했는데 저희 엄마는 “눈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해 못한다. 눈도 안 보이는 애들한테 그걸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 거야.”라고 말해요. 그래서 내가 “그러니까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해?가 아니라 할 수 있게 방법을 만드는 거야!” 라고 말해도 그게 안되요 엄마는…(연구참여자 C)

    2) 무대 접근성의 제약

    공연장은 단순히 연주의 장소가 아니라 시각장애 음악인에게 또 다른 장벽이었다. 공연장 규정과 물리적 환경은 참여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무대 뒤에 설치된 가사 프롬프터는 시각장애인 본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가사 실수가 관객과 동료에게 즉각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하여 심리적 압박을 주었다. 시각장애 연주자들에게 송수신기는 앙상블 수행 과정에서 상호 호흡과 진행을 조율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이다. 이는 각 연주자에게 이어폰 형태로 연결되어 지휘자의 신호와 동료 연주자의 연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함으로써 시각적 단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합주를 가능하게 하는 청각적 안내 체계로 작동한다. 그러나 특정군 무대에서는 군사보안 문제로 송수신기 장비 사용이 제한되었다. 송수신기 없이 연주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단원들은 긴장했고 본인들을 반기지 않는 태도에 당혹스러워했다. 대형 공연장의 가파른 계단 ․ 복잡한 동선 ․ 부족한 엘리베이터 역시 이동 자체를 위험 요인으로 만들어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긴장을 높였다. 또한 대기실 공간의 협소함은 음악가 본인뿐 아니라 그를 돕는 안내 인력에게까지 불편을 주며, 참여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갑자기 가사가 기억이 안 나서 막 생각나는 대로 지어서 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무대 뒤에 화면으로 가사가 다 나오고 있었던 거예요. 얼마나 창피하던지 틀리면 바로 들키는 거죠. 그러니까 더 조급해지고(중략) 공연 내내 긴장이 풀리질 않아요.(연구참여자 B)

    처음에는 수신기를 못 쓰게 했는데, 협의 끝에 허락은 받았어요. 그런데 그런 부정적 상황을 느끼게 되니 무대에 올라가도 너무 불안했어요.(연구참여자 C)

    무대에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가파르고 길어서 오르내릴 때마다 긴장이 돼요(중략) 아트홀은 계단이 너무 많아요. 엘리베이터가 많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연구참여자 C)

    저는 무대보다는 환경 시설 대기실이 좀 많았으면 좋겠어. 대기할 수 있는 대기실이(중략) 우리가 사람이 많아. 우리는 앙상블이 움직이면 안내자들이 똑같이 두 배로 더 있으니 대기실이 항상 부족하죠. 우리가 가면은 우리가 또 장애인 위주로 자리를 앉혀주고 스태프들이 좀 서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제가 좀 신경쓰이죠.(중략) 그분들 은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인데 다 같이 앉아서 있으면 서로 마음이 편할텐데, 저희만 앉아있는게 마음이 항상 불편하죠.(연구참여자 B)

    3) 점자악보 학습의 어려움

    점자악보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필수적 학습 도구지만, 실제 합주 현장에서는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했다. 점자악보를 원활히 읽을 수 있는 단원이 극소수였기 때문에 대부분은 반복 청취와 암보에 의존해야 했다. 곡을 충분히 암기해오지 못하면 합주가 지체되었고, 이는 단원들에게 미안함과 압박감을 남겼다. 반대로 암보가 빠른 단원은 ‘팀이 의존하는 기억 저장소’가 되었으나 이는 개인에게 과중한 책임으로 돌아왔다.

    교향곡은 멜로디가 아니라 리듬이랑 화성이 다 얽혀 있어서 정말 힘들어요. 미쳐요 진짜. 악보는 늘 외워서 해야 해요. 연주가 많아서 곡도 많은데 그때마다 다 외워야 하니까(중략) 합주할 때 악보를 못 외워온 사람이 있으면 연습이 계속 멈춰줘서 힘들죠. 이게 개인 레슨시간이 되버리니까 합주가 안 되고(중략) 점자 악보는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볼 수가 없어요. 예술단 내에서 점자 악보를 볼 줄 아는 사람은 4명? 정도 뿐이예요(중략) 연주 때는 결국 다 암보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합주할 때는 외워서 하는 게 당연했어요. 동료들도 저를 믿고 제게 의존했어요.(연구참여자 C)

