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최근 우리나라의 자살로 인한 사망은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국가 중 10년 넘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 중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1.7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 11.3명보다 2배나 높은 수준이 다. 2020년 사망 연령대별 통계를 보면, 20대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1.7명(54.4%)으로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 고 있어 2위인 암으로 인한 사망률 4.1명(10.2%)보다 5배나 높 다[1]. 이는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사회적 인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살생각은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에서부터 자살수단 에 대한 생각까지를 포함한다[2]. 자살을 충동적으로 하는 경 우도 있지만 대부분 오랫동안 자살생각을 해왔던 경우가 많다. 계획적인 자살자들을 살펴보면 긴 시간 동안 생각하고 준비해 왔던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며, 대부분의 자살은 깊고도 오래 반복되고 누적된 절망, 갑갑하고 초라한 일상 때문에 천천히 예비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3]. Kuo 등[4]은 자살생각을 한 사 람의 57.0%, 자살계획을 한 사람의 73.7%, 자살시도를 한 사람 의 75.3%가 1개 이상의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자살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시 도를 할 위험성이 여섯 배나 높다고 하였다. 이를 보면 자살자 들이 오랫동안 자살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고, 자살생각에서 자살계획으로, 자살계획에서 자살시도 및 자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Wild 등[5]은 자살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살의 단일 요 인으로 우울이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주장하였으며, Jang과 Hong [6]도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가장 일반적인 특 징으로 우울을 들고 있다. 대학생의 자살요인과 관련된 선행연 구[7-12]에서도 우울을 자살생각 또는 자살과 높은 상관이 있 음을 밝히고 있다. Kang [8]은 자살하는 대학생의 70% 이상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으며,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스트레스 를 꼽았다. 이와 같이 우울이 자살생각 또는 자살 예측에 중요 한 변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울 다음으로 대학생의 자살요인으로는 생활 스트레스와 대인관계 문제가 유의미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Jo [13]는 대학생의 생활 스트레스를, Eun [14]은 좌절된 대인관 계 욕구를 자살요인으로 들었다. 생활 스트레스 중 대인관계와 당면과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자살률이 높으며 [13],[14]는 대인관계 욕구가 좌절될수록 자살생각이 높다고 밝 혔다. Yang 등[9], Kim 등[15]과 Chin 등[16]도 자살생각과 생 활 스트레스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생활 스트레스 중 특히 가족관계와 친구와의 문제가 자살생각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 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이와 같이 선행연구에서 자살생각 또는 자살의 중요한 요인 으로 우울과 생활 스트레스들 들고 있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우울과 생활 스트레스가 자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득력 있 는 설명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오랫동 안 우울한 데는 우울할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울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 자살사고나 자살시도가 우울과 인과관계로 조 명되고 있는 것에 대해 Jeong [17]은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 지 않은 채 죽음충동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생물학적 원인 또 는 우울증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하였다. 우 울하고 죽고 싶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개별적인 상황을 깊이 들여다 볼 때 자살생각을 하는 당사자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 시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진로를 모색하며 급변 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데 대학생들이 우울, 무력감, 학교부적응을 겪거나 때로는 자살생각이나 자살시도에 이른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 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속적으로 자살생각을 경험하는 대학생 내담자들의 자살 생각 경험의 본질은 무엇이며, 무엇을 도와주면 자살생각을 극 복할 수 있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살에 대한 연구는 자살과 관련되는 변인에 대한 상관 연구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자살에 대한 질적연구가 나 오고 있다[18-20]. Shin [18], Kim [19], Kim [20]의 연구는 반 복자살 시도자들이 반복자살 시도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밝힌 질적연구다. 반복 자살 시도자들이 자 살생각에서 벗어나게 된 과정은 자살생각의 본질과 맞닿아 있 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살생각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자살생각 또는 시도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자살생각을 경험하는 대학생들 이 자살생각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이 해하고 밝히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지속적으로 자살생각을 경험하는 대학생 내담자들의 자살생각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이 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현상학적 연구는 특정한 현상을 경험한 개인들의 경험을 그 들의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기술하는 연구방법이다. 본 연구에서는 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 방법을 적용할 것이다. van Manen [21]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은 다 양한 예술적 원천을 활용하며,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해를 위 해 기술보다는 해석을 중시하고, 연구참여자의 통찰력 있는 기 술을 제공하기 위해 글쓰기 과정을 매우 중요시 한다. 해석학적 현상학 방법은 다양한 예술적 원천을 활용하고 해석과 글쓰기 를 통해 인간 경험의 본질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이전에 주목하 지 않았던 현상에 대해 더 깊고 풍부한 의미를 밝혀내는 데 유 용한 방법이다.
2. 체험의 본질에 집중
1) 현상지향
본 연구자는 자살생각을 하는 대학생들은 정말로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 또는 자신의 삶이 비관적일 때 우 울하고 자살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본 연 구자는 자살생각을 하는 대학생 상담사례를 수퍼비전 하면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심 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2) 현상학적 질문 형성
체험의 본질에 집중하는 단계에서 본 연구자는 대학생 내담 자의 자살생각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현상학적 질문을 형 성하였다.
3) 연구자의 선 이해와 가정
3. 실존적 탐구
1) 어원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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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自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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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 스스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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殺: 죽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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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自殺): 스스로 목숨을 끊음[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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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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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 자기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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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ædo: 죽이다
suicide는 라틴어 sui (자기 자신을)와 cædo (죽이다)의 두 낱말을 합성한 말에서 온 것으로 한자의 풀이와 같이 자살은 자 발적이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끊거나 끊으려고 시도하 는 행동이다[23].
