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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2508-2116(Print)
ISSN : 2713-7015(Online)
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for Qualitative Research Vol.9 No.2 pp.79-92
DOI : https://doi.org/10.48000/KAQRKR.2024.9.79

Post-traumatic Growth Experiences of Breast Cancer Survivors: A Grounded Theory Approach

Seung-Kyoung Yang1, Young-Suk Park2, Eun-Joo Lee3
1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Nursing, Kyungnam University, Changwon, Korea
2Assistant Professor, College of Nursing, Taegu Science University, Daegu, Korea
3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Nursing, Kyungnam University, Changwon, Korea
Corresponding author: Park, Young-Sukhttps://orcid.org/0000-0003-0311-2430 Department of Nursing, Taegu Science University, 47 Yeongsong-ro, Buk-gu, Daegu 41453, Korea. Tel: +82-53-320-1792, Fax: +82-53-320-1761, E-mail: manic4428@tsu.ac.kr
June 19, 2024 ; June 25, 2024 ; June 28, 2024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qualitative study was to explore the experiences of post-traumatic growth in breast cancer survivors by applying grounded theory methods.


Methods:

Participants were seven breast cancer survivors who had been diagnosed with stage I or higher breast cancer, had completed acute treatment, and were members of an internet self-help group for breast cancer survivor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from July 11, 2022 to May 4, 2023. The interview contents were transcribed and analyzed using Corbin and Strauss’s grounded theory method. A total of 18 sub-categories and 9 categories were identified through the open coding process.


Results:

As a result of axial coding based on the paradigm model, the central phenomenon of post-traumatic growth experiences of breast cancer survivors was revealed as ‘Finding true life after the pain of death’. The core category was identified as ‘Promise a life without regrets’, which consisted of a four-step process: reflection period, recovery period, transition period, achievement period. Breast cancer survivors experienced restoration of their inner selves, strengthening of positive thinking through the process of resetting their life values and goals, and pursuit a stable and satisfying life.


Conclusion:

To help breast cancer survivors grow after trauma, the importance of accepting changes in their bodies and maintaining a positive perspective was highlighted.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 근거이론 접근

양 승 경1, 박 영숙2, 이 은 주3
1경남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2대구과학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3경남대학교 간호학과 부교수

초록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2021년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생자 수는 인구 10만 명 당 28,720명으로 여성암 발생율 1위를 차지했으며, 이 중 35~64세 연령군에서 유방암 발생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의 증가와 출산율 감소로 인해 에스트로겐 노출이 증가하면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2]. 그러나 조기 발견과 진단이 가능해지고, 의학기술과 치료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유방암 생존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5년(2017~2021년) 유방암 생존율은 93.8%까지 상승하였다[1]. 유방암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은 암 진단 이후에도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불확실성, 정체성 상실, 고립과 오해, 직장 복귀의 문제, 치료 후유증 등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3].

    암 생존자는 암 진단 이후에 공포감, 무력감, 고통, 우울, 스트레스, 불안, 분노, 대인관계 위축 등의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4]. 또한 암의 진단, 질병의 심각성, 치료방법, 신체적 변화와 기능 감소, 역할 감소, 재발과 전이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5]. 이와 같이 암의 진단 및 치료과정은 암 생존자에게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게 되며[6],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 하게 된다[7]. 특히 유방암은 치료 특성상 피로, 통증, 우울 등 부정적 증상 경험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이 크다[8]

    반면 암 진단 이후 질병에 대한 적응과 극복과정에서 이전과 다른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타인과의 관계가 개선되며,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강점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 PTG) 이라고 한다[9]. 이는 외상사건 경험을 통해 외상 이전의 적응이나 심리적 기능 수준을 넘어서,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한다[9].

    유방암 생존자의 심리사회적 경험에 대한 메타합성 연구에서 도출된 ‘외상 후 성장’ 주제에 따르면 대상자들은 암 경험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기며,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건강한 생활 습관과 자기 관리에 중점을 두는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 또한 유방암 생존자들은 외상 후 성장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대인 관계를 가지게 되며, 개인에게 가치 있는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10]. 이처럼 외상 후 성장은 유방암 생존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유방암 환자의 외상 후 성장은 사회심리적 요인 중 대처전략의 사용,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낙관성, 유방암 치료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각하는 지각된 질병인식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다[5]. 외상 후 성장의 결정요인과 징후를 조사한 분석연구에서는 자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 타인과의 관련성, 새로운 삶의 철학, 영적, 종교적 성장, 인지 처리, 사회적 지지, 종교 및 영성, 신체 역할 및 활동 등이 유방암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11]. 이와 같이 외상 후 성장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단순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이 아니라 삶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12]. 즉, 유방암 생존자들은 암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는 동시에 다양한 어려움과 고통에 직면하게 되며, 이러한 경험은 내적 요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맥락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을 통한 변화 과정을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사회적 맥락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근거이론 접근의 질적연구방법을 사용하였다. 근거이론은 귀납적 접근을 사용하며, 인간의 상징적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신념이나 의식이 변화된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13]. 따라서 근거이론적 접근을 통해 유방암 생존자들이 외상 후 성장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며,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과 관련된 국외 질적연구로는 유방암 생존 여성의 외상 후 성장[14], 외상 후 성장경험과 상황적 요인[11], 외상 후 성장 질적연구의 범위[15] 등 여러 편이 있었다. 유방암 생존자에 대한 국내 선행연구는 암 대처, 낙관성, 질병 침해성[5], 사회적 지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회복탄력성[16], 우울, 낙관성[17] 등의 변수간의 관계를 확인한 조사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본 연구는 상징적 상호작용주의에 기반한 Corbin과 Strauss [18]의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하여 유방 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과 관련 요인을 파악하고,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도출함으로써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을 성공적으로 돕는 방안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근거자료를 마련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근거이론 방법을 적용하여 유방암 생존자가 암 진단 이후 자신 및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를 파악하고,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을 설명하는 상황 특이적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본 연구의 질문은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과정은 어떠한 가?’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 과정을 탐색하기 위해 Corbin과 Strauss [18]의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하여 유방암 생존자가 어떠한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는지 탐색하기 위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자 준비