    2. 조정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은 단순히 제약을 극복하는 단계에서 멈추지 않았다. 초기의 혼란과 위축은 곧 새로운 감각적 질서를 만들고, 관계적 협력의 규범을 재구성하는 조정 과정으로 이어졌다. 이 조정은 기술적 적응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 전환과 공동체적 신뢰 형성을 매개하는 핵심 장치였다. 참여자들은 시각 대신 청각 ․ 촉각을 활용하여 합주의 규범을 다시 썼고, 동료와의 상호적 배려 속에서 ‘함께 맞춘다’는 의미를 실감했으며, 개인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 연주 방법을 정착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전환점(turning point)이 도출되었는데 연구참여자 A는 비장애 친구들과의 앙상블을 통해 음악의 본질을 재발견했고, C는 실명이라는 좌절 이후 복귀 과정에서 다시금 앙상블 무대에서는 경험을 했다. 이러한 조정은 단순한 기술적 보정이 아니라 새로운 앙상블 문화로 자신을 재편성하는 경험이었다.

    1) 청각적 신호를 통한 소통 체계 구축

    시각적 신호가 불가능한 앙상블에서 참여자들은 호흡, 간단한 언어적 신호, 촉각적 체득을 통해 ‘맞춤의 규범’을 새롭게 구축하였다. 지휘자의 손동작이나 눈빛 같은 시각적 합주 신호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이들은 작은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 구두 카운트로 진입점을 확인하며 연주를 맞추었다. 또, 어깨나 허리를 만지며 음악의 곡선을 촉각으로 체득하는 방식은 단순한 보조수단이 아니라, 음악적 추상 개념을 신체 감각으로 전환하는 훈련이었다. 이처럼 청각과 촉각을 통한 소통 전략은 초기의 불안을 넘어, 앙상블을 가능하게 한 핵심 조건이었다.

    지휘자가 ‘1, 2, 3’ 하면 바로 물러나는 방식이었기에 (중략) 귀에 의존해서 해냈죠. 작은 숨소리나 호흡이 우리한테는 지휘자의 팔보다 더 큰 지휘가 됐어요. 그래서 정말 집중하며 작은 것도 놓치면 안 되는 거죠.(중략) 레슨 받을 때 언젠가 선생님의 어깨와 허리, 팔을 만져보라고 했어요. 그 곡선이 음악의 곡선이라고, 보이진 않아도 몸으로 기억해서 소리로 풀어내야 한다고 했죠.(연구참여자 A)

    항상 혼자서 노래를 불렀는데 앙상블에서는 같이 부르다 보니까 내 목소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호흡을 들어야 하더라고요(중략) 그런데 잘 맞았을 때는 희열이 컸어요.(연구참여자 B)

