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의료 관련감염(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은 입원 당시에는 없었거나 잠복 중이지 않았던 감염이 입원기간 중 또는 퇴원 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직원의 감염도 포함하는 개념이다[1]. 국내 의료 관련감염 관리는 1990년대 의료 관련감염 관리의 개념이 시작된 이후 2004년 의료기관 평가 및 2010년 의료기관 인증제도 도입 등을 통해 꾸준히 발 전해왔다[2]. 그러나 암 환자의 증가와 항암요법의 발달, 면역 억제제 사용의 증가, 장기이식수술의 증가로 인한 면역저하 환자의 증가, 중심정맥 카테터 삽입 등의 침습적인 처치의 증가, 항생제 내성 균주의 출현 등의 이유로 의료 관련감염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3]. 의료 관련감염은 병원 입원 환자의 5~1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의료의 질 저하와 경제적인 손실, 재원기간의 연장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1]. 병원 내 의료 관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손위생 실태 조사를 포함하는 감염감시 등의 감염 관리체계가 확립되어 있어야 하며, 격리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격리 시설 등 감염관리를 위한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병원 구성원 측면에서는 환자를 접촉할 때 표준주의를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공기매개감염 또는 접촉매개감염 등 질환의 특성에 맞는 감염예방지침을 따라야 하며 특히 침습적 처치 시 해당 관리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4].
응급실에서는 많은 환자 수, 입원 지연 등으로 인한 과밀화 때문에 복도나 진료실 외의 공간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치료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다양한 환자 중증도와 여러 의료진과의 상호작용, 다수 환자의 동시 진료로 인해 감염 예방이 어렵기도 하며, 감염병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임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를 대할 때 진단과 적절한 격리, 개인보호장 비착용 등이 지연되어 질병의 전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5]. 서울 지역 센터급 응급의료기관 31개소의 현황을 보면 하루 평균 3,363명 즉, 일개 응급센터당 하루 평균 108명의 환자가 방문하는데[6], 평균 환자수가 많고 재실시간이 짧은 응급실의 특성상 감염관리 지침을 엄격하게 준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응급실 의료인력 개개인의 감염관리 수행정도는 의료기관 내 감염병의 확산 방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7]. 특히 간호사는 병원 의료 인력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환자와의 직접 접촉 시간이 가장 길다. 이러한 간호사의 업무 특성상 병원균을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8] 간호사들의 감염지침 수행정도는 의료 관련 감염 예방 및 감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응급실 내 교차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간호사가 감염 예방 및 통제 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원 조달, 관리 및 전문직 간 지원, 병동 배치 및 개인보호장비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동기 부여 및 활동 근거에 대한 이해 부족까지 포함하였다[9].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응급실 간호사들이 교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지침을 엄격히 준수하기보다는 일부 감염관리 예방 및 통제 활동은 ‘보여주기’ 위하여 수행한다는 결과도 나타났다[10]. 국내에서는 주로 설문지를 이용한 양적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긍정적인 감염관리 조직문화가 감염관리 수행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11,12]. 반면 응급실 간호사의 감염관리 지침에 대한 지식수준은 다른 간호단위와 비슷하지만, 실제 수행도는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13,14]. 국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시행한 간호사 직무 분석 연구에서는 ‘감염관리’가 응급기본간호 중 가장 까다로운 업무로 뽑히며, 응급실 간호사들이 감염관리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었다[15]. 이상의 선행연구를 종합해 볼 때, 응급실 간호사들이 감염관리 지침을 알고는 있지만, 단순히 보여주기식의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지침을 엄격히 지키기 어려운 이유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내 선행연구로는 응급실 간호사들의 감염관리 수행도가 낮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며, 그렇기에 감염관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적 논의에 그치고 있다. 이에 국내 응급실 간호사들의 감염관리 수행도가 낮은 이유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질적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는 연구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현상에 대한 느낌, 인식, 행위 동기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방법이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의 목적은 개인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견해를 도출하는 것이므로, 일대일 인터뷰보다 더 깊고 풍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16].