2) 관용어구
자살에 관한 관용어구 탐색은 Lee [24]의 문장백과 대사전 을 참고하였다. 자살에 관한 관용어구를 살펴본 결과 첫째, 자 살 행위는 나쁜 것이며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관용어구, 둘 째, 우리에게 자살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 관용어구, 셋째, 자 살은 마음의 고백이라고 주장한 관용어구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자살은 마음의 고백이며 위안이라고 언급한 관용어구의 일 부를 살펴보겠다.
3) 문학과 예술에서의 경험적 묘사
문학 또는 예술작품은 작품 속에서 독자가 직접 행동하지 않 으면서도 작가 또는 주인공과 동일시하면서 그의 느낌과 행동 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은 연구자가 실천적인 통 찰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원천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 연구 에서는 시와 소설과 영화에서 자살생각과 관련된 것을 묘사하 는 것을 자료로 삼았다. 본 연구에서는 자살과 관련된 시 2편, 소설 3편, 영화 2편을 선정하였다.
시는 류시화의 <자살>과 정호승의 <자살바위>를 자료로 선정하였다. 소설은 하야마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닉 혼비의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를 선 정하였고, 영화는 <자살가게>와 <우아한 거짓말>을 선정 하였다. 작품의 공통점은 등장인물들이 죽으려고 하는 순간에 도 동시에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4. 연구참여자 선정 및 자료수집
1) 연구참여자 선정
본 연구의 참여자 선정기준은 6개월 이상 자살생각을 지속 적으로 해온 만 18세 이상의 남녀 대학생이다. 본 연구에서는 6 명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으며 모두 대학의 학생상담센터 에서 상담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중이다.
참여자 모집은 C 지역에 있는 1개의 대학, K 지역에 있는 1 개의 대학 학생상담센터에 연구참여자 모집공고를 통해 이루 어졌다. 그 결과 C 지역의 대학에 4명, K 지역의 대학에 2명의 참여자를 선정하게 되었다. 면담 전에 자살생각을 언제부터 하 게 되었으며,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자살생각을 경험하였는 지 확인하였고, 본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한 후 면담일정을 잡았다. 6개월 이상이라는 기준을 정한 것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자살생각을 한다는 것은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심한 고통의 상태에 처해 있다는 판단에서다. 참여자들에 대한 정보는 Table 1에 제시되어 있다.
2) 자료수집
이 연구의 자료수집기간은 2021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이루어졌으며 자료수집방법은 심층면담과 관찰이다. 심층면 담 방법은 비구조화 방식을 선택하였다. 1차면담에는 연구목 적을 설명하고 “자살생각 경험에 대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 시오”로 시작하였다. 면담시간은 1차면담은 60분 정도 소요되 었고, 2차면담은 40분 정도였다. 2차면담은 1차면담에서 참여 자가 미처 말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하여 듣거나 1차 내용을 연 구자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또한 연 구자는 1차 면담내용을 듣고 그것이 중요한 주제라고 판단되 는 것은 메모하였고, 그것에 대해 2차면담에서 더 자세하게 들 었다. 면담 횟수는 1명을 제외하고 모두 2회 면담을 진행하였 고, 면담내용은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다. 면담장소는 학생상담센터 상담실 또는 2인용 스터디룸에서 이루어졌으며 녹음된 내용은 비밀유지 차원에서 참여자의 이름 대신 사례번 호를 매겨 필사하였다. 자료의 포화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참여 자와 면담한 내용을 필사한 후 다른 참여자와의 면담내용을 비 교한 결과 5번째 참여자부터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았고, 6 번째 참여자도 확인해 본 결과 더 이상의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아 면담을 종료하였다. 본 연구자는 자료수집을 충분하게 하 기 위해 필사된 내용과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원자료의 내용과 비교하였으며, 불명확한 부분은 2차면담 또는 전화로 참여자 에게 확인하였고, 현장노트를 참고하면서 면담 내용의 정확성 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3) 연구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IRB번호: P01- 2021-01-05)을 거쳤으며 연구의 목적과 절차를 알고 동의서를 작성한 자에게만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구 시작 전에 연구의 주제, 목적, 연구방법과 면담 내용의 녹음에 대해 설명하여 동의를 얻고 문서화된 연구 참여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또한 면담 내용은 연구목적으로 만 사용할 것이며, 개인의 사적인 정보는 비밀을 유지할 것이 며, 연구에 인용할 경우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점과 참여자가 원 하면 언제든지 면담을 거부할 수 있고 이후에라도 이 연구의 참 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 참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참여자들에게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하였 다. 또한 본 연구를 위해 수집된 녹음 및 면담자료는 연구종료 시점으로부터 보안파일로 저장하여 3년간 보관 될 것이며 그 후 파손의 방법으로 폐기될 것임을 알렸다.
그리고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면담 중에 위험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하여 미리 C 지역에 상담센터 1개, K 지역에 상 담세터 1개를 섭외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였고, 참여자가 다른 상담센터 또는 병원을 원할 경우 그 비용은 본 연구자가 전부 부담한다는 것을 고지하였다. 실제로 면담과정 또는 후에 염려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4) 자료분석
본 연구자는 수집된 모든 자료를 필사한 다음 필사된 내용을 반복하여 읽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대학생 내담자들의 자살 생각 관련 경험을 나타내는 부분들을 전체자료에서 찾아내어 의미 있는 텍스트를 추출하였다. 그 다음 참여자의 중요한 경험 의 의미에 초점을 두고 텍스트에서 주제진술을 분리시켰고, 참 여자들로부터 78개의 자살생각 경험과 관련된 주제들을 도출 하였다.
이 주제들 중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미를 나타내는 것들 을 묶어서 24개의 주제로 통합하였다. 마지막으로 분석된 주제 와 의미가 상호 동질적이라고 판단되는 주제들을 묶었으며, 각 주제들을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인 7개의 주제범주를 도출하였 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여러 번 자료로 돌아가서 사유하고 고치고 원자료를 검토하고 예술작품의 내용을 참조하면서 7개 의 주제범주를 도출하였다.