    본 연구자는 박사학위 과정에서 질적연구방법론에 대한 수업을 이수했으며, 근거이론연구방법을 적용한 연구를 수행하여 학회지에 게재한 경험이 있다. 질적연구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고, 학술대회에서 활동함으로써 질적연구방법에 대한 학문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였다. 또한 여성암 환자를 상담하고 간호한 경험이 있으며, 난소암 투병 여성 대상 질적연구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3. 연구참여자

    본 연구참여자는 1기 이상의 유방암 진단을 받은 만 20세 이상 유방암 생존자 총 7명이었다. 연구참여자의 선정기준은 암 진단 이후 급성기 치료(수술, 항암화학요법)가 종결되어[19], 병원 외래를 통해 추후관리를 받고 있는 자이다. 유방암 이외의 다른 암 확진을 받았거나, 현재 정신과적 질환이 있거나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자는 제외하였다. 본 연구참여자는 총 7명으로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46.6세였으며, 연령 범위는 42세에서 53세였다. 유방암 진단 시기는 2010년에서 2022년까지였으며, 유방암 진단 후 경과 기간은 평균 5.14년으로, 최소 1년에서 최대 12년까지로, 진단 병기는 1기 4명, 2기 3명이었다. 대상자 모두 현재 결혼 상태였으며, 4명은 직업이 있었으며, 3명은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 교육수준은 대졸 6명, 대학원졸업 1명이었다(Table 1).

    4. 자료수집

    자료수집기간은 2022년 7월 11일부터 2023년 5월 4일까지 이며, 개별 심층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참여자 모집을 위해 인터넷 자조모임 카페에 모집공고를 게시하였고, 연구참여에 관심이 있는 경우 연구자에게 유선으로 연락하였다. 연구의 목적, 진행절차 등의 설명을 듣고 연구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할 경우 연구대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이후 참여한 대상자로부터 다른 유방암 생존자를 소개받는 눈덩이표집법을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 일정은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에 따라 정하였고, 면담 장소는 참여자 집 근처 조용한 카페나 화상통신(Zoom)을 활용하여, 연구자 중 1인이 진행하였다.

    1회 면담에 소요된 시간은 평균 1시간 정도였으며, 면담 횟 수는 1인당 1회였고, 추가 자료가 필요한 경우 1~2회의 전화, 문자, 화상통신을 이용하여 추가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 중 연구참여자의 표정, 행동 등 비언어적인 메시지는 메모하여 관찰하였다.

    주요 면담 질문은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과정은 어떠하십니까?’였다, 세부 질문은 “암을 진단받고 지금까지의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암 진단 후 가장 힘든 상황은 무엇이고 그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셨나요?”,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그 변화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암 투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또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암 투병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깨닫게 된 것은 무엇인가요?”였다. 자료수집은 참여자들의 진술이 포화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진행하였으며,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발견되지 않을 때 면담을 종료하였다. 각 면담이 끝난 후에는 연구자와 연구보조원이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필사하였고, 필사된 내용 중 의문이 있으면 참여자에게 전화나 SNS를 활용하여 문의하여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였다.

    5. 자료분석

    자료분석은 Corbin과 Strauss [18]의 근거이론방법의 기준에 따랐으며,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 세 단계의 분석과정을 거쳤다. 자료수집과 동시에 비교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수집된 자료를 연구자 각자 분석하였고 분석결과에 대해 토의하며 합의점에 도달하였다.

    개방코딩에서는 필사 자료와 메모 등을 한 줄씩 정독하고 의미를 찾기 위한 행간 분석을 실시하였다. 의미 있는 내용을 모아서 분류하고 개념을 명명하였다. 유사한 개념끼리 묶은 뒤 하위 범주를 명명하였고, 범주별 속성을 확인하기 위한 분석 과정을 거쳤다.

    축코딩에서는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의 중심현상과 관련된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재적 조건, 전략/상호작용 전략, 결과의 과정을 제시하였다. 선택코딩에서는 이전의 분석 작업을 모두 통합하고 도출된 핵심범주를 중심으로 범주 간 관계를 연결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과정분석을 실시하였다.

    6. 연구의 엄격성 확보

    본 연구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Lincoln과 Guba [20]가 제시한 사실적 가치, 적용성, 일관성, 중립성을 준수하였다. 사실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녹음된 자료는 면담 24시간 이내에 연구자와 연구보조원이 녹음파일을 듣고 필사하였으며, 연구자가 녹음 자료를 2회 이상 반복해서 들으며 필사 자료와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고 필사 내용 중 의문이 있으면 참여자에게 전화나 SNS로 문의하여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적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대상자로 선정하였으며, 자료수집은 참여자들의 진술이 포화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결과를 다른 참여자에게 보내어 참여자의 경험이 서로 일치하는지 확인하였다.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료분석 시 Corbin과 Strauss [18]가 제시한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 세 분석방법에 충실하였으며, 연구 질문을 지속적으로 생각하며 자료수집과 분석을 실시하고 질적연구 경험이 있는 간호학 교수 2인에게 개념과 범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에 대한 선 이해와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노력 하였으며, 면담 시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자의 개입을 최소화하였다.