따라서 본 연구는 응급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과 응급실에서 감염관리 수행 경험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응급실 간호사들이 감염 관리 지침을 엄격히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개인의 인식이나 동기, 구조적 또는 환경적 장애요인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응급실뿐만 아니라 병원 전체의 의료 관련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감염관리에 대한 응급실 간호사의 감염관리 인식과 수행 경험을 확인하는 것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의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조사하기 위해 수행된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전통적 내용분석(Conventional content analysis) 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본 연구는 질적연구로 연구참여자 선정 시 목적표집(purposive sampling)을 사용하였으며, 수도권 소재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직접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이면서 응급실 근무 경력이 1년 이상인 자를 참여자로 선정하였다(Table 1). 간호관리자, 교육간호사, 행정간호사 등 직접 간호에 참여하지 않는 간호사들은 제외하였다.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병원 임상연구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 연구참여자 모집 안내문을 연구자가 근무하는 병원을 포함하여 수도권 3개 병원 응급실 내 게시판에 게시하였다. 모집 안내문에는 연구 제목, 목적, 참여 조건, 연구방법, 소요시간, 연구참여 시 제공되는 사례, 연구자 및 임상연구윤리위원회 연락처가 포함되었다. 연구참여 의사를 밝힌 참여자와 이들을 통한 눈덩이표집(snowball sampling)으로 모집된 대상자 중 선정기준과 연구참여 일정에 적합한 대상자들로 포커스 그룹을 구성하였다.
포커스 그룹을 구성함에 있어서 최대한 유사한 연령대와 사회적 특성을 갖춘 참여자들을 한 그룹으로 구성하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인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 하였다[17]. 또한 Kruger와 Casey가 제안한 이상적인 포커스 그룹 구성원 수인 5~8명 구성을 목표로 하였으나, 참여자 대부분이 교대 근무자였기 때문에 근무 스케줄이 맞지 않거나 개인적 사유로 인해 이상적인 그룹을 구성하는 데 제한이 있었다. 이에 따라 참여자의 근무지, 근무 일정, 경력 등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4~5명으로 구성된 총 4개 그룹의 인터뷰가 수행되었다[18].
3. 연구의 윤리적 측면
본 연구는 연구자가 소속된 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은 후(H-2405-152-1539) 진행되었다.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은 오직 본 연구에만 사용되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 자료수집을 위한 녹음, 참여자에게 미칠 위험과 이익 수준, 예상 소요시간에 대해 연구참여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서면 동의를 받았다. 또한, 연구 진행 중 참여자가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중도 철회할 수 있으며, 철회와 동시에 자료는 즉시 폐기되며 그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녹음된 내용 파일은 익명성 유지를 위해 코드변환 처리 후 잠금장치가 된 곳에 보관하여 개인정보의 노출을 방지하였다. 녹음파일과 이를 전사한 문서파일은 IRB규정을 준수하여 연구가 종료된 날로부터 3년 후 이를 완전히 폐기할 예정이다.
4. 자료수집
인터뷰는 연구참여자들이 근무 중인 병원의 조용한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 시행 일주일 전 연구참여자들에게 인터뷰 질문을 이메일로 미리 보내, 토의할 내용을 사전에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인터뷰 당일에는 먼저 인터뷰 내용과 진행 방법, 녹취 및 녹음 절차, 익명성 보장, 연구결과가 연구목적으로만 사용된다는 점, 그리고 연구참여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해 인터뷰가 진행된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또한, 인터뷰 중 나눴던 환자에 대한 개인정보나 서로의 발언 내용을 외부에 공유하지 않음을 한 번 더 환기시켰다. 이에 대해 연구참여자들이 모두 이해한 것을 확인한 후 서면 동의서를 받고, 참여자의 일반적 사항을 수집하기 위한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인터뷰에는 세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으며, 한 명의 연구자(moderator)가 인터뷰의 전반적인 진행을 맡고, 다른 두 연구자(note taker)는 인터뷰 과정에서 연구참여자들의 표정, 행동, 어조,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자세히 관찰하여 현장노트를 기록하였다. 현장노트는 자료분석 과정에서 해석상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었다. 인터뷰는 그룹별로 약 80분 정도 소요되었으며, 추가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다. 인터뷰 질문은 Krueger와 Casey (2009)가 제시한 도입질문, 전환질문, 주요질문, 마무리 질문 순서로 구성하였다[18]. 다만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이 감염관리 지침을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찾는 것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사용할 경우 단편적인 대답이 반복되고 다양한 경험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연구참여자들이 응급실에서 감염병 환자를 간호한 경험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진술할 수 있도록 질문의 순서를 구성하였다.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Table 2).
5. 자료분석
자료의 수집과 분석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 그룹의 인터뷰가 종료된 즉시 녹음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청취하며 전사하였다. 첫 번째 인터뷰가 종료된 후, 한 명의 연구자가 전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코딩하였다. 첫 그룹의 코딩이 완료된 후, 모든 연구자들이 모여 전사된 자료와 코딩 결과를 검토하여 적절성에 대해 토의하였다. 이후 각 그룹의 인터뷰 자료를 기존의 코딩과 비교 분석하였으며, 동일한 내용이 나올 경우 해당 코딩에 포함시키고, 자료의 수집과 분석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 그룹의 인터뷰가 종료된 즉시 녹음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청취하며 전사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그룹의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코딩과 적절성에 대한 토의를 반복적으로 진행하였다.
