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선천성 심장 질환은 태생 3주에서 8주까지의 심장 형성 과정 중 이상에 의해서 초래된 심장의 기형 및 기능 장애를 말한다 [1]. 선천성 심장 질환은 신생아 1,000명당 8명 정도에서 나타나고 우리나라에서 보고되는 선천적 기형 중 가장 많으며 20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에서 2번째로 유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연간 4,800건 이상 수술이 이루어지고 85% 이상이 성인연령까지 생존할 수 있다[1]. 하지만 산전에 태아의 심장 질환이 진단되면 앞으로의 치료 계획과 예후에 대해 상담을 받고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많은 정보가 산모와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가져오게 된다. 복잡 심질환의 경우 수술 후 사망률, 뇌손상의 위험이 있고[2], 산전 진단을 통해 태아의 심장 질환을 발견할 수 있는 제태 연령이 낮은 경우 임신 중절의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어, 조기 발견으로 인해 오히려 태아의 사망률을 높일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3].
태어날 아기의 진단을 알게 된 산모와 가족은 깊은 슬픔과 함께 기대했던 건강한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는 상실감, 병에 대한 지식 부족, 돌봄에 대한 어려움, 불확실성, 분노 등을 경험하게 된다[4]. 가족들이 서로의 탓을 하면서 불화가 야기될 수도 있고,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면서 가족이 해체될 위험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출생 후 아이의 예후와 수술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5].
의료진은 이러한 부모의 감정을 공유하고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모에게 환아의 치료, 간호 절차 및 예후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하고, 부모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부모가 의료진과 충분히 접촉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6].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선천성 심장 질환을 진단받은 아이를 둔 부모가 어떻게 출산을 결정하고 양육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의사 결정을 존중한다면, 치료적 환경이 더 잘 조성되어 부모 또한 아이의 치료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외에서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환아 어머니의 양육 경험과 스트레스 관리, 배우자와 종교의 지지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7-10], 국내에서는 산전 진단을 알게된 후 임신 유지 경험 [11]과 임부의 모-태아 애착[2], 분만 기대감[12]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산전 진단을 받은 이후 출산을 결정하는 과정과 출산 이후의 마음 변화를 함께 다룬 연구는 부족하다. 본 연구에서 마음 변화는 상황에 직면한 감정과 심리적 반응의 변화를 표현하는 용어로써, 참여자의 행동 변화까지 통합적으로 말한다. 본 연구는 태아의 선천성 심장 질환을 산전에 진단받고 출산을 결정한 어머니를 대상으로 임신 기간과 출산 후 양육과정에서 어머니들의 마음 변화를 탐색하고 기술함으로써 향후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선천성 심장 질환의 산전 진단을 받고 태아를 출산한 어머니가 출산 전과 양육하면서 느끼는 마음 변화에 대한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함이다.
본 연구 질문은 ‘선천성 심장 질환을 산전에 진단받은 후 출산을 결정하는 마음 변화는 어떠한가?’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선천성 심장 질환 산전진단을 받고 출산한 어머니들의 마음 변화를 기술하고 이해하기 위해 주제분석방법을 이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서울시에 소재하는 3차 병원인 A병원에서 선천성 심장 질환을 산전 진단받고 선천성 심장병 센터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은 후 출산하여 외래 진료를 받거나, 병동에 입원해 있는 아동의 어머니이다. 대상자 선정기준은 선천성 심장질환 산전진단을 받은 어머니로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참여에 동의한 자이며, 태아의 염색체 이상 증후군이나 다른 기형이 산전에 동반된 경우는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연구에 10명이 참여하였다.
연구참여자 모두 기혼여성이었으며, 나이는 26세부터 39세 사이었다. 선천성 심장 질환을 산전 진단받은 초진 주수는 15주에서 22주 사이었다. 5명의 어머니는 교사, 회사원 등 직업이 있었고, 5명은 전업 주부였다. 종교는 기독교 4명, 천주교 1명, 불교 1명, 종교 없음 4명이었다. 환아의 나이는 6개월부터 3세 사이이고 출생 순위는 첫째가 6명, 둘째가 4명, 그 중 한 명은 쌍둥이었다(Table 1).
3.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해당 기관의 임상연구 심의 위원회(IRB)의 승인을 받고(승인번호: 2022-0160) 연구자가 참여자에게 연구 주제와 목적, 방법과 소요시간 등을 직접 설명하며 자발적 참여에 대한 서면 동의서를 받았다. 연구참여자에게 개인적인 정보, 면담 내용은 연구목적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과 익명성, 비밀유지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였고, 연구참여자는 연구자와 병원 치료 중에는 마주치지 않았고 연구를 위해 면담하면서 연구는 치료와 관계가 없음을 충분히 설명하였다. 또한 면담 진행 중 언제든지 연구참여를 중단하거나 철회 가능하며, 자료는 분석에 참여한 연구자들만이 접근 가능하고, 연구 종료 후 폐기됨을 설명하였다.