    2) 상호적 배려와 협력

    혼자서는 결코 형성할 수 없는 음악적 질서가 동료와 함께하는 순간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은 참여자들의 발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단순한 연주 기술의 습득이 아니라 서로를 기다려주고 맞추며 관계적 책임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앙상블 연주 과정은 연구참여자 A에게 중대한 전환으로 작용했다. 그는 맹학교 시절 고적대에서 겪은 배제감과 음악적 회의 속에서 ‘이게 음악이 맞나?’라는 질문을 품었지만, 성인이 된 후 비장애인 친구들과의 자연 속 앙상블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엄격한 규율과 존중받지 못했던 맹학교 고적대 시절을 지나 그는 처음으로 앙상블의 본질적 즐거움과 치유적 힘을 체득했다고 진술했다. 이때 앙상블은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음악을 다시 붙잡게 한 언어가 되었고,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장애인 동료들과 함께한 합주는 단순한 음정 ․ 박자의 일치가 아니라, 틀림조차 웃음과 기다림으로 수용되는 배려의 규칙을 학습하는 자리였다. 이는 음악적 조정이 곧 관계적 조정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내가 합주를 같이 한다는 것은 어떤 나름의 질서라는게 있는 거구나. 내가 이 팀 안에서 내 파트를 해야 전체가 완성되는 거구나. 그걸 알게 된 게 아마 제일 컸을 거예요.(중략) 그전에는 그냥 혼자 피아노만 치다가, 여럿이서 같이 소리를 내니까 내가 틀리면 다같이 이상해지고, 내가 제 역할을 하면 전체가 살아난다는 걸 몸으로 알았어요. 비장애인 친구들이랑 할 때는 그야말로 얘네들은 정말 본격적으로 악보를 가지고 놀잖아요.(중략) 맹학교 에서는 곡의 모든 부분을 다 기억해야 했죠. 숨소리 하나, 발로치는 박자까지 다 기억해야 하니까, 그때는 진짜 머릿 속으로 다 외우는게 당연했어요. 맹학교에서는 시각장애인 친구들하고 늘 연주를 하다가 졸업하고 올라와서 경기도에 있는 연습실에서 정안인 친구들이랑 같이 앙상블을 했던 때가 있어요. 늘 시각장애인 친구들하고만 있었는 데, 서울에 와서 정안인들과 같이 맞추니까 전혀 다른 경험이었어요.(중략) 제게는 마치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았죠. 그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어요. 그때 그 연습실에서 밤에 귀뚜라미 소리, 개구리 소리 들리잖아요. 그 자연 안에서 같이 연주를 하니까, 음악이 처음으로 나를 살리는 것 같았어요.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웃고 맞추고 ‘이게 진짜 합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얘네들이랑 같이 하면서 내가 틀리면 그냥 같이 웃고, 서로 알려주고, 기다려주는 거예요. 그게 너무 신기했죠. 아, 이게 앙상블이구나, 그냥 음악 맞추는 게 아니라 서로를 맞추는 거구나.(중략) 나도 누구에게 그냥 맨날 도움만 받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인 건가? 그걸 생각했어요. 사실 내가 도움이 안 되는 줄 알았는 데, 나랑 같이 하는 애들이 “너 덕분에 우리도 더 집중하게 돼.” 그러는 거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거, 그게 앙상블이지.(중략) 혼자라고 느낄 순간에도 누군가는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던 학교생활이었어요. 협동 정신, 상대방에게 귀 기울이기, 배려하기, 기다려주기 같은 것들을 배웠고,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고 친구로 여기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연구참여자 A)

    3) 개인적 연주 방법의 정착

    참여자들은 반복된 리허설을 통해 불안을 완화하고, 점차 무대에 서는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또한 점자악보의 제약을 넘어 암보와 청취에 기반한 학습을 하면서, 자신만의 연주 전략을 체득해 갔다. 연구참여자 C는 남자친구와 함께 연습하며 곡 해석을 공유했고, 새벽 시간 홀로 일어나 음원을 반복해 들으며 곡을 외워내는 방식을 통해 집중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과정은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음악가로서의 자리를 확신하는 기반이 되었으며, 이후 무대에서 사회적 승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리허설을 계속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떨렸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게 저만의 방법이 된 거죠. 처음엔 불안했는데, 계속 맞추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무대에서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이젠 내 직장이죠. (연구참여자 B)

    외울 때는 연습 많이 안 하고 그냥 들어요. 많이 듣고 이게 안 듣고도 할 수 있을 정도 때가 되면 그때 연습해요. 그런 다음에 음원 받아 놓은 거를 한 번 쫙 플레이 해가지고 거기에 맞춰서 그냥 한번 쫙 불어봐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면 그때가 악보가 제일 잘 외워지거든요. 그래서 제가 잠이 좀 빨리 깰 때가 많아요. 너무 일찍 자가지고 새벽 4시, 3시 막 이렇게 일어나거든요. 그러면 그때 잠 안 오니까 일찍 일어나서 악보 외우면 그때는 주변을 방해하는 소리도 없잖아요. 오롯이 집중이 딱 집중이 잘 돼요.(연구참여자 C)

    3. 승인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은 단순히 ‘연주’의 차원을 넘어, 무대와 타자의 인정을 통해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승인 과정으로 이어졌다. 연구참여자 A는 비장애 동료들과의 무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체험하였다. 이들의 내러티브에서 승인 경험은 단순한 무대 진출이 아니라, ‘나는 음악가 다’라는 자기 정체성과 사회적 승인의 결합으로 나타났다. 연구참여자 C는 실명 이후 3년간 음악을 중단했으나, 앙상블 무대에서 복귀하며 다시 음악가로 승인받았다. 연구참여자 B는 중도실명이라는 단절적 사건을 통해 생계형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실명 이전의 삶과 전혀 다른 제2의 삶으로 출발했지만 16년간 활동을 이어오며, 무대와 관객 앞에서 자신을 음악가로 증명하였다.

