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학교폭력은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주요한 공중 보건 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1],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학교폭력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학교수업의 정상화에 따른 신체적, 언어적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언어폭력과 신체 폭력 피해 비중이 2021년에 비해 증가하였으며, 가해응답률 또한 전년도에 비해 증가하여 코로나19 이전의 결과와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었다[2]. 학교폭력은 국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국외의 경우에도 청소년 간의 괴롭힘 문제가 점차 어린 청소년들에게로 확대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주목받고 있다[3]. 따라서 학교폭력은 국내외 전체 청소년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사안으로 판단되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남녀 청소년의 학교폭력을 비교하면,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고[4], 사회적 규범 위반에 대해서도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5]. 또한 남녀 간의 특성을 살펴보면, 여자 청소년의 폭력의 대부분은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배제되거나 집단따돌림의 형태로 정서적인 학대가 대부분인 것에 반하여 남자 청소년의 학교폭력은 신체적 폭력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6]. 따라서 학교폭력 가해행동 비율이 높고 그 형태가 신체적 폭력으로 표출되는 남자 청소년의 학교폭력의 가해행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들을 향한 관심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많은 학생들은 그 경험을 극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인식하며, 이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생각 등을 초래할 수 있고[7],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8]. 또한, 청소년들은 또래들로부터 가해 행동을 목격하고 이를 학습함으로써, 공격적인 행동이 자신의 또래 내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경향이 있다[9]. 이러한 학습된 폭력 행동은 자신보다 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가해 행동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그 결과 학교폭력의 악순환이 지속될 위험이 높아진다[10].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폭력행위는 또래의 영향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과 교사 등의 주변환경으로부터 편견과 학대에 대한 복수심의 발로일 수 있으며 이들의 폭력이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다는 측면에서 삶의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11]. 학교폭력 가해청소년들은 우울감과 같은 부정적 정서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들의 폭력경험 자체는 자살행동의 영향요인으로도 보고되고 있다[12]. 따라서 학교폭력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사회적 쟁점으로 판단되며,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뿐 아니라 가해 청소년들도 마땅히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학교폭력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어, 국가적 대책뿐 아니라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는 실태조사[13]와 관련요인에 대한 연구[4,8]등 주로 서술적 조사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처한 상황적 맥락을 이해하고 조명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폭력 가해문제는 가해학생의 심리 ‧ 정서 ‧ 행동의 문제와 가정, 교육환경 뿐 아니라 폭력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태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14]. 따라서 학교폭력의 재발방지와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학교폭력 가해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들의 상황을 심도있게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즉 학교폭력 가해행위에 대한 맥락과 과정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관련 연구는 피해자에 대한 연구 중심으로 많이 진행되었으며, 주로 피해 청소년들의 심리적 상처[7], 삶의 만족[8] 등과 관련된 연구 위주로 수행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피해자의 회복과 보호를 위한 정책마련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으며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보호지원체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가해자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며 기존 연구들에서는 주로 가해자의 행동에 대한 일차적인 처벌 중심의 접근이 이루어졌으나 이들이 왜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심리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부족하다. 이들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통해 재범 가능성을 낮추고, 반복되는 가해행동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질적연구는 특정 현상에 대한 심층적이며 통합적인 이해를 제공하는 데 유용하며, 특히 근거이론 연구는 대상이 처한 상황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근거이론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로, 근거이론의 철학적 배경인 상징적 상호 작용주의(symbolic interactionism)는 개인과 사회적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상징적 상호작용주의는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므로, 학교폭력 가해경험과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데 적합한 철학적 기반이 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근거이론 연구 방법론을 적용하여 학교폭력 가해자의 경험을 그들이 처한 사회적 맥락과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학교폭력 가해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로 국외에는 청소년의 사이버 폭력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15]와 국내에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특별교육 경험[16], 가해 학생과 어머니의 경험[17], 가해학생의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18] 등이 있었으며, 학교폭력 비율이 높은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처한 상황과 이에 따른 반응 및 결과를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룬 근거이론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과 반응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질적연구방법 중 근거이론 방법을 적용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추후 학교폭력 예방정책 및 프로그램을 위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목적 및 연구 문제
본 연구의 목적은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의 경험은 무엇이며, 이러한 경험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밝히기 위함이다. 이에 따른 연구 문제는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의 경험은 무엇인가?”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의 경험이 무엇인지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경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실체 이론을 도출하기 위해 Corbin 과 Strauss [19]의 근거이론 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일 광역시와 3곳의 중소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남자 청소년으로서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강제 전학이나 특별교육 이수 등 학교나 사법기관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자들이다.
참여자의 모집은 일차적으로 이들 요건에 해당하는 자를 연구자 지인인 청소년 전문상담사로부터 5명을 소개받았다. 또한 연구자가 개별적으로 이들 지역의 중, 고등학교와 청소년 교육 시설들을 직접 방문하여 기관의 담당자들에게 연구목적과 자료수집과정을 설명하고 허락을 받아 연구참여자를 소개받았다. 중학교 한 곳에서 3명의 참여자를, 학생교육원 한 곳에서 4명의 참여자를, 그리고 청소년 쉼터 한 곳에서 7명을 소개받았다. 이들 참여자로부터 학교폭력 가해경험이 있는 친구 6명을 소개받았다. 총 25명을 대상으로 참여자와 부모나 소속기관 장과 같은 보호자에게 연구의 취지와 자료수집에 대한 설명을 하여 연구참여에 동의한 21명을 대상으로 자료수집을 하였다 (Table 1). 연구참여에서 제외된 4명 중 2명은 면담약속을 하고 면담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탈락되었으며, 1명은 1차 면담 후 보호자의 반대로 2차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머지 1명은 1차 면담 이후 가출로 연락이 되지 않아 연구에서 제외하였다. 이들의 자료는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
본 연구의 참여자 선정기준은 남자 청소년이며 학교폭력 가해행동의 위험성이 높고, 학교폭력과 관련된 처벌을 경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기인 만 14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을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참여자의 학교성적과 가족형태 등이 학교폭력 가해행동의 영향요인임을 감안하여[11] 이들 변수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이론적 표집을 하였다. 17번째 참여자 이후부터는 거의 유사한 개념이 도출되어 21번째 참여자와의 면담 이후 자료가 포화상태에 도달하였다고 판단하여 이론적 표집을 중단하였다.