    7. 윤리적 고려

    본 연구의 자료수집 전 K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았다(IRB. 1040460-A-2022-012). 연구자는 자료수집 전 참여 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방법, 면담내용 녹음, 연구참여의 위험과 이익 등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수집된 자료는 연구목적 이 외에 사용되지 않으며, 연구참여 도중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어떠한 불이익이 없으며, 녹음된 내용은 연구가 끝난 후 폐기 처리됨을 설명하였다. 연구자의 설명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연구참여에 의사를 밝힌 경우 서면동의서를 받았다. 자료의 관리는 잠금장치와 비밀번호가 설정된 개인 PC에 참가자 번호로 저장하였다.

    연 구 결 과

    1.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 범주 분석

    본 연구에서 축코딩 결과를 토대로 인과적 조건, 중심현상, 맥락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중재적 조건, 결과의 관련성을 도식화하여 패러다임 모형을 도출하였다(Figure 1). 유방암 생존 여성의 외상 후 성장 과정의 핵심범주는 ‘죽음의 고통 뒤에 참된 인생 찾아가기’로 확인되었다. 개방코딩을 통해 18개의 하위범주와 9개의 범주를 도출하였으며, 축코딩 과정에서 범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중심현상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결심’으로 나타났고, 맥락적 조건은 ‘자신에 대한 견고한 믿음’, 인과적 조건은 ‘지난 삶에 대한 반추’, 중재적 조건은 회복의 정도로 ‘망가진 자아의 회복’과 ‘관계의 진정성 회복’으로 도출되었다. 작용/상호작용 전략은 ‘시간의 흐름에 맡기기’, ‘또 다른 인생의 디딤돌 역할하기’, ‘새로운 사고로 전환하기’ 가 도출되었다. 작용/상호작용 전략의 결과로 ‘자유와 충만함의 만끽’을 경험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Table 2). 유방암 생존자가 죽음의 고통을 지나 참된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은 성찰기, 회복기, 이행기, 성취기 단계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외부 환경의 변화 및 투병 기간에 따라 경험에 대한 다양성 및 깊이에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공통적으로 4단계의 과정을 거쳐 외상 후 성장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Figure 2).

    1) 핵심범주: 죽음의 고통 뒤에 참된 인생 찾아가기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과정의 핵심범주는 ‘죽음의 고통 후에 참된 인생 찾아가기’이다. 즉, 참여자들은 유방암을 진단받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가고자 결단하며 노력하는 과정으로 파악되었다. 참여자들은 유방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절망 감에 휩싸이지만 동시에 소생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지난 과거를 곱씹으면서 자신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되는데 이 경험을 통해 그동안 깨닫지 못한 삶의 중요한 부분과 그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깊이 알게 된다. 병마와 싸우는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며 자신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살아갈 용기를 찾게 된다. 참여자들은 남은 삶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깨달으면서 이제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결단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진정한 행복에 대한 갈망으로 표현되었다. 모든 참여자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내면의 문제를 인식했다. 유방조직의 암세포는 여성으로의 정체성을 흔들었고, 이는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며 숨기고 싶을 정도의 수치스러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심적 압박감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망가진 자아를 회복해간다.

    투병기간 동안 사랑하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불순물을 걷어내고 진정성 있는 관계로 발전해 간다. 이러한 관계의 변화는 회복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실재적으로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전략들을 사용하였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의 시간을 수용하면서 암으로 인한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 들려는 태도와 일상을 자신감 있게 살아가려는 노력으로 표현 되었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살았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새로운 가치와 신념을 만들어 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던 가식적인 모습을 버리고 자신의 삶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었다. 또한 주변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평가하면서 점차 고착화 된 사회적 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암 투병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인 상처와 고통이 잔존해 있지만 이 또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의 일부로 여기려고 노력했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디딤돌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랬다. 이타적인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누군가의 고통에 능동적이고 깊이 있게 공감하면서 스스로를 더욱 가치 있는 존재로 다듬어 갔다. 참여자들은 세상에 이끌려 살아온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이끌어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감사와 만족감, 그리고 자유를 누렸다.

    2) 죽음의 고통 뒤에 참된 인생 찾아가기의 과정

    유방암 여성의 외상 후 성장 경험에서 죽음의 고통 뒤에 참된 인생 찾아가기의 과정은 성찰기, 회복기, 이행기, 성취기의 네 단계로 도출되었다. 암 선고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견고히 하는 ‘성찰기’, 남은 삶을 위해 결단하며 회복해 가는 ‘회복기’, 결단한 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이행기’, 마지막으로 힘든 투병의 시간을 이겨내며 새로운 삶으로의 도약에 성공을 누리는 ‘성취기’의 네 가지 과정이다. 참여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투병 이전의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성장을 이뤄가면서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신뢰와 회복의 정도에 따라 외상 후 성장 경험의 깊이와 폭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 과정을 동일하게 밟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성찰기

    유방암 생존 여성의 외상 후 성장 과정은 지난 삶을 되돌아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참여자들은 암 진단을 받기 전에 평소 자신을 둘러싼 주변 즉, 가족, 직장, 인간관계 등에 모든 것을 쏟으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고 그것이 곧 자신을 위한 삶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인생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정작 자신의 몸과 마음의 안위는 돌보지 못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후회와 절망감에 휩싸였다. 어떤 참가자들은 비록 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렇게라도 무엇을 향하는지도 모르고 내달리던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처음에는 암 선고라는 절망적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면서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했지만 이 또한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 참여자들은 때로는 혼잣말로 “괜찮다”고 위로하면서 스스로를 정죄하기를 그치고 비판 없이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였다.