    1) 무대 ․ 관객의 승인

    무대 경험은 연구참여자들에게 단순한 공연 기회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예술적 성취를 드러내는 자리를 넘어, 시각장애 음악인으로서 자신이 여전히 전문 음악가임을 사회적 으로 확인받는 장치였다. 실명 이후 경험한 자기불신과 좌절은 무대 위에서의 실연을 통해 전환되었으며, 무대는 곧 자기 정체성과 사회적 승인이 동시에 결합되는 공간으로 작용하였다. 대형 공연장이나 국제무대와 같은 맥락은 참여자들에게 예술가로서의 존재감을 강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무대에 서는 행위 자체가 곧 ‘나는 음악가다’라는 자기 선언이자 사회적 타자의 인정을 끌어내는 장치로 드러났다.

    실명하고 나서 3년 동안은 방에만 틀어박혀 음악만 들으면서 울었어요. 다시는 무대에 못 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명 후 첫 무대가 롯데콘서트홀이었어요. 그날은 너무 신나서 내가 다시 살아난 것 같았어요. 앙상블 속에서 같이 호흡하는 순간 ‘아, 내가 아직도 무대 위 음악가구나. 보지 못해도 앙상블을 하며 함께 호흡할 수 있구나’라는걸 알게 해준 무대였어요. 실명 후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어요.(연구참여자 C)

    살면서 다시 갈 수 있을까 싶은 장소에, 예술단 소속으로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였어요. ‘내 마음의 아리랑’을 앙상블 멤버랑 듀엣으로 불렀는데, 현지 학생들이 한국어 가사를 다 외워서 뒤에서 같이 노래를 해주는 거예요. 목소리는 내야 하고 눈물은 꾹 참으면서 노래를 불렀죠. 그 순간 제가 단순히 무대 위에 선 장애인 성악가가 아니라, 진짜 음악가로 승인받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연구참여자 B)

    에든버러 페스티벌 무대에 섰을 때, 나를 장애인으로 아무도 보지 않았어요. 객석에서 호응이 오는데 그게 그냥 박수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든 음악을 인정해주는 소리처럼 들렸어요. 그 순간 아, 내가 진짜 음악가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죠.(연구참여자 A)

    2) 동료 ․ 가족의 인정

    승인의 경험은 관객으로부터의 인정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연구참여자들은 동료와 가족의 존중을 통해서도 중요한 승인 경험을 하였다. 참여자들에게 동료의 인정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함께하는 음악가’라는 정체성을 재확인시키는 근거로 작동했다. 앙상블 활동이 지닌 사회적 성격, 곧 상호의존성과 관계적 책임성이 승인 경험의 핵심 축임이 드러났다. 또한 가족의 인정은 장애 이후 음악가로서의 자기 확신이 흔들릴 때, 그 정체성을 다시 보장해주는 중요한 계기로 나타났다. 가족의 한 마디 승인 발화는 개인의 내적 자기 확신을 공적 ․ 사적 층위로 동시에 끌어올리며, 장애 음악인이 전문 음악가로 살아가는 과 정에서 동료 ․ 가족의 인정이 구조적으로 불가결한 조건임을 보여준다.

    맹학교 시절 실기시험곡을 이태리 가곡을 불렀어요. 클 래식의 ‘클’자도 몰랐는데 이게 너무 자랑을 하고 싶은 거 예요. 형한테 처음으로 성악 발성을 해서 이 노래를 녹음 해서 보냈거든요. 그랬더니 형이 “오! 완전 성악가네!” 그 러는 거예요. 그 말 듣는데, 아 나도 이제 진짜 성악가가 됐 구나 싶었어요. 참 큰 힘이 되었죠. 아직도 그 말을 잊지 못 해요.(연구참여자 B)

    밴드만 해도 정말 기막힌 앙상블 팀들 너무도 많죠. 그 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남들이 가지지 못한 좀 특별한 도구, 바로 ‘장애라는 것’이에요. 멤버 8명 모두 개성 만점이고, 잘 섞일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다른 에너지가 있어서 힘든 앙상블이지만, 공통적으로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우리를 강하게 묶어주는 끈인 듯해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팀웍으로 차근차근 다양성 있는 작품들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위한 건강한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H예술단 안에서 우리 밴드가 하고 있는 거죠.(연구참여자 A)