4.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개별 심층 면담을 통해 자료가 포화될 때까지 이루어졌으며 자료수집기간은 2022년 3월부터 11월까지이었다. 심층 면담은 연구참여자가 편안할 수 있도록 사전 협의한 시간에 진행하였다.
면담은 ‘선천성 심장 진환을 산전 지단을 받은 후 경험을 말 씀해주세요’라는 개방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이야기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하였다. 주요 질문은 ‘처음 태아의 진단을 들었을 때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태아의 진단을 들은 후 어떤 상황의 변화가 있거나 어떤 일이 발생했었나요?’, ‘진단을 듣고 주변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임신을 유지하도록 결정하게 된 지지 자원이 있었나요?’, ‘출산 후 아기를 돌보면서 느끼신 점을 어떠신가요?’였다. 참여자와의 면담은 병동 내 면담실에서 진행하였고, 아이를 안고 면담을 하는 경우, 아이가 울면서 면담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보통 면담시간은 20~40분 소요되었고, 내용 확인과 검증을 위해 문자, 전화, 대면 방문 등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졌다. 면담 내용은 참여자의 동의 하에 녹음, 녹취하고 녹음된 자료는 비언어적인 참여자의 표정, 행동, 억양 등을 포함하여 모두 필사 기록하였으며 이에 대한 자료는 엄격하게 기밀로 유지하였다.
5. 연구자의 준비
연구자는 소아 심장 외과와 내과 병동에서 13년간 근무하면서 선천성 심장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간호를 시행하였다. 연구자는 최근 출산을 경험하면서, 연구자의 출산 과정과 그동안 선천성 심장 질환 환아의 수술 전후에 어머니들을 면담하고 지지하며 가족 간호를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연구자는 질적연구를 하기 위해 대한 질적연구학회 회원으로 질적연구 교육 및 학회에 참석을 하였고, 향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할 예정이다.
6. 자료분석
필사된 자료는 Braun과 Clarke [13]의 주제 분석방법을 사용하여 6단계로 분석하였다.
첫째, 자료 숙지 단계에서는 필사한 자료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의미와 대화 패턴 등을 찾는 능동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읽으면서 자료에 몰입하였다. 연구자는 면담하면서 녹취한 자료들을 필사하여 수차례 읽으며 자료의 내용과 친숙해졌다. 둘째, 초기 코드 생성 단계로 자료로부터 의미 있는 특성을 코드화하였다. 연구자는 필사된 자료를 읽으며 코드를 생성하여 서로 비교하며 추출물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참여자들로부터 의미있게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표현을 코드화 하였다. 셋째, 주제 검색 단계로 더 넓은 수준의 주제에서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서로 다른 코드를 잠재적 주제로 분류하고 식별된 주제 안에서 모든 관련 코드화된 자료 추출물을 취합하는 것을 포함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코드를 검토하며 유사한 주제로 통합해 분류하고 취합하였다. 넷째, 주제 검토 단계로 코드화된 자료 추출물 수준에서 검토하고, 전체 자료 집합에서 다시 검토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주제 내에서 참여자가 기술 내용을 토대로 자료들이 의미 있게 결합되었는지, 주제별로 명확하고 식별 가능한 차이가 있는지 검토하였다. 다섯째, 주제 정의 및 이름 지정 단계로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각 주제의 범위와 내용을 설명할 수 있도록 세분화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마음 변화의 세부 사항별 분석이 명확하게 정의되었는지 확인하였다. 여섯째, 보고서 작성 단계로 복잡한 자료를 최종적으로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이다. 본 연구에서는 단계별로 진행한 주 제, 코드, 자료를 최종 분석하고 4개의 주제, 16개의 하위주제에 관한 결과에 대하여 서술하였다.
7. 연구의 질 확보
본 연구의 질 확보를 위해 Guba와 Lincoln [14]이 제시한 질적 연구 평가의 4가지인 사실적 가치 평가(Truth value), 적용 가능성(Applicability), 일관성(Consistency), 중립성(Neutrality)을 적용하였다.