    ① 지난 삶에 대한 반추

    투병 초기에 유방암에 걸리게 된 이유에 대해 자문하면서, 처한 상황에 대해 주변을 원망하고 불평하지만 점차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자신보다는 타인이나 주변 환경을 의식하면서살아온 시간에 야속해했고, 그런 자신을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결국 마음의 상처 또는 심리사〮회적인 디스트레스가 암을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면서 이 절망 가운데서 일어서기 위해서 스스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결심한다.

    제가 남 눈치를 많이 본다고 했잖아요. 약간 겁도 많고 두려움도 항상 많았거든요. 그런 것에서 조금 암 걸리고 나서 각성이 된 것 같아요. 각성이 되었다고 해서 사람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원래 본연의 기질이 있으니까, 그런데, 저는 계속 변화하고 싶은 거에요 이렇게 살고 싶지않고, 그러면 또 아플 것 같고. 그래서 계속 진짜 책을 많이 읽은 것 같아요. 인문학부터 해서 자기개발서, 그러면서 저를 내면 깊숙이 과거에 내가 트라우마도 있을 수 있고, 인간관계에서 힘들었던 거, 아니면 부모님과의 이런 것들이 다 생각나면서 아, 내가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참여자 4)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어 괜찮다.. 다른 사람한테는 관대한데, 왜 나한테는 맨날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나아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단 한 번도 제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는데, 지금은 뭐만 하면 아 그렇게 하지 말걸. 옛날에 비해서는 조금 그래도 괜찮다, 괜찮은 사람이다. 그렇게 큰 일을 겪기도 했는데 이건 별거 아니지, 이런 걸 조금은 생각하게 되었어요. 옛날에는 제 자신이 백 번 다 싫었다면, 지금은 백 번 중에 두세 번은 괜찮다고 하는데, 조금 더 관대해지고 싶어요.(참여자 3)

    ② 자신에 대한 견고한 믿음

    혹독한 항암치료가 이어지고 힘든 투병의 결과가 치료 효과로 드러나면서 참여자들은 조금씩 안도감을 느꼈다. 어려운 치료 과정을 묵묵히 잘 견뎌온 것에 대해 뿌듯해 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가졌던 자신에 대한 왜곡과 심적 나약함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자기비난을 멈추고 지속적으로 내면을 강화하면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았다. 스스로 대한 위로와 격려는 자신감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거는 그냥 저는 겪은 것에 대해서 후회는 안 하거든요. 힘들긴 했어요. 힘들긴 했는데 그거를 겪고 나니까 저에 대한 믿음이 생겼거든요. ‘이 정도 일은 내가 진짜 견딜 수 있구나’ 하는 그런 거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 힘든 일이 있어도 견뎌낼 수 있다고 저한테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참여자 1)

    엄청 화가 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짜증은 나지만, 회복 탄력성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게 사실은 마음 때문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륜이 생긴건지,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서 그런건지 이게 복합적인 것일 수 있지만, 결론은 그것을 계기로 마음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그러면서 앞으로도 잘 해 나갈거라고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대상자 4)

    (2) 회복기

    지난 삶에 대한 고찰을 통해 참여자들은 암 치료 과정 중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재발에 대한 불안감에 고립되어 있던 삶의 시선을 앞으로 살아갈 날들로 옮겼다. 후회 없는 삶에 대한 결심을 통해 망가진 자아를 회복하고 주변과의 관계를 다시 세워가면서 제2의 성장을 위한 실제적인 변화가 드러나는 시기를 경험하였다.

    ① 후회 없는 삶에 대한 결심

    유방암 투병 과정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면서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한없이 소중하게 여겼다. 앞으로의 인생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며 결코 예전처럼 헛되이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지금 누리는 것들 가운데 당연한 것은 없으며 잔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다고 느꼈다. 주어진 삶을 온전히 누리면서 그동안 몰랐던 가치들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갈망했다. 그 행복은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할 때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제가 저를 사랑하고 존중할 줄 몰랐던 거예요. 뭘 잘해야 대접받고, 실수할 수 있지만, 실수해서 누군가에게 지적당하는 것에 스트레스 받고, 그러니까 노예처럼 사는 거죠. 사람들이 강자한테는 뭔 말 못하고 약한 사람한테 말하고 그러잖아요. 아 내가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말 하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죠. 도대체 뭔 생각으로 살았던 건지, 참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수술하고 나서 이게 선전포고 같은 거였어요. 봐라 나 예전처럼 안 살 거다. 그래서 치료하는 5년 동안은 남들이 보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갑자기 애가 변했으니까. 근데 제가 재작년부터 편해지면서 좀 더 몸도 건강 해지고,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의식 성장이 한번 더 되면서, 주변 사람들을 더 챙기고 희생이 아니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 거 생각 안하고 그냥 사랑해야겠다. 잘 해줘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참여자 4)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고, 다른 사람은 뭘 하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산다더라.. 이런 부분들이 점점 ‘아 그 사람은 그렇게 사는 거고, 나는 이렇게 사는 거지’ 하면서 그 중심을 굳이 타인에게 맞추려고 하지 않고, 나 자신한테, 우리 한테 맞추려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없지는 않지만 그 정도가 점점 더 낮아져서 내 쪽으로 더 왔다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은 그게 정말로 부러워서 그런다기보다는 그걸로 인해서 대리만족 그런 부분이 많은 것 같고, 차라리 그런 대리만족보다는 내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훨씬 더 낫다라는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하기는 해요.(참여자 2)