5) 연구의 엄밀성 확보
본 연구에서는 Lincoln과 Guba [25]의 엄밀성 평가기준에 따 라 사실적 가치, 적용성, 일관성, 중립성의 측면에서 평가하였다.
연구자는 사실적 가치를 위해 면담자료를 분석한 후 가장 풍 부한 자료를 제공하였다고 생각되는 참여자 두 명에게 연구결 과를 보여주고, 연구자가 참여자의 경험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 였는지 확인한 결과, 자신의 경험을 잘 이해하고 표현해줬다는 피드백을 해주었다.
적용성은 양적연구의 외적 타당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면담 자료가 더 이상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심층적으로 수집하고 포화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이 연구에서는 5번째 참여자부터 더 이상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 6번째 참여 자도 확인해 본 결과 더 이상 새로운 자료는 없었다. 따라서 적 용성을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일관성은 자료수집에서 분석 과정까지 일관성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 자는 자료수집과 분석과정을 자세히 기술하였고, 질적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대학에서 질적연구 및 상담심리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3명의 전문가에게 연구결과를 평가받았고, 주제와 본질적 주제 및 논의에 대한 피드백을 수렴하여 연구의 일관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또한 중립성 측면에서 연구자는 선 입견을 내려놓고 참여자의 입장에서 연구참여자의 관점에서 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였다.
연 구 결 과
본 연구자는 면담자료와 관찰, 현장일지 등 수집된 자료로부 터 대학생 내담자의 자살생각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번 현상학적 반성을 하였다. 그 결과 24개의 하위주제 와 7개의 주제범주를 도출하였다. 그 내용은 Table 2와 같다.
1.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됨
1) 내가 문제 있는 사람 같음
제가 학생회를 했는데 학생회 해단식에서 놀고 참여하 고 집에 갔는데 너무 서러운 거예요. 갑자기 왜 나는 이 사 람들과 진정한 교류를 못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내가 문 제 있는가? 나는 왜 이렇지? 그래서 그냥 그런 여러 생각 들이 확~몰리면서.(참여자 3)
동기들은 다 졸업하고 취직하는데 나는 지금 뭐하는 걸 까? 아, 나는 남들보다 많이 뒤쳐져 있고, 뭔가 병원에 갈 때면 아, 나는 뭔가 문제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어요.(참여자 4)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이 ‘문제 있는 사람’ 이 아닐까? 라는 생 각을 한다고 묘사하였다. 이를 보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 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등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음을 알 수 있다.
2)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생각됨
부모님은 ‘알바를 해서 학비를 벌어’라고 하고, 저는 자 신이 없는 거예요. 사람이 두렵고, 그 상황에서 너무 서럽고 비참해지고 그래서 되게 많이 울었어요.⋯ 이 렇게 까지 해 야 되나 쓸모없는 사람 같은 생각이 들고⋯(참여자 1)
나는 되게 공부도 열심히 안하고 지금 당장 그냥 살기 위해서 알바만 급급하게 하고 있고 뭔가 발전이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다’는 생각 이 들어서⋯(참여자 4)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자 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고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잘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성취경험이 많지 않아서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3) 폐 끼치는 사람 같음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좀 없 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야 그 사람들 이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냥 같이 있으 면 제 걱정을 주변에서 많이 하니까 차라리 제 걱정도 안 할 수 있고 그 사람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없어 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참여자 2)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은 제가 받아야 된다고 생각 하는데 그 벌을 받지 않고 괜찮아지려고 한다는 자체가 뭔 가 죄책감이 들어요.(상담 받는 것도) 네. 그것 자체가 그 럴 자격이 있나? 상담 받아서 괜찮아지려고 하는 게 죄책 감이 들어요.(참여자 4)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존재’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 고 도움을 필요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움을 받는 것이 불편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심 지어 4번 참여자는 상담 받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자살생각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이 사라져줘야 된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Yim [26]의 주장과 일치한다.
