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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2508-2116(Print)
ISSN : 2713-7015(Online)
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for Qualitative Research Vol.2 No. pp.1-22
DOI : https://doi.org/10.48000/KAQRKR.2017.2.1

The Experiences of 'Becoming a Mother' of the Juvenile Unmarried Mothers residing in Shelter Facilities

Hae-Kyung Park1, Moon Hee Ko2
1Graduate School of Counselling, Baekseok University, Seoul
2Department of Nursing, Chodang University, Muan, Korea
Corresponding author: Ko, Moon Hee Department of Nursing, Chodang University, 380 Muan-ro, Seongnam-ri, Muan-eup, Muan 58530 , Korea. Tel: +82-61-450-1802, Fax: +82-61-450-1801, E-mail: 2anes@hanmail.net
May 1, 2017 ; May 11, 2017 ; May 19, 2017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the experiences of ‘becoming a mother’, regarding juvenile unmarried mothers in shelter facilities.


Methods:

Data were collected by in-depth interviews with seven juvenile, unmarried mothers being under 24 years of age, and raising their children. The data were analyzed by using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Results:

Five categories resulted from the experiences of ‘becoming a mother’. They were identified as: ‘Pregnancy’, ‘Raising the Child’, ‘Living in a Shelter Facility’, ‘Living as an Unmarried Mother’, and finally ‘Preparing for the Future’.


Conclusion:

The shelter facility was perceived as a safe place for raising children by juvenile unmarried mothers, who had chosen to give birth and raise children after being abandoned by their families. However, they felt that living in the shelter was a stigma and simultaneously they should think that they ought to leave the place in the near future. In truth, their real life was grimmer than their thought. In this respect, policies should be changed to support them to raise children and be prepared to live with their children. Without any sense of stigma or discrimination as juvenile unmarried mothers, policies should support that they could live together in out community.



시설거주 청소년 미혼모의 엄마 되어가는 과정의 경험

박혜 경1, 고 문 희2
1백석대학교 상담대학원 ․ 나다움상담연구소장
2초당대학교 간호학과

초록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최근 한국사회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사회구조의 변화와 더 불어 가치관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성의식은 개방적으로 변화하여 혼전 성관계의 금기는 상당히 완화되었고 성경험 연 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Kim & Ahn, 2010),이와 더불어 청 소년의 미혼 임신의 사례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17 청소 년 통계’(Korea National Statistical Office, 2017)에 따르면 15~24세 청소년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0%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자 녀를 갖는 상황에 대하여 수용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합법적인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전형적인 가정에 부여하는 사회적 가치는 아직 견고하여 임신과 출산은 제도적인 가족 내에서만 존중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부정과 일탈로 규정되어 혼외 출생자나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심하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 성문화가 지배적으로 여성을 재생산의 주체로 규정하고 남성보다는 여 성의 성적 정결성을 문제 삼는 이중적인 성규범이 존재하여 결 혼이 전제되지 않은 성행위에 대하여 남성에게는 관대하고, 태 어난 아기에 대한 책임과 사회적 비난은 여성이 혼자 감수해야 하는 불평등의 사회구조를 지니고 있다(Kim, 2013). 이러한 사 회적 환경 속에서 많은 미혼 임신은 낙태로 연결되고 출산을 하 더라도 입양이 전제되거나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버려져 미혼모 시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임신 연령이 낮 을수록 임신이라는 사태를 맞아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고, 정체 성의 혼란과 수치심, 두려움, 우울 등 정신적인 고통으로 현실 을 부인하거나 도피하는 반응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임신 사 실을 숨기고 연락을 끊는 경우도 많다(Kim, 2013). 또한 자녀 는 온전하고 합법적 가정에서 양육되어야 하고, 그 안에서 자 녀 양육에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신성시되는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미혼모의 출산은 낙태를 강요당하고, 출산 시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낙인으로 입양과 유기, 직접 양육의 갈등을 심각하게 경험한다(Kwon, 2015;Sung, Kim, & Shin, 2015). 그에 따라 80년대 까지는 미혼 출산의 입양율은 90%를 넘었 고 아기를 양육하는 미혼모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개방적인 사랑과 성에 대한 태도가 수 용되고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 결혼제도로 구성된 가정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약화되고 있다(Korea National Statistical Office, 2017). 더욱이 최근의 극심한 저출산 사태 가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인식됨에 따라 미혼모의 출산과 입양 되는 아기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각도에서 부상하게 되었다. 미혼 양육모의 비율은 1998년 7.2%에서 2005년 31.7%, 2009 년 66.4%로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가족 형태의 다양성의 증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의 변화, 미혼모가 되는 원인의 복잡성 증가, 미혼모 자신이 싱글 맘으로서 정체성을 수용하는 가치관 변화, 혼인여부와 상관없 이 자신의 호적에 자녀를 입적시킬 수 있는 가족법의 개정, 한 부모가족의 경제적 지원 등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여건의 변화 와 관련이 있다고 보여 진다(Lee, 2010). 그러나 많은 미혼모들 은 가족의 지원체계의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기 출산과 관련된 돌봄의 요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출산전 후 미혼모시설에 입소하여 최소한의 필요를 지원받아 해결하 고 있다. 미혼모의 증가추세에 따라 미혼모자 지원시설도 증가 하여, 90년대 이후 현재까지 96년 8개소에서 2015년 60개소로 증가하였다(Park, 2016).

    우리나라의 미혼모에 대한 연구는 80년대 미혼모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미혼모의 실태파악과 발생요인에 초점을 둔 연구로 시작되었다. 2000년대 미혼모에 대한 시각이 다양화되 면서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사회적 구조,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책 지원방안 등, 미혼모와 관련된 사회적 환경의 개 선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한편으로는 미혼모의 심 리적 문제와 상담 교육 등 중재효과 등 미혼모의 내적인 심리적 요구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최근에는 특히, 양육미혼모의 삶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임신과 출산, 모성 경험, 양육과 입양 결정, 사회적 차별 경험, 등 미혼모로 살아가는 과정의 주 관적 경험에 대한 페미니스트 접근, 사례연구, 생애사 연구 등 질적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미혼모가 시설 입소하여 생활하면서 아기를 양육하 며 살아가는 경험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며, 가족 없이 잉태와 출산을 겪어내며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시설의 생활에 초점 을 맞추어 조명한 연구는 더욱 부족하다. 특히 시설거주 청소년 미혼모는 증가하는 시점에, 이들이 자신의 성장과 발달, 경제 적 독립과 아기의 양육이라는 과제를 가족의 도움없이 시설에 서 겪어내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을 겪어내는 청소년 미혼 모가 직면한 사태를 시설의 생활을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이해 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설에 거주하는 청소년 미혼모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건강한 개인으로 성장하며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기 초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질적 자료분석을 통해 청소년 미혼모가 출 산과 양육을 선택하고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아기를 키우며 엄 마가 되어가는 과정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에 따라, 연구 질문은 “청소년 미혼모가 시설에서 생활하며 엄 마가 되어가는 과정에 겪는 경험은 무엇인가?”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미혼모를 대상으로 임 신과 출산, 양육 과정의 경험에 대하여 심층 면담한 자료를 귀 납적으로 분석한 질적 연구로서, 주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미 혼 양육모의 심리 현상”을 위해 수집한 인터뷰자료를 2차 분석 한 연구이다.

    2. 참여자 선정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범위를 청소년기본법의 정의에 따 라 24세 미만의 대상자로 정하고, 미혼모 시설에 거주하며 아 기를 양육하는 24세 미만의 양육미혼모를 대상으로 하였다. 연 구참여자의 개인적 특성을 요약하면 Table 1과 같다.

    3.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연구목적에 동의하고 면담과 녹취를 수락한 참 여자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연구참여자 1 인당 1~4회의 면담이 진행되었고 1회 면담시간은 1시간에서 2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면담 내용은 모두 녹음되었고, 48시간 안에 전사하였다. 전사 자료는 A4 용지 500여 쪽 분량에 달했 다. 자료수집기간은 2011년 11월에서 2012년 7월까지이다.

    4. 윤리적 고려

    연구자는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주제, 면담과 녹음으로 진행되는 자료수집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면담 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또한 면담도중 언제든 참 여 중단이 가능하며, 면담 후에도 자료를 연구에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을 때는 언제든 폐기 요청을 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면담자료는 익명으로 처리하고 면담 후 필요하다면 상담이 연 계 가능하도록 하였다.

    5.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 자료분석의 방법은 Hsieh와 Shannon (2005) 이 제시한 전통적 내용분석방법을 활용하였다. 이 방법은 기존 이론이나 지식을 활용하여 범주를 구성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료에 몰입하여 귀납적으로 주제와 범주를 이끌어내는 방법 이며, 연구의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텍스트 전체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미혼모가 시설에 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의 전반적인 의미를 파악하 였고, 다음은 임신확인에서부터 엄마로서 미래를 준비하는 과 정 전체를 구성하는 대략적인 범주를 확인하고 각 범주를 구성 하는 핵심적인 개념을 나타내는 단어와 문장들을 분리해내어 이를 대표할 수 있는 개념으로 명명하였고, 셋째로 명명한 개념 을 비교한 후 유사한 개념들을 묶고 다시 범주화하는 순환적인 과정을 통해 시설에서 거주하는 청소년 미혼모의 자녀 양육 체 험을 보여주는 주제들을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주제들 간의 연결성과 계층구조를 바탕으로 보다 함축성이 큰 주제, 즉 엄마 되어가는 과정을 드러내는 단계로 진행되었다.

    6. 연구의 엄밀성 확보

    연구의 엄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Sandelowski (1986)가 제시한 신뢰성, 감사가능성, 적합성, 확인가능성의 네 가지 기 준을 고려하였다. 신뢰성은 현상에 대한 기술과 해석의 충실성 에 관한 기준인데,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는 7명의 참여자들 이 임신에서 출산 결정, 양육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실제 체험 을 이야기한 자료이며, 상담을 전공한 연구자가 직접 면담한 500쪽이 넘는 풍부한 자료로부터 도출된 주제로 신뢰성을 확 립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두 명의 연구자가 각기 자료를 분 석한 후 결과를 비교하는 분석자 삼각검증법을 활용하여 분 석의 신뢰성을 높였다. 감사가능성은 연구의 진행이 일관성 과 체계를 갖추도록 Hsieh 와 Shannon (2005)이 제시한 전통 적 내용분석방법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고 주제도출 과정과 원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확립하고자 하였다.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 자료가 포화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여러 회 에 걸쳐 심층 면담과 관찰을 하였고, 시설 책임자와 사회복지 사로부터 미혼모 시설의 현실에 대한 추가설명을 참고하였 다. 또한, 관련 정책 포럼, 다큐 등으로부터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확인가능성은 연구결과의 중립성과 객관성의 기 준인데, 본 연구에서는 미혼모의 삶이라는 연구현상에 대한 연구자의 편견을 가치관을 성찰하고 거리두기하며 새롭고 객 관적인 시선으로 자료수집과 분석의 전 연구과정에 임하고 두 명의 연구자의 의견을 긴밀히 교환하여 편견과 편중의 위험을 최소로 하였다.

    연 구 결 과

    청소년 참여자 7명의 심층면담자료가 분석되었다. A4 500 여 쪽의 텍스트 자료로부터 총 742개 의미있는 진술문을 분리 하였고, 진술문의 의미를 분석하여 76가지의 하위주제를 도출 하였으며, 하위주제들은 유사성에 따라 27개 주제로 묶었고, 주제들은 경험의 영역 혹은 시기에 따라 5개의 범주로 분류하 였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과정을 시설에서 거주하며 겪 는 청소년의 체험은 어떠한가? 라는 초기 질문을 바탕으로 내 용을 분석한 결과, 임신과정, 출산과 양육과정, 시설에서의 생 활, 미혼모로 살기, 미래의 준비 등의 범주를 확인하였으며 최 종적으로 “시설에서 거주하는 청소년 미혼모는 어떻게 엄마가 되어 가는가?”에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각 범주별 주제는 Table 2와 같다.

    범주 1. 임신과정

    1) 헤어날 길 없음

    참여자들은 자유롭게 어울리던 남자 친구와 어쩌다 성관계 를 맺지만 임신에 대해서는 무방비한 경우가 많았다. 생리적 징후를 인식하고 어렴풋이 임신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지 만 신속하게 확인을 하기 보다는 미루거나, 불확실한 자가 테스 트 결과를 유리하게 해석하기도 하며 결과에 직면을 회피하기 도 한다. 임신 확인시기는 대체로 늦은 편으로 5~6개월경이 많 았고 거의 막달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임신이 의심되었을 때, “얼른 결혼해서 함께 살자.” 라고 농 담도 하고 배를 만지며 장난도 치고 하던 어린 참여자들도 막상 임신이 확인 되자, 혼란과 충격에 빠진다. 임신 했다는 사실 자 체가 감당할 수 없는 사태로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과 혼 란’에 빠진다.