3.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하였으며, 개별적인 심층면담을 하였다. 본 연구자는 참여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면담 초기에 차와 식사를 나눔으로 부드러운 관계를 형성하였다. 참여자별 면담횟수는 1회에서 4회까지 다양하였으며 면담시간은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으로 하였고, 1회 면담시간은 최소 45분, 최대 100분가량 소요되었다. 초기 20여분은 관계형성에 주력하였고, 나머지 시간 동안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참여자의 연령대가 10대인 점을 감안하여 집중도가 저하될 수 있는 장시간 면담은 자제하였다. 면담은 참여자를 배려하여 참여자의 거주지나 거주지 주변 식당과 카페에서 하였으며, 이야기의 흐름이 방해받지 않도록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에서 진행하였다. 쉼터에 거주하는 참여자의 경우에는 지리적 접근성과 단체생활의 특성을 고려하여 쉼터 내 면담장소에서 면담을 하였다. 그러나 일부 참여자의 경우 면담 10여분 만에 면담장소 내에서 뒤로 누워버리는 등 면담에 집중하지 못하여 면담을 중단하고, 추후에 다른 외부 장소를 섭외하여 재면담을 실시하였다. 또한 추가 면담이 필요하지만 학교생활과 방과 후 학원수강, 아르바이트 등으로 재면담이 어려운 경우에는 휴대폰 통화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과 같은 사회연결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모든 면담 내용은 MP3에 녹음하였고, 녹음 내용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필사하였다. 필사에 소요된 시간은 면담 1회당 3~5시간 정도였다. 본 연구자는 필사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여 청취하면서, 명확하지 않거나 누락된 부분들을 보충하였다. 또한 면담이 끝난 후 최대한 빨리 면담 당시의 분위기나, 참여자의 태도, 연구자의 느낌 등을 연구노트에 메모하여 생생한 경험을 그대로 기술하도록 노력하였다.
면담은 참여자의 일상 근황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시작하였다. 연구주제와 관련된 초기 면담질문은 광범위한 서술적 질문으로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시겠어요?”였다. 연구가 진행되면서 범주들의 속성과 차원이 드러나면서 질문은 보다 구조화된 질문과 대조적 질문을 사용하였다, 이때 사용한 보조질문은 다음과 같다.
“가해행동을 하게 된 원인이나 계기가 무엇입니까?”
“가해행동을 하고 난 후 학생의 생각이나 감정, 느낌은 어떠하였습니까?”
“가해행동을 부추기거나 가해행동을 하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해행동 후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으며,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습니까?”
“가해행동 후 자신의 생활에서 달라진 것은 무엇입니까?”
“본인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데 어떤 도움들이 있었습니까?”
“가해경험과 관련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이러한 질문은 면담 상황에 따라 추가, 제외 또는 변경되었으며 연구자가 답을 유도하거나 암시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인 참여자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판단중지를 하였으며, 연구자의 가정과 선 이해에 대한 검토를 하였다.
4.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연구승인을 받았으며,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연구 시작 전 연구의 목적, 방법, 면담 내용의 녹음 등을 설명하고 참여자의 자발적 의지로 서면동의를 받고 진행하였다. 무엇보다 본 연구의 참여자가 청소년인 점을 감안하여, 참여자와 참여자의 현재 보호자(부모, 또는 쉼터 거주학생의 경우 센터장과 소장)의 동의를 득한 후 진행하였다. 연구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연구과정 중 언제라도 참여를 중단하거나 거절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고 면담 과정에서도 대답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응하지 않을 수 있음을 설명 하였다. 필사된 녹음 내용을 참여자가 원할 시 확인할 수 있으며 참여자의 요구에 따라 해당부분이 삭제될 수 있음을 설명하였고, 또한 연구자는 참여자의 개인적 비밀과 익명성이 보장됨을 설명하였다. 본 연구자는 연구과정에서 연구의 연속성과 참여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휴대폰 통화 및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와 같은 사회연결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통한 비대면 면담을 추가면담으로 몇 차례 병행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에게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쳐 자료수집 및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안내 하였으며, SNS 상의 대화 내용은 연구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암호화 및 가명처리를 통해 참여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였으며, 이러한 절차는 연구윤리위원회(IRB)의 심의와 승인을 거쳐 연구 윤리 기준에 따라 수행되었다. 면담자료는 연구목적 이외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며 연구 종료 후 폐기됨을 설명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본 연구자가 부여한 개별 코드번호를 붙여 사용하였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MP3 음성파일을 포함한 모든 자료는 연구자가 직접 보관하고 타인에게 노출이 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필사는 본 연구자가 직접 하였으며, 참여자의 이름을 포함한 개인정보는 기록하지 않았다. 연구에 사용된 모든 자료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본 연구자의 컴퓨터에 잠금장치를 하여 3년 동안 보관하고, 그 이후에는 복원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영구삭제하였다. 면담 후에는 참여자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소정의 답례를 하였다.
5. 자료분석
자료분석은 자료수집과 동시에 순환적으로 하였으며, 분석은 Corbin 과 Strauss [19]의 근거이론 방법에 의해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의 단계로 하였다.