자료분석은 Hsieh와 Shannon (2005)의 전통적 내용분석 (Conventional content analysis) 절차에 따라 4단계로 이루어졌다[19]. 첫째, 매 인터뷰 종료 후 즉시 포커스 그룹 인터뷰 녹음 내용을 반복하여 들으며 컴퓨터에 전사하였다. 둘째, 전사한 내용에서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진술을 추출하였다. 셋째, 추출된 진술과 원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어 공통된 속성으로 묶일 수 있는 진술들을 범주화하고, 이를 통해 잠정적인 주제를 도출하였다. 넷째, 분류된 주제와 범주를 분석하고 통합하여 현상에 관한 기술로 정리하였다.
6. 연구의 엄격성 확보 및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 [20]가 제시한 질적연구 평가기준에 따라 신뢰성(credibility), 적용성(transferability), 일관성(dependability), 확증성(confirmability)을 고려하여 연구의 엄밀성을 확보하였다.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뷰 중 연구자가 원하는 답변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은 최대한 배제하고 연구참여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적용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연구참여자의 구술 내용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였으며 일관성 확보를 위해 연구노트를 활용하여 인터뷰 당시 상황을 투명하게 담고자 노력하였다. 확증성을 위하여 연구자들이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고 여러 차례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수집된 자료와 분석 결과를 연구참여자와 공유하여 인터뷰 내용이 잘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였다.
본 연구를 위한 연구자들의 준비는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은 질적연구 관련 워크숍 또는 세미나에 참여하여 질적연구 수행에 대한 역량을 쌓았다. 또한 연구자들은 분기별로 1회 이상 모여 질적연구논문을 다수 고찰하고 관련 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질적연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교신 저자는 15년 이상의 응급실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자로 학위 과정 중 2학기에 걸쳐 질적연구 수업을 이수하였고 2회의 질적연구를 수행했던 경험이 있다.
연 구 결 과
본 연구에서 총 19명의 응급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포커스 인터뷰 내용을 분석한 결과 총 167개의 의미 있는 진술이 추출 되었고, 개방코딩을 통해 15개의 하위주제, 5개의 주제가 도출 되었다. 5개의 주제는 “제한된 정보”, “지침과 현실의 괴리”, “상황에 따라 다른 지침 적용”, “감염에 대한 불감증”, “감염관리 조직문화”이다(Table 3).
1. 제한된 정보
1) 감염 관리 초기 정보 부족
응급실에서는 환자나 보호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만, 참여자들은 진단 과정에서 초기 감염력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진이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못하여 다른 환자와 직원들이 감염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자신과 동료들이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된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환자가 옴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안 해서 아예 무방비 상태로 대기실에 있었어요. 그래서 대기실에서 보던 간호사 2~3명도 보호장구 없이 접촉하게 됐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격리가 필요한 상태였던 거예요. 몇 시간 동안 그 환자를 봤던 초진 간호사부터 응급 구조사까지 전부 다 노출돼서 예방적으로 옴 치료제 처방받고… (참여자 7)
타원이나 119 통해 환자가 올 때 미리 감염 환자인 걸 얘기해주면 격리실이나 보호장구를 다 준비하고 환자를 받았는데, 그렇지 않은 환자는 응급실 환자의 특성상 진단된 상태가 아니라서 우리가 준비가 늘 덜 된 채로 접촉 할 수밖에 없는 게 참 위험하다 싶은…(참여자 11)
요양병원에서 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환자가 왔는데, 웬만하면 저희한테(감염병 환자라고) 미리 언질을 주고 오지만, 그날은 바빴는지 따로 전달받은 사항이 없었어요. DNR (Do Not Resuscitate; 소생금지)도 없어서 어쨌든 다 처치를 했죠. 의사와 같이 들어가서 A line (arterial line; 동맥관), C line (central line; 중심정맥관), vent (ventilator; 인공호흡기)까지 다 달았는데 알고 보니 코로나였던 거예요. 다들 최소한의 장비, 장갑 정도만 착용했는데, 나중에 코로나라는 걸 들으니까 이게 뭐지 싶고… 다 끝난 후에 알게 된 거죠.(참여자 18)
2) 정보 공유의 어려움
응급실에는 감염성 질환을 진단받았더라도 물리적 공간 부족으로 대기 공간에 앉아 있거나 일반 진료구역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급실 간호사나 의사가 환자의 감염 여부를 겉모습만으로 즉각 식별하기 어렵고 전자의 무기록을 확인해야만 알 수 있다. 이때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에게 급한 문제가 생겨서 즉시 도와주어야 할 경우 그 환자의 감염성 질환에 대한 정보 없이 접촉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참여자들은 감염성 질환 유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환자를 접촉하게 되는 상황을 종종 경험했다고 보고하였다.