    제가 불안해할 때마다 옆에서 “너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라고 해준 동료들이 있었어요. 그런 말들이 있어서 계속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연구참여자 C)

    4. 확장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은 무대와 동료의 승인을 넘어, 미래를 향한 지향성과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단순히 연주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이끄는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열망을 드러냈으며, 동시에 음악을 통해 사회적 울림을 확산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러한 지향은 단순한 활동의 지속을 넘어,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이 미래적 비전과 맞물려 확장되는 국면으로 드러났다.

    1) 이끄는 사람으로의 변화

    연구참여자들은 앙상블 안에서 후배를 이끌거나 새로운 팀을 꾸리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었다. 이는 수동적 참여에서 주도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의미있는 전환이었다.

    지금 밴드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데 멤버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고 힘든 부분이죠. 리허설 때는 제가 박자와 호흡을 정리해주고, 멤버들이 불안해하면 같이 맞춰주고 (중략) 저의 장점은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거. 경청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해요. 리더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어요.(연구참여자 A)

    브라스 5중주를 정말 다시 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그 무대를 너무 그리워했거든요.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이 연구에 참여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의 정체성은 브라스 앙상블이었던 것 같아요.(연구참여자 C)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팀을 만들어서 하고 싶어요. 멋진 보컬 앙상블을 만들어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걸어온 길을 그 친구들이 조금 더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연구참여자 B)

    2) 음악을 통한 사회적 영향력 확산

    참여자들은 음악을 매개로 사회 인식을 변화시키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동체적 울림을 확산하고자 하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는 예술을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시키는 지점이며, 음악 활동이 개인적 정체성의 회복을 넘어 사회적 책무와 공적 의미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콜라보 무대를 꼭 해보고 싶어요. 다른 장르의 음악가들이랑도 같이 하고 싶고, 유명한 가수랑 협업해서 아, 이렇게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도 있구나! 장애인도 이렇게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연구참여자 B)

    밴드만 해도 정말 기막힌 팀들이 많지만, 우리가 가진 특별한 도구는 바로 ‘장애’라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의 색깔이고 메시지예요. 그래서 우리 음악은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사회에 울림을 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연구 참여자 A)

    10년 동안 제 음악의 정체성이었던 G브라스 앙상블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너무 그리워요.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 지금 예술단과 G브라스 앙상블이 함께하는 무대를 꼭 경험하고 싶어요. G브라스 식구들은 그냥 가족 같아요.(연구참여자 C)

    저의 앙상블의 삶은 피아노 협주곡의 전 악장을 통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결국 3악장의 뒷부분처럼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아름다운 앙상블의 삶을 꾸미고픈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앙상블은 제 삶의 의미이며 전부예요. 그래서 미워하다가도 다시 찾게 되는 그런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식으로든 앙상블이란 틀에서 사는 건데, 기왕이면 이런 멋진 앙상블의 삶을 가꾸고 싶네요. 기쁘던지, 슬프던지, 아프던지, 죽을 만큼 힘겨워도 꼭 이뤄내야 할 삶이 바로 앙상블의 삶이며 힘이고 맛이 아닐는지요!(연구참여자 A)