자료분석 시에는 질문하기와 비교하기를 주된 전략으로 활용하였다. 지속적인 비교분석방법을 사용하여 참여자들 사이에 유사하거나 다른 개념이 무엇인지, 그 범주들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비교하였다. 또한 일반 청소년의 경험과 비교분석하여 참여자들에게서 나타난 다른 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개념간의 연결과 핵심범주 도출의 모든 분석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였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질문하면서 분석하였다. 특히 ‘결코’, ‘항상’, ‘절대로’ 라는 단어가 나올 때는 ‘붉은 깃발 흔들기’를 사용하여 연구참여자와 연구자의 편견을 배제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플립플롭기법’을 사용하여 반대편이나 극단을 살펴봄으로써 의미 있는 속성을 끄집어내었다.
개방코딩에서는 필사된 자료를 반복하여 읽고 줄 단위로 한 구절, 한 단어까지 의미있고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개념을 도출하였다. 명명한 개념들은 코딩노트를 작성하여 분석 자료로 사용하였고, 개념들 간의 속성과 관계를 비교하면서 유사한 개념끼리 묶어 범주화하였다. 축코딩에서는 개방코딩을 통해 도출된 범주와 하위범주들을 패러다임 모형에 따라 서로 연결하여 그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패러다임 모형은 중심현상, 조건, 작용 ‧ 상호작용 전략과 정서, 결과로 구성되었다. 선택코딩에서는 본 연구의 주제인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의 경험’을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핵심범주를 도출하여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 윤곽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심리적 과정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분석에는 2명의 연구자가 주로 참여하였다. 1저자는 면담과 필사 과정을 주도하고, 1차적으로 개방 코딩을 수행한 후, 주요 주제와 개념을 도출하였다. 교신저자는 1차 분석 자료를 검토하고, 축 코딩 및 선택 코딩 과정에서 1저자와 함께 논의하며 분석을 심화하였다. 연구자 간에는 분석 결과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였다. 이러한 분석 과정에 있어서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공동 연구자 1인과 국문학 전공 교수 1인, 상담학 전공 쉼터장 1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6. 연구자의 이론적 민감성 확보
본 연구자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질적연구과목을 이수하였으며, 질적연구방법 및 근거 이론적 연구에 대한 지식과 실무를 익히기 위해서 질적연구 학회와 워크숍에 정기적으로 참석 하였다. 또한 관련 전문서적을 탐독하였으며 질적연구경험이 있는 교수와 함께 질적연구를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자는 이론적 민감성을 높이기 위하여 학교폭력으로 일 광역시 소재 가정 법원 소년가정 심리재판현장에 수차례 참석하여, 심리절차를 받는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 또는 소속기관장을 만나서 가해학 생들을 폭넓게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연구자는 일 지역 청소년 쉼터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쉼터 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등 자원봉사활동을 하였으며, 학교폭력 상담사 자격을 취득하여 참여자들이 처한 맥락적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7. 연구의 질 확보
본 연구의 질 확보를 위해서 Lincoln과 Guba [20]가 제시한 진실성(truth value), 적용성(applicability), 일관성(consistency) 및 중립성(neutrality)을 맞추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자들은 COREQ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연구 과정과 결과가 명확하게 보고되었는지 검토함으로써, 연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완하였다
1) 진실성(truth value)
연구가 실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본 연구자는 참여자와의 신뢰관계 구축을 위하여 면담 시작 시 관계형성에 주력하였으며 자연스럽게 참여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면담 시 참여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주변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장소를 면담 1~2일 전 방문하여 직접 섭외하였다. 연구자가 수집하고 분석한 자료는 연구참여자 중 두 명을 대상으로 참여자 확인(member check)을 하였으며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2) 적용성(applicability)
적용성은 연구의 결과를 다른 맥락 내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지, 또한 독자들이 연구결과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의미가 있고 적용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참여자들과 유사한 경험을 가진 청소년 2명에게 연구결과를 읽게 하여 자신의 경험과 매우 유사하다는 공감을 받았다. 또한 자료수집은 이론적 포화상태에 이를 때까지 지속하였다.
3) 일관성(consistency)
일관성은 다른 연구자도 연구자의 자료와 시각, 상황에 따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본 연구에서는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수집과 분석의 전 과정을 자세하고 면밀하게 기술하였다.
4) 중립성(neutrality)
중립성은 연구과정과 결과에서 모든 편견이 제거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앞에서 제시된 진실성, 적용성 그리고 일관성이 정립되었을 때 확보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연구진행 전 과정에서 참여자의 경험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자료분석 과정에서도 반성적 일기를 기록하였으며 비교해서 생각하기, 거리 유지하기, 회의적 태도 유지하기, 연구절차 따르기 등을 준수하였다.
연 구 결 과
본 연구에서 개방코딩 과정을 거쳐 면담자료를 범주화한 결과 87개의 개념, 34개의 하위범주, 그리고 17개의 범주가 도출 되었다(Table 2). 패러다임 모형에 의한 축 코딩을 시행하였고 각 범주들간의 관계를 밝혔으며, 모든 범주를 통합하여 설명하는 상황 모형을 제시하였다(Figure 1).
1. 핵심범주: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들의 경험의 핵심범주는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였다.
이 핵심범주는 단순한 폭력행동이 아니라, 가정불화, 욕구 좌절, 학교폭력 피해경험 등과 같은 인과적 조건과 청소년들의 기질,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가치평가, 그리고 반복된 폭력 피해 경험이라는 맥락적 조건 속에서 억압된 감정이 점차 축적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작용 ‧ 상호작용 전략을 통해 나타나는 복합적인 경험적 흐름을 반영한다.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분출기를 거치며 약자를 괴롭히고, 습관적으로 폭력행동을 반복하며, 점차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이탈기와 반성기를 경험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그들이 처한 환경과 심리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이들의 폭력행동은 그들이 겪는 감정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1) 인과적 조건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들의 경험의 인과적 조건은 ‘가정불화’와 ‘욕구좌절’이었다. 참여자들은 어릴 적부터 그들의 부모가 싸우거나 갈등을 하는 상황에서 자라왔다. 그리고 일부 참여자의 부모가 별거를 하거나 이혼을 하기도 하였고, 참여자의 가족 중에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을 앓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 간 소통방식은 부모가 폭력을 사용하거나 부모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참여자들에게는 부모의 갈등이나 가족의 정신질환, 의사소통방식이 문제가 되는 ‘가정불화’의 문제가 있었다.