사실적 가치(Truth value)는 양적연구의 내적 타당도에 해당되는 개념으로 연구의 발견이 실제로 정확히 측정하였는가를 의미한다. 본 연구는 산전 진단을 통해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알게된 어머니의 마음 변화를 알기 위해 서울 시내의 3차 병원 인 A병원에서 산전 진단을 받고 출산을 하여 진료를 받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를 참여자로 하였다. 이론적 포화가 될 때까지 자료수집을 하였고 자료수집 시 목적적 표출을 하였다. 또한 면담 시 개방적인 질문을 하여 연구참여자의 언어로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도록 하였으며, 면담 내용은 녹음한 후 참여자의 언어로 문자화하였다. 적용 가능성(Applicability)은 양적 연구의 외적 타당도에 해당되는 개념으로 연구결과가 다른 유사한 상황에 적용 가능함을 어떻게 증명하는지를 나타낸다. 본 연구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산전진단으로 알게 된 대상자를 출산하고 수술을 하거나 수술을 앞둔 상황에서 면담을 하여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외과적 수술 전후의 어머니의 마음 변화와 같은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출생 후 알게 된 아동의 진단 이 각각 달라 수술 방법과 중증도, 치료 예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적용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일관성(Consisteny)은 양적연구의 신뢰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반복되고 결과가 일관성이 있는 정도를 말한다. 연구자는 Braun과 Clarke [13]가 제시한 질적 주제 분석방법을 충실히 따랐다. 자료를 읽고 분석하였으며, 주제와 주제 모음을 설명하는 원자료를 제공하여 질적연구 경험이 많은 교수님과 상의하였다. 동료 간호사에게 도출된 주제 모음을 보여주어 돌보고 있는 대상자의 경험과 유사한 점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중립성(Neutrality)은 신뢰할 수 있고, 사실적이며, 연구참여자들에 의해 확인 가능한 자료를 의미하며, 이는 연구 과정과 결과에서 편견의 배제가 중요하다[14]. 연구참여자들과 면담시 연구자의 주관과 편견을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연구에 대해서 가정이나 선 이해, 편견 등을 메모하였고 면담 자료와 문헌 내용을 상호 비교하여 구분하는 노력을 지속하였고, 비구조적인 면담으로 열린 질문을 하면서 대화의 흐름에 따라 호응을 해주되 최대한 참여자의 경험을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연 구 결 과
대상자의 면담 자료를 주제 분석 연구방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4개의 주제와 16개의 하위 주제가 도출되었다. 이는 ‘슬픔과 부정 속에서 임신 유지를 고민함’, ‘적극적으로 아이를 지키기’, ‘아이를 마주하면서 질환 과정의 현실을 자각함’, ‘비로소 엄마가 됨’이다(Table 2).
주제 1. 슬픔과 부정 속에서 임신 유지를 고민함
참여자는 산전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좌절했던 감정과, 진단을 듣고 아닐 거라고 부정했던 기억을 먼저 말하였다.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큰 병원을 권유하여 다시 진료하면 진단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으나 번복되지 않아 좌절하게 되었다. ‘태아의 산전 진단을 부정함’, ‘나에게 닥친 현실이 원망스러움’,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낌’, ‘임신 유지에 대한 의지가 약하고 두려운 마음이 듦’, ‘임신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혼란에 빠짐’의 5개의 하위 주제로 도출되었다.
1) 태아의 산전 진단을 부정함
임신을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알게 되자 참여자 본인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믿기지가 않았고 불안함과 두려움 속에서 아닐 거라고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초진을 로컬 병원에서 진단받은 경우 오진일 거라고 생각 하고 큰 병원에서 더 자세히 검사를 하면 괜찮다고 할 것이라 기대하면서 다른 병원을 방문하였고, 기대를 안고 병원을 방문 했지만 진단이 바뀌지 않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저앉게 되며 절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냥 눈물만 났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 그랬던 거 같아요. 무너지는 느낌. 다른 사람들은 잘만 건강한 아기 낳아서 잘만 키우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참여자 3)
큰 병원 가서 정확하게 진단받고 나니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참여자 6)
2) 나에게 닥친 현실이 원망스러움
참여자들은 생소한 진단에 대해 알아보고 검색하면서 오히려 더 불안해하기도 하였고, 자신이 뭘 잘못해서 이런 진단을 받은 것인지 자책하고 스스로를 원망하였다. 참여자는 본인이 임신 기간 중에 태아의 심장이 만들어지는 시기인 줄 모르고 술을 마시거나 약을 잘못 먹었던 행동을 떠올리면서 본인의 잘못으로 아이에게 진단이 생긴 것이 아닌지 자책하였다. 선천성 심장병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여자 본인의 잘못으로 아이의 진단이 생긴 것이라 생각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왜 하필 나지 내가 뭘 잘못했을까. 아기 심장이 만들어지는 태아 시기에 뭘 잘못했길래 내가 뭘 잘못했을까 자책 을 좀 많이 한 거 같아요...(참여자 4)
내가 임신을 알기 전에 감기약 2알을 먹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가 하는 죄책감도 들고 그랬던 거 같아요. 초음파 보면서 미안했죠. 아프게 태어날 거니까(머뭇거림). 감기약 2알을 삼키고 나니까 아 임신... 큰일났다 생각을 했거든요.(참여자 10)
3)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낌
가족들과 진단에 대해 얘기하고 슬퍼하였고 쌍둥이를 임신한 경우 다른 건강한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걱정을 하기도 하였다. 진단을 접하고 가까운 가족과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의 진단을 들은 후 충격으로 대화가 단절되고 오히려 표현을 하지 않기도 하였으나, 힘들게 얻게 된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에 울면서 무너지는 감정을 표출 하였다.