담당이 아닌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저는 그 환자가 접촉주의 환자인지 뭔지 모르고… 예를 들어 수액이 새면 중재를 해야 되잖아요? 그럴 땐 일단 장갑 가지러 갈 새 없이 접촉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참여자 11)
차지 간호사는 액팅 간호사가 보호구 착용하고 들어갈 수 있게 표시를 잘 해야 하는 게 맞는데, 바빠서 검사 결과를 늦게 봤어요. 근데 라운딩은 이미 다 돌았었고 나중에 보니까 그 사람 CRE(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카바페넴계 항생제 내성균)였어요.(참여자 16)
2. 지침과 현실의 괴리
1) 격리실 부족으로 인한 지침 준수의 어려움
물리적인 공간 부족으로 인해 격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격리지침 준수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소라고 언급했다.
감염병 환자 모두에게 격리 자리를 주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아서 모두 격리시킬 수가 없을 것 같아요.(참여자 11)
음압 격리실도 저희는 하나밖에 없고… 진단받고 온 게 아니라면 공기주의에 해당하는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다 격리실로 넣어야 되는 거거든요. 사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거죠.(참여자 16)
2) 역격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김
역격리가 필요한 환자는 일반 피부 상재균에도 감염되어 급격히 예후가 나빠질 수 있는 환자이다. 그러나 응급실에서는 격리실 부족과 역격리 환자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역격리 환자들도 보호해야 할 중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충분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역격리 환자는 국가에서 보험 적용을 해주면서까지 보호해야 되는 존재인데, 응급실에서는 보호를 잘 못해주고 있다고 느껴요.(참여자 15)
학교에서 배울 땐 ANC (absolute neutrophil count; 절대 호중구 수) 낮으면 역격리 해야 되고, 멸균 보호구 입어야 하고… 그런데 저희는 격리 없이 다 대기실에 앉아 있잖아요… 그래도 그 환자를 간호할 때 좀 더 깨끗하게 하려고 하는 건 있긴 해요. 투약할 때 알코올로 닦더라도 두 세 번 더 닦고… 그 이상 더 특별하게 뭘 하거나 그렇지는 않고…(참여자 14)
3) 현실적 한계에서 오는 회의감
참여자들은 감염관리지침을 최대한 준수하려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규정을 마주했을 때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감염 관리의 필요성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고충을 겪었다. 결국, 이로 인해 감염 관리에 대한 의욕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생실에서(코로나 환자) CPR을 하고 환자는 나갔어요. 그럼 소독을 하는데, 노출된 물건은 버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노출된 물건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걸 다 버릴 수는 없잖아요. 써야 하니까. 그러니까 예를 들면 쌓여 있는 것 중에 제일 위에 하나만 버린다던가 이런 식인 거죠.(참여자 6)
대기실에 격리 안 된 VRE(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CRE 환자들이 있는 데 그 사람이 쓴 화장실을 다른 환자들도 쓰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고 ‘응급실은 그냥 이런 거 포기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참여자 14)
감염병 환자를 원무과 앞에 대기는 시켜놓지만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도 다 거기서 대기한단 말이에요. 무슨 의미가 있나…(참여자 17)
4) 현실적인 응급실 감염관리 지침 필요
응급실은 감염 관련 증상을 보이지만 감염 여부가 불확실한 환자들을 병원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환자가 오고, 진료를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병동이나 중환자실과 동일한 감염관리지침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응급실의 특성이 반영된 현실적인 감염관리지침이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아무래도 응급실이 병동이나 중환자실에 비해서는 감염관리 지침 준수율이 떨어지는 편인데, 감염관리실에서 응급실 환경에 맞는,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참여자 15)
저희들이 느끼기에 (응급실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데 (감염관리실에서는) “이렇게 하라.” 는 것들도 있고… 응급실이 감염 환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보면 최전선이고 핵심적인 곳인데, 뭐 그렇게…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참여자 6)
국가에서는 코로나 환자를 이제 (음압)격리 안 해도 된다고 하는데, 감염관리실에서는 여전히 격리를 하라고 해요. (중략) 그럼 응급실에서는 (지속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격리실은 부족한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참여자 17)
3. 원칙을 벗어난 지침 적용
1) 시각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
참여자들은 감염관리지침보다는 환자의 눈에 보이는 증상이나 격리실 입실 여부에 따라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하였다. 환자의 위생상태나 증상 등을 시각적으로 우선 판단하여 보호장구 착용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감염병 관리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진물이 많이 나오는 접촉주의 환자라 간호할 때 보호장구를 다 했어요. 근데 만약 환자가 접촉주의인데 대기실에 앉아 있거나, 겉보기에 깨끗한 모습이었으면 장갑 안 꼈을 것 같아요.(참여자 14)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VRE, CRE 환자들 다 격리실에서 봤거든요. 차단된 공간에서 보잖아요? 그러면 지침을 잘 지켜요. 차단된 공간, 격리 환자라는 인식이 있고, 전실도 있고 뭔가 내가 지침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되잖아요. 거기서는 물품도 개인 물품 쓰는 거고. 이런 상황에서는 그래도 지침을 잘 지키는 것 같아요.(참여자 5)
2) 응급상황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감염관리