4)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내 탓을 함
타인 때문에 오는 공포감이나 불안함이 있잖아요. 설명 하기 어려운데, 그런 게 타인의 문제로 돌리기보다 나한 테 문제를 돌릴 때가 많거든요. 뭔가 그때 해결을 하지 못 했고 나 때문에 쟤네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나를 좀 벌 줘 야겠다. ⋯ 다른 사람들을 내가 힘들게 했으니까 내가 이 정도의 아픔은 견뎌야 된다. 이런 마음이 들 때 도 있죠. 그 래서 가끔씩은 자해를 의무적으로 할 때도 있어요. 이성 적으로 생각하면 걔네들이 백번 잘못한 건데 감정이 먼저 항상 앞서니까 다 원인이나 문제를 저한테 돌리고 그러다 보면 내가 문제가 있구나 ⋯(참여자 2)
내가 여자 친구에게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했으니 까 나는 벌 받아야 한다. 교통사고라도 나서 내가 죽거나 다치면 그 애한테 덜 미안할 거 같아요.(여자 친구가 배신 하고 떠났는데도) 그래도 어쨌든 내가 그 친구에게는 평 생 상처를 주었으니까.(참여자 4)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것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며 자신 을 탓하거나 학대한다고 하였다. 참여자 2와 4는 자신의 잘못 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 기보다는 상대방을 힘들게 하였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 서 참여자들은 상대방이 힘든 것은 내 탓이고, 내가 벌을 받아 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것은 참여자들이 불편한 상황 이나 상대방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는 것이 두렵고 괴롭기 때문 에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2. 지난 상처에 발목이 잡힘
1) 불안하고 무서움에 떨었던 기억이 맴 돔
고등학교 때 학폭 당할 때 무서움이 제일 커요. 거의 극 에 달하죠. 그게 제일 엄청 높죠. 공포감이나 무서움 같은 게 불안함도 크고(어떻게 견뎌요) 고등학교 때는 사실 견 딜 방법이 없잖아요. 하루 종일 학교에 있으니까. 쉬는 시 간에는 화장실에 있었어요.(참여자 2)
어렸을 때, 가정폭력 물론 저나 형한테 그랬던 게 아니 고, 초등학교 때 형이랑 자다가 깨면 아빠가 엄마한테 욕 을 하는 소리, 그런 소리를 듣고 울면서 그냥 있었죠. 그때 무섭기도 하고 불안하고 울면서 방안에서 숨죽이고 있었 죠. 그런 것도 생각나고(참여자 4)
연구참여자들은 양육자로부터 안전하고 보호받아야 할 시 기에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당하였거나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 로 인해 두렵고 불안에 떨었고, 청소년기에는 왕따나 학교폭력 을 당하면서 극심한 두려움과 불안을 경험하였다. 가정도 학교 도 두려운 공간이었다. 가정과 학교는 참여자들이 긴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공간이다. 그들은 그런 공간에서 극심한 심리 적 고통을 겪었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도 그때의 기억 이 떠올라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매 맞고 혼났던 기억이 맴 돔
나는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엄마는 나한 테 말을 함부로 하고 나중에 후회하고 또 함부로 말하고,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혼나고, 무엇을 해도 마음에 들 어 하지 않고 ⋯ 22년 동안 한 번도 행복해본 적이 없어 요.(참여자 2)
성추행 당한 거 떠오르고, 학교 적응 못한 거, 따돌림 당 한 거 그것도 생각나고 요. 근데 집에서 부모님하고 자주 싸우면서 일어나는 갈등, 해결 안 돼갖고 많이 방황하고 엄마가 항상 무서운 존재여가지고. 엄마는 손에 잡히는 거는 다 들고 때렸어요. 너가 잘못했으니까 맞는 거라고, 혼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저는 그게 계속 기억에 남는 거 예요. 안 좋은 기억. 계속 그 과거에 있었던 기억이 계속 맴 돌아가지고서 되게 힘들고 우울할 때는 옛날 생각이 자꾸 나는 거예요.(참여자 1)
참여자들은 부모의 불화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 레스를 고스란히 받았음을 고백하였다. 즉, 참여자들은 부모의 화풀이의 대상이었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유도 모르 고 혼나고 매를 맞기도 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 모두 부모 의 잦은 불화와 다툼이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였고, 그 상처는 해결이 되지 않은 채 그들에게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동기에 학대를 당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가족환경이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이라고 주장한 Pistel [27]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3)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나에 대한 연민이 교차함
계속 부모님과 돈 때문에 자꾸 싸우고 내가 힘든 거를 설득을 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 르겠고. 설득을 한다고 해도 절대 이해를 안 해 줄 거고 ⋯ 부모님이 나를 부드럽게 설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윽박지 르고 소리 지르니까 저는 그 앞에서 말을 못해요. 절대 이 해 못 받을 것 같고 ⋯ 참 슬프네요.(참여자 1)
부모님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다 른 행동을 했을 때 그걸 무조건 못 받아들이세요. 그럴 수 도 있지가 없었어요. 무조건 “안 돼” 이러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주셨으면. 제 마음상태, 제가 고3때 “엄 마는 나보다 성적이 더 중요해”라는 말을 한 적인 있는데. 근까 저는 없는 거죠. 저는 없고 단지 좋은 성적을 내주는 어떤 존재가 있을 뿐이죠. 부모님은 제 마음을 이해 못해 주셨으니까, 제 마음 상태, 지금 생각하면 되게 마음이 아 프네요. 이제 와서 받을 수도 없고(참여자 3)
참여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욕구를 부모님께 표현하 였을 때 수없이 거부 당하였고, 부모님의 생각을 강요당했음을 진술하였다. 참여자들의 경험을 보면 부모님이 자신을 설득하 거나 존중하는 방식으로 대해주기를 바랐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부모님 으로부터 자신의 상황과 마음상태를 이해받고 존중받지 못한 자신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4) 불행한 과거 지워버리고 싶음
공부도 그렇고 지금 저는 인간관계가 되게 폭넓거든요. 대학이. 그래서 저는 사실 그 과거에 있었던 것들을 다 그 냥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어요. 제 기억에서⋯(참여자 3)
군대도 안 갔고 뭔가 꽉 막힌 느낌, 게임으로 비유하면 게임을 해서 캐릭터를 키우잖아요. 그런데 그게 뭐가 꼬 여서 이제 뭔가 잘못되면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만들잖 아요. 다시 만들어서 다시 하면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제 인생은 꼬여가지고 삭제해야 될 거 같은 느낌.(참여자 4)
참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지난날의 상처가 저절로 떠오르 고, 지난날의 아픔,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고 하 였다. 이것은 자신의 삶이 뭔가 잘못되었고, 지워버리고, 깨끗 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자신의 삶이 온전해졌으면 하는 소망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3. 우울의 늪에 빠짐
1) 우울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음
제가 마음의 병이 있을 거 같았거든요. 저도 병인지 몰 랐고, 되게 우울하고 힘들고 막 진짜 죽고 싶다 이 생각 많 이 드니까. 상담 받아보니까 조울증이 나왔어요⋯계속 피 폐해지는 느낌 들고 막 우울해지는 거예요. 그냥 살아서 뭐하나 아, 죽고 싶다(눈물). 우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요. 계속 우울할 때는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고. 울화통이 치밀어 감정을 추스르면서.(참여자 1)
우울하면 이 우울이 영원히 안 끝날 거 같은 느낌. 그렇 게 저도 느꼈는데 우울에 관한 책을 봤는데, 거기서도 그 런 게 딱 나오더라구요. 그럴 때 죽고 싶은 거죠. 이 우울이 영원히 안 끝날 거 같으니까. 그 생각을 하면 역설적으로 마음이 나아져요.(참여자 4)
본 연구의 참여자들 모두가 우울을 겪고 있으며, 그 우울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 으로 드러났다. 이는 아동기에 학대, 특히 정서적 학대를 경험 한 대학생들이 우울과 자살생각 수준이 높다는 Gibb 등[28]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신체 어느 부위가 손상되었을 때 통증이 유발되듯이 우울은 마음이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마음의 통 증이다. 그들은 나을 것 같지 않은 ‘우울’이라는 통증을 견디고 있었다.