눈앞이 캄캄했고,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졌나 이런 생각이 들고. 우리가 뭘 잘못했나? 이런 생각을 신랑이랑 많이 하면서 울면서 지냈던 거 같아요.(참여자 6)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한테 설명 들었을 때는 너무 슬프 고 가슴이 무너지고 그랬죠.(참여자 9)
4) 임신 유지에 대한 의지가 약하고 두려운 마음이 듦
초진을 듣고 나서 다른 병원을 가면서 시간이 흘러 이미 유산이 늦어졌다고 생각하여 임신을 유지하게 되었고 자신이 아픈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두려워하였다. 참여자들은 대부분은 21주 전후로 초진을 받게 되었고, 초진을 받은 시기는 이미 중절 수술을 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며 체념하고 임신을 유지한 채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지내거나 무엇을 더 선택할 수 없이 자의보다 타의로 임신을 결정하였다고 표현하였다.
사실 뭐 안 낳고 싶은 생각도 했는데 주수가 너무(머뭇 거림) 22주면 너무 많이 갔으니까. 이미 그런거니 거기에 맞춰살면 되지 그렇게 생각했죠. A병원 왔을 때는 이미 24주인가 25주 그랬어요. 그 전 병원에서 이미 시간을 2주, 3주를 잡아 먹어 버렸으니까 뭔가 알았을 때는 내가 선 택할 수 있는 게 뭔가 없었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더 라구요. 그래서 포기했죠. 사실 자의보다는 타의가 컸던 거 같아요. 아기를 낳을 거라고 마음 먹는게.(참여자 6)
5) 임신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혼란에 빠짐
임신 중단과 유지의 기로에서 혼자서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에게 아이의 질환을 알리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참여자들은 막연히 출산을 할 거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유산을 권유하는 부모님들의 의견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 지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의료진을 믿고 임신을 유지해야 할지, 임신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에서 선택의 책임을 오롯이 혼자서만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자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저는 아기를 낳아야 된다고 생각이 확고했는데 부모님 생각이 그러셨으니까 ‘아... 안 좋은 쪽도 생각해 봐야겠 다’ 했었어요.(참여자 5)
신랑이 ‘너의 의사에, 너의 결정에 따르겠다’라고 얘기를 하니까 저는 그것도 부담이 되고 나보고 결정을 하라는 건가? 나보고 책임을 지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 화가 진짜 많이 나고 그때는 정말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참여자 3)
주제 2. 적극적으로 아이를 지키기
참여자는 고민하던 임신에 대해 터놓고 말하는 순간 위로와 배려를 받으며 고마워했고, 의료진의 치료받으면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설명과 진심 어린 위로에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말로 주는 위안에 큰 힘이 되면서 임신을 유지하는데 용기를 얻고 아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임신 유지를 결심함’, ‘아이를 느끼며 마음의 관리를 함’, ‘지지체계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용기를 얻음’, ‘지지체계를 찾아 활용함’ 4개를 하위 주제로 도출되었다.
1) 임신 유지를 결심함
참여자들은 산부인과와 소아심장외과 교수의 자세한 설명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친절한 위로에 큰 힘을 얻으면서 의료진의 말을 절대 신뢰하였다. 아이가 수술을 받고 치료가 가능하며 아이의 진단이 참여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때로는 참여자들이 임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단호하고 호탕하게 말하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치료해 줄 것을 약속하자 의료진을 믿고 따르게 되었다.