응급실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감염관리 지침을 준수하기보다는 응급 처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하였다. 응급 상황에서 치료 및 처치를 우선순위로 두고, 최소한의 보호장구만 착용하거나 지침 준수를 소홀히 하는 등 감염관리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였다.
코로나때는 더 심했어요. 급하니까 일단 인터락(interlocking door) 시스템을 다 꺼요. 어떻게 그 시간을 다 기다리겠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우리는 이제 물건 전달하기 급하니까 딱 그 시스템을 꺼버리고…(참여자 7)
응급실의 특성도 있는 것 같아요. 역격리는 예방적인거고, 그 환자는 당장 감염 때문에 치료를 해야 되는 건데 우리는 치료가 우선이잖아요. 예방보다는 치료가 중점이니까 감염관리가 뒷전이 아닌가…(참여자 11)
감염지침 준수보다는 뭔가 응급 상황에 더 포커싱이 돼 있으니까…(참여자 5)
응급상황에서 감염 환자를 볼 간호사가 나밖에 없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정말 최소한의 보호 장구만 하고… 해야 하는 건 다 알고 있지만, 그게 우선은 아니게 돼요. (참여자 19)
3) 전파방지라는 이유로 귀찮음을 합리화함
참여자들은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호장구 착용과 같은 번거로운 일을 피하려는 이유를 전파 차단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전파 방지의 필요성과 개인의 불편함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었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가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 맞지만, 환자 간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자주 갈 수 있어도 안가는 데는 의도가 당연히 있는 거니까… 조금 그런 마음이 들기는 하죠.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벗고, 하고 벗고 이 과정이 필요하니까 그런 면에서 더 안 가는 것 같기도 해요.(참여자 5)
감염병 환자가 아니었으면 입원하셔야 된다고 얘기했을 때, 충분히 면회시켜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감염병이 있으면 일부러 좀 제한하고…“많이 들어오시면 안 돼요” 하고. 코로나 초기엔 보호자들도 보호구를 입히고 면회를 했을 때가 있었거든요. 한 번은 환자가 거의 임종 면회를 해야 할 정도로 바이탈(vital signs; 활력징후)이 흔들리는 데, 더 들어오게 할 수 있었음에도 너무 많이 들어오시면 안 된다고 얘기했던 것 같아요.(참여자 1)
4. 감염에 대한 불감증
1) 구색 갖추기용 지침 준수
참여자들은 보호장구 착용과 같은 감염관리 행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여 지침을 준수하기보다는, 단순히 구색 갖추기용으로 지침을 준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가운 입고 장갑 끼고 환자한테 갔는데 무선 전화기가 울리는 거예요. 그럼 상의 주머니 쪽을(비닐가운을 젖혀서) 열어요. 그리고 “어? 플라스타(반창고) 필요하네.”이러면서(비닐 가운을 열어서 플라스타를 꺼내는 시늉) 이렇게 꺼내고 다시 닫고…(참여자 10)
저는 보호장구는 구색을 갖춰서 하긴 하는데, N95 마스크는 착용하고 피팅 테스트하는게 엄청 중요하잖아요. 근데 이걸 잘 안 해요.(참여자 3)
2) 보호장구의 중요성을 간과함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짧게 자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 보호 장구 착용에 소홀해진다고 하였다. 아주 잠깐의 접촉을 위해 보호장구를 입고 벗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비효율적이며, 이 때문에 짧은 접촉은 굳이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ECG (electrocardiogram; 심전도) 리드만 떨어지면 한 환자한테 다섯 번, 진짜 많이 가면 하루 종일 가는데 그때마다 잠깐의 접촉을 위해서 가운을 입고 벗고, 입고 벗고 이렇게 할 수도 없고, 여건도 그렇게 안 되잖아요.(참여자 9)
음압격리실 잠깐 갈 때는 숨 참고 들어가기도 해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리고 인터폰을 많이 이용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안 들어가려고. 한 번 들어가면 최대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고…(참여자 7)
3) 익숙해지면서 무뎌 짐
참여자들은 특정 감염병 환자를 자주 접하다 보니, 그 감염병의 전파력이나 치명률 상관없이 무디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보호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도 감염되지 않았던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보호장구 착용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응급실에서는 민감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응급실 간호사들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계속 그런 상황이 반복 되다 보니까…(참여자 6)
인턴선생님 동반해서 검사실에 가야 하는 독감 환자가 있어서 보낸 적이 있는데, 돌아올 때 보니까 그 선생님이 4종 보호구를 하고 완전 무장해서 돌아온 거예요. 인턴선생님이 저한테 “선생님, 이 사람 독감인 거 얘기 안 해주시면 어떡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독감 환자를 자주 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는데, 그 상황을 겪고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했어요.(참여자 15)
감염병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오히려 경계심을 가지고 어떡하든 노출이 안되려고 되게 조심하는데, 시간이 지나 너무 익숙해져 버리면 다시 둔감해지는 것 같아요.(참여자 5)
5. 감염관리 조직문화 강화가 필요함
1) 하나의 지침, 서로 다른 해석
참여자들은 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에 따라 지침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자신의 임의대로 적용하는 등 일관되지 않는 상황을 종종 겪는다고 하였다. 이로 인해 감염관리지침을 잘 지키던 간호사들은 혼란을 느끼게 되고, 주변 동료들에게 감염 관리를 강조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에 참여자들은 지침대로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Alert하게 대처하는 간호사들에게 오히려 “왜 저렇게까지 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래서 응급실 조직 문화도 바뀌어야 될 것 같고…(참여자 5)