2) 무기력하고 삶이 의미 없어 보임
오랫동안 이 상태가 유지되니까 뭔가 삶이 재미, 의지 도 중요하지만 애착이 없어 진다 그래야 되나? 그런 마음 이 감정,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애요. 의 욕도 없고 기운도 없고 무기력감이 되게 오래가고 감각도 무디 어지는 것 같고요. 그냥 뭔가 자신이 없고 이거 못할 것 같 다. 스스로 자존심이 떨어지고.(참여자 1)
그냥 지금 사는 대로 살고 있어요. 딱히 뭘 해서 뭐가 되 어야지. 이 시기에는 뭘 해가지고 자격증을 따고 취직을 하고 이런 생각이 없어요. 그렇게 하기도 싫고 왜 사는지 도 모르겠고.(참여자 4)
참여자들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자신의 삶이 앞으로 더 나 아질 것 같지도 않고, 삶이 의미가 없는 무망감과 무기력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삶의 기쁨과 즐거움과 단절된 생활 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일상이 버거움
마음도 힘든데 일상적으로 공부나 그런 것도 해야 되니 까 동시에 이제 문제가 될 때가 있거든요. ⋯ 그러니까 마 음도 힘든 데 공부하는데 지침도 있으니까 자살 생각이 더 많이 들죠. 지금 삶은 사람들의 눈치도 많이 보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되고 돈 받으려고(장학금) 공부 많이 해야 되 고 관계에서도 항상 혼자 해결할라 그러고 혼자 노력해야 되는 그런 삶이 지쳐요.(참여자 2)
내 동기들 내 주변 사람들은 뭔가 되게 열심히 하고 있 고 그런데 나는 지금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그러고 있는 게 한심한데 그거를 또 할 힘은 안 생기더라구요. 노력을 하고 그러는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럴 힘이 안 생긴 다 해야 되나 좀 많이 제가 삐뚤어졌다고 해야 되나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뭔가 열심히 한다는 것도 싫다고 해야 되나.(참여자 4)
참여자들은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에서도 학 업과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공부하고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 참여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힘들고 지칠 수 있다.
4. 친밀하고 싶은 마음과 거리를 두고 싶은 두 마음
1) 가족이 없고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음
가족이 가족 맞는데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 어요(눈물). 엄마는 성격이 되게 무섭거든요. 아빠는 안 그 런데... 말도 안 듣고 엄마랑 많이 싸웠어요. 많이 맞기도 하고. ⋯(참여자 1)
제가 고아는 아니지만 뭔가 가족은 있지만 저희 가족은 그렇게 살갑고 화목하고 그런 가정은 아니에요. 그래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그리고 이 저의 고통을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요.(참여자 4)
참여자들은 가족이 있지만 가족이 없고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깊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그들은 가족 이나 친구들과 심리적으로 단절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속 감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에 하나다. 의미 있는 관계가 중요 한 시기에 관계로부터 소외될 때 위축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 게 된다.
2) 온전히 이해해 줄 사람 갈구와 좌절
저는 사람에 대한, 가족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사람에 대한 뭔가 그거는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아무한테나 막 정을 쉽게 주고 막 그런 거는 아니지만 뭔가 그런 이상향 을 갈구하는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만약에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면 아 나는 저 사람 딱 하나만 있으면 된다 약 간 이게 좀 생겨가지고.(참여자 2)
저는 다정하고 저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 같아요. 같이 있던 없던 내 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나를 배 려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는데 그럴 때 되게 좋 을 것 같아요. 공부나 어떤 일은 제가 한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인간관계는 뜻대로 안 돼요. 통제가 안 돼요. 저는 제가 통 제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아요. 친구들이 랑 큰 문제는 없는데 친구를 안 사귀려고 하는 것 같애 요.⋯ 깊은 관계는 안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애요.(참여자 5)
참여자들은 자신을 온전히 수용해주고 지지해 줄 사람을 갈 구하고 있다고 하였다. 즉, 부모님으로부터 채우지 못한 사랑 과 관심을 줄 사람을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여자들은 이성친구나 친구들에게 이러한 기대를 하며 관계를 맺지만 상 대방은 오히려 부담을 느껴 떠나게 되고, 결국 혼자 남아 실망 하고 좌절하며 또 다른 대상을 찾기를 반복하고 있다.