(우리 아빠는 제가 어릴 적부터 술 없이는 살지 못했어요)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아요. 칼 집어 던지고, 술 먹고 물건 집어던지고, 던지거나 부수거나. 그러다 돌아가셨어요. 아빠가 안 취하면 잘해줬어요. 근데 돈만 생기면 술 사먹었어요. 아빠가 언제 또 폭력적으로 변할지 몰라 항상 두려웠어요.(참여자 7)
참여자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힘든 심정을 이해받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기 존재가치에 대하여 무시 당하기 일쑤였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과 같은 특기활동을 해왔지만 건강문제로 인해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고,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자격시험에 불합격하게 되면서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경험을 하였다.
다른 걸 찾았으면 모르겠지만, 그 상황에서는(부상으로 운동을 더 이상 못하게 된 상황) 엄청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걸 못하게 되니까,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못하는 거니까 더 열 받는 거에요.(참여자 6)
2) 중심현상
중심현상은 ‘억압된 감정의 폭발’이었다. 참여자들의 가정 불화와 좌절된 욕구에 대한 불만은 오랜 시간동안 억압되어 있던 감정들을 폭발하게 함으로써 가정불화를 일으킨 부모에 대한 강한 원망은 복수심마저 들게 하였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항상 혼자라는 외로움과 계속되는 실패로 인해 좌절감을 겪어야만 했다. 또한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감에 대한 압박감과 우울감을 호소하였다. 더욱이 이러한 감정들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매사에 기분이 나쁘고 짜증이 나게 하였으며 쉽게 흥분해서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하였다.
중 1때까지는 모범생이었어요. 사고도 안 치고 전교 29 등까지 했어요. 엄마랑 싸우지도 않았고 사이가 많이 좋았어요. 근데 중 1때 엄마가 갑자기 이혼을 하니까. 갑자기 복수심이 드는 거에요. 짜증이 나면서 엄마한테 피해가는 행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중략) 집에 전신거울이 있었는데요. 주먹으로 탁 때렸는데 유리가 싹 다 박혀 가지고(혈관의) 2/3가 잘렸어요. 정맥이 터지고, 피를 많이 흘려서 어지러워서 정신을 다 잃었어요. 동맥 빼곤 다 잘렸어요.(참여자 3)
(부모이혼 후) 아버지가 계속 술 마시고 그러니까(알코올 중독)... 나는 왜 이렇지? 맨날 그 생각했거든요. 집에 오기도 싫고.. 스트레스만 매일 받았어요.(아버지 사망 후, 친엄마와 살게 됨) 엄마는 맨날 가게에 있고 어차피 집에 선 또 혼자고.. 언제부터인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기물파손을 했어요. 분노를 풀 곳이 없고 친구랑 어울리면서 맘에 안 들면 남의집 담장, 주차 금지판 다 부쉈어요. 차들이 못 지나가게 도로에 큰 고깔콘을 세 개를 세워놔요. 그러면 차가 못 지나가요. 숨어서 지켜보다가 그 차가 그걸 내려서 치우고 가면 다시 세워놓고 지켜봐요. 차, 자전거, 농기구, 유리창 부수고, 빗자루 같은걸 태워서 불 피워가지고 공사장, 학교에도 불 질렀구요. 학교 유리창도 다 깼어요.(참여자 2)
3) 맥락적 조건
중심현상에 대한 맥락적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은 ‘기질’과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 ‘학교폭력 피해경험’이었다. 참여자의 억압된 감정의 폭발은 충동성과 자기 중심성이 강한 기질이 있는 참여자들에게서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참여자들의 불같은 성격의 충동성은 감정폭발을 더욱 심하게 하였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버거웠다. 이러한 참여자들의 자기중심적인 ‘기질’은 더욱더 감정을 심하게 폭발시키는 맥락으로 작용하였다.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도 모르고 다른 사람 입장도 들여 다보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사람과 소통을 잘 안하거든요. 소통하는 방법도 모르고 다른 사람 입장 들어보지도 못했고 소통을 잘 하려고 안해요.(참여자 6)
참여자들은 학교 성적이 부진하고 계속되는 비행 행동으로 인하여 주변으로부터 문제아로 지목되면서 비관적인 자아상을 갖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가 부정적일수록 더욱 심하게 폭발하였다. 즉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가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가에 따라서 중심현상인 억압된 감정의 폭발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무슨 문제만 생기면 절 문제아로 여기고, 선생님들이 제가 잘못한 사실을 부풀려서 얘기하고, 제가 안 한 것도 했다고 오해받고, 엄마는 제 말은 안 믿고 선생님 말만 믿고..(참여자 3)
억압된 감정은 학교폭력 피해경험에 따라 심하게 폭발하였다. 즉 자신이 받은 폭력 피해경험이 많을수록 억압된 감정의 폭발이 심하였다. 참여자들은 학교폭력을 목격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자신이 오랜 기간 왕따를 당하는가 하면 돈을 뺏기기도 하는 등의 여러 형태의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동네 나쁜) 형들이 제 패딩이랑 휴대폰이랑 뭐 돈이랑 다 뺏아간 거에요.(중략) 근데 신고하니까 니 이름 봤다면서 골목길 화장실 끌려가서 두 시간 동안(또) 맞았거든요.(참여자 18)
4)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에 작용하는 중재적 조건은 ‘지지체계’ 와 ‘충격적 사건’이었다. 참여자들을 향한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관계는 참여자들의 억압된 감정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수월하게 하였다. 참여자들은 교사의 상담과 교육활동 뿐 아니라 교회의 전도사와 청소년 쉼터 장으로부터 깊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면서 감정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용 ‧ 상호작용 전략을 사용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종교적인 도움 을 받기도 하였다. 주변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심한 탈선행동을 막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여부에 따라 참여자들로 하여금 작용 ‧ 상호작용 전략의 사용에 차이가 있었다.