(감염병에 노출돼서 격리되거나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위험하니까 이건 꼭 해야 해!”라고 강하게 말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선생님들은 그게 와닿지 않는 거죠. “아, 바쁜데 이것까지 하라고 하네?”하는 반응이 나오게 되는 거죠.(참여자 16)
최근에 코로나 양성인 환자가 있었는데, 주치의가 “이 환자는 굳이 격리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일반 환자들도 있는) 대기실에서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기실에서 봤어요.(참여자 7)
의심이 되니까 격리를 했으면, 환자한테도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 계속 거기서 진료를 보는 게 맞는데, 누구는 격리하자고 하고 누구는 하지 말자고 하니까 혼란이 오는 거죠.(참여자 4)
2) 감염관리에 대한 선임 간호사들의 지지 필요
참여자들은 선임간호사들이 감염관리를 강조하고 지지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간호사들이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며, 결과적으로 감염관리 수행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 감염 관리가 중요하게 다뤄졌을 때,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선배 간호사들이 조금 강하게 이야기를 해야(중략) “손 위생 해야 해!”, “보호구 해야지!” 하고, 반복적으로 지시를 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나 싶어요. (바쁘다 보면) 알고 있어도 잘 안 하게 되잖아요.(참여자 16)
(선배 간호사들이) 제가 보호구 착용하는 시간을 기다려줘요. 그러니까 보호구 입고 준비하느라 늦게 들어갔다고 해서 “왜 이렇게 늦냐!”라고 질타하지 않아요.(참여자 17)
3) 피부에 와닿는 감염관리 교육 필요
참여자들은 감염관리 교육이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감염원을 옮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감염 관리 지침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점차 인식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결국 감염 관리 지침 수행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감염관리실에서 지속적으로 (응급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주면 우리가 더 경각심을 가질 것 같아요. 좀 느슨해 졌다가 교육을 받으면, 다시 “잘 지켜야지” 마음먹게 되고…(참여자 5)
감염관리실에서 매달 교육을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왜 필요한지, (안 지키면) 왜 위험한지를 반복적으로 인지를 시켜줘야 응급실 사람들도 “아, 그게 위험한 거구나”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왜 표준주의를 지켜야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거든요.(참여자 17)
(감염관리실에서 응급실 직원을 대상으로) 보호장구 착용이 왜 중요한지 (중략) 환자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자주 해주고 (중략) “선생님들 급한 거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보호장구 착용에) 잠깐만 시간들이면 나도, 동료들도, 환자도, 모두가 안전하다” 이런 생각을 주기적으로 심어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참여자 16)
논 의
본 연구는 응급실 간호사의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과 응급실에서 감염관리 수행 경험을 파악하여 감염관리 수행도가 낮은 이유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첫 번째 주제는 “제한된 정보”이다. 환자 또는 보호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감염력 정보를 알게 되는 응급실 특성상 초기에 관련 정보를 획득하지 못하면 그 위험성을 간과한 채 간호를 이어갈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은 요양병원이나 장기요양시설에서 전원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선행연구에 따르면 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에서 응급의료센터로 노인 환자 전원시 19개의 의료정보 항목 중 평균 1.33개의 항목을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장기요양시설에서 전원된 경우 의료정보 공유정도가 유의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21]. 따라서 전원 시 공유되어야 하는 감염력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여 통일된 전원 양식을 개발하고 의료기관 간 전원 과정이 표준화되는 실무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응급실에서는 담당 환자가 아니어도 환자와 접촉 할 기회가 많은데 이때도 한눈에 환자의 감염력을 파악할 표식이 없어 적합한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응급실 간호사는 감염병 노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 된다. 따라서 감염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주제는 “지침과 현실의 괴리”이다. 적정한 수의 격리실은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예방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자원이지만, 응급실 간호사는 물리적 공간의 부족으로 권장된 지침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현실과 타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혼란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감염 환자와 다른 환자를 분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선행연구처럼[22] 이러한 제약이 감염 환자와 일반 환자의 분리를 어렵게 하며, 감염 관리 수행에 대한 회의감을 초래한다고 해석된다. 특히 역격리가 필요한 환자를 다른 환자들과 구분 없이 한 공간에서 간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격리 환자는 격리지침을 엄격히 지키지 않더라도 당장 환자상태가 악화되는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1순위로 격리실에 배정하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은 암병원에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를 간호하며 격리실 수가 한정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다인실로 배정하게 되는 상황에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선행연구와 유사하다[23]. 