    임신 테스트기 했는데 2줄이 나왔었거든요. 그냥 멍 했 어요. 그냥 앞이 까마득 한 거 에요 .. 중략... 엄마가 알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리고 이게 결혼한 상태에서 애기를 가진 게 아니라 이제 혼자 있는 상태에서 애기를 가진 거 잖아요. 그러니까 주변의 반응들... 불안하고 걱정 많이 됐 죠. 앞이 까마득하고 그런 어떻게 해야 되나, 그냥 어떻게 해야 되나, 애기를 키워야겠다 지워야겠다 이렇게 딱 구 분적이지 않고 아 어떻게 해야 되나, 그냥 아예 생각도 안 나고 그냥 그 때 더 많이 울었어요. 그러니까 음식도 못 먹 은 게, 아이를 지울 것에 대한 그런 불안감도 있었고 이 남 자에 대한 것도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2개가 합쳐 지니까 더 많이 울었고요. 밥도 못 먹었고요. 아무것도 못 했죠(참여자 6)

    임신을 확인하고 시간은 흘러가지만 참여자들은 아기와 관 련하여 확보된 자원이나 결정된 것이 없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절박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무엇보다 마주하게 될 엄마 아빠의 반응, 친구들의 왕따, 온 갖 사회적 비난이 무섭고 배속에 엄연한 생명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혼자서 아기를 키워야 한다는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감으로 압박을 받으며 참 여자들은 헤어날 길 없는 수렁에 빠진 것 같은 무력감을 느꼈 다. 참여자들은 도망갈 수도 없는 현실 앞에 ‘두려움과 우울은 깊어지고, 자살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매일 매일이 살기 싫은 느낌? 이 애를 내가 혼자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맨날 잠을 못 잤어요. 걱정 이 돼서, 다른 사람들처럼 왜 나는 정상적인 가정을 꾸미 지 못하고, 이런 일이 왜 나한테 일어나지? 이런 생각도 하 고, 되게 절망적이었어요. 자살 생각? 그런 것도 많이 들고 (참여자 3) 근데 정신적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거 에요. 진짜 그것 때문에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 요. 차라리 이 아이를 품고, 그것도 안 되고, 그러니까 우 울, 우울증이 와가지고 울다 지쳐서 자다가, 탈진되고 영 향실조로 쓰러지고, 입덧도 너무 심해가지고 목도 다 헐 었다고 해야 되나? 액체 그 위액 때문에...(참여자 6)

    2) 버림받음

    미혼부의 임신에 대한 초기 반응은 수용, 회피, 낙태 종용 등 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무조건 책임진다.” “함께 기르겠 다.”는 수용하는 태도로부터 미리 입양의사를 밝히며 슬슬 피 하는 경우, 전혀 아기 아빠가 될 생각이 없다는 생각으로 낙태 를 종용하는 등 다양한 태도를 보였다. 미혼부와의 관계는 임 신 확인 당시 이미 결별 상태인 경우도 있었고, 임신 초기 낙태 를 종용하며 결별 위협을 했던 미혼부는 물론, 임신과 출산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던 미혼부들 조차 출산이 현실로 다가옴 에 따라 점점 거리두기 시작하고 결국은 미혼모를 버리고 떠나 게 된다. 혹은 본래 무책임하고 무능력하여 남편과 아빠로서 역할 수행에 신뢰를 주지 못했거나 갈등이 있었던 경우는 미혼 모 쪽에서 결별을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미혼부와 결 별’하고 홀로 남은 미혼모들은 이제부터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막막함과 버림받은 분노로 고통 받았다.

    갑자기 막상 아기가 생기고 나니까 자기는 싫다는 것예 요. 지웠으면 좋겠대요. 그래서 애기 안 지우면 헤어지겠 다고... 중략 ...대놓고 이야기했어요.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냐고? 그렇대요. 아직 애기한테 얽매이고 싶지 않데요. 그래? 그럼 혼자가고 싶냐고? 그러고 싶데요. 아직, 그럼 가라고(참여자 5)

    초기 때 같이 키우자고 했어요. 근데 그때 같이 키우기 로 하다가 걔가 너무 술 마시러 가고, 일도 안하고요. 학생 이긴 하지만, 저는 그냥 하루 종일 방안에만 있었거든요... 중략 ...근데 걔는 또 놀러가면서 여자들 만나고, 클럽에 가고... 중략 ...그때 너무 화가 나서 임신한 상태에서 헤어 지자고 하고 내려왔어요.(참여자 2)

    미혼모의 원가족은 가족기능이 이미 손상되어 있거나 자원 해 줄만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참여자들은 임신 당시 가 출, 취업, 학업 등으로 부모들과 함께 거주 하지 않는 경우가 많 았는데, 함께 있는 경우에도 자녀의 임신 사실을 초기에 알아 차리지 못하여 부모가 알게 된 시기는 대체로 5~6개월 이후가 되었다. 어린 딸의 임신사실에 대하여 부모들은 당황하고 분노 하며 낙태를 종용하거나 “네가 저지른 일 네가 알아서 해라.” 라고 관계 단절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가족의 외면’으 로 간절히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의지할 곳 없이 내몰리는 처절 한 외로움을 맛보게 된다.

    어떻게 할 거니, 키울 거야 말 거야. 니가 알아서 해라. 알았어요. 아빠는 울화통이 터진대요. 그래서 신경 쓰지 말 라고 내가 이제부터 내가 알아서 하겠다 하고, 초반에는 시 설 들어오기 전까지는, 엄마 아빠 너무 싸워서... 임신할 걸 로, 니 탓이니 내 탓이니 뭐, 아빠가 엄마한테 시비를 거는 거 에요. 나가래요. 되게 서러운 거 에요.(참여자 6)

    그냥 거기 서서 살던가, 아니면 물에 빠져라, 이런 식으 로, 그냥 선택이 딱, 선택이 많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 인 선택밖에 없는 그런(참여자 1)

    사랑하고 의지하던 사람에게 버려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고통이다. 그런데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그리고 함께 책임 지고 감당해야 할 과제를 앞에 두고 떠나가 버린 미혼부들에게 참여자들은 “쓰고 버려진” 극심한 좌절과 분노를 느꼈다. 시댁 은 물론 원가족도 도움은커녕 “눈앞에 나타나지도 말라”는 단 절을 요구할 때 비참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원가족 에서 결핍되었던 애정의 욕구를 미혼부와의 관계에서 보상받 고 위로를 받았던 경우, ‘버려진 슬픔과 분노’는 더욱 심하였다.

    이제, 이제 제가 의지할 사람도 없고, 그래도 연락 할 때 는 많이 의지가 됐어요. 애기 아빠다 보니까. 의지할 사람 도 없어졌고, 또 변한 내 모습을 보고 떠난 것 같아서, 되게 혐오스러웠어요... 중략 ...그냥 쓰다가 버려졌다는 느낌, 너무 좌절을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애기를 갖고 몸도 많 이 망가지고 그랬거든요,(참여자 3)

    3) 막막한 현실

    임신 과정이 진행되면서 참여자들은 ‘밀려드는 현실문제’로 막막해하였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는 어떻게 말해 야 할지, 결혼은 아직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이루어야 할 꿈이 있는데, 경제적으로 용돈 벌어 쓰기도 어려운데 과연 아기는 어떻게 키 울 것인지, 넘지 못할 장벽 앞에 서 있는 듯 했다. 대처자원은 절 대적으로 부족하고, ‘양육에 대한 자신감은 없는데 책임감’은 압박해오고, ‘망가져버린 미래’가 전면에 부각되어 인생은 바 닥을 친 느낌이었다.

    애를 어떻게 해야 돼지, 내가 24살인데, 결혼을 해야 하 나, 이제 막상 결혼에 대한 압박감이랑 애를 어떻게 키워 야 되는 거에 압박감이랑, 부모님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되는 그거에 갑자기 혼합이 되면서 머리가 멍해진 거 에 요. 머리가 탁 터지는 것 같은... 정신을 놓는 줄 알았어요. 그 때는... 중략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압박감이 책임감이 그런 게 너무 컸어요. 온갖 생각이 다 드는 거예 요. 결혼에 대한 중압감이 확하면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 이 확하면서... 머리가 멍했어요.(참여자 5)

    낌새는 알았지만,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을 때, 약간 서 로 충격?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나는 꿈이 있는데, 이런 느낌(참여자 4)

    바깥에서 애에 치여 살고... 중략 ...엄마들보면. 너무 힘 들어 보이는 거예요. 또 그게 아빠, 남편이 같이 키우는 것 이 아니라 혼자 키워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감당하 기가 생각 만해도, 아, 상상하기가 싫은 거예요.(참여자 7)

    4) 학대받는 몸

    생명을 잉태한 여성의 몸은 특별한 존중과 배려의 대상이다. 그러나 임신 사실을 내세울 수 없는 미혼모는 임신부로서 영양 보충과 같은 최소한의 돌봄도 받을 수 없었고, 심지어 미혼부 나 가족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하였다. 미혼모들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서러움’과 ‘학대로 인한 고통’은 너무 무거웠다. 몸 은 입덧과 영양실조로 힘겨웠고, 체형이 변화하고 무거워지는 몸은 스스로 혐오스럽기까지 하여 ‘견디기 힘든 몸’이 되었다.

    내가 여지껏 여지껏 애란원 혼자 살았고, 내가 병원비 받은 것도 한 번인가 두 번밖에 없거든요. 그 외엔 내가 알 바 하면서 지냈어요. 임신한 몸으로, 어머님도, 임신은 내 임신은, 내 진짜 몰래 임신한 거고, 몰래 알바를 해서 내가 먹고 싶은 거 내가 사먹고 내가 사고 싶은 거 내가 사고, 진 짜 정말 애기 아빠 몰래 하기도 하고, 혼자 하기도 하고(참 여자 6)

    그리고 이제 와서 연락와 가지고 뭐 애기 키우자며, 이 렇게 제가 이야기 했는데, 그렇게 욕을 엄청 많이 했어요. 하여튼 간. 거의 낳기 전에, 배를 밟고 막 그러는 거에요. (울먹).(참여자 2)

    ...또 변한 내 모습을 보고 떠난 것 같아서, 되게 혐오스 러웠어요. 나는, 내 몸이 왜 이렇게 되었지?(참여자 3)

    5) 뿌리내리는 모성

    어느덧 배속의 아기는 커가고 생명의 소리를 전한다. 심장소 리와 초음파 사진이 예쁘고 통통거리는 태동이 신기하다. 미혼 모들은 살겠다고 움직이는 배속의 ‘아이와 교감’을 나누고, ‘생 명에 대한 경외심’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미안함’을 느낀다. 어린 미혼모들은 어느새 엄마가 되어 간다.

    의사 선생님이 내가 딱 침대에 눕고 이제 초음파를 보 잖아요. 보면서 너무 예쁘데요. 너무 많이 컸데요. 진짜 예 쁘게 자라고 있다고 막 이러면서, 애기를 하고 막, 태동 소 리, 이제 심장 소리를 들려줬거든요. 심장 소리가 너무 너 무 예쁘게 들리는 거, 너무 미안한 거 에요. 해준 게 없어 서, 진짜 엉엉 울면서 나왔는데,(참여자 4)

    5개월쯤에 태동이 느껴지잖아요. 느껴져도 괜히 아닐 거야 부인하고 싶었고, 근데 알았어도, 가끔 배에 대고 이 야기는 해줬거든요. 애기야 미안해 뭐 이런 말을 가끔 했 는데,(참여자 5)

    그 6주 때의 심장 뛰는 그 모습을 안 봤더라면 달라졌을 거 에요. 심장 소리 듣고요. 초음파에서도 점 하나 찍은 거 에, 그 안에서 조그만 점이, 반짝 반짝 하는 거 에요. 뭐냐 고 물어보니까 심장 뛰는 거래요. 그 소리와 함께, 그 조그 만 콩알만 한 살겠다고 바둥바둥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 지지가 않아요.(참여자 6)

    6) 주체적인 삶의 의지

    임신 초기 두려움과 혼란, 미혼부와 가족의 결별, 양육 책임 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막막함을 겪어내며 청소년 미혼모들은 어렴풋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내면의 힘을 인식한다. 버림을 받던, 누가 뭐라든 나의 아이를 길러야 한다 는 책임감과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 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감이 생긴다. 이렇게 ‘뚜렷해지는 책임 감’과 ‘깊어지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인식하며 주체적인 삶의 의지를 다진다. .