    ② 망가진 자아의 회복

    암 조직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가 진행되면서 그 고통을 대변하는 흔적들이 몸의 상처로 남게 되었다. 가족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외적으로 보여지는 변화로 인한 수치심 때문에 위축되기도 했다. ‘목숨을 건졌으니 이 정도쯤이야 괜찮다.’ 며 자신을 다독였고 비록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자신을 감싸 안았다. 또한 암 진단 시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여 암을 숨기고 갑작스레 퇴사 결정을 내렸지만,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고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면 당당하게 밝힐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암 진단 초기 자아손상과 함께 사회적 낙인에 의해 자아가 더 약화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상황을 재 평가하면서 자아가 점차 더 강해지고 회복되어감을 의미한다.

    저는 유방이 작은 편인데, 작은데 그 부분의 조직을 떼어 내고 그 안에 보존하는 것? 그것을 넣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보면 그 주위에 흉터는 있고 모양도 이쁘지는 않아요. 근데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잖아 요? 어떤 사람은 여자로서 좀 안 좋게 생각했을 텐데, 저는 그에 대한 거는 ‘내 가슴이 이상해서 속상하다’ 이런 생각은 정말 안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아 이래도 살아서 감사하다’라고 생각했고 유방이 이상해서 좀 속상해 이런 생각은 많이 안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참여자 5)

    제가 암에 걸렸다는 걸 알리는 게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나 봐요.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너무 어리석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에는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걸 숨기고 퇴사를 해버렸어요, 갑자기. 시간이 지나고 굉장히 많이 후회를 했는데, 그때 다 이야기를 하고 나왔으면 다시 복직도 했을 테고, 그때 받을 수 있는 것도 있었는데 제가 그런 걸 다 포기하고 그냥 이걸 숨기고 나와서 수술 하고 이래서 나중에 이제 회사 다니던 사람들이 알았거든요. 지금이라면 당당하게 이야기했을 것 같아요. 제가 이러이러해서 나가니까, 그러면 제가 치료된 후에는 복직을 하겠다, 그때까지는 병가 처리를 해 달라.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을 것 같은데 그게 제일 후회스러워요.(참여자 3)

    ③ 관계의 진정성 회복

    참여자들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신에게 해로운 영향을 준다고 여겨 암 투병 과정을 통해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였다. 평소 가족과 관계가 소원했던 참여자의 경우 투병 중 양육 문제, 경제적 문제 등으로 부모님 혹은 남편과 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힘든 상황을 함께 감당해 준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현하였다. 사람들과 관계에 있어서 심적 갈등을 풀어가기 위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타인에 대해 예전보다 관용적인 자세를 취했으며, 불편하고 힘든 관계는 대담하게 정리 하면서 진실된 관계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보였다.

    아픈 것을 계기로 암이라는 것을 계기로 더는 아프고 싶지 않으니까 깊게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끌어냈어요. 힘들고 그렇지만 대면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았지만... 제 마음이 바뀐 거예요. 엄마는 변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냥 그렇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한거죠. 근데 그런 것에서 벗어나니까 오히려 엄청 편하고, 엄마를 한 번씩 보면 반갑고 오늘 하루는 엄마에게 봉사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에 대한 마음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편안해 지더라고요. 예전에는 깊숙이 들어가서 짜증이 났지만 지금은 ‘그래 원래 저런 사람이잖아.’ 하면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었어요.(참여자 5)

    예민하게 구는 상사가 있는데, 저한테 예민하게 말을 하면 기분이 나빴을 텐데, 그러고 나니 그래 저 사람이 지금 기분이 안 좋은 상황인가보다. 라는 등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암 수술하기 전과 후가 많이 바뀌었어요. 성격과 사람을 대하는 것이요. 저희 조직 자체가 엄청 보수적인데, 저는 사실은 그게 안 맞았어요. 저는 일이 많든 적든 할 수 있는데, 너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화를 너무 잘 내니까. 그게 넘 스트레스인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화가 나서 화를 내는구나 이렇게 조금 의식이 바뀌면서 그냥 기분이 안 좋으신가 보다 내가 조금 더 잘 해야겠다. 기분을 풀어 드릴까? 이런 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이렇게 제가 대하니까 상대방하고 관계도 되게 좋아진 것 같고.(참여자 4)

    (3) 이행기

    신체적, 심리적인 문제들을 회복하는 시간을 보낸 참여자들은 변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사용하였다. 현실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면서 인위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제약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자 하였다. 한편 잘못된 삶의 신념이나 사고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더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살아가고자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타인의 인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험으로 나타났다.