선천성 심장병 센터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좀 더 쉬운 용어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고 그로 인해 아기가 살 수 있고, 고칠 수 있구나, 슬프지만 이겨내 보자 위로를 얻었고 희망을 보려 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수술을 해서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지켜내려고 한 것 같아요. (참여자 1)
2) 아이를 느끼며 마음의 관리를 함
참여자는 출산을 기대하며 태교를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혹여나 태아에게 해가 되지 않을지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동을 느끼고 초음파로 아이를 보면서 아이의 생명을 실감하고 자신의 아이로 인식하게 되면서 출산을 결심하게 되었다. 임신을 유지하도록 결정하게 되면서 참여자의 마음을 되도록 긍정적으로 가지려고 노력하였고 잘 낳아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한 번의 수술로 끝나면 건강하게 클 수 있다고 하니까 정말 다행이다. 내가 잘 먹어야겠다. 최대한 좋은 생각 많이 하자.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참여자 4)
3) 지지체계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용기를 얻음
참여자들은 임신을 결정하고 자신을 지지해줄 요소들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받기 시작하였다. 임신 기간 동안 남편은 참여자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참여자가 늘 기대고 의지할 수 있도록 힘이 되는 존재였다. 진단을 알게 된 부모님들은 참여자의 마음이 편할 수 있게 응원하고 믿음을 주었다. 또 종교를 통해 가족이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지키겠다고 결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제일 큰 힘이 되었다고 하였다. 종교가 있는 참여자는 종교에 의지하고 기도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힘을 얻었다고 하였다.
남편이 제일 큰 기댈 수 있는 곳인 거 같아요 저한테는. 남편에게 그나마 힘든 부분을 얘기를 하고 서로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보자. 남편이 제일 힘이 많이 돼요.(참여자 8)
남편이랑 시어머니, 그리고 저희 엄마, 가족이 괜찮을 거라고 계속 믿음을 주시니까 산모인 제 입장에서도 되게 많이 흔들릴 수 있었는데 많이 잡아주셨어요.(참여자 9)
4) 지지체계를 찾아 활용함
참여자들은 생소한 진단명을 더 자세히 알고자 커뮤니티를 가입하였고, 같은 진단을 가진 보호자들과 소통하며 서로 의지하게 되었다. 생소한 진단과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같은 진단을 가진 엄마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서로 힘이 되는 사이가 되었다. 어렵기만 한 진단과 수술에 대해서 먼저 경험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듣고 위안이 되었고, 자신의 생각보다 진단받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은 안도가 되면서 의지가 되었다고 하였다. 출산을 현실적인 문제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 경제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저도 맘까페에 가입해 있는데 그 까페에서 TOF 찾았는 데 거기에 600명이 있더라구요. 거기서 얘기도 하면서 아 TOF가 생각보다 진짜 많구나... 그때 느꼈죠. 그러면서 서로 의지가 되고 많이 의지했죠.(참여자 9)
주제 3. 아이를 마주하면서 질환 과정의 현실을 자각함
격려 속에 임신을 유지했으나 출산 후 예기치 못한 상황의 변화를 접하게 되면서 생각해왔던 상황과의 괴리감을 느끼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도 하고 우울해하였다. 예상치 못한 입원 결정에 당황하고 아이를 달래며 힘들어하고 가끔 건강한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부러워하고 씁쓸해 했다. 수술로 치료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입원과 재수술을 하는 경우 크게 당황하고 마음을 졸였다. 때로는 의료진에게 감정을 표출하고 불평하면서 투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태어난 아이가 기대와 다른 것을 알게 됨’, ‘아이의 증상이 악화되어 불안함’, ‘감정에 휘둘리게 됨’의 3개 하위 주제로 도출되었다.
1) 태어난 아이가 기대와 다른 것을 알게 됨
설명으로만 들었던 아이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자 실제로 수술을 받고 치료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후회도 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를 비교하면서 아이의 발달이 늦다는 걸 알게 되자 현실을 자각하였다.
의사 선생님이 분명히 별 거 아닌 것처럼 말씀하셨는 데, 사실 아이가 막 심장을 열고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했던 것이 말씀하셨던 것보다는 굉장히 큰일이구나...(참여자 2)
비슷한 또래 애기가 있는데, 인OO에 아기가 엄마 아빠랑 여행도 가고 그런 모습을 올라온 걸 보면 한 번씩 아직까지도 현타가 와요. OO도 밖에 나가서 이곳저곳 놀러 다닐 수 있는데 왜 여기 있지 한 번씩 현타가 오기도 해요.(참여자 4)
2) 아이의 증상이 악화되어 불안함
참여자는 아이의 증상이 시시때때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수술로 치료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 데 예상과 달라지자 당황했고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반복되는 수술로 아이의 경과가 더 악화되거나 후유증이 오지는 않을지 불안해하였다. 출생 후 예상했던 것과 아이의 증상이 달라지자 참여자는 처음처럼 단단하게 먹었던 마음이 유지되지 않았다. 산전에 설명 들었던 것처럼 한 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았고 아이의 상태 변화로 재수술을 하게 되자 또다시 헤어진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이의 성장에 맞춰 교정 수술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아이의 경과가 좋아질 수 있을지, 후유증이 오지 않을지 불안하고 걱정되었다.