    출산 결심이 확실해 지면서, 아, 그냥 나는 누가 버려도 내가 알아서 내 애는 책임지고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집에서 버림받든 애기 아빠한테 버림받든, 그런 생각도 하고, 그런데 막상 또 그렇게 되면 감정이 달 라지더라고요.(참여자 3)

    내 자신을 가장 믿었어요. 나라면 할 수 있을 거다. 내가 낳아서 나라면 내가 기를 수 있을 거야. 이런 게 가장 컸어 요. 누가 뭐하고 그래도, 아빠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이렇 게 키울 수 있을 거다. 이러면서 제 자신을 가장 믿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힘들어서 무너져 내리려 그래도 첫 째 는 기댈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 혼자서 버티고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고.(참여자 4)

    범주 2. 출산과 양육과정

    1) 양육 결정의 기로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당황과 혼란 속에 시간을 보내고 낙태 와 출산의 딜렘마를 겪으며 출산을 맞이한 미혼모들은 아기를 양육할 것인지, 양육을 포기해야 하는지 또 한 번 어려운 선택 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무엇보다 먼저 직면하는 상황은 ‘양육 과 입양 선택의 딜레마’이다. 양육하기로 결정을 하여도, 입양 을 결정하여도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미혼모로서 떳 떳한 엄마가 되기 어렵다는 낙인감이 가슴에 꽂힌다. 또한, 잘 기를 자신은 없지만, 입양을 보내면 후회할 것이 분명하다. 입 양을 전제로 출산을 한 참여자(4)의 경우에도 아기를 품에 안고 나서 강한 애착으로 결국 보내지 못하였고, 참여자(2)는 입양 위탁 후 심한 우울로 자살시도 후 양육을 반대하던 가족을 이기 고 다시 아기를 찾아오기도 하였다. 참여자(3)과 (7)은 드물게 친정 엄마의 지지를 받고 입양계획을 취소하였는데, 엄마도 막 상 아기를 안고 있는 딸을 보며, 아기를 떼어 보낼 수 없다고 생 각한 것이었다.

    원래 입양이었어요. 계속 고민을 하면서, 입양기관, 미 혼모 센터에 들어와서, 입양 보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낳으러 간 날조차도 입양이었어요. 애기를 낳는 데, 태어나면서 애기가 울잖아요. 근데, 너무 너무 예쁜 거 에요. 진짜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싹 지나가면서, 날 지켜줄 사람도, 지켜줘야 할 사람도 우 리 둘이다. 그러면서 안 되겠는 거 에요. 그래서 아빠보고 나 1달만 키운다고, 1달 키우고 보내겠다고, 그랬거든요. (참여자 4)

    (입양기관에 맡긴 후) 진짜 답답했어요. 기차 안에 내내 울고 가는데 엄마가 안아 주고 그랬어요... 콱 막히고, 계속 생각나고 그랬었어요. 계속 사진만 보고, 계속 눈물 나고, 막 사람이 미쳐버리는 것 같았어요.(울먹)... 중략 ...제가 병 원에 있고, 혼자서 울다가 웃다가 계속 그렇게 미친 척 하 고 있으니까. 엄마가 찾아가라고 했어요. 막 숨어가지고 약 엄청 많이 먹은 거 에요. 제가...(울먹)(참여자 2)

    아직 학업과정에 있는 청소년 참여자들이 아기를 양육한다 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였으나, 임신과정에서 형성된 내 아기에 대한 책임감이 마음을 붙잡는다. 참여자들은 “내 아이 는 내가 키운다. 낳았으면 무조건 길러야 한다”는 당위성을 생 각하지만,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 앞에서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낳은 책임의 당위성과 양육자신감 부족의 두 려움’으로 고뇌에 빠진다.

    그때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회복지사 선생 님도 그냥 사회복지사일 뿐이고 어차피 개척해서 살아야 할 건 난데, 누가 내가 도중에 한 번 무너지면 누가 나를 잡 아줄 것이며 어떻게 애를 키우고 나가야 하나 아무런 확신 도 없어서 무서웠어요... 중략 ...내가 키울게 이렇게 이야 기하는 그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게 느껴져서...(참여자 4)

    그러나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린 참여자들은 온몸을 파고드는 품안의 따듯한 생명체에 나의 예쁜 아기라는 근원적 연결을 느 끼며 ‘간절한 애착’을 경험한다. 아이는 그냥 “내 것이구나. 나 의 곁을 지켜줄 영원한 내편이 생겼구나.”하는 마음으로 아기 와 하나가 된다.

    애기가 태어나면서 그 울음소리를, 울음소리가 너무 마 음 아프게 들리는 거 에요. 뱃속에 있을 때 잘해 준 게 하나 도 없는데, 잠깐이라도 잘해줘야겠다 그러면서 데려왔는 데, 점점 키우니까 완전 그냥 못 보내겠는 거 에요. 진짜 정 이 들어버리니까... 중략 ...그냥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어요. 내가 엄마 편이 돼줄 테니까 엄마도 괜찮다 고, 너무 고마웠어요.(참여자 4)

    그냥 딱 봤을 때, 못 떨어지겠다. 그랬는데, 더, 그게 이 제는 다른 생각은 나지도 않았고, 그냥 앤 내 꺼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참여자 2)

    또한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버려졌던 참여자의 경우 ‘물려 줄 수 없는 상처’로서 자신의 버림받은 상처를 떠올리며 아기 의 양육을 선택한다.

    그냥 옛날에 엄마가 나를 버렸던 사실이 나는 너무 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 자식을 버리지 않아야 된다 는 게 항상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말이었어요. 항상 그랬 어요. 나는 내 자식, 나 혼자 진짜 어딜 가서 내가 내 몸 팔 아서 일을 하든, 막노동을 뛰어서 일을 하든, 내 자식은 내 손으로 키우는 게 맞는 거다.(참여자 4)

    이와 같이 참여자들은 여러 가지 딜레마와 갈등 속에서 양육 을 선택하는데, 이때 무엇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된 것은 아기 와 자신의 몸을 의탁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 ‘힘을 실어준 입소 시설’이었다.

    처음에는 애란원에 제가 전화를 해보기 전 까지는 누 가, 그냥 저는 이렇게 그냥 홀로 싸워야 되나, 그렇게만 생 각만 했지, 누가 구해줄 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근데 이제, 애란원에 전화를 해보고, 거기서 용기 되는 말 해주 고, 힘 실어주고 그러니까, 그 때부터, 이제 엄마한테 의사 표현 이렇게 딱, 나는 이렇게 꼭 키워야겠다. 이렇게 하면 서,(참여자 1)

    2) 험한 길에 홀로남음

    참여자들은 주변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험한 길 을 가야 하는 양육을 선택하였는데, 이때 원가족의 부모들은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 호적을 파버린다.”는 등 단절을 요구 했다. 미혼부들은 이미 떠났거나, 떠나고 싶어 한다. 아기의 입 양을 강권하는 원가족의 부모와 양육 책임을 지지 않는 미혼부 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혼자 아기를 키우기로 결심한 어린 참여 자들은 차라리 홀가분하면서도 ‘외딴섬에 버려진 고립감’을 경험한다.

    제가 그 때는 진짜 세상에 이렇게 홀로 남겨진 기분이 었죠. 그 때는 이제 엄마도 안 된다. 아빠도 안 된다. 이제 그러고, 모두 다 안 된다 그러고, 그냥 저만 오로지 그 애기 를 위해 혼자 싸운 거잖아요. 그냥, 진짜 혼자 이렇게 세상 에 홀로 있는 기분, 기댈 곳이 없는... 홀로 됐다는 기분이 그 때는, 제가 이렇게 있으면, 절 혼자 이렇게 그냥 외딴 섬 에, 조그마한 섬 있잖아요.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섬, 그런 섬에다 두고 간 기분?(참여자 1)

    아빠가 너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넌 너대로 살아가고 난 나대로 살아가자고, 한 편으론 힘들었는데, 한 편으론 그냥 홀가분했어요... 중략 ...그냥 좀 무서웠어 요. 이제 나 혼자, 진짜 혼자 키워야 되는 게 현실이 됐구 나.(참여자 4)

    막상 가족들과 단절하고 양육을 선택한 참여자들은 이제 혼 자라는 현실을 절감하며 두려움을 느끼지만, 사실 부모님의 보 살핌과 지원이 부족한 가운데 지금 까지 그런대로 잘 살아온 자 신에서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고, 내 힘 으로 잘 키울 수 있다고 마음을 다진다.

    ...마지막에 이제는 아 그래 이제 꼭 이 남자가 없어도 나 도 엄마한테서는, 아빠한테 기대본 적이 없었거든요. 엄마 한테만 기대서도 이렇게 자랐는데 나보다 더 잘할 수 있겠 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 에요. 그러면서 그래 가라 그러고 난 다음에 정말 담담했어요. 울지도 않았고요.(참여자 5)

    그러나 아기 아빠나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부모역할을 하 고 육아를 담당하는 것은 어린 미혼모들에게 너무나 버거운 일 이었다. 어쩌면 당연하게 지지와 도움을 받는 육아부담을 누구 하고도 나눌 수 없다는 것은 외롭고 슬픈 일이었다. 아기가 아 플 때에도 친정 엄마에게 상의조차 할 수 없어서, 참여자들은 ‘홀로 짊어져야 하는 고달픔과 외로움’으로 가슴앓이를 했다.

    그러니까 잔병치레죠. 폐렴이라는 게, 근데 그러면 내 가 말을 못 해요. 그렇게 이야기 하고 나니까, 내가 기대서 속 시원히 말을 할 수 있는 게 엄마뿐인데, 내 자식이 미워 진다고 하니까. 소름 돋아요. 엄마 마음은 알죠. 왜냐면 내 가 내 자식을 키우니까. 내 자식 또한 그, 근데, 그러니까 엄마 마음을 아니까 내가 더 엄마한테 말을 못 하는, 나만 끙끙 앓죠. 기댈 데도 없죠.(참여자 5)

    3) 반복되는 고달픈 하루

    시설에서 가사를 분담하고 아기를 양육하며 학업이나 직업 훈련을 받아야 하는 청소년 미혼모들의 하루는 너무나 바쁘고 ‘고된 일상’이었다. 아기와 함께 있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 한 가운데, 참여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아기에게 주어야 할 모 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시간의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이 렇듯 빠르게 쉼 없이 정해진 틀대로 흘러가는 ‘반복되는 일상’ 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참여자들은 한숨 돌리는 소중한 여유 ‘충만한 시간’ 을 즐길 수 있었다.

    신뢰감과 친밀감을 그 시간 안에 다 줘야 된다는 강박 관념이 생기나 봐요. 그러니까 그 시간 안에 모든 걸 다 해 줘야 되니까 내가 막 바빠요. 급하고 밥 푸고 애랑 놀아도 줘야 되고, 밥도 먹여야 되고 이러니까 그러니까 눈 깜빡 할 새 시간이 다 간 것 같아요.(참여자 5)

    그냥 맨날 똑같은 일상이고, 똑같이 가는 것 같고, 뭐 하 다 보면, 집중하다보면 바로 그 시간이 바로 가는 것 같아 요. 그리고 막 청소하고 뭐 하고 나면 애기 올 시간이고, 그 러면 애기 밥 먹이고 하면 9시고, 매일 이렇게 똑같으니 까,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시간 볼 시간도 없고, 오늘 몇 년도인지도 모르겠고, 4월 달인지 3월 달인지(웃음), 저 22살인 것도요 안 믿겼어요.(참여자 4)

    이제, 밤에 자려고 딱 누웠을 때, 애기는 자고, 할 일을 다하고 되게 여유로운 상태잖아요. 그럴 때가 제일 좋아 요. 가만히 누워서 이제 하고 싶은 거 할 때.(참여자 3)

    4) 육아 스트레스

    보통의 엄마들에게도 육아는 기쁨이지만 신체적 정신적으 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지치게 되는 일이다. 또한 육아에 얽매여 있는 가운데 엄마 자신의 욕구는 접어두어야 하기 때문 에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더욱이 아직 청소년기에 있는 참 여자들이 또래의 문화를 먼발치로 바라보며 자신의 ‘욕구를 억압’해야 하는 일은 자기존재를 상실하는 위협처럼 느껴졌으 며 억압된 욕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위태롭게 느껴 졌다.