    ① 시간의 흐름에 맡기기

    한 순간에 암 환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게 된 여성들은 이러한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훈련을 시작하였다. 우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픈 모습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 변함없이 소중한 존재로서 가치를 확인하고 인정받고자 하였다. 투병으로 인해 내려놓은 사회적 지휘와 커리어에 대해 처음에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시 암이 재발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몸과 마음의 안위를 가장 우선시하면서 평안한 마음 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

    친구들에게 오픈했거든요. 엄마는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셨는데. 엄마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그러셨는 데 그냥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저는 항암하면서 친구들 만났거든요. 저는 제 친구들이 그렇게 했거든요. 억지로 뭔가 이렇게 더 하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슬퍼하면 그냥 위로해 주고, 제가 또 귀찮아하면, 그냥 평상시처럼, 그게 편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리고 제 친구들도 가발 쓰고 가면 뭐 좀 모른 척하고 그런 게 아니라. 가발 잘 어울린다 이렇게 말해요.(참여자 1)

    동기들이 더 잘나가는 걸 생각하면 나도 빨리해야지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들기도 하고 병으로 쉬고 있을 때도 솔직히 고민을 했었어요. 그것을 다 놓지는 못했어요. 근데 남들의 말 들리는 거나 그런 것들이 많이 신경도 쓰이고 해서 그냥 다 내려놓자, 언젠간 다 하겠지. 그러면서 그런 쪽보다는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그 내가 쉬는 동안 직장은 잊고, 그냥 마음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보자. 누군가의 시선보다는 나의 자존감 회복이 먼저고,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말자. 그리고 크게 욕심내어서 빨리 가려고 하지 말고 그냥 천천히 시간의 흐름에 맡겨서 살자. 조금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참여자 2)

    ② 새로운 사고로 전환하기

    그동안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 자신을 저울질하고 판단하던 삶에 회의감을 느꼈으며,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닌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일상의 태도를 변화시켜 나갔다. 가족, 친구, 동료 및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면을 벗고 진솔한 모습으로 대하려고 했으며, 스스로에게도 완벽함을 강요하지 않고 비록 부족하고 모난 모습이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기존의 사고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면서 성실하게 일상의 자아활동을 성취했다.

    ‘암이란 게 제일 중요한 게 내 마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내 마음이 정직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속으로 진짜 저게 싫은데 좋은 척 하는 게 암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가식적인 게, 손님들도 맨날 싫어 죽겠어. 일을 시키니까. 근데 항상 웃어야 하고, 이런 가식이 가족들 과의 관계에도 나오고, 근데 바로는 못 벗었어요. 이런 가면을 근데 벗으면 제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니까 그 기분이 너무 좋은 거예요. 아 진짜 이런 거구나, 내가 잘못하는 것 나의 치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말을 하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게 되고, 그러면서 약간 제 마음에 정직해지니까 모든 게 술술 풀리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엄청 화가 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짜증은 나지만, 회복탄력성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참여자 4)

    이제 저는 아픈 게 가장 큰 영향은 뭐냐면, 무슨 일이든 다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해버리자. 그러니까 ‘아이가 울면, 그냥 아이가 당연히 우는 거지’ 하면서 받아들이고, 이래서 다행히 산후우울증이나 이런 건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은연중에 모든 일은 빨리 받아들이고, 쉽게 생각하고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자. 이런 식으로 마인드 정립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참여자 2)

    ③ 또 다른 인생의 디딤돌 역할하기

    암 투병을 통한 고난의 경험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깊은 공감력과 이해력을 부여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이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였다. 주변 지인들에게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암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해했다. 전문상담사로 활동하던 한 참여자는 암 투병 후에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가진 내담자들에게 실제적인 조언과 공감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고통 중에 있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살릴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원래 무교였는데, 교회를 나가지는 않지만 지금은 신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종교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봉사하고 그런 것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혹시 힘들어하는 여직원들 중에도 저처럼 과정을 겪고 있으니 멘토처럼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도움이 많이 되면 좋겠다. 영향력을 주면 어떨까 앞으로의 바램도 있는 것 같아요... (중략) ..그리고 제 친한 친구들도 제 이런 걸 보고 바로 건강검진은 꼬박꼬박 하더라고요. 약간 뿌듯함은 있었어요. 저 때문에 검사를 하고, 한 번 더 자기 몸을 챙기니까.. 또 이런 것도 있어요 친구들이 전화가 와요. “나 이런데 니 그랬나?”, “나 가봐야 하나?” 이런 거 있잖아요. 의사도 아닌데 가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넌 아닐 거라고 일단 제 말에 안심을 하고 친구들이 갔다 오는데, 역시 결과는 괜찮아서. 아 그래 니 덕에 갔다 왔다, 고맙다. 이런 이야기는 친구들한테 좀 들었죠.(참여자 5)

    • 암에 걸리고 나서 조금만 힘들면 절벽으로 금방 떨어져요. 무기력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데, 일상적으로 있다가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안 좋으면 체력이 확 떨어지는데 무기력이 금방 오는데 절벽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상승 곡선에서 딱 떨어지는 느낌, 초연하게 아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하면서 베란다 문을 여는 거예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죽는구나 이것을 깨닫고 난 뒤로부터 자살 고위험군 들을 보는 게 괜찮아졌어요. 근데 제가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자살자에게 이해가 되면서 남은 자의 고통에 대해 공감 능력이나 살릴 수 있는 길이 보이더라고요.(참여자 7)

    (4) 성취기

    투병의 힘든 시기가 지나면서 어느새 몸과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동시에 자신의 삶을 억누르던 삶의 무게도 가벼워졌다. 더 이상 무언가에 끌려다니는 정처 없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삶을 누리고자 했다. 마치 긴 항해를 떠나는 항해사처럼 인생이라는 배의 키를 잡고 자유롭게 바다를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자유를 맛보았다.