2학년 때 학교 상담실에 자주 갔어요. 그래서 상담 선생님이랑 친하고... 상담센터 선생님들하고도 친해요. 그냥 한번 마주치고 마는 그럴 사람인데, 근데 힘들 때 편하게 얘기도 하고, 그렇게 해주는 느낌이 와요. 이 선생님이 착하구나 내 얘길 들어주고 있구나 그런 느낌이 와요. 관심 이런 거 좋죠. 얘기만 들어줘도 좋죠.(참여자 16)
참여자들은 가해행동을 한 후에 처벌로서 특별교육을 이수하거나 강제전학을 가게 되었고 사법처분으로 보호처분을 받고 청소년 쉼터에 입소하게 되는 등의 사건을 경험하였다. 참여자들의 부모님은 피해자에게 자식을 대신하여 속죄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일방적인 소통방식을 고집하던 부모님이 참여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자신이 무심코 괴롭혔던 피해자가 중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자신의 가해행동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들이 참여자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서 작용 ‧ 상호작용 전략을 다르게 사용하였다.
아빠가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몸을 계속 숙이는 거에요. 당신은 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래 아들이 이딴 식으로 하냐고 그렇게 얘기하는 거에요. 우리 아빠도 원래 그런 거 못 참거든요. 근데 우리 아빠가 저 잘못될까봐...(참여자 18)
제가 계속 괴롭히던 애는 아파가지고, 백혈병에 걸려가지고, 병문안 갔는데 주사 꽂힌 거 보고 그때부터 저도 감정이 생겨가지고(참여자 1)
5) 작용/ 상호작용 전략
참여자들이 중심현상을 다루고 해결해 나가는 작용/상호작용 전략은 ‘분출기’, ‘습관기’, ‘이탈기’, ‘반성기’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억압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탐색하여 재미삼아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가해행동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주변의 군기 잡는 선배의 모습이 멋있게 느껴지면서 자신도 약자를 상대로 폭력행동을 모방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가해행동은 내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주고 쾌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참여자들은 약자를 괴롭히는 것뿐 아니라,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교사와 부모에게 반항하면서 어른들과 부딪혔다. 그렇게 함으로써 참여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강한 존재로 보이는 것 같았고, 뛰어난 존재로서 우월감을 느꼈다. 이렇듯 참여자들은 재미로 약자를 괴롭히고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억압된 감정을 분출하였다.
선생님한테 막 욕하고 대들었고요.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에요. 만만한 거에요.(중략)그 쌤이 갑자기요 제 기타를 던지는 거에요. 그래서 부서졌어요. 그래서 제가 그 소리를 듣고 화가 나서요. 막 욕을 했어요.(참여자 16)
참여자들은 주변의 나쁜 형들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집단 폭행에 가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가해행동은 어느덧 몸에 배어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가해행동을 하게 되었고 ‘습관’이 되어버렸다.
근데 이런 행동 하는 거 그것도 담배 피는 거 하고 똑같아요. 중독성이에요. 담배 끊으려고 마음먹는 것은 쉬워도 실제로 끊기는 어렵듯이, 가해행동도 마음먹기는 쉽지만 실제 행동을 끊기는 어려운 거에요.(참여자 18)
여러 가지 가해와 탈선행동으로 인해 참여자들은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외부와 접촉이 뜸하게 되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시기에 참여자들은 함께 어울렸던 불량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습관적이었던 가해행동에서 ‘이탈’하게 된다.
저는(친구들 모임에) 알아서 빠지고 있어요. 쟤들이 막 사는걸 따라하고 싶고 그러진 않고요. 그냥 친구로 지내는 거죠.(친구들과) 떨어질 마음도 없지만, 그렇다고 같이 막(어울려 다닐) 그럴 마음도 없어요. 옛날에는 휘둘렸는데..(참여자 19)
참여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알게 되었다. 가해행동을 습관적으로 반복했던 과거에는 깨닫지 못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행동임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철이 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변화가 일어난다고도 하였다. 한편, 참여자들은 수많은 폭행과 그로 인한 처벌로 인해 평범하지 못한 학창시절을 보낸 것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하였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은 자신으로 인해 아파했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힘들어하 였다. 피해자에게 연민의 감정을 갖게 되었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고백하면서 과거 자신의 행동들이 부끄럽다고 하였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가해행동에서 벗어났다.