    또 이제, 친구들을 만나면서부터, 저 친구들은 저렇게 놀고, 밤에 나가 놀고, 술도 마시고 클럽도 가고 그러는데, 저는 제 나이에 맞게 못 놀잖아요. 애가 있으니까, 그 때는 너무 괴롭고, 그래서 애기가 약간 미웠던 적도 있었어요. (참여자 3)

    그러니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해요. 나도 이제 보면, 물론 아이에 의해서 스트레스가 풀어지기도 하지만, 아이 에 의해 뭔가 다 억누르고 살아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내 지금 사는 거 보면, 다 억누르고 사는 거죠. 노는 것도 그렇 고 뭐 음주가무도 다 못 하고, 놀러 다니는 것도 못 하고 취 미 활동도 못 하고,(참여자 5)

    참여자들은 시설의 공동생활, 직업 교육을 위한 탁아 등으 로 생각처럼 아기를 돌봐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아 기들과 애착을 형성할 시간도 부족하고, 육아 지식도 부족하 다고 느끼며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을 경 험하였다.

    저희 애기가 잠을 잘 못자고 그러거든요, 그리고 밤에 계속 우유를 찾아요. 내가 뭘 잘못해서? 왜 애가 밤에 우유 를 찾지? 밥도 잘 먹이고 그러는데, 뭔가 마음이 불안한 가? 허한가?(참여자 3)

    5) 보통 엄마 되어감

    청소년 미혼모들은 어느 새 보통이 엄마가 되어 아기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된다. 시설의 공동생활 공 간에서도 세심하게 아기의 니즈를 살펴보고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하였고 어디서나 아기에게 좋은 것이 있으면 챙겨오는 ‘아 줌마’ 가 되었다. 무엇보다 영양이 풍부한 음식과 청결한 환경 을 마련해 주었고, 책을 읽어 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 주 었다.

    건강, 밥 같은 것도, 밥 하고 이제, 애기 환경적인 거 막, 호흡기가 약하니까, 가습기 같은 거 틀어주면서, 건강 같 은 거, 아로마 이제 애기가 잠을 잘 못 잔다고 했잖아요. 아 로마가 기관지에 좋은 아로마가 있더라고요. 기관지에 좋 은 아로마랑 사서 해줬는데 그래서인지 잘 자요... 중략 ... 제가 그렇게 깔끔한 성격은 아닌데, 애기 주위는 깔끔하 게 해요. 이불 같은데도 막 뻐적뻐적하잖아요. 그럼 테이 프 갖다가 뻐적뻐적 하지 않게 머리카락이나 이런 거 다 떼고,(참여자 7)

    아, 지금 나의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워야지, 지금 내가 자랐던 환경보다는 좋게, 나보다 더 좋게, 내가 배 웠던 지식보다 더 좋게, 물론 내가 뭐 지식이 딸리게 배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 그래도 나보다 더 좋게(참여자 5)

    시설거주 청소년 미혼모들은 학업과 직업훈련을 의무적으 로 받아야 했는데, 이를 위해 출생 후 100일이 되면 아기는 탁아 시설에 맡겨야 한다. 이때 아기들은 자주 병치레를 하여 어린 엄마들은 함께 울고 밤새우며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주기 만 바 란다. 또 아기의 낯가림 등 어린이집 적응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염려가 커진다. 이렇게 청소년 엄마들은 보통 엄마들처럼 아기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소박한 염려’를 한다.

    아이가 아프면 저는 밤을 새는 편이에요. 되게 100일 때 도,... 중략 ...3일 내내 잠도 못 자고, 언제는 또 애가 너무 아픈 적이, 열이 너무 많이 난 적이 있어요, 이렇게 애가 자 주 아팠어요. 그게 힘들다고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아 이가 아파서 우니까 마음이 아픈 거 에요. 막 같이 울고, 너 무 많이 아프니까 그러니까 안 아팠으면 좋겠다. 라는 그 런 울컥함이라고 해야 하나,(참여자 6)

    그래서 애기가 먹는 걸 보면 좋고 내가 해주는 음식 먹 고 좋아하면, 잘 먹어 주고 하면 뿌듯하고, 밥도 제가 좀, 어렸을 때, 많이 못 먹은 것 같아요. 잘 안 챙겨먹고, 애 만 큼은 잘 챙겨먹어서, 튼튼한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면(참 여자 2)

    아기들이 떼를 쓰며 자기주장을 하거나 화를 돋울 때는 미운 마음에 야단을 치기도 하지만 미안해하며 자기조절 노력을 하 였다. 이렇게 청소년 엄마들은 ‘아기를 예뻐하고 야단치고 미 안해 하면서’ 아가와 함께 성장해갔다.

    여느 엄마랑 똑같은 것 같아요. 예쁜 짓하면 너무 예쁘 다가 사고 치면 아 넌 왜 그랬어? 이러면서 화도 내봤다가 화내면 또다시 속상해서 미안해졌다가. 그랬는데 또 얼마 안 가서 사고 치면 또 화나기도 했다가.(참여자 4)

    6) 아기와의 상호관계

    아기들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은 엄마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기들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예쁘 고 신기할 따름이다. 참여자들은 호기심으로 커가는 아기를 바 라보며 엄마역할을 제대로 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너무 예쁘죠. 예쁜 걸 바탕에 깔려 있어요. 예쁜 건 바탕 에 깔려 있는데, 요즘에 예쁜 짓을 많이 해가지고, 귀여움, 하나하나 행동이 하나하나씩 신기해요. 아이가 하나하나 씩 할 때마다 신기하거든요. 그 신기함이 애기를 너무 이 뻐 죽겠죠. 아프지 마라, 아플 때는 지도 아프고 그 아픔이 그걸 계속 칭얼대니까 저도 힘들어서, 그 땐 미워죽겠죠. 그러니까 전체는 아이와의 저의 관계는 신기함이라고 해 야 하나 호기심?(참여자 5)

    자신의 삶의 과정에 예기치 못한 방해꾼이나 장애물로 끼어 들었던 아기들은 어느새 청소년 미혼모들의 삶의 중심이 된다. 아기들은 살아가는 이유이며, ‘삶을 지탱하게 하고 이끌어 주 는 힘’이 되었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내가 살아가는 활력소이자, 왜냐하면 나를 기쁘게도 해주고 나를 슬프게도 해주고 내 가 살아가는 이유죠. 내가 나를 존재하게끔 해주는, 현재 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네. 내가 없어짐으로써 아이가 중 심이 됐지만, 그 아이가 없어 지면서로의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어요. 이 아이의 중심이 되었으니까, 내 중심이죠. 내가 살아갈 수 있는...(참여자 5)

    참여자들은 아기를 출산하고 품에 안으면서 “나만의 내 것 이 생겼구나.” 하는 애착과 유대감이 생긴다. 참여자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 아기를 키우며 유대감은 더 돈독해지고, 아기들은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는 동지, ‘고달픔과 외로움을 위로해 주는 친구’가 되어 준다. 참여자들은 이제 내 곁을 지켜줄 아기 가 있어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왠지, 애기들도 모르고 그랬을 수도 있지만, 엄마 기분 이 안 좋으면 막 달래주는 듯한 손짓 발짓이랑, 자기가 신 난다는 거 표현도 하고, 아프고 뭐 슬프다는 것도 표현하 고 그러니까, 더 안 외롭고, 말 친구가 생긴 것 같고, 눈을 쳐다보고 있잖아요. 애기가 말을 하면, 입도 쳐다보고 그 러니까 아 내 말을 이렇게 유심히 들어주는 사람도 있구 나.(참여자 3)

    사랑하는 만큼, 아기를 생각하면 태교는커녕 지우려 했고, 입양을 보내려 했던 잘못해 준 지난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아빠 로부터 버려진 아이, 앞으로 미혼모의 자녀로 살아가야 할 가 엾은 아기의 삶을 떠올라 ‘연민과 회한’으로 가슴이 아프고 눈 물이 솟았다. 아기는 그들의 눈물이었다.

    그때 생각, 가끔씩 이제 밤에 아기를 재우고 옆에 같이 누웠다가 쳐다보고 있으면 그게 너무 미안해서...(참여자 1)

    울음소리가 너무 마음 아프게 들리는 거예요. 뱃속에 있을 때 잘해준 게 하나도 없는데, 잠깐만이라도 잘해 주 어야겠다. 그러면서...(참여자 4)

    참여자들은 많은 좌절과 혼란 속에 아기를 출산하여 품에 안 고 내 곁에 나를 떠나지 않고 지켜줄 소중함 아의 아이가 생겼 다는 유대를 느끼며 행복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아기로 인해 내 인생의 꿈은 제한되고 포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 움의 양가감정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저도 그런 게 두렵더라구요. 나도 아빠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 저도... 내 새끼인지라, 근데 뭐 보다 소중한 내 아들인데, 또 한편으로는 내 인생이 이 렇게 끝나는 거야?(참여자 4)

    7) 단절되고 새롭게 연결되는 관계

    청소년 미혼모들은 임신 당시 이미 가출 상태였거나 원가족 과의 관계가 훼손된 경우가 많다. 또한 겨우 연결되던 관계도 임신과 출산의 사태를 맞아 스스로 숨어버리거나 가족으로부 터 단절을 요구당하여 깊은 상처를 입은 경우가 많다. 참여자들 은 아기를 양육하며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불효의 죄스 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어린 시절의 학대와 결핍의 상처 가 되살아나기도 하였지만, 아기를 통하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 어 안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가족들과는 ‘다시 연결되고 돈독해 지는 관계’가 된다.

    그냥 동생이 누나가 애기 키우고 낳고 이런 거 보면서, 엄만 누구나 다 사랑하는 거 알게 된 것 같다고. 그랬거든 요. 엄마는 날 왜 버렸을까. 왜 그랬지, 항상 그랬는데, 제 가 애를 키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 힘들어 하는 걸 많이 봤고, 보내기로 결심했던 것도 본 상황이었 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그 사실을 그냥 넘긴 것 같거든요.(참여자 4)

    옛날에는 제가 가족들하고 동 떨어 있었다고 그런 느낌 이었으면, 지금은 합쳐진 느낌?(참여자 3)

    아기를 양육하면서 함께 놀던 친구들은 공유될 수 없는 삶의 영역으로 멀어져간다. 어쩌다 연결이 되어도, 아기 양육에 힘 들고 바쁜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친구들과 마음의 벽이 쌓 인다. ‘동떨어진 삶의 영역으로 멀어져간 친구 관계’를 생각하 면 허무하기도 했고 후회도 되었다.

    연락은 하고 이야기는 하는데도, 그 이제 정확한 화제 나 뭐 심정이나 내가 이래서 너무 힘들었다. 이야기를 해 도 애들은 이해를 못 하니까, 그렇게 안 돼요. 그러니까 내 가 동떨어진 느낌 밖에 안 들어요. 그러니까 그냥 동떨어 진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랑.. 그냥 허무하죠. 허무하고, 아 재네는 저렇게 사는데, 왜 나는 이렇게 살고 있을까, 나 도 친구였는데, 나도 저렇게 살고 있었는데,(참여자 5)

    참여자들은 함께 놀던 친구들과 멀어지고 자녀 양육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양육모들과 소통을 추구하고 공감 대를 느낀다. 참여자들은 이렇게 ‘새로운 유대관계’를 통 하여 양육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구하고 애환을 나눈다.

    근데 ???? 애기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기숙사에, 그러면 오히려 그런 사람들하고 더 잘 지내요. 아이, 뭐, 그 럼 내가 좀 더 원하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를 했을 때, 분명히 키워봤으니까 알잖아요. 다 아 니까 그, 그 공감대가 막 형성이 되니까 아,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내가 막 신이 나가지고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아 우리 애가 이랬어요. 그러면서 막 이야기도 하는데, 친구 들 만나면 그냥 꿀 먹은 벙어리...(참여자 5)

    8) 문득 성숙해짐

    청소년 참여자들은 어떨 결에 준비되지 못한 출산을 하고 엄 마가 되었지만, 나의 아기를 혼자 키워야 하는 현실을 헤쳐 나 가며 문득 성숙해진다. 어느새 어린애 같던 철부지 행동을 벗 어버리고 인내심을 가진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간 대 충 ‘막’ 살아왔던 내가 완전히 바뀌는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다. 참여자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성실하고 절제하는 바른 생 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 애기를 키우면서 제가 책임감이 있잖아요. 애를 내가 키워야 되니까. 이렇게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딱 있 으니까 방을 애가 어지럽혀도, 제가 그냥 엄마 역할을 하 는 거 에요. 엄마가 저한테 했던 역할을 제가 애기한테 하 는 거 에요. 그런 것 같이 제가 완전 이제 바뀐 거죠. 제가 애기 같던 짓을, 애기 같이 하던 행동을 벗어버리고 철이 든 건지(웃음) 모르겠는데,... 학교도 안다니는 상태였고, 놀기만 좋아했고, 만약 애기가 없었다면, 제가 맨날 술이 나 먹고 아침에나 들어가고 밤에 나가고 그랬을 거 아니에 요. 그러니까 애기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같은 거 에요. 애기로 인해서 진짜 사람 됐다고 그래요.(참여자 1)

    또한 참여자들은 부모님의 입장을 헤아리고 딸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하게 되었고, 자기중심으로 제 멋대로 해왔던 대인관계를 이제는 좀 더 타인을 경청하고 한발 물러 설 줄도 알게 된 ‘배려하고 양보하는 관계’로 이끌어 갈수 있게 되면서 대인관계 능력이 향상되었다.