    ① 자유와 충만함의 만끽

    참여자들은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예전에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 여전히 암 재발의 위험과 삶의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았다. 자신을 억누르던 걱정과 근심, 두려움에 잠식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을 고난을 통해 부여받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모든 상황을 바라보면서 매 순간 살아있다는 것에 감격하고 감사했다.

    직장 스트레스가 심했나보다 그러면서 한참 승진에 민감했을 때고, 남들하고 비슷하게만 가는 걸 원치 않았는데... 그런 게 크게 의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시작했던 공부도 바로 안 하고 이제 자격은 됐지만, 조금 욕심이 있어서 다시 한 번 해보려고 했던 그게 놓아지더라고요. 그걸 놓고 여행 다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되었었죠, 주변 사람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 배려해 주는 부분도 있고(참여자 2)

    아프기 전에는 늘 먹고 사는 게 급급했어요. 매일 회사 가고 주말에 집에서 쉬고 늘 그랬었는데, 제가 아프고 나서 큰 걸 겪었잖아요? 제가 회사 다니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랬었는데 안 아팠을 때는 모든 게 바쁜 생활이 었는데, 아프고 제가 회복하고 다시 건강을 찾고 나니까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더라고요. 되게 화날 것 같은 일도 그래 그냥 그렇지 그냥 워워 하자.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애착? 사랑. 만나는 친구들도 옛날이었으면 그랬을 텐데 지금은 만나는 것도 감사한 마음? 지금은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중략) …내 마음을 끝없이 내려놓고 정말 태평스럽게 생각해야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도 보이고, 나 때문에 좀 아파하는 것도 보이더라구요. 내가 감당해야 할 내 몫이니까 정말 그냥 살아있음에 행복하면 될 것 같아요. 살아서 행복하고, 신랑을 볼 수 있고, 자식을 볼 수 있고, 내 마음이 잡고 있는 거지, 눈에 보이는 실체는 없으니까. 내 마음에 끈을 하나 잡고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참여자 5)

    논 의

    본 연구는 유방암 생존자들이 암 진단 이후 개인이 외상적 경험을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키는지를 근거이론방법을 활용하여 탐색하기 위한 질적연구이다. 본 연구에서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을 설명한 핵심범주는 ‘죽음의 고통 뒤에 참된 인생 찾아가기’였다. 이는 암 진단 이후 죽음에 직면하며 삶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외상 후 성장 이론[21]에 따르면 외상 사건을 겪은 개인은 자기 인식과 삶의 철학의 두 가지 영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젊은 암 경험자의 삶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에서도 암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가치와 목표를 발견하며, 자신을 위해 살아가기로 다짐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22]. 또 다른 선행연구[3]에서는 유방암 생존자가 일과 삶의 균형을 재평가 하며 개인적인 목표와 가치를 중요시하고, 자신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전환이 나타났다고 하였다. 즉, 유방암은 삶의 위기를 초래하지만 생존자들은 이를 넘어서 개인의 삶의 목표와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전환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유방암 생존자들이 새로운 삶의 목표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은 주변 사람들[23]과 암 경험자들로부터의 지지와 도움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여 [22], 사회적 지지망을 강화하고,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지원 그룹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유방암 생존자가 경험하는 중심현상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결심’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선행연구에서도 암 경험자들이 암 진단 후 자신을 위해 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려고 했으며[22], 그동안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기로 다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4]. 인도 지역의 유방암 생존자 대상 연구[14]에서도 대상자들은 자신이 행복해야 하며, 이기적이라도 자신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하여 본 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 이는 유방암이라는 외상 경험을 통해 생존자들은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인생의 우선 순위가 변화하게 되었음을 반영한다[21].