실제로 제가 가해행동을 해 보니까 초반에는 재밌었어요. 근데 나중에 되니까 잘못을 하니까 죄책감 그런 게 들더라고요. 다음부터 안해야지 그렇게 생각이 들고...(참여자 16)
6) 결과
작용/상호작용 전략에 따라 나타난 결과는 ‘마음의 성숙’과 ‘미래에 대한 소망’, ‘선행하기’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감정의 고착’과 ‘반복되는 비행’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도 포함되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여러 상호작용 전략을 통해 부족했던 참을성이 길러지고, 불같던 성격이 다소 누그러지며,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마음의 성숙’을 경험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은 부정적인 경험을 극복하지 못한 채 억울함과 분노를 지속적으로 느끼며 ‘감정의 고착’을 겪었고,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폭력 행동으로 이어져 결국 ‘반복되는 비행’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자신의 가해행동으로 인해 받은 처벌이 과할 뿐 아니라 억울하다고 호소하였다. 결국 참여자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은 채 남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가해사실을 학교에 신고하여 자신을 처벌까지 받게 한 피해자에게 복수심이 들었고 가해행동을 합리화시키면서 후회하지 않았다. 결국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내면에 고착’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을 겪은 참여자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가는 경향이 있으며, 결국 많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긍정적 결과로 나아가는 결과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피해자) 그 아이가 많이 아팠겠구나, 힘들었겠구나 이런 생각 드는데..(중략) 잘 안되지만 사람을 배려하려고 노력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참여자 6)
개인적으로 미용사가 꿈이기도 하고요.(미용학원에 다니게 된 후)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생활패턴이 점점 괜찮아 지는 거에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용학원 가서 연습하고, 저녁에 들어와서 밥 먹고 일찍자고, 그래서 이렇게 얼굴이(활기차게) 산다고 그래야 하나?(웃음)(참여자 15)
(괴롭히던) 친구가 백혈병에 걸려가지고, 집안도 못 살고 그라는데... 친구 부모님이 울고.. 그 친구 집이 치킨 집을 했는데.(마음이 쓰여서..) 그 뒤로부터는 학교마치고 가서 일도 좀 도와주고 많이 그렇게..(참여자 1)
학교에서 저를 감당 못한다 해가지고 강제전학 갔어요. 거기서 중1 때까지 다녔어요. 또 OO중으로 갔어요. 학교에서도 질 안 좋다고 소문나고.. 또 사고 쳐 가지고 선생님 말도 안 듣고, 애들 돈 뺏고 ..학교에서 도저히 감당 안 된다고 법원에서 재판받고 쉼터로 왔어요. 학교 옮겨 다녀서 힘든 것도 없어요. 다른 데로 간다 이래서 좋았어요.(참여자 11)
재판받고 보호관찰 2년 받고, 3개월 동안 밤 10시 이후로 집밖에 안 나가야 하는데(경찰에서 집에 있는지 확인 하는)전화 안 받았더니 영장 발부되고, 잡혀서 구속되고... 술에 취해 자는데 경찰이 저를 수갑 채워서 갔어요. 또 재판 받고 쉼터 처분받아서 있다가 쉼터에서 또 째고(탈출함), 소년원은 6번 갔다 왔고요. 이번엔 렌트카 몰아가지고(그 처벌로) 갔다 왔어요.(참여자 4)
2. 학교폭력 가해 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의 경험 과정: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과정
1) 분출기
‘분출기’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약한 상대를 괴롭히면서 내면에 억압된 고통스런 감정들을 분출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보다 약한 친구나 하급생을 골라서 장난으로 괴롭히기 시작하나, 군기 잡는 선배들의 가해행동들이 멋있어 보여 그런 선배들의 폭력을 따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해행동을 통해 참여자는 자신의 내면에 억압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며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정면으로 대응할 용기가 없는 어른들인 선생님과 부모에게는 반항을 함으로써 감정을 분출하였다. 그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강한 존재로 보이기를 원하며, 멋있게 보이고 싶어 하고 우월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한다.
2) 습관기
이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폭력을 행사하는 행동에 거리낌이 없었으며, 이러한 행동은 억압된 감정을 분출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들은 감정 조절이 어려운 상태에서 폭력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면서 일종의 습관화된 행동 패턴을 형성하였다. 반복된 음주와 흡연, 폭행 등의 행위는 단순히 일시적인 반응에 그치지 않고, 중독성과 비슷하게 점점 끊기 어려운 행동으로 고착되었으며, 참여자들은 점차 이러한 행 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행동 패턴은 점차 심화되어 강제전학이나 쉼터 입소 등 외부적 제재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이들의 심리적 안정 및 대인관계 형성에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3) 이탈기
이 시기에 이르러서 참여자는 학교를 그만두게 되거나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해행동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거리를 두게 되며,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는 그러한 친구들을 멀리하게 된다. 이처럼 이탈기에는 자신을 둘러싼 외부환경으로부터 벗어나 봄으로써 습관이 된 가해행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을 하게 된다.
4) 반성기
‘반성기’ 는 참여자들이 ‘분출기’, ‘습관기’, ‘이탈기’ 단계를 거치면서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후회하는 시기이다. 가해행동 후 처벌을 받으면서 점차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였음을 느끼고 시간이 흐르면서 철이 들어 스스로 깨닫게 된다. 한편으로 참여자들은 가해행동과 그에 따른 처벌로 학창시절을 보낸 것에 대해 아쉬워하였다. 한편 참여자들은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였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과 부모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처럼 반성기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각이 변화됨을 깨닫고,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참여자들은 위의 네 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긍정적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일부는 부정적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습관기에서는 과거의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고통스러운 경험이 반복되며 처벌에 대한 불만과 복수심이 고착되어, 타인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가출이나 절도 등 부정적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남아, 강제전학이나 쉼터 입소 등 반복적 처벌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탈기와 반성기를 거치며 이러한 부정적 반응들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기도 하였다. 이탈기, 반성기에서는 참여자들이 주변인의 긍정적 행동이나 지지적 관계를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얻고,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친 영향을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 긍정적 경험과 자기성찰의 기회를 통해 부정적 감정이 완화되었으며,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과거의 경험을 재구성하며 점진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긍정적 결과를 보이는 참여자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져보면서 주위에서 선행을 베풀기도 하였다. 즉 참여자들은 점차 참을성이 길러지고 성질이 누그러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능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생기게 되었다. 그들은 장래희망을 가지고, 그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면서 자신의 행복한 미래와 함께 학교폭력 가해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도 변화되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의 불량 친구들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는 선행을 베풀면서 장래 희망을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결국 반성기 이후 긍정적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네 단계의 경험은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참여자의 내적 성찰과 외적 행동 변화를 촉진하였고, 이는 궁극적으로 부정적 결과들이 각 단계별 심리적 ‧ 정서적 성장을 거쳐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는 분노가 해소되지 않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고착되기도 하였다. 그들은 처벌받은 사실에 대해 억울한 마음과 자신을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그들은 가출, 절도, 강력사건 등의 과격한 비행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한 처벌로 강제전학이나 쉼터, 소년원 입소를 반복하였다.