응급의료에 관한 시행규칙 제13조 2항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음압격리병상을 포함한 격리병상이 5개 이상이, 제 17조 2항에 따르면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음압격리병상 1개를 포함하여 최소 3개의 격리병상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법적 기준만을 충족하는 곳들이 많고,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닌 응급의료기관에서는 격리 병상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격리가 필요한 환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부족한 격리병상 수에 맞춰 우선순위를 고려하다 보면 역격리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고, 감염 환자도 비감염 환자들과 같이 일반 진료 구역에서 진료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법에서는 격리병상 기준 등 공간에 대한 설치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기에 감염성 질환자가 급증하는 등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설치 기준뿐만 아니라 격리 문제를 포함한 응급실 전체 활용 범위에 대한 기준도 같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24].
한편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는 초기에 감염병 이력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감염 환자와 비감염 환자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동선 디자인이 요구된다. 일례로 환자가 응급실 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통과하게 되는 환자분류구역을 두 단계로 나누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25]. 예를 들면, 1차 분류실에 서는 감염성 질환에 대한 분류를 하면서 가능하다면 스크리닝 검사를 시행하고, 2차 분류실에서 중증도를 판단하는 식으로 감염성 질환자와 일반 환자의 접촉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더불 어 감염성 질환 여부를 모른 체 노출되는 의료인의 수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주제는 “원칙을 벗어난 지침 적용”이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감염관리지침을 적용하기도 하고 적용하지 않기도 하는 일관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상황은 시각적 판단이 될 수도 있고, 응급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시각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이라는 하위주제는 시각적 신호가 손위생 준수율을 향상시켰으며 특히 단순 시각적 신호를 넘어선 잠재적 제재를 암시하는 다중 양식 신호인 경고 표지판에 노출되었을 때 참가자가 지속적으로 준수하였다는 선행연구[26]와 같이 눈에 보이는 정보에 의해 나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최대한 물리적으로 공간을 분리하거나, 현실적으로 물리적 분리가 어려울 경우 환자의 감염력을 최대한 서로 알 수 있게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감염관리 지침 준수의 우선순위가 낮아진다고 한 하위주제는 응급상황에서는 당연히 생명을 구하는 처치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그로 인해 감염관리가 일시적으로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감염관리도 장기적으로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두 요소를 균형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응급실에서 소생술 중 혈액 및 체액에 노출되는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표준 감염 예방 수칙에 대한 높은 수준의 준수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며 개인 보호 장비의 신속한 접근성, 교육, 빈번한 상기, 그리고 일상적인 준수 모니터링은 이러한 고위험 상황에서 보호 장비의 사용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27].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일상적으로 표준주의 수행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 하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 주제는 “감염에 대한 불감증”이다. 안전사고의 발생 빈도 및 심각도가 매우 높은 산업 중 하나인 건설산업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현장경험이 적은 신입 직원보다 오히려 경험이 충분한 경력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안전불감증을 갖고 있다고 하였으며, 그 원인을 불안전한 행동을 하고서도 아직까지 사고가 없었기에, 앞으로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인한다고 밝혔다[28]. 이는 응급실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난다. 연구참여자들은 제한된 정보와 현실과 지침 간의 괴리를 느끼며, 원칙을 벗어난 지침 적용 과정에서 감염병 노출 환경에 익숙해지고, 그로 인해 보호장구 착용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불감증은 결국 감염병 전파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응급실 근무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감염에 대한 불감증을 저하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감염의 위험성과 보호장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질적인 사고 사례를 공유하여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주제는 “감염관리 조직문화 강화가 필요함”으로 감염관리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직문화에 대한 다양한 하위 주제들이 탐색되었다. 이는 선행연구[23,29]에 나타나지 않은 본 연구의 독특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주로 감염관리 지침 적용의 어려움이나, 수간호사의 리더십, 간호사 개인 역량의 중요성[23] 또는 소통의 어려움, 간호 요구도 증가, 업무 방식 변화[29] 등 현실적 고충과 개인의 책임과 역량이 주로 도출되었다. 반면 본 연구에서는 감염관리 지침 준수 행동을 지지하고 선임간호사들이 이끌어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도출되었다. 