    내가 사회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한테, 좀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래요 그러면서 내가 한 발 물러설 줄도 알아야 되고, 아니오, 제 주장이 맞아요. 이러면서 이 끌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게 좀 강해진 것 같아요. 옛날에 는 그냥 무조건 이거야 그러면, 무조건 이대로 하게끔 다 만들고, 그냥 다른 사람들 의견 따위 생각 안 했는데, 지금 은 아 그러면서 넘어가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해 도 그냥 아 그랬구나 그러면서 한 번 더 돌아보고, 그냥 잊 고 그런 게 많아진 것 같아요.(참여자 4)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세상에 대한 폭 넓은 관점을 가지게 되고, 자신을 긍정하는 ‘자긍심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이전에 는 자기 자신이 한심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 위축되었었지만 이 제는 자신이 소중해지고 당당하게 된 것이었다. 참여자들은 “아기를 이만큼 키웠구나, 해낼 수 있구나.”, “나 아주 큰 결심 을 하고... 잘 하고 있거든요. 아기 잘 키우고 있어요.”라는 소중 하고 자랑스러운 자신으로서 자긍심이 뿌리내리고 훨씬 당당 해진 자신을 인식할 수 있었다.

    난 나는 이 아이가 있음으로 더 생각이 깊어지고 누굴 더 이해해주게 되고 더 잘할 수 있겠다. 그런 자신감. 나, 어딜 가면 몇 살이세요. 어려 보여서 20살이요. 19살이에 요 18살이에요. 임신했을 때는 18살요 라고 이야기는 하 는데 아직 애를 안 낳았으니까 좀 그래서 20살이요 이렇 게 했지만 애를 낳았을 때는 19살이요.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다녔어요.(참여자 6)

    옛날에는 내가 한 짓이 너무 미웠다면, 지금은 막 잘 됐 다. 이런 생각, 이제 미운 거는 없고 그냥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애가 잘 자라고 있어서, 아 내가 어린 나이 에 애도 키울 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너무 자랑스러워 요.(참여자 3)

    저는 지금 오히려 인정받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정말, 이 렇게 애기 아빠랑 있을 때는, 항상 한심한 게 느껴지고, 진 짜 위축감을 느끼는데, 낮은 사람, 별 볼일 없는 사람인데, 지금은 누구한테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참 여자 6)

    범주 3. 입소시설의 생활

    1) 울타리가 되어줌

    참여자들은 임신한 몸으로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거나, 혹은 스스로 숨어버릴 곳을 찾아 시설에 오게 된다. 미혼모 입소시설 은 내 집에서 쫓겨나와 갈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몸을 의탁 해야 하는 곳이었다. 어떤 곳인지 몰라 불안했고, 불편한 곳이 었지만 갈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대안이었고, 구원이었고 그들 을 보호해주는 ‘안전한 피신처’였다.

    애기를 데리고 갈 데가 없었으니까, 애기랑 피할 데가 필요했으니까 근데 거기 들어가는 마음도 두렵잖아요? 경험하지 못한 곳이잖아요. 근데 애를 데리고 그런 데를 들어가야 하는데,...(참여자 1)

    그런 것도 있고, 제가 제 집이 아니잖아요. 내가 밖에 나 와서 이렇게, 아빠가 내보내가지고 밖에 나와서 사니까 그러니까 자기, 아무래도 내 집이 아니고, 쫓겨나듯이 해 서 온 데니까 되게 불편하고, 나가고 싶고 집에서 살고 싶 지만...(참여자 3)

    시설은 편안한 내 집은 아니지만, 참여자들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고 그들에게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기의 생존과 성 장에 필요한 ‘내 아이의 밥을 먹여주는 곳’이었다.

    솔직히, 여기 살면서 편해요. 제가 여기서 보호받고 있 고 지원받고 있으니까 편하죠. 밖에서는 지원 받는 게 없 잖아요. 나 혼자 살면은 상담할 사람도 없고 혼자 해결해 야 되니까 그런 게 힘들었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경제적 인 것도 좀 지원 많이 돼서, 의식주가 제공이 되잖아요. 그 러니까 집이 원래 사람이 집에 가면 편안함을 느껴야 되잖 아요. 근데 같이 사니까 솔직히 아예 편한 건 아닌데, 그래 도 이게 있다는 게 애기하고 저하고 보호되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참여자 7)

    또한 시설에서는 심리적인 고충에 대한 상담이 지원되고 있 어 참여자들은 위로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시설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휘청거리며 살아가는 취약한 참여자들의 힘든 처 지를 받아주는 ‘심리적인 안식처’였다.

    그러니까 애기 아빠 생각이 자꾸 드는 거 에요. 예전에, 그러면서 막 슬프고 이래요.(울먹) 계속 그렇게 살다가 시 설에 들어가서, 거기 저랑 같이 처지인 엄마들이 있잖아 요. 미혼모 엄마들, 이야기하면서 친해지게 되고 마음도 털어 놓고, 거기도 이제 선생님들 계시잖아요. 사회복지 사, 상담을 통해서, 네, 거기서 있는 게 마음이 편했어요. 오히려 밖에 있는 것 보다.(참여자 8)

    시설은 세상으로부터 도피처였고 안식처였으며, 결국은 다 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험난한 강물에 한걸음씩 딛고 갈수 있도록 놓아진 ‘징검다리’였다. 참여자들은 시설에 서 학습과정과 직업훈련을 마치도록 도움을 받고, 아기와 함께 세상으로 나가는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제 길을 가기위해서 다리를 하나씩 놔주는 느낌이에요. 한 계단씩 올라가면, 그러니까 저를 도와주는 이런 계단 같은 게 있잖아요. 징검다리처럼 내가 여기까지 가야 되 는데 도와주고, 그렇죠.(참여자 7)

    2) 공동생활의 스트레스

    아기와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미혼모 보호시설에 모 여든 참여자들은 함께 생활하며 개인의 삶의 영역을 공유하고 공간을 나누어 써야 하는 가운데 불가피하게 불편함을 겪게 된 다. 무엇보다도 큰 불편은 각자의 방이 있어도 문을 닫고 있지 못하고 공동 시설을 사용하기 위해 다른 방을 건너가야 하는 등 타인에 의해 방해 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침해되는 나의 공간’은 언제나 스트레스였다.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거예요. 집에 들어오면 해 야 될 것은 이 만큼 있고, 거기에 이게 공간이 내 공간이, 다 내 것이 아니고 공동으로 써야 되는 것들이니까 공동으 로 해야 되는 것들도 엄청 생기고,(참여자 5)

    그냥 여기가 혼자 있는 공간이 아니고 내가 내 문 마음 대로 잠글 수 있는 곳도 아니거든요. 선생님들이 사람이 있나 다 확인하시니까. 잠그지 말고 자라고. 그래가지고 문을 막 열어요. 그게 더 무서우니까 열고 자는데, 내 집에 있을때는 더우면 속옷만 입고 잘 수도 있고 그런데.(참여 자 4)

    지금까지 나름대로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추구해왔던 참여 자들은 공동생활을 하며 서로 다른 습관과 생활방식으로 시시 콜콜한 갈등을 빚고 다투는 ‘부딪치는 대인관계’로 스트레스 를 받곤 했다. 또한 공동구역의 청소와 같은 가사분담과 공동 으로 사용하는 생필품 소비 문제 등 사사건건 서로 양보하지 않 으려는 참여자들 사이에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것도 처음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었어요. 전에 살던 애랑, 처음에 살던 애는, 너무 더러운 거 에요. 전 깔끔한 편이거든요. 말을 해도 안 되고, 많이 싸우고, 항상 뭐 자기 가 내 건데 자기 거라고 우겨서 쓰고, 우기는 거 너무 잘하 고, 그래서 많이 싸우고도 했어요. 애기 칫솔이나 막 뭐 이 런 걸, 제가 꽂아 놨는데, 지가 쓰고 있는 거 에요. 자기 거 는 방에 있는데, 서로 싸우고 또, 이런저런 일로 엄청 많이 싸웠어요. 그 때 스트레스...(참여자 2)

    3) 내 집이 되어감

    참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입주했던 시설의 공간은 처음 낯설 고 어설퍼서 “내 집”이라하기 어려웠다. 내 집은 누구의 눈치 도 볼 필요 없이 편안하게 지친 몸을 눕힐 수 있는 곳이어야 한 다. 그런데 시설은 방해받지 않고 거주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이 아니었고, 더욱이 청소와 위생상태도 좋지 않아 아기를 기 르기에는 마땅치 않은 곳이었다. 참여자들은 처음 너무 실망하 지만 열심히 청소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품으로 장식하는 등 살뜰하게 ‘내 집으로 가꿈’ 으로서 내 집이 되고 내 집 안에서 안락함을 느낀다.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들어오면요? 저는 항상 청소하 죠. 내: 그냥 내 집 같아요. 지금은 집에 들어오면 바쁘잖아 요. 학원 갔다 오면 애기 밥해야 하고 빨래하고 막 할 일이 많으니까, 정말 내 집 같고, 지금은 애기 오니까, 그걸 준비 하고 그런 거 익숙해졌고 이제, 편안해요. 그래서 여기서 더 있고 싶은데, 이제 나가야 하니까 그게 걱정이죠.(참여자 2)

    그냥 여기서 애기랑 같이 몇 시간만 있고, 또 내일 아침 에 나가니까 내 집 같지가 않고 잠깐 있는 곳? 그러다가 학 교 졸업하고 집을 딱 보니까, 되게 더러운 거 에요. 집 청소 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꾸며보고 애기 장난감도 사 다 놓고 그러고 나니까 진짜 제 집 같아 가지고,(참여자 3)

    편안하게 마음을 열수 있는 넉넉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함 께 모여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참여자들은 모두 각기 상처받고 위축된 가운데 아기를 안고 시설에 들어온 다. 모두들 처음에는 예민하고 방어적인 심리상태로서 쉽게 다 가가지 못하지만 차츰 친해지면서 아기 양육의 정보를 공유하 고 함께 놀러 다닐 수 있는 친구, 아픔과 위로를 나누는 ‘가족이 된다’.

    처음에만 힘들었지 나중에는 친해지고, 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그러면서, 애기들 키우면서 정보 같은 것 도 알려주고, 같이 놀러도 가고, 그러면서 되게 편해졌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집 같아요(웃음). 애기 낳고, 어떻게 할지를 모르니까 제가 먼저 물어봤어요. 이건 어떻게 하 고 이건 어떻게 하고 그런 거를, 갑자기, 생각보다 되게 잘 알려주고, 가르쳐주다보니까, 또 동갑인 친구도 많고 하 다보니까, 같이 이제 애기랑도 놀고 그러다 보니까 또 친 해지고(참여자 3)

    4) 공동 육아 공간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마음은 내 아이를 마음껏 뛰어 놀 수 있 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방해해서는 안되는 공 동 생활공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마음껏 뛰어 노는 내 아기를 통 제해야 해야 했다. 아기들의 자연스런 행동을 “하지마라”라고 제지해야 했고, 여러 아이들 틈에 부대끼면서 내 아기가 피해를 당해도 참아야 했다. 참여자들은 이런 일을 일상적으로 겪으면 서 일반 가정이라면 그러지 않아도 될 텐데 하며 아기에게 미안 하고 ‘아기를 통제해야 하는 안타까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냥 혼자 생활하는 게 아니라, 같이 있으니까, 내 애기 남한테 뭐 했다고 혼내고 싶은 게 어디 있어요. 내 자식이, 내 장난감만 주고 싶은데, 내 장난감이라도 같이 사는 애 기니까 같이 놀아야 되는 거고, 저희 장난감도 우리 애기 한테 가져올 수도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무조건 안 돼, 부터 시작하게 되니까. 그게 좀 힘든 것 같아 요(참여자 4)

    시설에 거주하는 참여자들은 출산 후 100일이 되면 의무적 으로 학업이나 직업훈련, 혹은 직장으로 복귀해야 했고 아기들 은 탁아기관에 맡겨야 했다. 그런데 아직은 엄마품에서 떨어뜨 려 놓기에 불안한 조그만 핏덩이 같은 아기들을 어린이집에 보 낼 때 어린 참여자들은 아기들이 걱정되고 안타까웠다. 특히 공 동 탁아로 인한 감염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적으로 ‘탁아를 해야 하는 안쓰러움’ 으로 참여자의 마음 은 말할 수 없이 아팠다.