논 의
본 연구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에 근거를 둔 근거이론 방법을 이용하여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청소년의 경험을 탐색하였다. 본 연구결과 학교폭력 가해행위는 청소년들의 가정으로부터 받았던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자신의 가치를 주목받지 못함에 대해 부정적으로 억눌렀던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지금까지 학교폭력 가해자는 주로 처벌과 징계의 대상으로 여겼으나 학교폭력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가해자도 가정, 학교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할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결과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처한 상황과 그들의 입장을 조명한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으며, 이는 추후 학교폭력 예방의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어 그 의의가 크다.
1. 핵심범주: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들의 경험은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로 축약할 수 있다. 이는 자신들이 감정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폭력행동을 한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경험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경험 과정과는 그 성격과 맥락이 매우 달랐다.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의 경험에서 피해 학생들이 주로 겪는 고통은 위축, 불안, 공포, 자괴감으로서 그 이유는 가해자에게 폭력을 당하여 충격을 받고 비참함을 느낀 것에서 비롯되었다[21]. 이에 비해 가해자인 본 연구참여자들의 억압된 감정은 주로 부모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과 같이 가정환경으로부터 장기간 받았던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며 이러한 감정들이 조절할 수 없는 분노로 표현되었다. 이는 학교폭력 가해청소년을 조사한 다른 연구에서도 감정적 고통으로 주로 내면의 분노를 호소한 것과 유사한 결과로 볼 수 있다[11,22]. 이러한 억압된 감정들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표현되는 것은 학교폭력을 포함한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국내외 연구결과들에서 한결같이 나타나는 주요현상이 었다[11,23]. 분노의 표현이 많을수록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위 험이 높아짐을 보고한 결과를 참고할 때[24], 분노조절에 대한 중재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본인조차도 통제할 수 없는 심한 분노감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제한 범위 내에서 분노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분노조절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분노상황에서 대처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기술을 함양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25].
본 연구의 중심현상인 억압된 감정을 폭발시키는 인과적 요인으로 ‘가정불화’와 ‘욕구의 좌절’이 확인되었다. 먼저 가정불화와 관련된 요인에서는 부모간의 갈등과 가족구조의 해체 등 이 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관심과 지지가 부족할 때 학교 폭력 발생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26], 건강하지 않은 가정의 청소년들이 자기파괴 방식으로 그들의 고통을 드러낼 수 있다고 한 것과[11] 유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본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가정 환경적 요인에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동 모델로서 부모의 모습을 기대하기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모델인 부모 모습을 보고 닮아갈 수 있다. 따라서 가해 청소년을 관리할 때에는 가정 내 돌봄과 같은 본질적 기능정도를 사정하고 그에 따라 맞춤식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부모를 대상으로 그들의 자녀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략과 가해청소년과 부모를 팀으로 하는 가족적 접근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경험을 가진 남자청소년들이 억압된 감정을 폭발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여러 가지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나타난 ‘욕구의 좌절’이었다. 이는 맥락적 요인의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와 상통 하는 것으로서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눈에 띄고 싶은 욕망이 강하나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느끼는 좌절감은 성인들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가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11]에서 전반적인 절망감을 강하게 느끼고 학교 폭력 가해행동을 하게 된다고 보고한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부모와 교사 등 주변 사람들이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며 개별적인 인격체로서 인정해주고 실패경험에서는 지속적으로 격려하여 작은 일이라도 성공할 수 있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신감을 지니게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결과 참여자들의 억압된 감정이 폭발하는 현상은 ‘기질’과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와 ‘학교폭력 피해경험’이라는 맥락적 요인에서 발생하였다. 개인의 기질은 감정조절이 어려운 충동성과 공감력과 소통력이 부족한 자기 중심성이 해당된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연구[27]에서 신체적인 폭행, 왕따와 같은 집단 따돌림 등의 학교 폭력 행동의 원인 중 하나로 공감능력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따라서 개인의 기질적인 특성을 파악하여 특별히 공감력과 통제력이 부족한 대상자들에게 이를 향상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학교교육에서도 감성을 키우며 공감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와 관련된 것은 청소년들의 자신에 대한 평가가 학교나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이나 능력을 무시한 채 학교성적 만으로 학생들의 가치를 등급화하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가해학생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부정적인 가치평가는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11], 학생들의 고유한 특성을 인정해주고 이들의 강점을 지지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접근과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을 일률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그들의 개별성을 인정해주고 학생이 가진 강점을 육성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또 다른 맥락적 요인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었다. 참여자들은 가해행동 이전에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바 있었고 이 결과는 타 연구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11]. 자신보다 힘이 세고 나이가 많은 가해자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참여자들은, 자신보다 힘이 약한 또래나 후배 등 약자를 골라 가해를 하는 특성을 보였다. 이것은 학교폭력 피해와 가해경험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경험이 중첩되는 것을 나타낸다. 피해경험이 가해행동에 부정적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이 가해 청소년으로 전환되지 않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이러한 작용 ․ 상호작용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재적 조건으로는 ‘지지체계’와 ‘충격적 사건’이 확인되었다. 가족, 교사, 친구와 이웃과 같은 다양한 지지체계의 도움을 받은 참여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순조롭게 가해행동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으나 그렇지 못한 참여자들은 가해행 동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더러 보다 더 폭력적인 비행행동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가족과 교사의 지지가 문제행동의 가능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와 일치한다[28]. 따라서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들에게는 그를 둘러싼 가족이나 학교교사와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폭력 대안으로서 가정, 학교와 지역사회의 포괄적인 지지체계의 구축이 적극 권장된다.