한 연구에서 실시간 피드백, 손위생 모니터링 공동 책임, 계층 구조 평준화 등을 통해 손위생 준수율이 78.0%에서 97.2%로 상승한 사례가 보고되었다[30]. 이는 조직 내 감염 관리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감염 관리 수행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긍정적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감염관리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하위주제는 교육경험이 감염관리 수행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선행연구결과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1]. 그러나 교육방법과 관련하여 본 연구참여자들은 상투적인 교육보다는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을 통해 감염관리 준수에 항상 민감하도록 유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따라서 응급실 간호관리자들은 모든 응급실 간호사들의 감염관리 지침 준수를 강조하고, 간호사들 간의 협력적 관계를 격려하며 효과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가시적이고 인과관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교육내용을 가지고 주기적인 감염관리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간호사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감염 관리 수행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전통적 내용분석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로, 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의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심층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응급실 간호사들이 간호중재 수행 시 감염관리 지침을 준수하는 데 직면하는 장애 요인과 이에 대한 요구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의의가 있다. 연구결과, 연구참여자들이 감염관리 지침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로 인해 환자의 감염력을 초기에 파악하는 것과 의료인 간 공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물리적인 공간 부족으로 인해 격리가 필요한 환자를 적절히 격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며 이로 인해 감염관리 수행에 대한 회의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응급실은 즉각적인 처치가 요구되는 환경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현실적인 응급실 맞춤형 감염관리 지침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간호사들의 인식 및 경험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감염관리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보다 심층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감염관리 수행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선임 간호사들이 감염관리 행동을 주도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며, 협력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특히, 단순한 지침 준수를 강조하는 교육을 넘어, 실제 임상 상황을 반영한 실질적인 교육과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조직문화는 단순한 개별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의료진 전체가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응급실 간호사들의 감염관리 수행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문화적 접근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과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는 감염 업무 수행과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를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3개 병원의 응급실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모든 응급실의 상황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응급실마다 환경이 상이하므로 각 기관의 실정을 반영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 비해 자원과 환경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으므로, 다양한 응급의료기관을 포함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결과에 의하면 응급실 간호사의 감염관리 지침 수행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감염관리 지침 준수를 당연하게 여기는 조직문화 조성이 필요하며, 이러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기적인 토론, 실습, 평가, 디브리핑을 포함한 실질적인 감염관리 교육과 같은 중재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32]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경력에 따라 일부 상이한 인식을 보인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경력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 아니었기에 이 부분은 다루지 않았으나, 연구참여자들이 조직문 화의 중요성을 진술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응급실 간호사의 경력별 감염관리 인식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연구가 중요하겠다. 긍정적인 감염관리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응급실 간호사들이 감염관리에 대해 공통된 개념과 인식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인식에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부분에서 차이가 크고 적은지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응급실 간호사의 감염관리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응급실뿐만 아니라 병원 전체의 의료 관련 감염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