3) 사람들이 두렵고 조심스러움
사람들이 되게 무섭다 그래야 되나 두렵다 그래야 되 나. 사회에 나가는 게 사람 상대하는 자체가 많이 무서웠 어요. 실수할까 봐 많이 두렵고. 엄마가 자꾸 알바하라고 하니까 저는 좀 쉬고 싶었는데. 제가 못할 거 같았어요. 일 을 못해서 혼날 까봐 그런 것도 있고 이상하게 막 하기가 되게 싫고 부모님한테 자꾸 무의식적으로 의지하고 되고 저 혼자 자립하고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 전혀 안 들었어 요.(참여자 1)
진정한 교류를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잘못되거나 밉보이는 모습을 보일까봐 무섭기도 하고 혹시나 사람들 이 제 자신에 대해서 알았을 때 물거품처럼 다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 기를 했는데 만약에 돌아서서 이 사람의 마음이 바뀌어서 이야기를 퍼뜨리거나 뭔가 잘못되면, 이 사람들이 영원할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불안한 거죠.(참여자 3)
참여자들은 사람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음을 표현하 였다. 이는 부모님이 좋고 세상에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 람이 많다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가 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자신이 수용되는 의미 있는 관계가 없음 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좌절된 소속감 이 자살생각의 한 요인이라는 연구결과[24]와 일치한다. 좌절 된 소속감은 가정, 학교 등 단체의 일원으로서 수용되지 못하 고 배제되는 것을 말하며 좌절된 소속감은 큰 심리적 고통을 초 래한다.
4) 어느 선 이상 마음을 열지 않음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없는 거 같애요. 학기 초반에는 제가 그래도 나름 이미지가 괜찮아서 애들이 되게 많이 친 해지려고 오는데 못 친해졌어요. 마음을 못 여는 거 같애 요. 약간 먼저 말하고 반응을 보이고 그 친구들이 먼저 그 렇게 하면 저는 딱 그 선까지. 더 안 나가고 딱 그 정도. 나 스스로 선을 긋는. 완전히 친한 친구로 넘어가지 못 한다 는 그런 느낌.(참여자 3)
저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어요. 제가 그렇게 생각을 해요. 제가 그런 것 같아 요. 근까 처음 보는 사람과도 말을 되게 잘 하고 자기주장 을 잘하고 약간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그러는데 깊어지지 는 못해요.(참여자 5)
참여자들은 사람들과 친밀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동 시에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은 두 마음을 갖고 있다. 친밀하 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사 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로 거리를 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5. 살고 싶은데, 죽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음
1)‘이렇게 살면 뭐하나?’하는 생각이 듦
그냥 다 때려치울 만큼 공부하기 싫고 이해도 못 받는 데 대학교를 다녀서 뭐하나 그런 꿈도 희망도 없는 그런 상태였던 거 같애요. 뭐지 분노가 화가 되게 많이 났어요. (어떤 것 때문에?) 자세하게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 게 안 되고. 그냥 다 하기 싫다 막 자꾸 대화하면 할수록 제 가 진정이 안 되고 이렇게 살면 뭐하나 싶고.(참여자 1)
하루하루 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맨 날 똑같은 하루고 친구들을 만나도 잘 놀고 잘 얘기하지만 어 쨌든 뭔가 하루가 끝나고 그 하루를 항상 되돌아보거든 요, 그러면 항상 똑 같은 패턴으로 이루어지니까 이렇게 살면 뭐하나 이 생각이 되게 많이 들거든요. 관계에서 발 생하는 하는 문제를 항상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게 그 모 습이 저는 너무 싫은 거예요.(참여자 2)
참여자들은 ‘이렇게 살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을 자주 경험한 다고 하였다. 이것은 참여자들의 삶이 불만스럽고 뜻대로 되지 않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될 때 경험하는 마음의 상태로 보인다.
2) 죽는 게 나을 것 같음
저는 그거 가정폭력이 있었을 때 제가 아무 것도 해결 할 수 없는, 그냥 가만히 있어야 되는 거죠. 그때 당시에는 그 미래에도 계속 이럴 거다는 생각이 드니까, ⋯ 아 나는 어쨌건 이 부모님이랑 평생을 살아야 되는데 그러면 이게 평생 이어 질 건데 그 마음이 되게 커서 벗어날 수 없으면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참여자 3)
고등학생 때 이제 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기 전에 많이 한 거 같아요. 나 는 오늘 무얼 한 걸까? 미래가 어떻 게 될까? 이 상태로 그냥 쭉 가면 뭐가 달 라지나? 내 인생 이. 나는 왜 태어난 걸까? 그런 거 지금도 생각을 하지만 왜 사는 걸까? 지금도 죽는 게 낫다는 그런 생각을 종종하 면서.(참여자 4)
참여자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였다. Nick Hornby의 소설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의 주 인공들도 자살밖엔 답이 없다고 생각한 네 명의 주인공들이 죽 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것처럼 본 연구참여자들도 자 살밖에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 간절히 살고 싶은데 죽고 싶은 이 고통
공부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학교 와서 딴 생 각 많이 하고 집중도 안 되고 그냥 저 혼자 있는 세상 같고 저 혼자 버려진 것 같고 죽고 싶다는 생각 드는 거예요. 어 릴 때부터 그 생각을 많이 했는데 몸으로 실행까지는 안 했어요. 되게 무서웠어요. 겁이 많아서 본능적으로 진짜 죽을 만큼 힘든데 이성적으로 좀만 생각하면 살고 싶다는 반대의 생각이 들어서 막 무섭기도 하고 실행까지는 안했 고 머릿속으로는 진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참여자 1)
그냥 기본 베이스가 죽고 싶었어요. 감정의 기본 상태 가. 보통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다가 어쩌다가 죽고 싶잖 아요.⋯ 그냥 죽고 싶다가 어쩌다가 잠깐 기분 좋았다가 죽고 싶고. 난간에 진짜 선 적도 있었어요. 무서워서 떨어 지지는 않았는데 너무너무 짜증이 나는 거예요. 우리 집 에 이런데 솔직히 해결할 방법도 없고 내가 생존해 있으려 면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잖아요. 이런 엄청 안 좋은 환 경에서 내가 살기 위해서 이 부모님 아래 계속 있어야 된 다는 게. 너무 너무 뭔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 살방법을 찾아본다거나 목매는 방법을 연습해본다거나 약간 그런 식으로 풀었던 것 같애요.(참여자 3)
참여자들은 죽고 싶은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면서도 괴로움을 견디고 있다. 참여자들의 진술을 자세히 보면 죽고 싶다고 말 한 그 너머에 아이러니하게도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묻어 있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자들이 ‘죽고 싶다’ 고 생각하는 것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고,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의 괴로 움을 온 몸으로 마음으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6. 한 줄기 의지로 일상을 살아냄
1) 나쁜 생각을 안 하려고 뭔가에 몰두함
죽고 싶은 생각은 항상 하죠. 그래서 그걸 잊으려고 뭔 가를 자꾸만 찾아서 더 하고 해요. 그런데 그 하려고 하는 거에 대해 지치는 게 있잖아요. 학기 중에는 이제 공부가 있는데 공부를 하다보면 그래도 좀 잊을 수 있고.(참여자 2)
무기력한 것을 베이스로 깔고 그 무기력한 것을 잊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거죠. 저는 지금도 저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을 진짜 못 견뎌요. 못 견뎌요. 아무 것도 안하면 계 속 우울한 생각과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잊기 위해 뭔가를 계속해요. 공부를 하든 사람을 만나든 뭔가 를 계속 해요.(참여자 3)