    본 연구에서 ‘지난 삶에 대한 반추’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결심의 인과적 조건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생존자는 암 환자라는 주변의 편견과 비난을 의식하고 스스로 미숙한 존재라 여겨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삶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이는 선행 연구[25]에서 유방암 생존자가 질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거 삶의 모습을 반성하고 주변만 보고 살았던 삶을 깨닫게 되었다는 결과와 유사하다. 또한 암 환자 투병과정의 외상 후 성장 연구[26]에서 암 환자들은 암 진단 원인을 주변의 원망과 불평에서 점차 자신의 내면에서 찾고자 하며, 암 진단 후 분노감을 자신의 생활패턴과 연관 지으려는 관점의 변화를 보였는데, 이는 본 연구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외상 후 성장 이론에 따르면, 유방암 생존자들은 암 진단이라는 외상 사건을 통해 자동적이고 부정적인 정서인 침습적 반추를 경험한 후 점차 삶의 목표를 재정립하는 의도적 반추로 전환하게 된다고 하였다 [20]. 의도적 반추는 외상 후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핵심과정으로,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 증진을 위해서는 의도적 반추를 촉진하는 간호중재가 필요하다. 사회적 지지는 외상 사건 에 대한 긍정적 의미인 의도적 반추를 유도하여 외상 후 성장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하므로[21], 유방암 생존자의 사회적 지지체계의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유방암 생존자는 가족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반면[27], 가족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나[25,28], 생존자 가족의 지 지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중심현상을 불러오는 맥락적 조건은 ‘자신에 대한 견고한 믿음’이었다. 암 투병과정을 겪어 온 참여자들은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앞으로 더 큰 역경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암을 이겨낼 수 있다면 인생의 어떤 어려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는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음을 의미한다[14]. 국외연구[29]에서도 암 생존자들은 자신의 생존 가능성과 완치될 것이라는 기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진단 후 암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암 생존자들이 자기관리 능력을 향상시켜 긍정적인 건강결과를 도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암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건강결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30]. 즉, 자기믿음과 같은 긍정적인 심리는 질병관리 행동과 전반적인 건강결과 개선에 있 어 중요한 전략임을 시사한다. 외상의 유형은 다르지만 외상 후 성장 관련 연구[31]에서 자기효능감이 외상에 대한 무력감이나 패배감을 줄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제시되었다. 암 환자에게 있어 자기효능감은 암 진단 이후의 삶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룰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의미하며, 이는 외상 후 성장을 촉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32]. 암은 재발과 불확실성, 질병의 심각성 등의 특성으로 인해 다른 외상 사건과는 다른 독특한 외상 후 성장 경험을 제공하므로[33],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유방암 생존자를 위한 자기효능감 증진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암 환자들은 명상, 요가, 식습관 변화, 걷기 등의 자기관리 연습을 통해 건강과 웰빙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으므로[29], 이러한 자기관리 교육이 유방암 생존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유방암 생존자들은 ‘죽음의 고통 뒤에 참된 인생 찾아가기’의 과정에서 다양한 작용/상호작용 전략을 사용 하였으며 이는, ‘시간의 흐름에 맡기기, 새로운 사고로 전환하기, 또 다른 인생의 디딤돌 역할하기’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부정하지 않고 암과의 일상을 담담히 받아들였으며, 긍정적인 사고를 선택하고,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하였다. Suh [34]의 연구에서도 유방암 환자는 일상사에 마음을 비우고, 더 큰 순리에 순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 긍정적인 사고로의 전환은 변화된 세계에 대한 수용을 의미하며[21], 외상 후 성장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14]. 암 생존자는 암의 여정을 경험하면서 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기 수용이 증가함을 나타내는 결과이다[15]. 또한 암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여기고[3], 절망을 경험하는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14]. 국내 선행연구들에 서도 유방암 생존자들은 암 진단 후 자신과 주변을 더 챙기고 보살피려고 했으며[24],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25] 본 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 이러한 긍정적 사고와 사회적 기여는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과 사회적 통합으로의 잠재성을 시사한다. 유방암 생존자들의 긍정적인 사고를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자원봉사와 같은 사회적 활동을 장려하는 기회가 제공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작용/상호작용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중재적 조건은 ‘망가진 자아의 회복’과 ‘관계의 진정성 회복’이었다. 유방암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신체적 변화를 인정하게 되었고, 가족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유방암 생존자의 심리사회적 경험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참여자들은 유방암 치료 후 통증, 피로, 쇠약, 불편감, 수면장애, 림프부종 등의 신체적 증상과 탈모와 유방 소실과 같은 신체 변화로 인해 처음에는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새로운 몸을 수용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3]. 초기 유방암 생존자 대상 연구에서도 참여자들은 외모 변화로 인해 타인의 편견과 회피반응을 보였으나, 신체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타인에 대해 관대해질 수 있는 과정을 겪었다[24, 35]. 따라서 유방암 생존자들이 자아를 회복하고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암 진단과 치료 이후 경험하는 감정적 충격과 신체적 변화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생존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적인 지원과 사회적 교육이 필요하다.

    연구참여자들이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는 ‘자유와 충만함의 만끽’이었다. 유방암 생존자는 고통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있는 시간에 감사하며, 질병 이후 주어진 새로운 삶에 인생의 주체자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선행연구에서도 유방암 생존자들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하였다[3]. 이는 과거의 경쟁이나 욕심과 같은 불안정한 삶에서 벗어나 평안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려는 욕구를 가지게 되고, 자기 내면의 만족과 안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Tedeschi와 Calhoun [21]의 외상 후 성장 이론을 유방암 생존자의 실제 경험에 적용하여 이 이론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유방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경험에 대해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한 첫 번째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 한정된 유방암 생존자를 참여자로 선정했기 때문에 이들의 경험이 지역이나 문화 등이 다른 생존자 들의 경험과 다를 수 있으며, 특정 시점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점에서의 외상 후 성장과정이나 변화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제한점이 있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유방암 생존자들이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과정을 규명하였다. 유방 암 생존자의 외상 후 성장 과정에서의 핵심범주는 ‘죽음의 고통 뒤에 참된 인생 찾아가기’였으며 중심현상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결심’으로 확인되었다. 유방암 생존자의 고통을 지나 참된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은 성찰기, 회복기, 이행기, 성취기의 네 단계를 거쳐 진행되었다. 유방암 생존자들은 자신의 삶의 가치와 목표를 재설정하고 안정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내적 자아의 회복과 긍정적 사고의 강화를 경험하였다. 특히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수용하고,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과정들은 외상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본 연구에서 지역적 특징이 외상 후 성장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문화적, 지리적 배경을 확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외상 후 성장의 지속적인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외상 후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연구를 제언한다.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s of interest.

    Figures

    JKAQR-9-2-79_F1.gif

    Post-traumatic growth paradigm model in breast cancer survivors.

    JKAQR-9-2-79_F2.gif

    Post-traumatic growth process of breast cancer survivors.

    Tables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N=7)

    Paradigm, Categories, and Subcategories of Fin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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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urnal Abbreviation : JKAQR
      Frequency : semiannual (twice a year)
      Doi Prefix : 10.48000/KAQRKR
      Year of Launching : 2016
      Publisher : Korean Association for Qualitativ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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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 Qualitativ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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