    논 의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내러티브 탐구를 통해 ‘제약-조정-승인-확장’의 순환적 의미 구조로 도출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음악 기술 습득이나 적응담론을 넘어, 정체성과 관계, 사회적 실천이 교차하는 내러티브적 장으로서 앙상블의 의미를 보여준다. 내러티브 탐구는 단순한 이야기 수집이 아니라 연구자와 참여자가 경험을 다시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는 탐구 방식이라는 점에서[30] 본 연구는 참여자들의 발화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다시 이야기(retelling)하고 다시 살아내는(reliving)지를 드러냈다. 이는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So what?)’, ‘누가 관심을 가지는가?(Who cares?)’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주장[22]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본 연구는 국내 동향 연구들이 지적한 한계-예컨대 시각장애 음악 연구에서 조사연구 편중 ․ 질적 사례의 부족, 시각 장애음악 대상 연구의 양적 ․ 실험 중심 경향[8,9] -을 보완하여 성인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내러티브로 정밀 추적했다는 점에서 차별적 의의를 갖는다. Lee [11]는 시각장애인 음악인을 질적으로 탐구하여 자율성, 안녕감, 사회적 연결의 의미를 입체화했다면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음악인을 앙상블 맥락에서 ‘제약-조정-승인-확장’이라는 순환 구조로 이론화 함으로써 관계 ․ 장소 ․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하였다.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첫 번째 의미는 제약이었다. 참여자들은 실명 직후 ‘내가 합주에 방해가 될까봐 두렵다’는 자기 한계 인식을 반복적으로 진술했다. 이는 개인적 능력 부족이라기보다 시각 중심으로 구성된 합주 규범과 공연장의 구조적 장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공연장의 가파른 계단과 부족한 대기실, 수신기 사용 제한과 같은 규정은 음악적 성취 이전에 참여 자체를 위축시키는 조건이었다. 제약은 기술 훈련으로 단순히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규범, 관계의 설계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진술은 장애인 ․ 노인 ․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문화시설의 접근성 보장’ 조항과 직접 연결되며, 공연장도 접근성 확보의 대상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단순히 배리어프리 공연장의 필요를 언급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가파른 계단 ․ 대기실 부족 ․ 무선수신기 제한’과 같은 구체적 개선 의제를 제시하며 특히 ‘안내 인력 대기 공간 확보’라는 기존 논의에서 간과된 항목을 새롭게 제안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은 곧 조정의 과정으로 이어졌다. 시각적 신호의 공백은 청각과 촉각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합주 문법으로 대체되었다. 숨소리, 발자국, 어깨 곡선의 촉각은 단순한 보조수단이 아니라 앙상블의 핵심 규칙으로 작동하였다. 이는 Small [12]이 말한 musicking - 음악을 관계적 실천으로 이해하는 개념 - 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또한 틀림조차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기다려주기’와 ‘함께 맞추기’로 수용되면서, 관계적 윤리가 합주의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참여자들의 발화 속 ‘서로 맞추기’, ‘함께 호흡하기’는 앙상블이 기술적 협력을 넘어 관계적 돌봄의 실천임을 보여주며, 이는 Clandinin이 강조한 사회성의 ‘관계적 책무’와도 맞닿는다. 특히 참여자 A가 “나도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순간은, 장애인을 수동적 수혜자로만 보는 시각을 벗어나 상호적 기여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청각적 지휘’와 ‘촉각적 체득’ 같은 음악 활동 방식은 단순히 기존 음악 문법이나 규칙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그 자체로 ‘새로운’ 음악의 규칙과 감각,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실천이 될 수 있다. 이는 음악을 단순히 소리의 연주나 듣기만이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몸과 감각, 경험을 통해 음악의 의미와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자 문화적 실천으로 보는 Small [12]의 musicking 이론과 연결된다.