참여자은 우울하고 무기력함 속에서도 죽고 싶은 생각을 하 지 않기 위해 뭔가에 몰두하면서 애를 쓰고 있다고 하였다. 어 떤 참여자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공부에 몰두 하여 장학금을 받기도 하고, 또 어떤 참여자는 유기견을 입양 하여 서로 교감하면서 나름대로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2)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닫음
아무 생각을 하지 말자 막 눈도, 귀도, 마음도 닫아버리 자 조금이라도 덜 상처 받고 싶어서. 그냥 누가 아무리 저 를 위해 좋은 말을 해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와 닿 지도 않게 된 거 같애요.(참여자 1)
너무 어렸을 때 너무 아픈 기억이 있다 보니까 제가 중3 때 ‘나는 고아다’, ‘저 분 은 내 아빠가 아니고 저분은 내 엄 마가 아니다’ 그냥 같이 사는 어떤 아줌마 아 저씨일 뿐이 고 나는 고아니까 지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자 이러 면 안 아프더 라고요.(참여자 3)
참여자들의 경험을 보면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상황 이 계속 될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신만의 방법으 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책잡히지 않기 위해 나를 학대함
저는 잘못하면 안 된다는 게 되게 심해요. 잘해야 된다 는 생각, 그거에 강박증이 약간 있어 가지고 해야 하는 것 을 못해내면 제 스스로를 저를 학대하고 욕하고 그래요. (참여자 5)
제가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도 부모님께서 뭐라고 하 시는 게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싫은 거예요. 그냥 그 말을 듣 기가 싫어요, 그래서 애초에 저는 오히려 제가 잠을 못자 고 제가 피곤한 게 더 낫지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뭔가 실수를 하거나 못했을 때 그거를 보듬어 준다기 보다는 안 좋게 생각할까 봐 그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다 른 사람들에게도 다 적용이 돼요.(참여자 3)
참여자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지적을 당하고 핀 잔을 들으면서 같은 지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미리 지나칠 정도 로 준비하고 해낼 뿐만 아니라 뜻대로 안되었을 때는 스스로 자 신을 다그치고 학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고 싶음
게임을 하면 즐거웠어요. 내게 관심 가져주고 살아있는 것을 느껴요. 내가 잘 하는 것 확인하고 싶고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어요.(참여자 1)
뭔가 잘한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관 심 받고 싶어서, 잘하고 괜 찮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참여자 5)
참여자들은 자신이 무엇인가를 ‘잘하는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 이라는 말을 듣고 싶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을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하였다. ‘잘하는 사람’, ‘괜찮은 사람’이 라는 인정과 확신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7.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김
1) 내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이 생김
내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았어요. 거기서 얘기를 털어놨거든요. 되게 다독여 줬거든요. 대 화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조금 좀 나아진 느낌이 들었어요.(참여자 1)
학교를 잘 안 나오다 보니까 교수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어쩔 수 없이 우울증이 있다 말씀드렸더니 학교에 상담센터 가 있는데 상담을 해보겠냐고 해서 상담을 했어요. 상담사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줘서 좋았어요.(참여자 4)
참여자들은 자의 또는 주변의 권유로 대학의 학생상담센터 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좋 았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2) 내가 ‘문제없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김
저는 집에서는 제 생각을 말하거나 뭔가를 하면 그거는 아니고 그거는 틀렸고 이러는데, 학교에서는 제가 나름 준비해서 발표하거나 노력하고 공부하면 어, 잘했고 너 1 등이고 1등급이고 상 받고 이러니까. 그냥 그렇게 저를 찾 았던 거 같애요. 아 나는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이고 계속 이 런 꿈을 키울 거고 집에서 있는 나는 내가 아니고 부모님 이 나를 잘못 보신 거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 생각했어요. (참여자 3)
저한테 가장 도움이 됐던 거는 그 상황을 설명했을 때 상담사가 저를 옹호해 주는 것, 저를 이해해주었어요.‘그 럴 수 있다’고 그게 가장 도움이 되었어 요. 내가 문제없는 사람이라는 거를⋯(참여자 5)
참여자들은 상담을 통해 자신이 문제없고 ‘괜찮은 사람’이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표현하였다. 또 어떤 참여자는 대학의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주목 해주고 좋은 피드백을 들으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과 유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논 의
본 연구참여자들의 자살생각의 본질은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됨’ 으로 드러났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문제가 있고 무엇인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참여자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에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대처하지 못하고 자기 탓으로 돌리거나 심지어는 자 신을 폄하하고 학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참여자들이 ‘존중’ 받는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상을 발달시켜야 할 시 기에 수많은 좌절을 겪으면서 긍정적인 자아상을 발달시키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참여자들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치료되지 않은 채 지금도 그 상처에 발목이 잡혀있었다. 그들이 방어하고 대처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에 겪었던 좌절과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그들의 의 지와 상관없이 지금도 그때의 고통을 재경험 하고 있다. 따라서 상처를 치유하고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에 살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 모두가 만성적인 우울을 겪고 있었다. 모든 참여자들의 기본 정서는 우울과 무력감이었다. 이는 선행 연구[28-32]에서 우울이 자살생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 구결과와 일치해 보인다. 