    왜냐하면 직업 교육을 받아야 돼는 거죠 엄마가,... 중략 ...그렇기 때문에 100일 돼서부터 보내야 해요 시설을, 그 러면 애기가 4개월 정도 된 아이는 어린이 집에 가서 있어 야 되고, 나는 나와서 있어야 되고, 그 핏덩이 같은 조그마 한 애기를 밖에다 두고 밖에서 생활해야 된다는 사실 자체 가, 하루 종일, 그러니까 내가 뭘 하고 있어도 그게 하는 건 지 뭐 하는 건지(울컥), 그런 시설에 대한 그런 게 너무 강 해서,... 중략 ...그래서 애들이 장염 폐렴 이런 걸 달고 살 아요. 지금도 저 10개월 밖에 안 된 애가 벌써 3번 째 입원 했어요. 그게 정말 싫어요.(참여자 5)

    5) 통제된 공간

    시설에 입소하여 많은 지원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공동생활 의 규칙, 입소자의 의무 등 개인의 특성과 상황이 배려되지 못 한 규정들이 참여자들을 얽어매고 있었다.

    어떤 시설은 7시 단체 청소, 오후 8시에 외출 불가 등 고등학 교 기숙사보다 훨씬 엄격했다.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입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다니거나 원하지 않는 종류의 직업 훈련이라도 받아야 한다든지 하는 조건들, 그렇지 않으면 그나 마 안전한 둥지에서 쫓겨나야 하는 퇴소 규정 등 ‘얽어매는 규 칙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감옥? 감옥이라기보다는,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전에 있던 곳이 정말 갑갑했거든요. 왜냐하면 8시 이후에는 못 나가고요. 8시까지는 무조건 거기 집에 들어가야 되고요. 그리고 뭐 밖에서 사서 먹는 것도 제한적이고 먹는 공간도 정해져있고 그런 제한적인 게 되게 많았어요. 뭐 7시부터 일어나면 청소 다 해야 되고...(참여자 5)

    여기서는 압박을 해요. 70% 이상 저축을 해라. 근데 내 가 쓸돈이 없어요. 애기한테 해줄게 없어요. 그것도 너무 스트레스. 무조건 70% 안하면 뭐 안해드릴 거예요. 이거 안돼요. 기저귀 조금 드려요. 이런식으로 압박을 주고(참 여자 1)

    학교를 다니려면 퇴소하래요... 제가 남은 기간이 한 1 년 7개월 정도 되는데, 제가 2년을 다녀야 되잖아요. 남은 기간도 할 게 없고, 그리고 뒤에 사람도, 대기자 많으니까. 빨리 받아야 되니까. 아, 근데 제가 그 때, 검정고시 끝나고 합격을 못 했잖아요... 중략 ...관심도 없고, 계속 그렇게 있 다가, 퇴소하라니까, 바로 들어갔어요.(참여자 2)

    6) 시설거주의 오명

    미혼모자 보호 시설은 정상적인 집이 아니다. 부모와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그들만의 공간이 정상적인 집 인 것이다. 미혼모자 보호 시설은 마치 ‘주홍글씨의 문패’를 달 고 있는 듯 그곳에 거주하는 참여자들에게 보내는 사람들의 시 선은 곱지 않았다. 아이는 제대로 된 정상적인 집에서 커야 된 다는 생각을 가진 보통의 엄마들이 비난의 시선을 보내고 돌아 설 때, 참여자들은 앞으로 아기들이 받을 상처가 염려되어 마 음이 아팠다.

    사회생활하면 누굴 만나게 되잖아요. 만났을 때, 어디 사냐고, 시설 산다 그러면 차라리 어린애들은 그냥 어 그 래? 이러면서 넘어가는데, 자식 있는 엄마 입장에서는 아 그러고 뒤돌아서요 그냥, 거의 대부분 그런 경우가 많아요 ... 중략 ...그 쪽 어디요? 저 그 쪽 사는데, 이러면 어쩔 수 없 이 이야기해야 되는 상황인거고, 그래서 아무래도 애기는 그렇게 안 보고 예쁘게만 봐준다고 해도, 느끼는 게 있잖아 요. 애기가 많이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참여자 4)

    시설은 갈 곳 없는 참여자들을 받아들여 보호해준 고마운 곳 이었고 아기와 함께 자립할 때까지 충분히 머물러 있고 싶은 안 전한 둥지였다. 아직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참여자들은 정해진 입소기간의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걱정하고, 여러 가지 퇴소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시설은 하루속히 ‘떠나야 하는 곳’이었다. 특히 아기가 시설에서 컸다는 기억이 선명하게 자 리잡기 전, 혹은 공식적인 집주소를 밝혀야 하는 유치원에 입 학하기 전에 꼭 떠나야 하는 곳이었다.

    저는요 제 최대 목표는 우리 아이가 5살 되기 이전에 임 대아파트 들어가는 거 에요. 왜냐하면 아이가 시설에 있 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지 않아요. 아이가 이게 우리 집이야 라는 걸 인지할 수 있을 때가, 5,6살 정도 되잖아 요. 내 기억 속에는 6살부터 있거든요. 전 그 기억이 아이 가 시설에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고 싶지, 그 만큼 전 시설이 싫어요(참여자 5)

    범주 4. 미혼모로 살아가기

    1) 미혼모에 대한 편견 겪어내기

    미혼모로 살아가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지만 특히 결혼과 가정이라는 사회적 질서를 깨트린 아웃사이더로, 제대 로 교육 받지 못한 품행이 문란한 여자로 치부되는 사회적 낙인 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이 큰 고통이다. 특히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학업과 직업 훈련, 경제적인 어려움 등 극복해야 할 과제 가 더 많았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비난과 동정의 대 상이 되는 서글픔’이었다.

    친한 친구들 보면 되게 약간 불쌍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되게, 그렇게 동정한다는 기분이 들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죠... 중략 ...미혼모니까, 자격지심이 생 겨 버려요, 그래서 그렇게 불쌍하게 보는 것 자체가 기분 나빠요. 안쓰럽게 보거나 불쌍하게 보거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나를 보는 것 자체가 기분이 되게 나빠요.(참여 자 5)

    참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지만, 그 길이 험난한 길인 줄 알면서 선택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쉽게 아기를 지우거나 입양시키는 세태에서 자신들은 삶에서 다른 가능성과 기회를 포기하고 큰 결심으로 아기 양육을 선택 하였는데, 그리고 열심히 고투하면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나이 어린 미혼모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밀쳐내는 시선을 느끼 며 ‘편견과 차별에 대한 억울함’을 느낀다. 심지어 의지하고 지 지받으려 했던 교회에서 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을 하며 심한 상처를 받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안 놀고 싶은 사람 어디 있고, 대학 안가고 싶은 사람 어디 있어요. 애기 키울 돈으로 대학 가도 충분 히 갈 돈인데, 애기를 선택한 거잖아요. 저희는, 다른 사람 은 인생은 포기하고 선택 못 하는 거를 저희는 인생 다 포 기해 가면서 애기 하나만 바라보고 선택한 거잖아요. 그 렇게 엄마는 다 똑같은 건데, 미혼모거나 아니면 이제 나 이가 어리거나, 나이 어린 엄마란 이유로 너무 보는 시선 이 틀린 거 에요. 억울함도 있고, 좀 비참하기도 하고, 난 왜 이렇게 살아야 되나 자책도 하게도 하고, 원망도 하게 되고, 다른 사람, 그렇게 밖에 사람들이 그렇게 볼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에 대한 분노도 있고(참여자 4)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고, 미 혼모라는 것은 숨기고 싶은 사실이 된다. 참여자 자신도 “애기 혼자 키우는 게 자랑은 아니잖아요?... 들키고 싶지 않아요” 하 며 수치심과 차별의 두려움으로 가능한 숨기려 하지만, 결국은 알려 질 텐데 하는 걱정에 마음은 항상 찜찜하다. 그래서 휴대 폰에 아기 사진을 올리는 등, 조금씩 드러내거나, 혹은 갑자기 어느 순간 감추어두었던 비밀을 ‘은폐로부터 커밍아웃’ 하며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해진다.

    사회에 나갔을 때, 일단 저는(미혼모라고) 애기 않해요. 애기는 있다고 하는데, 남자친구는 군대 갔다고. 애기 아 빠 있다고 하죠.(참여자 2)

    학교 끝나면 애기 때문에 바로 집으로 가야 하는데, 친 구들은 야 우리 끝나고 치킨 먹으러 갈래 술 먹으러 갈래 뭐 이런 이야기들 하니까, ... 그래서 전 아니야 하면서도 너무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 그렇게 하다가 제가 그 냥 이야기 했거든요, 그 때부터는 괜찮아졌어요... 중략 ... 처음에 속이고 다녔을 때의 마음? 뭐가 찜찜했어요. 이걸 나중에 애네들이 알아도 나랑 친구가 될까? 그런 생각 때 문에 맨날 불안했어요. 핸드폰도 마음대로 못 보여주고, 애기 사진이 있으니까, 말도 함부로 못 꺼내고, 전화도 함 부로 못 받고... 후련했어요. 후련하면서,(참여자 3)

    어린 참여자들은 미혼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면 서 책잡히지 않으려면 더욱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 끼며 ‘보상노력’을 하고 있었다. 아기의 양육을 혼자서 해내고 있지만 부족함이 채워주려는 생각, 보라는 듯이 잘 길러야 한 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일반적인 부모가 잘못했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미혼모가 잘못하면 미혼모니까 잘못한 거지, 그러니까 그 렇게 안해야 된다는 외축감,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그 런 강박관념도 무시 못 하는 거예요.(참여자 5)

    2) 채워줄 수 없는 아빠의 빈자리

    청소년 미혼모가 혼자 힘으로 아기를 양육하는 과정에는 극 복하고 견뎌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지만, 끝내 해결할 수 없는 과제는 아기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이었다. 무엇보 다도 아빠없이, 미혼모가 혼자 키운 아이들 대하여 세상에서 바라볼 시선과 아이가 겪게 될 차별이 걱정되었고, 이로 인해 사랑하는 아이가 상처받고 위축될까 걱정되었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결손 가정의 자격지심’으로 마음 아팠고, 애써서 ‘빈자 리 채우려는 노력’을 하였다.

    애기가 크면 어린이집 유치원 5,6살 되면 알잖아요. 아 빠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거, 제가 아는 미혼 모 엄마 중에서 애기가 아빠는, 우리 아빠는 언제 돌아가 이렇게 이야기 했었데요. 뜬금없이 애가 안 들어가고 밖 에 앉아가지고, 그런 거 들으면 나는 애한테 어떻게 설명 을 해 줘야 되고, 애가 아빠가 없어가자고 꿀리지 않을까 어린이 집에서, 애가, 자신감 없거나 그런 거,(참여자7)

    애한테 아빠를 못 준 게, 나한테 남편이 없다는 것이 사 실 중요하지 않아요. 애한테 아빠의 감정을 못 느끼고 자 란다는 게, 그것이 안타깝고 속이 상하고 한이 되지만, 큰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없으면 그만이지, 저한테는 그런 의미에요. 없으면 그만이지. 내가 다 채워줄 순 없지 만 채워주려고 노력을 할 거에요.(참여자 5)

    참여자들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으로 아기를 양육하 고 아기를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고 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느 껴지는 아빠의 빈자리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로 다가와 아이 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특히 아들의 경우에는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의 부재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큰 과제로 마음을 누르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아 빠 없이 자란 아이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아이가 입을 상처에 대한 걱정이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큰 거 같아요. 저 엄마는 저렇게 해 주는데, 난 혼자라서 못해주는구나 이런 게 많으니까. 아 빠의 빈자리가 크거든요. 놀아주는 것도. 아빠가 있으면 해 줄 수 있는 놀이 들이 있잖아요. 근데 그걸 엄마 힘으론 하기엔... 그래서 좀 미안해요. 내가 준비되지 않은 걸 진 행한 것이기 때문에 .(참여자 4)

    3) 미혼부와의 관계

    참여자들의 미혼부와 관계는 원가족의 결핍을 보충해주는 따듯한 관계로부터 일시적인 충동적 관계 등 복잡하고 다양했 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도 이미 결별한 상태로부터 함께 행복 했던 관계까지 모두 달랐다. 그러나 결국 아기의 양육을 함께 책 임지려 하지 않았다는 것, 가장 힘든 삶의 순간에 버리고 떠났다 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미혼부를 생각할 때 마다 참여자 들의 가슴은 ‘버림받은 분노와 슬픔’ 으로 가득 찼고, 도저히 용 서할 수 없다는 증오감이 들었다. 특히 미혼부를 사랑하고 의 지했던 경우에는 그리움과 더불어 좌절과 원망이 더욱 커졌다.