    장애학의 크립 이론(crip theory)[31]에서는 장애를 ‘결핍’ 이나 부족함으로 이해하는 기존 시각을 뒤집는다. 오히려 장애는 기존 사회가 ‘정상’이라고 규정했던 기준이나 규범을 바꿀 수 있는 힘, 즉 새로운 가치와 문화, 감각, 인간관계를 만들어내 는 창조적 가능성의 원천으로 자리매김된다. 이런 관점에서, 장애가 있는 음악인의 독특한 듣기 방식, 신체 활용, 감각적 경험은 기존 음악의 룰을 넘어 더 넓고 다양한 음악적 ․ 사회적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결국,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신체적 ․ 감각적 특성을 살려 창조적으로 음악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대체나 보완이 아니라, 음악과 사회 전체에 새로운 규범과 관점, 가치와 관계를 창안하는 적극적인 실천이 된다. 이것이 바로 Small의 musicking 개념과 크립 이론이 만나는 지점이다. 장애의 ‘다름’을 결핍이 아니라 창조와 혁신의 힘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승인의 경험은 무대와 관객, 동료와 가족의 다층적 인정 속에서 형성되었다. 실명은 단순한 신체적 변화가 아니라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에 근본적 위기를 가져오는 사건이었다. 연구참여자 C의 “실명하고 나서 3년 동안은 방에만 틀어 박혀 음악만 들으면서 울었어요”라는 진술은 실명이 음악적 자아와 사회적 역할의 동시적 상실을 의미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첫 무대 경험에서 “내가 아직도 무대 위 음악가구나”라는 인식은 단순한 복귀가 아닌 새로운 정체성의 발견이었다. 이는 Bruner [32]의 내러티브 정체성 이론과 부합하며, 개인이 경험을 일관된 이야기로 재구성하면서 정체성을 재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연구참여자 B 가 브라질 공연에서 “장애인 성악가가 아니라 진짜 음악가로 승인받았다”고 회상한 발화는, 사회적 타자의 인정이 자기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계기임을 드러냈다. 이러한 승인 경험은 Ricoeur [33]가 말한 동일성(idem)과 구별되는 자기성(ipse)의 차원, 즉 타자의 인준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정체성과 맞닿는다. 나아가 이는 Honneth [34]의 인정 이론에서 말하는 사회적 ‘존중(social esteem)’의 차원과도 연결된다. 참여자들이 무대에서 경험한 것은 단순한 동정이나 격려가 아니라, 한 개인의 능력과 공동체에 대한 기여가 사회적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경험이었다. 무대에서 음악가로서의 전문성과 기여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순간이야말로 “나는 공동체에서 쓸모 있는 존재이고, 내 재능이나 기여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는 긍정적 확신을 얻게되는 사회적 존중의 실현이었다. 따라서 승인 경험은 개인적 자아회복을 넘어 공동체 속에서 능력과 역할이 평가받는 존중의 순간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앙상블 경험은 확장의 지향으로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단순히 연주자에 머물지 않고 리더, 멘토, 팀을 조직하는 주체로서 자신을 위치시켰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참여자들이 ‘장애’를 숨겨야 할 결핍이 아니라 음악적 정체성의 일부로 통합했다는 것이다. 연구참여자 A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남들이 가지지 못한 좀 특별한 도구, 바로 ‘장애라는 것’입니다”라는 발화는 장애를 음악적 자원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적 사고를 드러낸다. 이는 장애를 개인적 비극으로 보는 의료적 모델에서 벗어나, 정체성의 긍정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참여자들의 ‘인식 개선 공연’은 음악 활동이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앙상블이 개인적 성취의 장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매개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내러티브 탐구의 세 가지 정당성 차원에서 다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개인적 정당성은 참여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앙상블 경험을 다시 이야기하고(retelling), 새롭게 살아내며(reliving) 정체성을 재구성한 점에서 확인된다. 연구참여자 B가 “메너리즘에 빠져 직장인처럼 무대를 대했지만, 다시 말하기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무대를 더 분명히 그릴 수 있었다”고 회상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연구자는 또한 단순한 자료수집자가 아니라 의미 해석의 공동 참여자로 자리 매김함으로써 연구의 개인적 정당성을 함께 확보하였다. 둘째, 실제적 정당성은 점자악보의 제약을 넘어 암보 ․ 청각 기반 리허설, 촉각적 체득과 같은 실천 전략이 교육과 공연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모듈로 제시된 점에서 확보된다. 참여자들이 개발한 청각적 지휘와 상호적 배려의 합주 규범은 기존 비장애인 중 심의 앙상블 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연구자 역시 ‘다시 이야기하기’의 주체가 되었다. 참여자 C가 “이 연구에 참여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의 정체성은 브라스 앙상블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한 발화는 내러티브 탐구가 단순한 자료수집이 아닌 정체성 재구성의 공동 작업임을 보여준다. 이는 Clandinin [22]이 강조한 내러티브 탐구의 관계적 존재론, 즉 연구자와 참여자가 공동으로 의미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확인시켜준다. 셋째, 사회적 정당성은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공연장 접근성, 가족의 과보호 담 론, 일상적 차별 문제와 연결해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한 데 있다. 공연장의 물리적 장벽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음악적 실현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였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창조된 새로운 앙상블 문화는 포용적 음악 문화를 요구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문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청각적 지휘, 촉각적 체득, 상호적 배려라는 비시각적 협력 전략을 체계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앙상블 연구의 시각 중심적 이해를 확장하였다. ‘제약-조정-승인-확장’의 순환적 구조를 도출하여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이론화하였으며, Small [12]의 musicking 이론과 McRuer [31]의 crip theory를 연결함으로써 장애를 결핍이 아닌 창조적 실천의 자원으로 재개념 화하였다. 이는 장애학과 음악교육학의 접점을 형성하고, 장애 예술인의 ‘예술가 정체성’ 연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시각장애인 연구에서 내러티브 탐구의 방법론적 유용성을 입증하였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를 지닌다.