그러나 본 연구참여자들 모두 오랫동 안 우울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울해서 자살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참여자들의 우울은 아동기 가족환경에서 비롯 되었으며 우울이 지속되면서 우울에 동반해서 자살생각이 나 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Pistel [26]은 가족환경을 자살생각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부모의 잦은 불화와 다툼이 있는 가정에서 성장한 대학생들이 우울하고 자살생각이 높다 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Wild 등[5]도 낮은 가족자존감을 가진 가족환경에서 성장한 성인은 우울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자살생각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Gibb 등[28]과 Kuo 등[4]도 아동기에 학대, 특히 정서적 학대 경험이 우울과 자살생각과 높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를 보면 역기능적인 가족환경이 우울을 유발시키고 자살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울 이 자살생각 또는 자살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살생각 경험자들의 우울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을 간과한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은 절망의 심리기제이며 참여자들에게 필요해서 생겨난 감정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견뎌야 할 때 우울하고 무력감을 느끼 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 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를 먹고 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서툴고 힘들지만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6명의 참여자 중 3명은 장학금을 받고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 다. 그들에게 우울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맥 락과 역사가 있었으며 우울하고 죽고 싶다고 하는 것은 고통스 러운 마음의 통증, 심리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의 대인관계는 부모에게서 결핍된 관심과 사랑을 타인에게서 받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 들과 거리를 두고 싶은 두 가지 양상을 보였다. 있는 그대로 자 신을 지지해주고 수용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관계를 맺지만 상 대방은 이에 지쳐 떠나고 혼자 남게 되어 좌절감을 느끼고 또 다시 기대를 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 반면에 상처받 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며 피상적인 관계를 맺는 상반된 관계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가족관계에 서도 친밀감과 안정감을 경험하지 못하였고 친구들 또는 학우 들과도 소속감과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로부터 소외되고 소속감이 좌절될 경우 많은 심리적 고통이 따른다 [26]. 따라서 이들에게 학우들 또는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자신 이 수용되고 일체감을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참여자들의 ‘죽고 싶다는 생각’ 의 의미는 ‘간절히 살 고 싶은데 죽는 것 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음’이었다. 참여자들 은 현실의 상황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고 앞으로도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므로 ‘죽고 싶다’ 는 생각의 의미는 자신 이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한 고통의 표현이며 간절히 살 고 싶다는 역설적인 표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자들 대 부분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순간 “정말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었다” 고 진술하였다. 이는 정호승의 시 <자 살바위>에서 화자가 자살을 하려고 자살바위에 갔지만 막상 그 바위에 갔을 때는 죽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발견하고 돌아왔 다는 것을 묘사한 것과 똑같다. ‘죽고 싶다’는 것은 ‘죽을 것이다’ 가 아니라 죽고 싶을 만큼 내가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할 수 없어 괴롭다는 마음의 고백이다. 관용어구에서 살펴본 ‘자살을 생각하는 일은 위안이며 곧 마음의 고백’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 이다. 그러므로 자살생각을 한다고 할 때 그들을 나약한 사람 또 는 병리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마음의 통증(심리통)을 호소하는 것이며 도움의 신호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은 자의 또는 타의로 학생상담센터에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신이 문제가 있는 사람 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경험을 하였다. ‘괜찮다’의 사전적 의미[19]는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으로 좋다는 뜻이다. 괜찮은 사람이란 자신이 대단한 사람 까지는 아니어도 보통 이상의 사람이라는 확신과 자신감이라 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상담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도 성취감을 경험하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갖게 되기 도 하였다. 따라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며 ‘그들의 삶이 잘못 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도록 한다면 그들이 어려운 일이 닥 쳐도 스스로 잘 해쳐나 갈 것이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자살생각을 하는 대학생 내담자들의 자살생각 경 험의 본질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시도되었다. 이를 통해 내린 결 론은 다음과 같다. 자살생각을 하는 대학생 내담자들의 자살생 각의 의미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삶이 고통스럽다는 마음의 표 현이며 간절히 살고 싶다는 역설적 고백이었다. 또한 우울은 아동기에 역기능적인 가족환경에서 절망의 심리기제로 발생 하며 우울과 동반해서 자살생각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그들에게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괜찮은 사 람’ 이며 자신의 삶이’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도록 도와 줄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심리상담 측면에서 의의는 첫째, 우울하고 자살생 각을 하는 내담자들을 상담할 때 병리적인 관점에서 보거나 ‘우울’ 과 ‘자살생각’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 에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모두 자신을 따뜻하게 지지해 줄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처받을지도 모른다 는 두려움 때문에 거리를 두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따 라서 이들을 상담할 때는 양가적인 감정이 있으며 자신이 수용 되는지에 민감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대학생 들의 자살생각 또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대학교에서는 신입 생 사전교육 시간에 우울검사와 자살생각 수준 검사를 실시하 여 수치가 높은 대학생들을 학교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 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대학생 내담자들의 자살생각 경험에 중점을 두었 다. 본 연구는 자살생각 경험자들에게 동반되는 특징인 우울의 기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탐색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따라 서 후속연구에서는 자살생각을 경험하는 대학생들의 우울의 본질과 기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