    지금 아빠에 대해 물어보면 진짜 증오밖에 없거든요. 진짜 세상에서 죽어버렸으면 좋겠고, 없어졌으면 좋겠어 요. 그 사람이 아예 머릿속에서 쏙 나갔으면 좋겠어요. (참여자 5)

    그냥 혼자된 느낌? 원래부터 혼자였지만 그래도 애기 아빠 만나고 좋았었는데, 이제 완전히 회복할 수 없는 그 런 단계니까 너무 슬프고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참여자 7)

    미혼부들 중에는 함께 아기를 양육 할 뜻을 비추거나 출산 후에도 간간히 연결된 경우도 있었지만, 아빠의 역할을 하기에 는 현실적으로 무능력하거나 신뢰할 수 없고, 양육과 결혼의사 를 번복하는 미혼부들을 미련없이 ‘버리고 홀로서기’를 선택 하며 참여자들은 홀가분함을 느꼈다.

    아이 낳고 조금 있다 만난 거 에요. 그러고 나서고 계속 돌아온 다고 그랬는데, ..중략 ... 처음에는 그애 없으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개가 없으면 난 이 세상을 어떻게 나가 야 되나, 그러면서 했는데, 나중에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개가 있어서 애기 앞에서 맨날 싸우는 모습 을 보여주느니, 개가 없이 그냥 나 혼자 애기 사랑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참여자 4)

    범주 5. 미래의 준비

    1) 경제적 자립

    양육비를 조달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현실적인 조건은 경제 적 자립이었다. 그러나 시설에 거주하는 대부분 참여자들은 제 한적인 국가보조금 외에 의지할 곳이 없었고, 혼자서 아기를 양 육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한다는 것은 너무나 버거운 과제였다. 등짐을 지고 외줄타기 하듯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한발이 라도 헛되이 딛지 않도록 조심하며 앞으로 나가야 했다. 이렇 게 한 치도 ‘여유없는 각박함’으로 힘겨웠으며, 조금이라도 기 댈 곳이 있다면 하는 ‘지원의 요구’는 너무나 절실했다

    부모님한데 손벌리기에는 제가 아기를 키우겠다고 하 나의 엄마로서 결정한거고, 그렇다고 아무 도움을 안받기 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제 갓 스물 된 성인이잖아요. .. 중략... 모아놓은 돈도 없고 다른 엄마들처럼 준비된 상 태에서 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 장에서 시작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때문에 남보다 2배는 열심히 해야 하고...(참여자 4)

    지금도 빚이 있어가지고, 여태까지 모은 적금, 또 제가 수급비가 잠깐 끊겼었어요. 아무 일도 안할 때, 그만 뒀을 때, 그 때부터 수급비 끊기고 이제 좀 힘든 거 에요. 적금도 깨고, 그 때 좀, 그 때가 우울증이 다시 왔었어요.(참여자 3)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시설에 거주하는 참여자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아기를 양육하고 살아가기 위해 차곡차곡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선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간호조무 사 자격증에 도전한다든지, 피부 미용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취 업에 유리한 자격증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한 푼이라도 아껴 적 금을 들고 주택청약 예금을 하는 등, ‘착실한 계획과 실천’을 하 고 있었다.

    피부 미용 지금하고, 피부 미용 쪽 일하고요, 그 다음 가 서 야간반으로 간호 조무사를 배울까 해요. 고등학교 졸 업 따고,... 같이 붙어있으면, 피부과 가도 돈 많이 벌고, 피 부 미용이랑 간호조무사 자격증 둘 다 있으면, 좀 돈도 많 이 벌고..(참여자 2)

    저축도 많이는 안 하지만, 조금씩 하고 있거든요. 둥이 통장 하나 만들어 가지고 3년짜리, 제가 저금통이, 저금 이거, 동전 저금통이 있어요. 백 원짜리 거기다 다 넣고, 조 금 어느 정도 모아지면은 2,3만원이라도 집어넣고, 그리 고 제가 원래 제태크에 대해서 모르거든요. 전혀, 근데 제 가 3월 달에 처음으로 청약을 했어요. 제 이름으로, 원래 둥이 이름으로 해줬었는데, 둥이 나중에 장가가야 되니까 집이 있어야 되잖아요... 중략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 지 딱딱딱 계획이 세워져 있어요.(참여자 7)

    2) 직업 훈련

    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자립을 위한 직업 훈련이나 교육 을 받는 것이 의무적인 사항이었고 이에 대한 국비 지원이 이루 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선택 가능한 교육과정은 몇 가지 되지 않아 참여자들은 자신의 적성과는 맞지 않는 직업교육을 받아 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퇴소당하지 않기 위해 아무거 나 일단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체로 1~2년의 기간 내에 취 업으로 연결되는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성취해야 하는 ‘제한적인 프로그램과 시간의 압박’ 으로 참여자들은 숨가쁘게 노력했지만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 도 있었다.

    국비지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 많지도 않고요. 그리 고 제가 대학을, 여기서 대학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뭘 더 이제 길게 배울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기 간에 빨리 배워서, 빨리 나가야 되기 때문에 우리는, 2년 안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 해야 되는데, 자격증도 따놓고 취업을 해서 3개월을 더 일을 한 다음에 나가야 돼서 이게 시간이 생각보다 엄청 촉박하거든요.(참여자 4)

    근데 제가 하고 싶은 건 간호조무사에요. 근데, 제가 아 무것도 직업을 접해보지도 못했고, 근데, 아무것도 모르 겠고, 직업도 하나도 모르겠는데, 아무거나 배우라고 하 니까, 그래서 이리로 나간 거에요. 아무거나 하라는데 컴 퓨터도 저한테 안 맞지, 전 미용 쪽에 아예 관심도 없었어 요...(참여자 2)

    의무 규정에 의하여 시작한 교육 훈련과정이었지만, 무엇인 가 배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즐거움이 되었다. 특히 아기 양 육이라는 얽매임에 답답해하던 참여자들은 교육받는 시간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었고,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이 존재하고 ‘성장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업훈련을 받고 있잖아요. 그러니 까 그나마 다행인건 거기 가서 내가 뭔가를 배우고 있고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그 시간만은 그나마 나를 찾는 거 같죠. 나에 의해서 그 시간을 다 쓸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 시간만큼은 스트레스 받고 힘들더라도 그 스트레스가 적당한 스트레스라는 거죠.(참여자 5)

    그러나 시설에서의 가사부담과 아기 양육으로 힘든 가운데 매일 학업이나 직업 훈련을 받는 반복되는 일상은 너무나 각박 하고 고단했다. 참여자들은 차츰 ‘고단한 일과로 소진’ 되어갔 고, 주어진 시간 내에 자격증을 딸 수 있을까? 혹은 그때 까지 버텨 낼 수는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학원 갔다가 집에 와서 청소하고 애기 받아서 밥 먹이 고 애기랑 놀아주다 자고 다음 날 또 다시 똑같은 일상인 데도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그냥 지나가 버리는 거 에요. 1 년 동안 교육을 받아야 되는데, 그 1년 동안 이 생활을 반 복하면서 나아갔을 때, 이렇게 빠른 시간 동안에 아무것 도 한 게 없이 지나갔다고 생각을 맨날맨날 하는데, 과연 자격증을 딸 수 있을까, 이렇게 맨날 반복되는 생활 속에 서 1년 동안 산다는 게 중간에 지치지는 않을까... 토요일 일요일 날은 하루 종일 애기랑 씨름하다가 바로 지쳐서 잠 들고, 그러고 나서 일어나면 다시 학원가야 할 시간이고 (참여자 4)

    3)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

    준비된 것이 없이 엄마가 되었고 홀로 양육을 책임지게 된 참여자들이 닥쳐 올 미래를 생각하면 가마득할 뿐이었다. 무엇 보다 현실적인 걱정은 ‘불확실한 생계수단’으로 아기를 돌보 면서 둘이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을 벌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 이었다.

    그래도 이제, 금전적인 게 많이 걱정 되죠. 아무래도 애 키우려면 이제 나가서 살려면 돈도 많이 들 텐데, 언제까 지고 엄마 아빠한테 얹혀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바짝 벌어 놔야 하는데, 내가 애기를 돌보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일을 한다고 해도, 둘이 먹고 살 정도로 내 가 벌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죠.(참여자 1)

    미혼모 보호시설은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도록 허용된 곳이 아니다. 하루 속히 자립 능력을 갖추어 퇴소해야 한다. 제한된 기간 내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장을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루하루 시간만 흐르고 준비되어 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 했다. 무조건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등떠밀리고 있는 상황에 서, 참여자들은 어둠속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듯 불안’하고 초 초했다.

    나가야 된다 나가야 된다 그러는데 우리는 갈 때는 못 찾아. 당장 애기랑 길바닥에 앉아야 되는데, 나는 준비해야 될 건 많고, 그러니까 시간에 쫓기는 것도 있는데 등 떠밀 기만 하면 덜 불안하고 덜 힘든데, 앞에 아무것도 안 보여 요. 그냥 백지장도 아니고, 차라리 백지장이면 내가 그림을 그리며 가면 되는 건데, 하얀 흑백의 낭떠러지 밖에 없는 곳으로 자꾸 등을 떠미니까... 빛 한 줄기가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냥 계속 가야 된다고, 앞으로 가야 된다고만 계 속 이야기를 하니까 가다가 지쳐서 넘어지면 계속, 그렇게 넘어지다가 이제 다시 일어날 힘도 없고, 그러다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애기 보고 겨우 다시 일어나면 또 자꾸 넘어트 리고 계속 그런 게 반복되는 것 같아요.(참여자 4)

    참여자들은 아기를 키우며 앞으로 맞닥드려야 할 일을 생각 하면 가마득할 뿐이었다. 과연 내게 닥쳐오는 미래의 일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기가 성장할 때까 지 20년의 시간을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가 다가 너무 지치면 나의 인생을 포기하고 선택한 아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흔들리는 자신감’으로 앞이 가 마득해졌다.

    더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냥 아주 아주 나중에, 여기 있 을 땐 그나마 이제 다른 사람들 보고 이래서, 이렇게라도 애기를 보면서 바라보고 살아가는데... 중략 ...혹시나 내 가 너무 힘들고 지치게 되면 아, 애기를 위해서라는 굴레 안에서 애기를(위탁 기관에) 맡기게 될까봐...(참여자 4)

    4) 미래 희망

    참여자들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미래를 바라보며 막막 해지는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차근 차근 대비를 하기도 하지 만, 희망은 오직 하나 ‘아기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었다. 아 이가 밥 잘먹고 튼튼하게 커 주기를 바라는 엄마의 소박한 바램 이었다. 참여자들은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밝게 성장하여 평범 하게 살아 갈수 있기 바랬다. 질곡의 삶을 살아온 엄마와는 다 른 보통의 삶을 살아갔으면 했다.

    내가 해주는 음식 먹고 좋아하면 뿌듯하고, 밥도 제가 좀 어렸을 때 많이 못 먹은 것 같아요. 애 만큼은 잘 챙겨 막여서,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면... 중략 ...너무 높은 것도 아니고, 너무 낮은 것도 아니고, 중간 정도에서 막,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했으면 좋겠다. 중간 정도에서 일을 하고.(참여자 2)

    제가 혼자 키웠으니까, 크면은 이제 다 알 것 아녜요. 애 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거, 그러니까 저도 옛날에 가족 이 안좋았잖아요. 그래서 엄마처럼 하고 살기 싫다. 하고 살았었는데, 애기가 그런 반항같은 거 안하고 밝고 건강 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참여자 7)

    또 하나 참여자들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에 대한 것 으로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였다. 미혼모에 대한 편 견은 참여자 자신이 살아가는 과정에 겪어 내야 하는 가장 큰 부담기도 했지만, 아기가 살아갈 미래에 놓여 진 무거운 장애 물이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미혼모의 양육 결정을 귀하게 생각해 주고 미혼모의 아기들을 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 견없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했다.