    둘째, 실천적 측면에서 본 연구에서 도출된 협력 전략은 시각장애 학습자를 위한 포용적 앙상블 교육과정 설계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 음악 교육자들은 시각장애 학생을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학생’이 아니라 ‘고유한 음악적 강점을 가진 학습자’ 로 인식하고, 보다 효과적인 교육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공연장의 가파른 계단 개선, 대기실 확충, 무선수 신기 사용 허용, 안내 인력 대기 공간 확보 등 구체적 접근성 개선 의제를 제시하였으며, 장애 예술인 지원 정책이 단순한 ‘접근성 제공’을 넘어 ‘전문 예술가 육성’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실증적 근거를 제공한다.

    셋째, 사회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장애 음악인을 치료나 재활의 대상이 아닌 전문 예술가로 조명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인식 전환에 기여한다. 시각장애 음악인의 경험을 학문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일반 대중이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예술적 기여를 하는 음악가’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며, 이는 장애인에 대한 낙인을 감소시키고 포용적인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음악인 당사자들에게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다른 시각장애 음악 지망생들에게 롤모델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의미를 지닌다.

    궁극적으로 연구에서 드러난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은 단순한 적응이나 극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약을 재구성 하고 관계를 재편하며, 타자의 승인 속에서 정체성을 강화하고, 나아가 공공적 실천으로 확장되는 내러티브적 순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기존 장애예술 연구가 치료 ․ 재활 중심의 패러다임에 머물렀던 한계를 넘어 예술학적 ․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장애 음악인의 삶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기여를 제공한다. 동시에 교육 ․ 연습 ․ 공연 현장에서 실질적 개선을 촉발하고, 배리어프리 공연장 ․ 사회적 인식 개선 등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내러티브 탐구가 요구하는 ‘그래서 어쩌라고, 누가 관심을 가지는가’라는 물음에 본 연구는 자기 정체성의 재구성, 현장의 실천 개선, 사회적 담론과 정책의 제로의 확장을 통해 응답했다고 할 수 있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시각장애 음악인의 앙상블 경험을 내러티브 탐구로 해석하여 ‘제약-조정-승인-확장’의 순환적 구조로 이론화하 였다. 이는 장애예술 연구의 치료 ․ 재활 중심 패러다임을 넘어 예술학적 관점에서 장애 음악인의 삶을 재조명한 학문적 기여를 제공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여러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음악교육 현장에서는 포용적 앙상블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실천 지침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문화정책 영역에서는 장애예술인 지원 방향 설정과 문화시설 접근성 개선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또한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는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자아실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참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장애를 결핍이 아닌 다양성의 자원으로 이해하는 관점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몇 가지 제한점을 갖는다. 시각장애 음악인 3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로 일반화에 한계가 있으며, 특정 전문 예술단체 소속 연주자들에 국한되어 다양한 음악 활동 환경을 포괄하지 못했다. 또한 시각장애 외 다른 장애 유형과의 비교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각장애 특성에 따른 고유 경험과 보편적 경험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제한점을 보완하기 위해 후속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연구가 확장되어야 한다. 첫째, 시각장애 외 다양한 장애 유형의 전문 음악인을 대상으로 한 비교연구를 통해 연구결과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앙상블 경험의 장기적 변화를 추적하는 종단연구를 통해 경험의 발달 과정과 지속성을 규명해야 한다. 셋째, 비장애 음악인과의 통합 앙상블 경험에 대한 연구를 통해 포용적 음악 문화 조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장애 음악인을 치료나 재활의 대상이 아닌 전문 예술가로 접근함으로써 장애예술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하였으며, 포용적 문화예술 환경 조성과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

    Figures

    Tables

    Participant Characteristics

    *The ages and genders of the participants were simplified or omitted to ensure personal data protection and confidentiality.

    Analysis Unit, Categories, and Sub-categ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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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urnal Abbreviation : JKAQR
      Frequency : triannual (thrice-yearly)
      Doi Prefix : 10.48000/KAQRKR
      Year of Launching : 2016
      Publisher : Korean Association for Qualitativ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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