출산하고 나서 같이 퇴원을 할 줄 알았는데 애기는 퇴원을 못했어요. 갑자기 검사 도중에 청색증이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혼자 산후조리원 가고 애기는 일반 병실에서 경과 보고... 이틀 뒤에 애기가 왔는데 그 이틀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술할 때마다 많이 불안했죠. 수술 잘 될까. 회복 도중에 안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참여 자 10)
3) 감정에 휘둘리게 됨
치료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하는 아기를 그리워하고 외로워했고 아이의 상태 변화가 있거나 갑작스러운 일정의 변화에 의료진에게 화를 내며 감정을 투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 아이를 혼자 돌보는 것도 힘든데 COVID-19로 병원 입원 중에는 보호자 교대가 안 되자 혼자라는 생각에 우울감이 생겼다. 또한 출산 직후 참여자는 병실을 2인실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산모는 모자동실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데 자신은 신생아 중환자실로 아이를 보내고 면회조차 어려워지자 속상해하고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참여자는 예정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의료진에게 표출하였다. 마음을 다잡은 상태에서 예상과 어긋나는 상황이 생기면, 참여자를 다독이며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의료진의 모습에 실망하고 불평을 쏟아내었다.
길어야 열흘이라고 했는데... 유미흉인가 뭔가가 찾아 오는 바람에 … 회진을 오셨는데 말씀도 없으시고 쌩하게 눈도 안 마주치고 가니까 화가 나는 거에요. 말씀도 안 해 주시고... 그래서 많이 진상 짓도 많이 했어요. 어떻게든 수술 잘 해주신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 마음은 이러지만 사람이 너무 힘드니까 자꾸 불평 불만이 늘어나는 거죠.(참여자 3)
밤에 잠도 안 자고 새벽에 밥도 줘야 해 근데 혼자야... 보호자 교대도 잘 안 되는데 종합적으로 와서 그 때가 정말... 저는 그 때 정신의학과 외래를 잡아서 좀 약을 먹어야 되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그때는 정말 OO도 싫었어요. OO이 울음소리도 듣기 싫었고. 모든 게 싫고 정말 ‘와 창 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다’ 이런 생각 하고 그랬었거든요.(참여자 4)
주제 4. 비로소 엄마가 됨
현실이라는 상황에 부딪혀 오히려 감정의 동요가 없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여 담담해지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의 상태를 차분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마음가짐을 정리하였다. 처음에 원하는 치료 방향이 아니었지만 의료진을 믿고 제시한 치료 방향을 따라가면서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기뻐하였고, 한편으로는 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육아의 경험이 없는 초산인 경우 더 아이를 달래고 안는 것을 어려워하였다. 수술 후 홈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되었고,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것이 어려워 투약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입원한 상태에서 보호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였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해지면서 병원 생활에 적응하였고, 의료진과 병원 내 완화 의료 서비스의 지원을 받아 위로받고 마음을 정리하였다. ‘아이의 상태를 수용하고 정성껏 돌봄’, ‘아이의 성장을 기대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됨’,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됨’ 4개의 하위 주제로 도출되었다.
1) 아이의 상태를 수용하고 정성껏 돌봄
참여자는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을 인지하고 단단하게 마음의 힘을 키워나갔다. 아이의 심장이식을 대기하는 참여자는 아이가 조금의 상태 변화가 있다고 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해 지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술을 앞두고 원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되지 않을 수 있더라도 의료진이 권하는 치료 방향을 이해하게 되었다. 입원한 상태에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해지면서 병원 생활에 적응하였다.
OO가 워낙 장기전으로 이식을 기다리고 있어서... 사실 이제 OO한테 어떤 이벤트가 일어난다 열이 난다 이제 뭔가 진단이 더 추가된다 이래도 저는 요즘 ‘네’ 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참여자 4)
가끔 ‘햇살나무’선생님이 갑자기 오셔서 제 얘기도 많이 들어주시고 힘든 거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불러달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위로도 많이 해주고 그러면서 ‘햇살 나무’ 도움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준비는 늘 하고 있어요. OO가 잘 못 되더라도 ‘그래 이제 내가 잘 이겨내야지 그럴 수 있지’ 마음 한편으로는 계속 그런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요.(참여자 4)
2) 아이의 성장을 기대함
참여자들은 아이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표현하였다. 힘든 치료 과정을 거쳐 가면서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있을까 봐 걱정도 됐지만 성장하는 아이를 보면서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였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성장해주기를 소망하였다. 참여자는 마지막 수술을 앞두고 아이가 더 많이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예쁘다고 표현하였다. 또 둘째로 가진 아이가 첫째 아이와는 또 다르게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행복해하였다.