    사람들은 아빠 있어야 하고 아빠랑, 엄마랑 가족이 있 잖아요. 또 나이 어리고 그러니까, 이상한 눈빛으로 그런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뭐, 얼마나 몸, 그런 걸 관 리안했으면 어렸을 때 임신했냐.(내 마음)속으로요? 아주 큰 결심하고 이렇게 생활하는 게 나는 만족스럽다. 네가 뭔데 그렇게 날 쳐다보냐.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라 고, 나는 지금 잘살고 있다고, 떳떳하게 그렇게 쳐다 보지 마라.(참여자 2)

    논 의

    청소년 양육 미혼모의 삶은 경제적 자립과 자녀의 양육이라 는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버거운 과정이다. 더욱이 청소년기 는 아직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하였고 장래의 진로도 불확 실한 상태로 열려있는 가능성과 함께 불안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신의 삶 자체가 불안정할 수 있는 청소년이 미 혼모가 되어 자녀 양육을 선택하고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삼중 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힘든 일이다. 그런데 시설에 거주하 는 청소년 미혼모들은 어린 나이에 미혼 임신이라는 예기치 못 한 사태를 맞아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거나 스스로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도피한 경우이다. 본 연구에서는 그들이 내 집 이 아닌 시설에서 출산을 하고 자녀 양육을 선택하며 엄마가 되 는 과정의 경험은 어떠한지를 탐색하였으며, 그 결과를 임신과 정과 양육 과정의 경험, 시설에서 생활, 미혼모로 살기, 미래의 준비 등 경험의 과정과 영역에 따라 정리하였다.

    임신은 생명의 잉태라는 여성의 신성한 역할과 여성으로 완 성되는 재생산능력을 실현하는 사태로서 자랑스럽고 축복을 받는 일이며, 임신 과정은 여성이 특별한 배려와 돌봄을 받는 시기이다. 그러나 결혼제도 밖의 청소년의 임신은 일탈로 규정 되어 비난의 대상이 된다.

    본 연구에 나타난 청소년 미혼모의 임신과정의 경험은 사회 적 비난이라는 두려움으로 헤어날 길 없다는 절망감,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하고 학대받는 몸, 그리고 버림받음의 고통으로 삶은 바닥을 치는 가운데 아기의 태동을 느끼며 모성이 뿌리내 리고 출산과 양육을 선택하여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와 힘을 인식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미혼모의 초 기 모성 경험에 대한 여러 연구(Lim & Lee, 2014;Hong & Nam, 2011;Kim 2013)에 나타난 결과와 유사하다. 특히 청소 년 미혼모와 미혼부의 관계는 충동적이거나, 정서적으로 애착 이 있는 경우에도 성숙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임신이라는 당 황스러운 사태를 맞아 관계는 불안정해지고 깨어지기 쉽다. 또 한 청소년 미혼모의 원가족은 이미 가족 기능이 훼손되었거나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Kim, 2014; Suh, 2009). 따라서 절박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청소년 미혼모 들은 가족으로 부터 외면당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 더욱 이 임신을 은폐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양 섭취 등 기본적인 산전 관리를 할 수 없었고, 심지어 만삭의 몸이 폭행당하는 등 어린 미혼모의 몸은 학대를 받고 더욱 깊은 상처를 입었는데, 이러한 문제는 미혼모의 건강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되는 바 가 크다(Sung, Kim, & Shin 2015).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임신 확인 후 당황과 절망에 빠지지만 진정으로 낙태를 고려하지는 않았는데, 이것은 결국 양육을 선택한 참여자들의 모성적 본성 과 관련된다고 보여 진다. 파이어스톤은 그녀의 저서 ‘성의 변 증법’에서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거쳐 양육을 선택하는 것은 자아확장의 욕구가 전이된 양육에 대한 욕망이라고 보았고 (Kim, 1983), 레비나스는 소멸되는 인간이 새로운 주체로서 자 기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출산을 통해 가능하다고 하였 는데(Kang, 1996), 이러한 맥락에서 양육결정미혼모들의 초 기 모성경험은 새로운 주체성의 인식을 통해 모성 정체성을 형 성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양육과정의 경험은 양육과 입양 선택의 딜레마로 시작이 된 다. 양육을 선택해도 입양을 선택해도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 다. 가족들은 이미 낙태시기를 넘긴 어린 딸의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 진다해도 당연히 입양을 강요한다. 자녀가 미혼모로서 비 난과 차별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참여자 자신이 입양을 선택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정상적 인 가정에서 아기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정상 가정 이데올로 기’가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Kwon, 2015). 이렇게 부모의 강권에 의해 입양을 결정한 경우이거나 혹은 입양을 전제로 출 산을 한 경우에도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 강한 끌림과 애착으로 아이를 보낼 수 없어 입양 결정을 번복하고, 이미 입양기관에 보낸 후에도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입양을 취소하고 다시 아이 를 데려온다. Lee와 Choi (2014)는 양육 입양선택의 결정이 부 모 역할인지에 좌우된다고 하였는데,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양 육자신감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내 아이는 내가 키운다.”는 엄 마로서의 당위적 책임감과 애착으로 양육을 선택하였다. 이렇 게 양육을 선택함으로서 청소년 미혼모들은 가족들로부터 단 절되는 고립을 경험한다. 한 참여자는 고립감을 “외딴 섬에 두 고 간 기분? 거기 서서 물에 빠져 죽든...” 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렇게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원가족 관계가 단절 된 이유는 대단히 복합적이지만, 미혼출산 자녀의 원가족에게 가해지는 낙인에 대한 피해의식(Kim, 2013;Kim, Kwon & Choi, 2012) 작용하고 있어 미혼모들은 더욱 상처를 받는다. 양육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육아 스트레스를 받는 가운데 ‘보통 엄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건강한 아기의 성장을 바라며 좋은 것은 다해주고 싶은 모성정체성이 확고해 진다. 아기에게 사 로잡히면서 온갖 고통을 감내하고 그의 미래를 염려해주는 주 체 즉, 어머니라는 자기초월적 주체로 재탄생하는 하는 것이 다(Kang, 1996). 이때 아기와의 상호관계는 삶을 지탱하는 힘,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 연민과 회환 등 복합적이었는데, 이 러한 상호관계는 생명체의 돌봄에 대한 성찰적 과정으로 삶의 지평을 넓히는 경험이 되었다. 이러한 돌봄의 과정에 “문득 성 숙해지는”, 삶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는 터닝포인트를 경험한 다. 이는 변화와 성취(Kwon, 2016), 심리사회적으로 역량이 강 화되어 가는 삶(Kim & Cho, 2016) 등 유사한 경험으로 여러 연 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자녀양육은 또 다른 차원의 삶의 영역 이 전개되는 상황으로 이에 따라 인간관계는 ‘단절되고 새로 연결되는 관계’를 갖게 된다. 또래의 문화를 공유하던 친구들 은 동떨어진 삶의 영역으로 멀어지고 자녀양육의 애환을 공유 하는 미혼모들과 새로운 유대가 형성된다. 또한 원가족의 관계 는 다시 연결되고 재설정되는데, 이를 Cho (2015)는 ‘관계적 주체로서 고립과 관계의 확장’ 으로 규명하였다.

    본 연구에서 입소시설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청소년 미혼모 들이 아기와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하고 ‘안전한 피신처’였고, ‘내 아기의 밥을 먹여 주는 곳‘이었다. 집은 가까움과 따스함을 맛보는 곳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공간이다(Kang, 1996). 진정으로 거주할 집이 없었던 미혼모들은 자신의 아기를 통해 거주할 집을 찾는데, 시설은 아기와 함께 거주 할 수 있는 그들의 집이었다. 불편하고 어설픈 공간을 내 집처럼 가꾸고, 새 로운 가족을 만나 편안한 관계를 맺음으로서, 내 집이 아니었던 곳이 내 집이 되었다. 그러나 청소년 미혼모에게 입소시설은 가능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곳이면서, 가능한 빨리 떠나야 하는 곳이었다. 거주 기간의 제한과 각가지 퇴소 규 정으로 등떠밀리며, 참여자들은 걱정없이 더 머물 수 있기를 바 라는 한편, 아기들이 시설 거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하기 전에 떠 나기를 원했다. 한 참여자는 “원룸이면 좋겠어요, 다들 그래 요.” 라고 하였는데, 시설은 주홍글씨의 문패가 달린 곳이며, 정 상적인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시설 양육에서 낙인감 의 우려는 불가피하며, 가능하면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도 록, 임대 주택 등 다양한 주거지원 방안이 필요하다(Lim & Lee, 2014). 또한 시설은 공동육아 공간으로 천진한 아기의 행 동을 통제해야 했고, 감염으로 인한 잔병치레가 많아 어린 엄마 들의 마음은 안타까웠다. 내 집이라면 그러지 않아도 되었을 텐 데, 하는 마음으로 더욱 안쓰러워했다. 본 연구에서 한 참여자 는 두 돌도 않된 아기가 폐렴과 장염으로 여러차례 입원하여 애 를 태웠는데, 산전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미혼모 아기들의 건강관리 문제를 체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제기된다.

    참여자들이 미혼모로 살아가는 경험의 주요 주제는 편견을 겪어내는 것, 아기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애쓰는 것이었 다. 미혼모에 대한 차별은 이데올로기적으로 견고하며(Kim, 2013),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미혼모들은 낙인 과 심판을 받는 삶(Kim, Kwon, & Choi, 2012)을 살아간다. 심 지어는 이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의료인, 사회복 지사, 공무원 등 공공분야의 전문가들조차 차별과 편견으로 대 하고 있는 실정이다(Sung, Kim, Lee, & Park, 2016). 본 연구 의 참여자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아기의 양육을 선택한 자신의 결정에 긍지를 갖고 이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며,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또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해 억 울해 하면서, 이를 보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 코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버지의 빈자리였는데, 이는 사회문화 적으로 학습된 정상가족을 지향하면서 그렇게 될 수 없다는 현 실로 인한 좌절이라고 보여 진다.

    미혼모들에게 미래의 준비는 경제적 자립이 가장 중요한 문 제이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한 치의 여유도 없는 각박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저축을 하는 등, 아기와 함께 미래로 가는 계획을 착실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강한 의지로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아기와 함께 살아갈 방안을 마련하고 모습 은 Kim (2013)의 연구에서 보여준 양육 미혼모의 모습과 일치 하였다. 그러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은 단기간에 자격증을 취득 하고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이어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 았고 청소년 미혼모들의 적성이나 여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 았다. 이와 관련하여 학습과 성장의 시기에 있는 청소년 미혼 모의 학습권 회복이나 맞춤형 직업 훈련의 요구 등은 여러 연구 (Kwon, 2016;Kim & Cho, 2016;Hong & Nam, 2011;Ji, 2012) 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항이다. 특히 Park과 Choi (2016)의 연 구는 학습 복귀 장애요인 중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에 대한 자기 효능감 부족은 가장 낮은 군집 중요도를 나타내고 있었고, 본 연구의 참여자들도 학습에 대한 높은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는 데, 이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청소년 미혼모들의 교육 지원 정책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Kim과 Cho (2016)가 시설에 거주하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 을 하고 있는 양육미혼모의 자립경험으로 “나의 선택으로 시 작된 삶”, “생계와 양육의 고군분투하는 삶”, “심리사회적으 로 역량강화되어 가는 삶”의 3 범주를 규명하였는데, 본 연구 에서 시설에 거주하며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 참 여자들은 시설의 보호를 받지만, 생계수단이 확보되지 않는 상 황에서 아기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순간순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더욱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면서 건 강한 아기와 함께 하는 밝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었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에서 밝힌 청소년 미혼모가 시설에서 거주하며 엄마 가 되어가는 과정의 경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청소년 미 혼모들은 학업과 성장의 시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 기의 양육을 선택하여 온갖 어려움을 겪지만, 양육과정에 보통 의 어머니로서 모성역할을 습득하고 주체적인 삶의 주인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입소시설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들에 게 안전한 도피처였고 디딤돌이었지만, 떠나야 하는 곳이었다. 아기에게 부과될 시설 거주에 대한 낙인이 걱정되었기 때문이 다. 사회의 차별과 편견은 부당하게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였 다. 어린 미혼모들은 종종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으로 휘청거 렸지만, 아기를 돌보고 아기에게 의지하며 함께 하는 밝은 미래 를 향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 미혼모의 삶의 과정에 대한 지원방향을 아래와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청소년 미혼모들의 용기있는 결정을 인정해주고, 고 단하고 외로운 삶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들이 어머니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편, 성장과 학습이 지속되 도록 지지해주어야 한다.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자 아실현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방안이 연계성 있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미혼모들이 낙인과 차별 없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 서 양육과 자립준비를 해나갈 수 있도록 충분하고 다양한 주택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청소년 미혼모 가 무거운 부담을 홀로 떠안고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삶 의 기본 근거지가 되는 주거문제에서 소외와 차별로 인하여 힘 겨워 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적인 노력과 사회적 분위기 조 성을 위한 노력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Figures

    Tables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Themes of the 'Experience of Becoming Mother' of the Juvenile Unwed Mothers residing in Shelter Fac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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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urnal Abbreviation : JKAQR
      Frequency : semiannual (twice a year)
      Doi Prefix : 10.48000/KAQRKR
      Year of Launching : 2016
      Publisher : Korean Association for Qualitativ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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