또한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참여자들에게 처벌이나 부모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중재적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선행연 구[29]에서는 가해 청소년이 처벌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면서 반성의 의지를 보인다고 하였다. 반면 일부 선행연구 [30]에서는 처벌을 받으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처벌로 주어진 고통에 집중하고, 처벌권자를 비난하며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이러한 충격적 사건들이 가해행동을 촉진하거나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청소년의 가해행동에 대한 처벌은 그들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가해학생들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며, 다만 처벌의 방식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처벌을 통해 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이러한 작용 ‧ 상호작용 전략의 결과로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가해경험 이후에 마음이 성숙해지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되었다. 그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면서 가족과의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였고 더불어 가해자를 향한 사회의식이 변화되기를 기대하였다. 선행연구[31]에서 비행청소년들이 결과적으로 장래희망을 구체적으로 갖게 되고 가족과의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소망 갖기’ 라고 표명한 것과 본 연구의 결과는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있다. 학교폭력 가해경험은 청소년들의 억압된 감정의 폭발과 그로 인한 처벌을 받는 힘든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이 성숙할 수 있었다고 표현하며 긍정적인 결과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는 내면의 분노가 해소되지 않고 고착되어 더 심한 비행행동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처벌받게 한 피해자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선행연구[32]에서 학교폭력 가해청소년이 분노감정이 마음속에 남아있다고 한 것과 유사하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감정적 고통은 그들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감정이 고착되기도 하고 반대로 성숙되기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내면에 분노감이 해소되지 않은 청소년을 위해서는 중재적 조건인 다양한 지지체계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겠다. 또한 해소되지 않은 분노와 감정들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통로와 정서 심리적 지지가 요구된다.
2.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과정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청소년의 경험은 ‘감정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과정으로서 ‘분출기’, ‘습관기’, ‘이탈기’와 ‘반성기’ 네 단계로 나타났다.
첫 번째 단계는 ‘분출기’로서, 본 연구에서 가해 청소년들은 약자를 괴롭히고 어른들에게는 반항함으로써 억압된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의 해결되지 못한 감정적 고통은 무의식중에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되는 것과[33], 격동과 불안의 시기인 청소년기에 확고한 자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여 주위환경의 자극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쉽고, 스트레스의 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공격적인 행동과 과격한 표현 등의 반사회적 경향성을 보이는 결과와[34] 상통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감정적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전략을 활용하여 이들의 공격성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강한 존재로 보이고 싶어 하였고 가해행동을 함으로써 우월감을 느꼈다. 즉 분출기의 가해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끌어내서라도 눈에 띄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우월감 또한 긍정적인 방안으로 강화와 격려할 필요가 있을 것 이다.
두 번째 단계인 ‘습관기’에서 참여자들은 가해행동이 습관적으로 몸에 배어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폭력 행동이 마치 담배나 알코올과 같은 중독적 특성을 지니게 되어 끊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 들이 폭력이 몸에 익숙해져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나가서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선행연구결과와 일치한다[35]. 즉 가해행 동을 지속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해서 습관처럼 하고 있게 되는 것이다. 사소한 자극에도 참여자들은 즉각적으로 공격적 반응을 보이며, 이는 폭력이 행동 습관으로 굳어지면서 의식적 통제 없이 일어나는 모습을 반영한다. 반복되는 가해 행동은 감정 조절을 무디게 하고, 외부 자극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강화시키며, 이는 결국 참여자들이 의도치 않게 폭력적 상황을 조성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행동이 습관적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인지적 개입이 필요하며, 폭력 행동을 멈추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교정 프로그램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입을 통해 참여자들은 중독적 반응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고, 폭력적 자극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적 반응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이탈기’ 에서는 가해행동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시기로 주변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두려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보호관찰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조명한 선행연구[36]에서 참여자들이 공범친구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 내려고 노력하는 ‘벗어나기’ 전략을 사용하는데 있어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지 않고 만나는 횟수를 줄인다고 한 것과 유사하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에서도 불량 친구들과의 물리적, 정서적 관계를 끊어내기 위한 노력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이탈기의 청소년들이 이러한 관계를 건전하게 끊어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단계인 ‘반성기’에서 참여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변화되어 자신의 과오를 후회한다. 따라서 가해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가해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반성기에 이른 참여자들은 자신의 과거행동을 후회하면서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가해학생들이 과거를 반성하며 자신을 죄인으로 표현하며 죄책감을 보고한 연구[37]와 동일한 결과이다. 따라서 반성기에 있는 남자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심리를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피해자의 감정을 공감하도록 하는 가해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 등이 마련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본 연구에서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들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제시한 것과 이들에게 사용된 전략들을 단계적으로 보여 준 것은 추후 학교폭력 예방에 근거자료가 될 수 있어 그 의의가 크다고 본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론적인 포화를 염두하면서 가급적 다양한 환경에 노출된 가해청소년을 표집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형편이 양호하거나 학교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들을 모집하기 어려웠다. 또한 남자 청소년인 참여자들의 면담에 대한 낮은 집중력과 말로 표현하는 능력을 끌어내는데 상당한 제약은 본 연구의 제 한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추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질적연구를 할 경우에는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수집을 할 수 있는 전략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제한점은 자료수집 시점이 2014~2015년으로 현재의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들의 경험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변화와 인터넷 및 SNS의 발달로 학교폭력의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에, 추후 이를 반영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는 주로 대면 상황에서 발생한 폭력 경험을 다루었으나, 현재는 사이버 폭력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폭력도 중요한 이슈가 되어 이를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였다. 본 연구참여자의 모집 시점이 특정 시기로 제한되어 있어,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남자 청소년들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감정적, 심리적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시사점을 제공하는 데 의의를 둔다. 연구결과,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복합적인 감정적 고통과 사회적 ‧ 가정적 문제 속에서 가해 행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가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학교폭력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가해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그들이 속한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이들을 포용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본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일선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억압된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방안과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역량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성적 외에 자신의 가치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둘째, 학교 보건관리 실무에서는 학생의 개별적인 특성과 가정환경에 대한 철저한 사정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상담과 중재가 수행되어야 한다.
셋째, 학교폭력 가해행동을 한 청소년의 경험 과정 각 단계에 따라 맞춤식 중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에 따른 효과검증 연구를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