아이가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마음이 또 조금 더 아이가 보물같이 느껴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들어요.(참여자 1)
아기를 보면 살아줬으면 좋겠죠. 건강하게. 어쨌든 커서 5살 때 모습, 초등학교 때 모습, 커서 이렇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작지만 아주 큰 소원인 거죠.(참여자 8)
3)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됨
치료가 끝나고 다른 건강한 아이와 비교해서 외관상 차이가 없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입원 기간 동안 아이를 잘 보살펴서 회복하게 해준 의사와 간호사들을 떠올리며 감사의 표현을 하였다. 선천성 심장 질환을 진단받고 사회생활은 잘 할 수 있을 지 다른 증후군을 동반하지 않을지 여러 가지 걱정을 했던 참여 자들은 아이의 활동 정도만 봐서는 진단을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표현하면서 감사해했다. 수술 후 건강해진 아이를 보면서 좋은 의료시스템 안에서 잘 치료받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곁에서 도움을 준 의사와 간호사에게 직접 표현하지 못 했던 고마움을 떠올렸다.
청색증 증상도 없고. 너무 잘 놀고. 진짜 1초도 가만히 안 있어요. 그래서 안 힘든 거 같은데. 체력이 좋은데. 감사하다. 너무 감사하다. 그런 생각밖에 안 들었죠.(참여자 9)
부모 입장에서 저희 아이 건강하게 해주셨는데... 크게 감사 인사를 못 전했어요. 항상 감사하고... 병동 간호사님들도 감사하고, 우리 OO이 너무 이뻐해 주셨어요.(참여자 10)
4)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됨
참여자는 엄마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더 강인해지는 엄마의 역할을 되새기게 되었다. 아이가 치료 과정을 견뎌낸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머니로서 아이가 잘 클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를 깨닫고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하면서 어머니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기를 보면 ‘이런 상황을 극복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잘 키워야지. 어쨌든 내가 낳은 생명이고 태어났으니까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잘 치료하고 잘 회복을 해서 나가서 잘 살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고.(참여자 8)
논 의
본 연구는 태아의 선천성 심장 질환을 산전 진단받은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여 산전 진단을 받았을 때부터 현재 양육하고 있는 시기까지 겪은 다양한 마음 변화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에서 분석된 결과를 살펴보고, 기존 연구들과 비교하면서 연구의 의의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참여자들은 산전에 처음 선천성 심장 질환을 진단받았을 때 진단이 믿기지 않았고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생각하며 비관적이고 불안하고 두려운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임신 20주 전후에 이루어지는 선천성 심장 질환의 진단은 임산부에게 강렬한 슬픔, 두려움, 분노 및 슬픔의 시간으로, 태아의 건강에 대한 위협은 오랫동안 주산기 부모의 정신 건강에 중요한 위험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는 연구[15]와도 일치하였다. 진단을 알게 된 이후 진단의 원인이 본인의 잘못으로 인한 것인지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슬퍼하였고, 알 수 없는 진단의 원인을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연구결과[10]와 동일하였다. 참여자는 뱃속의 태아의 상태에 대해 걱정하고 정보를 검색하며 더 불안해하였다. 이는 수많은 정보는 때로는 부정적인 경험을 묘사하지만[16],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보에 대한 탐색 요구도가 증가되고 아이의 진단에 대한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연구결과[10,17]를 뒷받침하였다.
참여자들은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끼면서 임신을 유지할 의지가 약해졌다. 이는 심장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기도 하였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진단을 알렸을 때 유산을 권유받았던 경험과 사회의 통념을 고려하였을 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 키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참여자 는 진단을 알게 된 시점이 20주 전후로 유산이 불가능한 주수로 생각하여 유산을 포기하며 수용적인 태도로 지냈고 선택의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없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였다. 현재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보면 임신 24주 이내에서,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제5호 규정으로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 적용 가능하다. 태아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것이라는 진단 결과가 모체의 정신 건강 손상을 가져온다는 점이 인정되므로 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될 수 있다고 근거한다면 참여자는 이에 해당될 수도 있다. 하지만 태아의 장애가 태어나서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현대 의학적으로 명확한 진단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태아의 기형을 인공 임신중절의 허용 사유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18]. 또한 임신의 종결이 단지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산모와 태아의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지고, 임신한 주체의 결정은 ‘다중적 존재’를 동시에 고려하는 행위로서 자율성이 아닌 책임으로서의 자율성을 수반한다는 연구[19]와 유사하게 참여자는 자기 결정권과 생명권을 함께 고려한 끝에 생명과 함께 자기 결정권을 지키기로 결정하였다.
참여자가 진정으로 위안을 얻고 임신을 결정적으로 유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이었다. 이는 정보 전달을 위해 고도의 전문적인 정보를 가진 의료 전문가에게 지속적이고 쉽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16], 산전 상담을 통해 의료진이 임부와 친밀하고 치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지지 자원이라는 연구결과를 뒷받침하였다[2]. 참여자들은 산전 진단을 알고 나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치료의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의료진을 신뢰하면서 임신을 유지하도록 결심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산전 진단을 받은 산모들은 낯선 진단명에 대해서 어렵지 않은 용어로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병원의 지속적인 산전 관리 및 계획적인 상담이 요구된다.
가족과 친지들의 지지 또한 고위험 산모나 태아의 임신을 지속하려는 결정과 관련이 있으며, 배우자의 사회적 지지는 애착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2]. 부부가 서로를 선천성 심장 질환의 원인으로 탓하고 부부 간의 심각한 갈등의 원인으로 아이를 포기하는 연구[4]와는 달리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남편을 가장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표현하면서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부족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의지하며 지지체계를 찾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며[20],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지원을 받으면서 지지와 위안을 얻게 되고[16], 사회적 지지 중 정보적 지지와 소속감을 증대시키므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적 지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뒷받침하였다[21].
하지만 출생 후 참여자들이 출산하기 전의 상상과 다른 현실을 직접 맞닥뜨리게 되면서 질환 과정의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본 연구의 참여자 중에는 단심실을 진단받고 고식적인 수술을 거쳐 교정수술을 앞둔 참여자도 있었는데 그동안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생사를 앞둔 결정에서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닌지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는 어머니가 자녀의 최종적 예후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야기시킨다는 것과 유사한 맥락을 보였다[22]. 선천성 심장 질환 자체가 충격이었는데 질병 치료라는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부모의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었고[23], 그로 인해 참여자는 믿고 싶었던 상황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의료진에게 감정을 투사하게 되었다.
초산인 참여자들의 경우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하였는데, 병원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 병동 소음, 낯선 환경에서의 입원, 병실 및 병동의 시설과 같은 여러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과 수술 후 영유아 양육에 대한 인식 부족, 수술 결과에 대한 인식 부족, 영아의 미래 생활 인식 부족, 치료 및 회복 방법에 대한 인식 부족 등과 같은 변수가 어머니의 스트레스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24]. 본 연구 참여자들이 이용한 ‘햇살나무’ 서비스는 돌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만 24세 이하의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신체적, 영적, 심리적 돌봄을 제공한다. 서비스에 참여한 어머니는 스스로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입원 생활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고, 의료진과 병원 내 완화 의료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병원 차원에서 초산모를 대상으로 수술 후 간병방법이나 육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실제적으로 돌봄과 양육에 대한 초산모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여자들은 출산 후 아이의 증상 발현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불안한 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선행연구[25]의 결과처럼, 전통적인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고 책임감을 가지면서 비로소 엄마가 되어가는 마음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진단 초기 어머니가 진단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키워내는 마음가짐을 탐색함으로써 남편이나 어머니 등의 가족의 지지체계가 필요하고 의료진의 진단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상담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불확실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에게 출산 전, 치료와 양육과정에서 환우회로부터 정보적 지지, 사회적 지지, 및 의료진의 치료적 지지가 출산 결정과 질병치료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지지체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일 종합병원에서 선천성 심장 질환을 산전 진단받고 출산을 결정한 어머니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하였으므로 산전 진단을 받지 않은 어머니의 경험을 반영하지 못하였다. 추후 이들을 모두 포함하여 마음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의 어머니의 마음변화는 선천성 심장 질환의 아이의 출산과 양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아이의 형제나 자매가 있는 경우 어머니의 양육에 대한 경험이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산전에 선천성 심장 질환을 진단받고 출산을 한 어머니의 마음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어머니는 산전 진단을 받고 임신에 대해 혼란스러운 마음도 가졌지만 다양한 지지 자원을 활용하면서 아이를 지키기로 결심하였다. 아이의 질병 과정의 현실을 겪으면서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생기게 되었지만, 어머니는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지켜보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책임을 다하면서 비로소 엄마가 되었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태아의 선천성 심장 질환을 진단받은 산모를 대상으로 국가 차원의 등록사업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네트워크 형성 및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어머니의 마음 변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출산 전 임신 유지 결심 시점, 출산 직후, 출산 후 6개월, 출산 후 1년 후 등 의 시점에서 반복측정하는 양적연구를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